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아시아=반재민 기자] 세대교체는 프로스포츠에게 있어 필수적이다. 선수가 언제까지나 제 기량을 보여주기는 어렵기 때문에 그 선수의 공백을 메워줄 젊은 선수의 확보는 필수적이다.

프로배구에서도 세대교체는 필수적이다. 왕조를 이뤘을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이룬 전통의 강호가 세대교체 실패로 몰락하는 것은 심심치 않게 있어왔다. 2000년대 초반 4연패의 신화를 뒤로하고 2009-10 시즌까지 하위권을 전전했던 현대건설이 그랬고, 기본 챔피언결정전 진출이었던 팀에서 2014년 이후 포스트시즌 진출권에 간신히 들어가는 팀으로 떨어진 삼성화재가 그랬다.

GS 칼텍스도 2013-14 시즌 우승이후 세대교체를 거치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13-14 시즌 직후 미들 블로커를 책임지던 정대영이 도로공사로 떠났고, 주포 베띠는 터키로 이적, 이숙자의 부상공백을 임시로 메워준 세터 정지윤 역시 양산시청으로 되돌아가면서 우승 후유증이 시작되었다.

특히 이숙자-정지윤이 버티고 있던 세터 부문과 2007년부터 팀을 이끌어왔던 터주대감 정대영이 버티고 있던 미들 블로커 라인의 세대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세터 부문에서 주전으로 낙점받은 이나연은 임의탈퇴로 지낸 1년 동안 운동을 쉰 상태였기 때문에 상당히 토스웍이 불안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불안한 토스는 전체적인 공격력 약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미들 블로커 부문에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정대영이 빠져나간 자리를 전혀 메우지 못한 것이었다. 배유나 혼자 미들 블로커 라인을 책임지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신인이었던 정다운이 전혀 제기량을 발휘하지 못하자, 이선구 감독은 윙스파이커였던 한송이를 급하게 미들 블로커로 기용했을 정도로 상황이 나빴고, 결국 최하위권으로 14-15 시즌을 마치고 말았다.

본격적으로 세대교체가 시작된 것은 15-16 시즌부터였다. 당시 구슬의 행운으로 고교 최대어였던 강소휘를 픽하는 데 성공했고, 이선구 감독은 강소휘를 데뷔 시즌부터 중용하며 사이드 공격 라인의 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지만, 이듬해인 16-17시즌 배유나가 정대영의 뒤를 따라 도로공사로 이적을 하면서 다시 센터라인에 커다란 공백이 생겨버리고 말았다. 결국 이를 메우지 못하면서 팀 성적은 급전직하했고, 이선구 감독이 16-17 시즌 도중 사임하는 등 내우외환을 겪어야만 했다.

16-17 시즌 도중 차상현 감독이 부임했고, 17-18 시즌 활발한 트레이드를 통해 문명화와 김유리, 김현정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미들 라인을 만들었고, 여전히 건재한 강소휘와 이소영, 그리고 KOVO 컵을 통해 검증한 파토우 듀크 등 새로운 얼굴들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렸지만, 이소영이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중상을 입고 반 시즌을 넘게 출전하지 못하면서 GS칼텍스는 다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안혜진-이나연-한수진의 세터라인 정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올 1월에는 주포 표승주마저 부상으로 빠져버리면서 그대로 동력을 잃었고, 팀은 4시즌 연속 봄배구 탈락이라는 쓴잔을 들이켜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실패가 약이 되었을까? 이번 시즌을 앞두고 GS는 세대교체를 거의 마무리 했다. 루키였던 강소휘가 어느덧 프로 4년차 시즌을 맞았고, 이소영은 부상에서 돌아와 KOVO컵에서 MIP를 차지할 정도로 맹활약을 펼쳤다. 큰 고민이었던 센터 라인에서는 김유리와 김현정, 문명화가 자리를 잡았고, 세터 역시 IBK 기업은행에서 트레이드 해온 이고은과 안혜진으로 정리를 끝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지난 23일 펼쳐졌던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 GS칼텍스는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3대1로 완승을 거뒀다. 부활한 이소영이 22득점으로 경기를 책임졌고, 강소휘가 20득점을 기록하며 뒤를 받쳤다. 비록 외국인 선수인 알리우나가 13득점으로 기대에는 조금 못미치는 활약을 보였지만, 둘의 활약은 그런 아쉬움마저 상쇄시켰다.

어느덧 프로 3년차에 접어든 안혜진의 토스웤 또한 원숙미를 더했다. 특히 올 시즌 국가대표팀에서 공격수까지 병행했을 정도로 멀티 자원으로서 각광을 받은 안혜진은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 초반 불안을 딛고 안정감있는 토스와 2단 연결을 통해 공격진이 파워있는 공격을 할 수 있게 도왔다.

아직 첫경기인데다가 김세영의 이적으로 미들라인에 큰 약점이 생긴 현대건설이기에 섣불리 세대교체의 성공을 논하기엔 이르다. 하지만, 20득점을 온전히 책임져줄 수 있는 국내공격진들이 흔하지 않은 최근 V리그에 20득점 이상을 기록한 국내선수가 두 명이 나왔다는 것은 GS의 세대교체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올 1월 발목 인대 파열로 긴 재활기간을 보낸 표승주의 기량까지 정상범위로 돌아올 경우 외국인 선수가 없이도 충분히 한 시즌을 치러낼 수 있는 이소영-강소휘-표승주로 이어지는 꿈의 삼각편대를 형성할 수 있다.

과연 4년간의 피나는 세대교체 과정을 거친 GS 칼텍스에 봄은 찾아올 수 있을까?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제 2의 도약을 준비하는 18-19 시즌 GS 칼텍스의 행보를 주목해봐야 할 때다.

사진=KOVO 제공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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