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아시아=반재민 기자] 최근 V리그의 트랜드가 변화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위주의 플레이에서 국내선수들을 활용한 토털배구가 유행하고 있다.

지난 4일 GS칼텍스는 IBK기업은행을 맞아 풀세트 접전 끝에 3대2 승리를 거두며 4승 1패의 호성적으로 선두의 자리를 굳게 지킨채 1라운드를 마쳤다. 특히 외국인 선수인 알리를 경기 중반 제외하고도 거둔 승리였기에 의미가 컸다.

시즌 전까지만 하더라도 배구 전문가들은 GS칼텍스를 우승후보에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아닌가하는 의견을 냈다. 국내선수들의 기량이 좋았지만, 외국인 선수 알리의 기량이 톰시아나 알레나, 이바나 등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 비해 떨어져 보인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실제로도 알리의 활약은 이전 외국인이었던 듀크에 비해 좋지않다. 알리는 현재 78득점 공격성공률 39.62%로 부진하다.

하지만, 알리 대신 국내파 선수들의 활약이 그 공맥을 메우기에 부족함이 없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더. 현재 팀의 주포인 이소영이 98득점 43.75%라는 놀라운 활약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강소휘가 65득점 39.47%의 공격성공률, 표승주가 30득점 38.1%의 공격성공률로 GS칼텍스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덕분에 GS칼텍스의 차상현 감독은 공격수의 선택에 있어 한숨을 덜 수 있다.

특히 인삼공사의 경우에는 지난시즌까지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던 팀에서 올 시즌 들어서는 토털배구를 구사하는 팀으로 변모했다. 지난시즌까지 외국인 선수인 알레나 버그스마를 보조해줄 공격수가 마땅치 않아 공격점유율이 약 4~50%, 많게는 60%에 달했다면, 올 시즌에는 FA로 최은지를 보강하고, 채선아가 공격재능을 마음껏 살리면서 공격진에 숨통이 트였다.

여전히 알레나의 공격비중은 높다. 하지만, 4경기를 치른 가운데 알레나가 기록한 최다 득점은 지난달 31일 GS칼텍스 전에서 기록한 32점이다. 지난 시즌 첫 네 경기에서 알레나가 기록한 최소득점이 32점인 것을 감안한다면 알레나의 공격비중이 얼마나 많이 낮아졌는지, 인삼공사의 공격루트가 얼마나 다양해졌는지 실감할 수 있다.

인삼공사의 최근 경기였던 현대건설 전에서도 이러한 공격다변화는 이어졌다. 외국인 선수가 없는 현대건설을 맞아 인삼공사는 1세트부터 알레나 대신 채선아와 최은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공격을 다양하게 가져갔다. 비록 2세트 중반부터 경기가 꼬이면서 나머지 세트에서는 알레나의 비중이 높아졌지만, 채선아가 15득점, 한수지가 12득점을 기록하는 등 알레나의 공격부담을 덜어주었다.

이대로만 이어간다면 지난 3라운드 부상으로 빠졌던 것과는 달리 시즌 끝까지 알레나의 컨디션을 최고조로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여러 배구 전문가들은 인삼공사의 공격 다변화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흥국생명 역시 외국인 선수 베레니카 톰시아의 공격비중이 높지 않은 편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최고의 기량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재영과 FA로 새로이 영입된 김미연이 톰시아와 나눠서 공격을 분담하고 있다. 개막전에서 30득점을 기록한 톰시아는 17득점, 16득점, 15득점을 기록하며 국내 선수들과 공격을 나눠 가지고 있는 모양새다.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낮아진 것은 현대건설과 도로공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두 팀은 외국인인 베키 페리와 이바나 네소비치가 극도의 부진을 보이고 있기에 국내선수들로만 경기를 치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현대건설에서는 에이스 양효진과 황연주, 황민경에 신예 정지윤이 가세하면서 만만치 않은 공격편대를 갖고 있다는 점, 도로공사에서는 이바나를 대신에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은 박정아와 보조 공격수 문정원, 하혜진의 공격력이 살아있다는 점이 남은 시즌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는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공격다변화 현상에도 V리그 여자부 팀들 중 유일하게 외국인 선수가 40득점 이상을 기록한 적이 있다. 바로 개막전인 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 40득점을 기록한 어도라 어나이를 보유한 IBK 기업은행이다.

박정아가 떠나기 이전 IBK 기업은행은 외국인 선수와 박정아, 김희진이 공격을 나눠가지며 외국인 선수의 공격분담이 이전만큼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공격의 핵이었던 박정아가 도로공사로 빠져나가면서 지난해부터 외국인 선수 메디슨 리쉘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심화되었다. 지난해 메디는 알레나와 더불어 57득점으로 V리그 여자부 최다득점 타이기록을 세운 바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메디가 떠나고 어나이가 새로이 수혈되었고, 예상외로 어나이가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며 공격을 이끌고 있지만, 어나이에 대한 공격 의존도가 이전보다 더욱 심화되었다는 것이 문제다. 어나이의 평균득점은 31.5득점, V리그 외국인 선수들 중 유일하게 평균득점이 30득점을 넘었다.

중요한 상황에서 팀을 책임져줄 에이스가 있다는 것은 좋지만, 외국인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될 경우 공격루트가 단순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지난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기업은행은 5세트에서 어나이에 공격을 몰아주다가 표승주와 이소영, 강소휘로 공격 다변화를 꾀한 GS칼텍스에 무너지고 말았다. 어나이와 함께 공격을 책임지고 있는 고예림과 백목화, 김수지와 김희진의 공격력도 나쁘지 않은 만큼 어나이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공격 다변화를 통해 팀의 활로를 찾아야할 기업은행이다.

외국인 선수들의 연이은 부진, 이에 따른 토털배구 올 시즌 V리그 여자부를 보는 재미요소가 또 하나 늘었다.

사진=KOVO 제공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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