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걸음’ 한국수영, 진화하는 일본 수영에서 배우자 ① - 일본은 어떻게 수영 국가대표를 만드는 가 ☜
‘제자리 걸음’ 한국수영, 진화하는 일본 수영에서 배우자 ② - 말 뿐인 한국수영의 변화, 이젠 현실로 이뤄야할 때


[스포츠아시아] 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린 지 어느덧 12일. 수영의 경영 종목이 막을 내린 지는 벌써 한 달이 지나는 시점, 자카르타의 물살을 쉼 없이 갈랐던 선수들은 10월 12일부터 전라북도 익산에서 펼쳐지는 전국체전 준비에 여념이 없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은 종합순위 3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금메달 49개를 획득, 은메달 58개, 동메달 70개를 기록하여 1위 중국(금 132개), 2위 일본(금 75개)에 이어 종합순위 3위를 확정했고, 이는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24년 만에 얻은 3위의 성적이다. 이전 대회에서 한국은 5개 아시안게임 연속 종합 2위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이다. 한국에 밀려 5회 연속 3위를 기록했던 일본은 금메달75개, 은메달56개, 동메달74개를 획득하며 한국을 3위로 밀어내고 종합 순위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이 부진한 성적을 낸 가장 큰 이유로 손꼽히는 점은 기초종목 부실과, 효자종목에서의 부진이다. 가장 많은 금메달이 걸린 종목은 육상이다. 48개의 금메달이 걸린 육상에서 한국은 1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또 다른 기초종목인 수영에 걸린 금메달도 41개이다. 그러나 수영 역시 경영 종목 41개의 금메달 중에서도 한국은 육상과 마찬가지로 1개의 금메달만을 따냈을 뿐이었다.


그에 반해 일본은 육상에서 금메달 6개를 획득했고, 수영에서는 무려 19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수영에서 중국은 금메달 19개, 은메달 17개, 동메달 14개를 차지했고, 일본은 금메달 19개, 은메달 20개, 동메달 13개를 따내며 아시아 수영강국의 이미지를 공고히 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수영 종목에서 만큼은 중국보다 일본의 성적이 더 좋았다는 점이다.


이는 시기적으로 국가의 스포츠정책이 맞물린 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미 기타지마 고스케, 하기노 고스케 등 대표적인 수영선수를 길러내고 있는 일본은 특히 2020년 도쿄올림픽을 대비하여 수영과 육상을 비롯, 기초종목 전반에 걸친 엘리트 체육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좋은 성적을 내고 결과를 보여줬다고 해서 일본이 무조건 옳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같은 동아시아권 국가로서 비교 분석을 하기에 일본만큼 적합한 모델은 없다는 것이 각 선수들을 비롯한 체육관계자들의 생각이다. 또한 한국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살리되 부족한 부분은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을 해야 2020년에서 한국수영의 재도약에 대한 희망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수영 부문에 있어서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메가이벤트인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1년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에 자카르타의 실패를 분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대표선수들이 선발전을 치루는 시기가 내년 4월인 것을 감안한다면 국내 선수들에게 준비시간은 불과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안방에서 열리는 잔치에 들러리로 전락하기 않기 위해서는, 그리고 2020년 도쿄 올림픽, 2022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난날의 반성과 분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과연 한국수영에 있어서 어떤 부분이 보완이 되어야 발전을 이뤄낼 수 있을까? 일본의 수영 시스템을 한국과 비교해보고자 한다.



수영장 들어가기 전부터 레인전쟁을 치르는 엘리트 선수


먼저 대한민국은 체육의 저변확대를 위해 엘리트체육단체인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단체인 국민생활체육회가 현 대한체육회로 통합되었다. 통합된 대한체육회의 이기흥 회장은 2일 “현재 우리는 엘리트체육에서 생활체육으로 바뀌는 전환점에 와 있다. 학교체육 활성화와 스포츠클럽의 확대 등 체육의 저변을 확대시켜 그 토양에서 국가대표가 나오는 선진국형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할 때” 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생활체육을 강조하다 보면 엘리트체육이 등한시될 수도 있다. 일본이 그런 시행착오를 겪고 다시 부상하고 있다. 우리는 생활체육 활성화에 힘쓰면서도 엘리트체육의 동반 발전을 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나 생활체육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선 그에 맞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수영 인프라를 비춰본다면 대한민국은 애초에 생활체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는 현실이다. 


일본은 1955년 시운마루호 침몰사고 이후 초등학교부터 기본수영 교육을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고, 이 때문에 초·중·고교의 80% 이상이 수영장을 갖추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의 경우 2014년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초등학교 3학년부터 기본수영이 의무교육으로 지정 되었지만, 이 마저도 학교에 수영장이 없는 경우가 많아 시행하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학교에 수영부가 있음에도 수영장이 없는 경우가 많고, 학교운동부도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엘리트 선수들의 훈련 장소는 더욱 열악하다. 한국은 50m 정규규격 수영장이 매우 적다. 엘리트 선수들은 광역자치단체에 하나씩 있는 체육고교에나 가야 시간을 쪼개 연습할 수 있을 정도다. 


지방은 그나마 선수인원이 수도권에 비해 적어서 레인 사용이 비교적 수월하지만, 서울의 경우에는 사정이 오히려 악화된다. 서울의 엘리트 선수들은 수영장에 들어가기도 전에 레인 전쟁을 치러야 한다. 50m 정규규격 수영장 하나에 서울에 있는 대부분의 클럽팀이 사용을 하기 위해 신청을 하지만, 다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고, 신청을 해서 사용하게 된다고 해도 지정된 2시간, 정해진 레인만 사용할 수 있는데 보통 한 레인에 선수가 많게는 10명 가까이 들어가서 줄줄이 훈련한다. 마치 일반 스포츠센터의 강습반과 다를 바 없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일반 회원들이 사용하는 수영장이 있지만, 선수들이 함께 훈련하면 갖가지 민원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수영장 사용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카르타대회 6관왕에 빛나는 일본의 이키에 리카코 같은 스타가 탄생하길 바라는 것 자체가 모순이고 욕심일 수 있다.



유스-청소년-성인으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선발

꿈나무 선수, 국가대표 상비군, 국가대표 단계별로 구분되어 있는 점은 한국과 일본이 같은 점이다. 하지만 일본은 실제 꿈나무선수, 국가대표 상비군선수, 국가대표선수를 위한 국제대회를 분류하여 지정하였다. 예를 들어 1월에 열리는 국제대회는 국가대표 상비군선수들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대회, 3월에 열리는 국제대회는 꿈나무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는 주니어 대회 등 각 단계의 선수들이 출전하여 경험을 쌓고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한국은 꿈나무 선수가 출전할 수 있는 국제대회, 국가대표 상비군 선수가 출전할 수 있는 대회 등 정해져 있는 국제대회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선발이 되어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방법은 일 년에 딱 한번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하여 선발이 되는 것뿐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 4월에 치른 선발전 결과 하나로 세계선수권, 하계유니버시아드, 실내무도아시아대회의 국가대표를 선발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4월에 일본 자체 선발전을 한 후 5월에 오픈대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호주에서 열리는 팬퍼시픽 대회와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대표 명단을 선정했다.


선수로서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더 힘들 수도 있지만 일본의 국가대표 선발 대회 시스템은 꾸준히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 하도록 되어 있다. 때문에 지속적으로 선수들에 동기부여를 시키고 자기 관리능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선수들도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단계적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 국제대회 출전을 자비로 하거나 해외 전지훈련도 개인적으로 알아보고 자비를 들여 다녀오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국가의 시스템을 이길 수 없다. SK 텔레콤의 지원을 받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박태환이 수영연맹에서는 찬밥취급을 받았을 정도로 아직까지 대한민국의 수영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인프라에서 국가대표 선발에 이르기까지 국가대표를 체계적이고 단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대한민국 수영은 제 2의 박태환이 나타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7년 브릿지스톤과 5년 50억의 후원계약을 체결한 일본의 수영영웅 하기노 고스케


'운동선수'가 아닌 '스포츠 스타'로, 일본의 선수발굴 철학

일본의 한 스포츠관련 홈페이지에 있는 문구다. “우리의 목표는 단순한 리스트의 배출뿐만 아니라 모두가 동경하고 응원하고 싶어지는 매력 있는 선수를 배출하는 것입니다. 이런 '진정한 챔피언'이 될 선수를 한명이라도 많이 배출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며 꿈이기도 합니다.” 일본에서는 운동선수 발굴 육성 프로그램을 따로 진행하기도 했다. 이는 수영 종목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마치 슈퍼스타K, K-POP스타, 프로듀스101과 같은 방송프로그램들이 떠오를만한 시스템이었다.


우리나라 역시 꿈나무 선수 발굴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하지만, 너무 짧은 기간 안에 진행이 되면서 미숙한 일처리를 한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불과 몇 주 전에 실시한 현재 우리나라 수영 꿈나무 선수 선발 시스템을 살펴보면 하루에 50M 기록을 체크하고, 체력측정을 진행한다. 또한 키, 손 크기와 같은 신체조건도 측정한다. 단 몇 시간 안에 선발과정은 끝나게 된다.


실제로 이 과정을 통해 선발된 아이들과 탈락된 아이들이 있는데 아이들은 물론 부모님들도 납득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50M 기록이 더 느린 아이가 키가 크다는 이유로 선발이 되는가하면, 체력이 가장 좋지 않았던 아이가 팔 길이가 길다는 이유로 선발이 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운동선수, 특히 수영선수에게 신체조건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하지만, 수영선수를 꿈꾸는 초등학생들을 단 몇 시간 안에 성장할 수 있는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로 구분 짓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들었다.


그런데 일본의 이 시스템은 보다 효율적이고 선수로 발굴이 되어 지속적으로 육성이 되는 선수는 물론, 과정 이후 선발이 되지 않더라도 충분한 경험과 발전가능성을 안고 나올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3단계로 나뉜다.


STEP1 발굴의 단계에서는 체력과 운동능력을 측정하고, 후에 코치의 눈과 스포츠 과학분석에 근거한 발굴을 한다.


STEP2 검증의 단계에서는 하루 이틀의 측정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잠재력과 적성을 확인한다. 이를 위해 몇 주 또는 몇 개월의 전문 교육을 실시하여 프로그램 전후에 성장률과 선수들의 임하는 자세와 각오 등을 살펴본다.


STEP3 육성의 단계에서는 중앙 경기 단체가 주체가 되어 세계 기준의 육성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이러한 단계를 밟은 선수들은 국가적인 지원과 함께 스폰서가 뒤따른다. 지난 2017년 일본의 수영영웅 하기노 고스케는 일본 최대의 타이어 제조업체인 브릿지스톤과 5년간 50억원이라는 대박 계약을 체결했고,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6관왕에 오른 이케에 리카코는 아직 스폰서를 찾지 못했지만, 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파나소닉과 소니 등 유수의 일본 대기업으로부터 스폰서 제의를 받고 있을 정도로 최고의 선수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경우 SK 텔레콤이 거의 유일하게 수영 선수들을 후원하고 있고, 대부분의 선수들이 체대나 실업팀에 소속된 것을 비교한다면 한국과 일본의 선수육성 및 대우는 천지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수영은 시계전문 제조업체 세이코와 손잡고 수영선수들의 개개인 기록을 모두 데이터베이스화해 공개한다


본인의 기록도 확인하기 힘든 대한민국 수영 전산 시스템

수영선수들이 실제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훈련 시에 자신의 영법 분석, 경기 후에 자신의 구간기록 및 페이스, 자신의 영법을 분석하여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것이다.


선수들을 위한 정보제공은 어떻게 보면 연맹 홈페이지가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20년간 선수생활을 하면서 대회에 출전해 경기가 끝나면 코치님이나 동료에게 다가가 가장 먼저 묻는 말이 “나 몇 초 돌았어?”이다. 이는 예를 들어 자유형100m에 출전했을 경우 전반50m 구간기록을 묻는 것이다. 전광판에는 기록이 보이지만 역영중인 선수들은 기록을 확인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다음 질문은 “쟤는 몇 초 돌았어?”이다. 상대선수의 구간기록도 알아야 다음 경기에서 페이스를 보완하거나 라이벌의 페이스에 대비한 전략을 세우기 때문이다. 


일본의 홈페이지에는 대회에 출전한 모든 선수들의 구간기록을 제공한다. 또한 일본연맹 내에 과학위원회가 존재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레이스 분석 자료까지 제공된다. 이는 선수의 입장에서 볼 때 굉장히 부러운 부분이다. 한국에서는 전담팀이 구성되지 않는 이상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미 이러한 세세한 부분에서부터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한국수영은 일본수영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인 것이 현실이다.


(2편에 계속)

사진=일본수영연맹, 대한체육회, 몬스터짐 DB
글=임다연 (경남체육회 수영선수 겸 DP클럽 코치, dpswim@naver.com)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제품 랭킹 TOP 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