왼쪽 여자부 우승자 사라 쇠스트롬, 오른쪽 남자부 우승자 블라디미르 모로조브

[스포츠아시아] FINA란 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 Natation Amateur의 약자로 “국제 아마추어 수영연맹”을 뜻한다. FINA는 5개 대륙에  개 을 구성하고 있다.

FINA에서 하는 일을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올림픽 경기 및 기타 국제 경기에 적용되는 수영, 다이빙 및 수구에 대한 통일된 규칙을 제정한다. 둘째, 세계 기록을 확인하고 공식적인 세계 기록 목록을 갱신한다. 셋째, 올림픽 및 국제 수영 대회를 관리한다.

FINA에서 관리하는 종목은 수영(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단체전 계영, 단체전 혼계영, 혼성 단체전), 다이빙(스프링, 플랫폼, 싱크로, 단체전), 하이다이빙(남자27M, 여자20M), 수구, 아티스틱 스위밍으로 구분할 수 있다. 

FINA에서 주관하는 대회는 수영 뿐만 아니라 다이빙, 하이다이빙, 수구, 아티스틱 스위밍 등 각 종목마다 있지만, 수영대회 중 많이 알려진 대회는 세계선수권, 경영 월드컵, 쇼트코스 세계선수권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 FINA 세계선수권은 내년 광주에서 개최되고, 쇼트코스 세계선수권은 12월 항저우에서 개최된다. 그리고 며칠 전 FINA 경영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경영 월드컵은 겨울철 선수들의 훈련과 경기력 향상을 위해 매년 아시아와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유럽, 미주대륙을 순회해 개최되는 쇼트코스(25m) 시리즈다.

FINA 경영 월드컵은 다른 세계대회에 비해 소속국가보다 선수 개인에게 포커스가 맞춰진 대회이다. 때문에 또 하나의 특이점은 선수 개인에게 바로 상금이 지급된다는 점이다. 매 경기 1위부터 6위까지의 선수에게 2백 달러에서 1천5백 달러의 상금이 지급되고, 월드컵 종합순위 1위에서 3위까지의 선수들에게는 5만 달러부터 15만 달러의 상금이 별도로 추가 지급된다. 

2018년에 1차부터 7차까지 진행된 경영월드컵에 최종 우승자는 각각 여자부 스웨덴의 사라 쇠스트롬, 남자부러시아에 블라디미르 모로조브가 차지했다.

사라 쇠스트롬은 현재 여자 자유형50m, 100m의 세계기록 보유자로 7차 경영올림픽동안 무려 약 40개의 종목에 참가, 예선 결승을 포함하여 80회 이상의 경기를 소화해냈다. 블라디미르 모로조브 역시 약 30개의 종목에 참가하여 월드컵 기록과 세계 기록을 갱신한 바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큰 대회라고 할 수 있는 전국체전이 끝난 시기지만 내년 광주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을 목표로 한국의 수영선수들도 쉬지않고 물살을 가르고 있다.


6차 경영월드컵에 출전한 한국선수단과 코치.(왼쪽부터 임다연, 양준혁, 한규철 코치,박한별)

■ 일본에서 직접 경험한 ‘수영강국’ 일본의 수영 인프라

며칠 전 막을 내린 경영 월드컵에도 한국선수들이 출전했다. 일본에서 열리는 6차 경영 월드컵에 3명, 싱가폴에서 열리는 7차 경영 월드컵에 3명의 한국선수들이 출전했다. 필자 역시 이번 대회에 출전한 3명의 선수들 중 한 명이었다.

먼저 6차 경영월드컵은 일본 도쿄의 하네다 수영장에서 열렸다. 대회 기간은 11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진행되었다. 대회 순서는 모든 경영월드컵이 다 동일하게 이루어졌다.  6차 일본 경영월드컵에서 가장 눈에 띈 점은 신속한 경기 진행과 효율적인 보조풀의 활용이었다. 일본의 클럽 선수들이 워낙 많이 출전한 탓에 한 종목당 출전 인원이 많았지만, 막힘없이 예정된 시간에 딱 맞추어 진행되었다. 

예를 들면 국내의 경우, 앞 조의 선수들이 도착한 뒤 수영장 양 사이드를 통해 물 밖으로 나온 뒤에야 뒷 조의 선수들이 출발대에 올라선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앞 조의 선수들이 터치 후 잠시 대기한 뒤 뒷 조의 선수들이 스타트를 한 후에 물에서 나오도록 한다. 이는 필자가 미국에서 대회를 출전했을 때와 동일한 방법이었다. 

이런 사소한 룰이 경기를 진행하는 흐름을 바꿔놓았다. 또한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에도 반대쪽의 메인풀, 보조풀, 다이빙풀이 선수들이 워밍업을 할 수 있도록 상시 운영되고 있었다. 이는 늦은 순서의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도 새벽부터 경기장에 나오지 않아도 되었고, 시합을 마친 선수들 또한 다음 경기를 위해 몸을 풀어주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참가 선수들을 위한 이온 음료와 야쿠르트가 가득 찬 냉장고는 곳곳에서 볼 수 있었고, 언제 어느때나 꺼내 먹을 수 있었다. 한국의 선수겸코치로서 가장 부러웠던 점은 꽤 비싼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꽉 찬 관중석이었다. 뿐만 아니라 마치 한국에서 야구나 배구를 보는 듯한 응원 문화도 선수들의 사기를 돋우고 시합장의 분위기를 띄우는데 한 몫 했다.

또한 경기가 끝난 직후 우승한 선수가 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도 관중들과 선수들 모두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종목의 우승자가 경기가 끝난 직후 인터뷰하는 모습과 기자석

일본 대회에 출전한 한국의 남자 자유형 선수는 “이번에 참가했던 도쿄 경영월드컵은 여러가지 방면에서 새로운 경험이었다. 경기장 내에서 가장 놀랐던 점은 일본의 경기 진행방식, 관중과 선수들의 질서, 경기장 내에 관중석을 가득 채운 관객의 수 등 비록 나는 선수지만 2019년 세계선수권을 개최하는 한국이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또한 세계적인 선수들과 한 무대에 서는 경험도 놀라웠지만, 그들의 출발 동작, 물속 동작 등 세세한 기술이 부러웠다. 그리고 한 선수당 참가하는 종목의 수가 굉장히 많은데 모든걸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이 무척 놀라웠다.” 고 전했다.

필자 역시 일본의 수영대회 운영방식외에도 두터운 선수층이 매우 놀라웠고, 한편으론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혼영 여자 일반부 경기를 보면 전국체전에 선수가 5명이하로 출전해 점수조차 획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는 개인혼영 400M에만 3조가 넘는 일본선수들이 출전했다. 대략 30명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더 놀라운 점은 모든 선수들이 비슷하게 중상위권의 좋은 기록을 내고 있었다. 자유형 50M와 같이 워낙 선수의 수가 많은 종목이 아니어도 전 종목에서 선수의 분포도와 실력은 마찬가지였다.

이는 확실히 종목의 제한이 없고 어릴 적부터 한 대회에 많은 경기를 출전 하다 보니 주종목이 아닌 타종목의 출전도 선수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체력 또한 갖춰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본의 유명한 수영스타 이키에 리카코, 하기노 고스케 등의 선수 외에도 대부분의 선수들이 관중의 열렬한 응원을 받고, 사랑을 받고 있었다. 관중석에서 아이들이 몰려 사인을 해달라고 하는 모습은 매 선수마다 볼 수 있었다. 또한 금메달이 아니어도, 메달권이 아니어도 그들은 이미 모두 수영스타다운 환호와 응원을 받고, 수영스타다운 매너 있는 모습을 보였다.


6 경영월드컵에 출전한 한국선수단 (왼쪽부터 박한별, 양준혁, 임다연)

일본 대회에 출전한 여자 배영의 박한별 선수는 “장점으로 여기던 부분을 더 크게 부각 시킬 수 있는 쇼트코스 시합이어서 그랬는지 부담이 적었다. 또한 좋은 선생님과 선배 선수들과 함께 간 덕분인지 즐거운 분위기에 최선을 다할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때문에 경기 자체를 즐길 수 있었고 좋은 결과도 자연스레 따라온 것 같다. 사실 대회를 출전하기 전에는 자비로 출전을 해야하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지만 월드컵이 끝난 지금은 굉장히 많은 것을 얻은 시합이라는 생각이 들고,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또 출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위의 인터뷰와 같이 쇼트코스와 롱코스는 시합을 운영하는 데 차이점이 있다. 쇼트코스의 경우 25M 경기장이기 때문에 롱코스에 비해 스타트, 돌핀, 턴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을 한다.

스타트와 턴을 한 뒤 15M의 돌핀을 차고, 10M만 레이스를 하기 때문에 어쩌면 레이스보다도 승패를 가루는 데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대로 롱코스는 보통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정규 경기장으로 50M의 풀장이기 때문에 쇼트코스보단 레이스의 운영이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스타트와 턴, 돌핀이 강한 선수는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출전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스타트와 턴, 돌핀 등이 약한 선수는 대회를 통해 스스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출전을 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여러가지 코스를 통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 나가기에는 일본의 수영 인프라가 더할나위 없이 좋을 수 밖에 없다.

■ 감탄을 자아낸 싱가포르의 신속하고 정확한 경기운영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싱가포르 수영장에서 열린 7차 경영월드컵은 일본과는 반대로 경기장에 물, 음료 등의 액체와 음식물 반입이 일체 금지였다. 또한 관중석에 들어갈 때 마다 매번 가방 검사를 해야만 했다. 대회에 출전한 선수나 심판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었다.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무엇보다 경기장을 청결하게 유지하는데 큰 몫을 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대회 진행은 정확하고 신속했다. 오히려 대회 첫 날엔 예정 시간보다 10분가량 정도 빨라 현장에 있던 싱가포르 수영 연맹의 경기 이사가 바로 경기진행실로 달려가 시간을 정확히 맞춰야 한다고 지시하는 광경도 보였다. 

7차 싱가포르 경영월드컵에 출전한 남자 자유형의 조재후 선수는 “TV에서만 보던 선수들을 보니까 정말로 신기하고 흥분됐다. 그런데 생각 외의 검사가 많았다. 시합 대기실을 들어갈 때 시합 모자가 규정에 맞는지 검사하고, 모든 옷을 탈의 후 테이핑을 붙였는지 밴드가 붙어 있는지 등을 검사하는 부분이 신기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시합장의 분위기로 인해 수영이 더 즐거웠고 시합을 더 잘 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아 좋았다. 이번 월드컵을 출전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시합장의 분위기다. 우리나라와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조용하고 긴장된 분위기 속에 시합만 뛰는 반면에 이번에 출전한 대회는 노래와 해설자가 같이 어우러져 신나는 분위기 속에 시합을 진행해 재미있었다. 이런 경험을 해보니 우리나라도 이런 문화를 받아들여 변화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광판의 비친 관중들의 모습

또한 이 대회에 출전한 남자 접영의 이태구선수는 “월드컵 첫 출전인데 기대반, 긴장반으로 경기에 임했다. 그런데 실제로 다른 외국선수들과 같은 경기장에서 수영하니 뭔가 기분도 좋아지고 더 열심히 하고싶은 마음이 강해졌다. 이번 대회를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다시 출전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열심히 하고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FINA 경영 월드컵은 세계대회로서 국가대항전이지만, 그보다 선수 개인을 더 브랜드화 할 수 있는 대회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출전한 선수들 역시 축제와 같은 대회의 분위기에 흠뻑 빠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한 국가대항전의 느낌보다 선수 개인에 포커스가 더 맞춰져 있기 때문에 한국의 경우 연맹에서 선수를 파견을 해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이번에 출전한 선수들은 자비로 출전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처럼 이제 갓 성인이 된 스무 살의 젊은 선수, 실업 팀 9년차에 접어드는 노장 선수 할 것 없이 월드컵을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얻고 올 수 있었다. 

7차 경영월드컵에 출전한 한국선수단 (왼쪽부터 조재후, 임다연, 이태구)

■ 점점 변화하고 있는 연맹, 선수들도 이젠 변해야할 때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느낄 수 있었던 점은 이들 모두 한국 수영이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하고 발전하길 진심으로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선수들은 항상 을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한 두명의 극소수의 선수들만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면, 이제는 더 많은 수영선수들이 자신의 생각을 바꾸고,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

현장에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고 해서 소위 말하는 찍히는, 불이익을 받는 시대는 지났다. 적어도 현재의 선수들이 몸담고 있는 한국 수영계보다 후배들이 더 나은 한국 수영계에서 살아가게 하기 위해선 선배들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FINA에서 주최하는 대회이기 때문에 기존 나라에서 진행하는 대회보다 더 훌륭하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과 싱가포르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선수들을 서포트 하고, 각 나라의 수영을 발전시키고 있었다. 모두 수 년, 수 십년 전에 시행착오를 겪었을 테고, 이후 변화하고 성과를 내고 있다. 대한수영연맹 역시 시행착오를 겪고 변화하는 단계를 맞이한 상태이다. 변화를 넘어 우리나라 수영도 세계 수영에 발맞춰 발전하고 진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15년 전 대전에서 FINA경영월드컵을 유치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계약된 횟수를 다 채우지 못하고 3년간 개최 후 반납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대부분 메달을 획득했던 것으로 기록되어있다. 15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이처럼 FINA를 기준으로 세계 수영은 점차 성장했다. 현재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진화하고 있다. 

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내년 광주에서 열리는 만큼 각 나라의 장점들을 벤치마킹하여 우리나라의 것으로 흡수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좋은 점을 그대로 따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참고하여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게 도입하여야 한다. 

이전부터 나는 칼럼에서 한국 수영이 변화해야 한다는 칼럼을 여러 차례 써왔다. 또 다행히도 점점 좋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관리단체에서 가까스로 벗어나며 정화 노력을 한 수영 연맹은 2019 세계수영선수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다른 나라와의 교류를 통해 벤치마킹을 해나가고 있다.

연맹이 변화를 시작 했듯이 선수들 또한 변화가 필요하다. 자신의 한 나라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을가지고, 자만심이 아닌 겸손함으로 자신의 기록을 단축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각자의 위치에서 이러한 노력들이 모인다면 한국수영의 황금기가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물속에서 숨을 참고 땀을 흘리고 있을 우리나라 수영선수들을 응원한다.  

사진=임다연 선수 제공
글=임다연 (경남체육회 수영선수 겸 DP클럽 코치, dpswim@naver.com)
편집=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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