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아시아=반재민 기자] 꿈을 쫓아 메이저리그로 간 선수들은 많은 악조건 속에서 싸워야한다. 

낯선 이방인들에 대한 동료들의 텃세, 익숙하지 않은 환경, 특히 한국어가 통하지 않는 어려움 속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힘껏 배트를 돌리고 공을 뿌린다.

지난 2016년 한신 타이거즈의 거액 제계약 제안을 뿌리치고 꿈을 쫓아 미국 메이저리그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진출한 오승환(36·콜로라도 로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본에서 인정받았지만, 미국에서는 다시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야하는 어려움, 하지만, 오승환은 보란 듯이 미국인들의 의심을 지워버렸다. 순조롭게 미국 무대에 적응했고,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콜로라도 로키스를 거치며 메이저리그 핵심 불펜으로 인정받았다.

오승환이 인정을 받기까지 옆에서 묵묵히 오승환의 입과 귀가 되어준 인물이 있다. 바로 세인트루이스 입단 당시부터 오승환과 함께환 통역 구기환(32·미국 이름 유진 구)씨다. 신시내티 출신으로 학창시절을 한국에서 보낸 구기환씨는 미국 대학교에서 스포츠마케팅 전공으로 일하다 오승환 에이전트와의 인연으로 통역을 담당, 현재까지 오승환의 옆에서 힘이 되어주고 있다.

서른 두 살의 유쾌한 청년인 기환씨는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선수가 좋은 활약을 보일 때 가장 보람차고 행복하다고 이야기한 구씨는 “Living the Dream (꿈에서의 삶)”라는 한 문장으로 메이저리그 통역이 가지고 있는 매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선수 통역을 꿈꾸는 이들에게 구기환씨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홍순국의 MLB 스토리’에서 구기환 통역의 인생 스토리를 한번 들어보도록 하자.

사실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2016년부터 오승환 선수의 통역을 담당해온 구기환이라고 합니다.

2016년 세인트루이스 시절부터 오승환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제 3년차인데 잘 지내고 있나
승환이 형이 많이 참고 있는 것 같은데(웃음) 그래도 승환이 형이 잘 이해해주셔서 3년이 지나도 잘 지내고 있다.

오승환의 통역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처음에 오승환 선수 에이전트와 예전에 일을 같이 한적이 있는데 계속 연락을 주고 받다가 미국에 올 때 오승환 선수가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입단식 날 도와줄 수 없겠느냐라는 이야기를 해서 잘 도와주고 끝나면서 카디널스 구단에서 할 생각이 있는지 제의를 해서 바로 면접에 들어갔고, 운이 좋아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가장 원했던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일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
만족도는 정말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좋다. 미국분들이 물어보거나 할 때 Living the Dream 이라고 표현을 많이 하는데 꿈 같은 시간들이라 생각을 하고,소중한 마음을 가지고 즐겁게 일하고 있다.

사실 3년 동안 팀을 세 번이나 옮겨 다녔다. 이에 대한 고충도 알게 모르게 있었을 것 같다
밖에서 봤을 때는 선수가 여러번 팀을 옮기면서 힘들어하는 것을 잘 느끼지는 못했었는데 직접 선수와 생활하고 같이 일을 하다보니 이것이 정말 힘든 일이고 보통 일이 아니구나라고 느꼈고, 그 뒤에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직접 경험하고, 목격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좋은 배움의 과정이었다고 생각하고 내 인생에 있어서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통역을 하면서 가장 난감했던 순간이나 그런 것이 있었는지
난감한 경우라면, 아무래도 농담을 섞어서 말을 할 때가 어려운데 예를 들면 감독님이나 코치, 선수들이 장난을 칠 때, 이 말을 그대로 전달을 하는데 그것을 전부 표현하면 안되는 순간들이 많아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 재미있기도 하고, 난감하기 보다는 재미있는 것 같다. 반대로 승환이 형도 말을 엄청 잘하는데 말을 하면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척 하다가 농담을 하면 정말 재미있다. 

사실 통역이 단지 번역해주는 임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선수의 현지 적응까지 도와야 하는데 오승환의 초반과 지금을 비교해본다면 현지 적응은 잘 이루어졌는지
적응력이 좋은 사람이라 생각을 하고 있고, 내 역할은 단지 전달을 주로하는 역할이다보니 선수나 구단이나 친구들이 먼저 다가온다든지, 승환이형이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내 역할이 어렵고, 쉽지 않았을 것인데 그런 것들을 잘 해주다보니 솔직히 묻어가는 것 같다.(웃음)

메이저리그에는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이 많은데 특히 스페인어를 쓰는 선수들과 이야기를 할때에는 어떻게 이야기를 하는지도 궁금하다
스페인어를 쓰는 선수들의 경우 유쾌한 성격의 친구들이 많아서 우리와 이야기할 때도 영어보다는 스페인어가 편한 아이들이기 때문에 중간에서 야구장에 있는 스페인어들을 좀 배우기도 했고, 오히려 더 재미있는 상황이 많다. 공감대도 많고, 음식같은 것들도 미국 친구들보다 취향이 비슷하다보니 같이 공유도 하고 먼저 우리에게 접근을 해준다.

지난해 WBC 참가차 한국으로 갔다. 오랜만의 한국방문이었을텐데 기분이 어땠나
일단 가족들이 한국에 있어서 오랜만에 한국 출장이었는데 가족들과 보낼 수 있었던 시간이 있어 좋았다, 가족들을 야구장으로 불러서 야구도 보여주고, 특히 그때 승환이형이 잘해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전체적인 대표팀에서 성적같은 것은 아쉬운 면들이 많았지만, 내 스스로 생각하기엔 커리어적인 면에서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선수단 통역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그 분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조언이 많지는 않지만, 어느 구단이나 선수단의 통역을 가든지 그때그때마다 상황에 맞게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류현진 선수의 통역과도 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학교를 같이 나와서 대학교 떄부터 같이 아는 후배다. 보통 브라이언으로 많이 알고 있는데 나는 한국이름인 종민이로 부른다.(웃음)

브라이언 통역에 대해 이야기를 해본다면?
너무 착하고, 항상 열심히 하고 성실한 모습을 옆에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하는 친구이기 때문에 나보다도 훨씬 어린나이에 마이너리그에서도 경험을 쌓았고, 류현진 선수같이 대단한 선수 옆에서 배우는 것이 진짜 많을 것 같고, 기대가 된다. 나중에 잘 되어서 종민이가 나를 좀 끌어줬으면 좋겠다.(웃음) 

만약 오승환 선수가 언젠가 다른 팀으로 갈 때나 국내로 복귀할 때 불러준다면?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을 안해본 것 같다. 일단 시즌을 잘 마쳤으면 좋겠고,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둬서 포스트시즌을 경험해보는 것이 현재의 큰 목표다.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에 대해 알고 싶다.
일단 위에서 말한대로 승환이 형이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공을 던지는 것이 1차적인 목표고 그 이후에는 여기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야구 시장이나 스포츠 마케팅 시장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옆에서 간접적으로 보고 있지만, 팬들이 응원해주시는 것을 느끼고 있다. 선물도 많이 보내주시고 편지나 메시지도 많이 해주시는데 너무 감사드리고, 선수입장에서 표현하기 힘든 점들도 많지만, 진짜 고마워하는 것들도 많기 때문에 끝까지 응원해주셨으면 좋겠고, 좋은 때든 나쁜 때든 지금처럼 항상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사진,영상=홍순국 기자(james@monstergroups.com)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제품 랭킹 TOP 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