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아시아=반재민 기자] 드라마틱한 반전이었다. 그것도 자신을 비난했던 대한민국에서 이뤄낸 두 번의 우승, 전인지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전인지는 14일 인천 송도에 위치한 SKY 72 골프클럽에서 펼쳐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2018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버디만 무려 7개를 몰아치는 맹타를 선보이며 버디 7개 보기 1개로 6언더파를 기록, 최종합계 16언더파로 2위인 찰리 헐(잉글랜드)를 따돌리고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전인지는 2016년 9월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이후 2년 1개월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LPGA 통산 3승째를 챙겼다. 또한 지난주 펼쳐졌던 국가대항전인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이후 개인적으로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겹경사도 누렸다.

사실 UL 인터내서널 크라운 전 까지만 하더라도 전인지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이후 2017년을 거쳐 올해까지 준우승만 여섯 번을 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운이 그저 없겠거니 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전인지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은 그에게 쏟아진 비난 여론이었다.

지난해부터 전인지를 다룬 기사에는 팬들의 악성댓글이 이어졌다. 심지어 지난해 6월 마이어 클래식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기권을 했을 당시에도 ‘핑계거리가 생겼다’라는 비난댓글이 따라붙었다. 골프장에서 힘든 내색은 보이지 않고 웃음을 지었지만, 그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결국 이런 비난 여론은 전인지의 실력까지 갉아먹기 시작했다. 지난해 큰 걱정거리중 하나였던 스폰서 문제를 해결하면서 2018년은 달라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경기력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팬들의 비난 또한 연쇄적으로 뒤따랐다. 비난을 받으면서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신감이 떨어지다보니 경기력이 예전대로 나오지 않으면서 성적은 제대로 나오지 않는데다 댓글에는 최근 떨어진 성적에 대한 악플들이 달리는 악연의 사슬이 꼬리처럼 이어졌다.

결국 일이 터졌다. 지난 4월 롯데 챔피언십을 앞두고 몸상태가 악화되어 돌연 기권을 했다. 이후에 3주간 대회를 출전하지 못했다. 본인의 말로는 고열로 인해 쉬었다고 이야기 했지만, 한 관계자는 “전인지가 최근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다. 그래서 병원을 다니며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조언을 해 휴식을 취하는 것”라고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만큼 전인지는 심적으로 아파하고 있었다. 롯데 챔피언십 기권 이후 3주간의 휴식기 동안 기른 머리를 완전히 짧게 자르는 큰 결정을 내리고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대회에 임했지만, 그 머리 스타일 마저도 가십거리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전인지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점점 성적은 떨어지고 언론의 인터뷰마저 기피했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지난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대회를 앞두고도 전인지가 출전을 고심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전인지는 만약 자신이 시드를 받게 될 경우 좋지 않은 성적에도 국가대표팀에 무혈입성한다는 비난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관계자는 결정 하루 전까지 이 대회 출전에 대해 크게 고심했다고 이야기했다.

고심 끝에 전인지가 내린 결론은 정공법이었다. 과감하게 출전을 결정했다.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의 경험도 있기에 최선을 다해 반전을 만들어보겠다는 각오였다.

 다행히도 전인지의 선택은 탁월했다. 대회가 치러진 4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대한민국 대표팀의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첫 우승을 이끈 것이었다. 사실상 대타 신분으로 나선 국가대항전에서 에이스급의 맹활약을 펼치자 대다수였던 비난 여론은 어느정도 호의적으로 돌아섰고, 전인지는 마침내 괴물과도 같던 전성기 시절의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리고 바로 이어진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압박감을 이겨내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이 확정되고 난 뒤 전인지는 서러운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 속에는 여러 가지의 감정이 섞여있었다. 해냈다는 기쁨, 잇따랐던 비난에 마음 고생했던 지난날, 그리고 그런 비난 여론 속에서도 끝까지 응원을 보낸 팬들에 대한 고마움이 뒤섞인 눈물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인터뷰에서 전인지는 또 한 번의 정공법을 택했다. 자신에게 이어진 악플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며 더욱 성숙한 선수로 한단계 성장했음을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제가 20살, 21살때 투어에 막 올라서 우승을 하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서 인터넷에 제 사진이 나오고 하는게 너무 신기했어요. 응원해주시는 실시간 댓글들도 보이고 제가 안 되고 안타까운 마음이겠지 생각하려해도 사람으로서 여자로서 참기 힘든 속상한 말들을 듣고 아무리 반응하지 않으려 해도 가슴에 박혀서 떠나질 않았어요. 그 말들에 반응하는 제 자신이 밉고 한심하고. 그런 것들이 여러 힘든 일들 속에서 저를 밑에서 더 움직이고 싶지 않다, 일어나고 싶지 않다라는 마음이 들게 했어요. 너무 무섭고 내가 다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웃으면서 나라는 사람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렇다고 저라는 사람을 보여줬을 때 듣게 되는 욕이 싫어서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을 연기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언제나 진실 되게 사람을 대하고 싶었고 그렇게 생활하고 싶었어요. 기회가 된다면 앞장서서 그런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어요. 그 중 하나가 상대선수를 깎아내리는 것 보다는 같이 응원하고 모두가 잘 어우러져서 잘되는 따뜻한 환경을 원해요.“

이렇게 전인지는 그저 해맑았던 소녀에서 시련을 딛고 한단계 성장한 숙녀가 되었다.

사진=홍순국 기자(james@monstergroups.com)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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