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의 설상 종목 금메달을 안겨준 썰매 황제 윤성빈은 2018 평창올림픽에서 가장 돋보이는 스포츠 스타다. 그 누구보다도 확고한 개성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이유. 그를 상징하는 ‘아이언맨’부터 헬멧을 제작한 국내 기업 홍진HJC, 아이언맨을 상징하는 BGM이기도 한 AC/DC까지 윤성빈을 둘러싼 몇 가지 트리비아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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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아시아=조형규 기자] 최초라는 수식어 뒤에는 항상 많은 것들이 따른다. 앞으로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모두 역사의 한 페이지에 제일 먼저 기록되기 때문. 반복되는 인류의 역사 속에서도 선구자들을 향한 대중의 관심은 언제나 뜨거웠다.

윤성빈(24·강원도청)에 대한 관심도 그렇다.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출신 선수가 올림픽 썰매 종목에서 따낸 최초의 금메달이며, 동시에 한국이 배출한 빙상 외 동계올림픽 종목 최초의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쏟아지는 관심의 포화는 국내를 넘어 국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다름 아닌 그의 별명 ‘아이언맨’을 나타내는 독특한 개성 덕분이다.

윤성빈과 아이언맨을 둘러싼 몇 가지 트리비아를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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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아이언맨이요? 히어로죠. (스켈레톤) 종목에서 저를 상징하기 때문에…….”

윤성빈이 지난달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별명인 아이언맨에 대해 남긴 간단명료한 답변이다.

윤성빈에게 있어서 아이언맨은 특별한 매개체다. 물론 경기 때마다 아이언맨이 그려진 헬멧을 쓰고 나타나 강한 인상을 남긴 윤성빈이지만, 단지 그러한 외양에만 그쳤다면 그런 별명이 붙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언맨에 대한 윤성빈의 애정은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유년시절 친구인 김준호 씨에 따르면 윤성빈은 어린 시절부터 줄곧 아이언맨을 좋아했다고. 미 로이터 통신은 김준호 씨의 “아이언맨이 바로 (윤성빈의) 롤모델이다”라는 말을 인용해 한 차례 보도한 바 있다. 또한 다른 인터뷰에서도 “빨리 아이언맨 차기작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할 정도로 아이언맨 마니아이기도 하다.

하지만 윤성빈이 생각하는 스켈레톤에서의 아이언맨은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엎드려서 타는 스켈레톤 썰매의 주행 모습이 바로 그것.

아이언맨의 비행 장면은 하늘을 나는 다른 캐릭터들과는 조금 다르다. 슈퍼맨을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이 인식하고 있는 하늘을 나는 동작은 팔을 전방으로 뻗는다. 하지만 영화 속 아이언맨은 양팔을 뒤로 젖히고 몸에 가까이 둔 채로 난다. 썰매 위 스켈레톤 선수들의 주행 모습과 꽤 비슷하다. 

이러한 작은 부분에서도 윤성빈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언맨과의 유사점을 찾아냈다.(이는 과거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밝힌 내용이기도 하다.) 여기에 개성 넘치는 헬멧 디자인이 그에게 강렬한 페르소나를 부여했고, 마침내 윤성빈은 진짜 철인(鐵人)으로 거듭났다.

덩달아 신이 난 건(?) 바로 아이언맨과 관련된 창작자들이다. 영화 아이언맨의 감독이었던 존 패브로는 지난 17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빙상의 아이언맨”이라는 말을 남겼다. 또한 마블엔터테인먼트의 모회사인 월트디즈니도 자사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빙상 위에서 펼쳐지는 경합이 아이언맨의 등장으로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중”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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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헬멧

‘아이언맨’ 윤성빈 열풍의 가장 큰 수혜자는 또 있다. 바로 윤성빈의 아이언맨 헬멧을 제작한 홍진HJC다.

머리를 전방으로 향한 채 얼음 트랙 위를 시속 100km가 넘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리는 스켈레톤 종목 특성상 헬멧의 중요성은 그 어떠한 스포츠보다 크다. 한순간의 실수가 선수 생명과 직결되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성빈이 경기에서 아이언맨이 그려진 헬멧을 쓰기 시작한 건 2014년부터다. 당시 윤성빈은 자전거를 비롯한 스포츠 헬멧과 고글 등의 제품으로 유명한 우벡스사의 기성 제품을 사용했는데, 문제는 이 우벡스가 독일 브랜드였다는 점이다.

그동안 썰매 종목은 서구권 선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왔다. 따라서 관련 장비들을 제작하는 회사들도 대부분 유럽 기업이었다. 모든 기성 제품이 서구인 두상을 기준으로 제작된 만큼 윤성빈에게는 맞지 않았다.

이에 윤성빈은 몇 차례 헬멧을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우벡스뿐 아니라 다른 회사의 제품들도 비슷했다. 동양인의 두상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언맨이라는 상징성을 포기할 수 없었던 윤성빈은 그동안 불편함을 감수하고 유럽산 헬멧들을 사용해왔다.

그러한 윤성빈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건 홍진HJC였다.

홍진HJC는 국내 모터사이클 헬멧 전문 제조 기업이다. 바이크 강국인 일본에도 쇼에이, 아라이 같은 유명 헬멧 브랜드가 있지만, 헬멧만큼은 홍진HJC가 오랜 시간 전세계 점유율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을 정도로 업계의 상징적인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 홍진HJC는 모터사이클에 이어 자전거 시장으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UCI(국제사이클연맹)의 프로 사이클팀 중 가장 높은 등급인 월드투어 팀 로또-수달과 스폰서십 계약을 맺고 헬멧을 공급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홍진HJC는 어디까지나 두 바퀴 탈것의 헬멧을 만드는 브랜드였다. 썰매 종목 헬멧은 생소한 분야. 당연히 제작에도 난항이 따랐다. 덕분에 윤형빈만을 위한 완벽한 국산 아이언맨 헬멧의 탄생에만 무려 1년의 시간이 소요됐다고 한다.

윤성빈의 헬멧은 3D 스캔 기술로 두상을 정밀하게 측정한 뒤 보다 더 경량화에 신경 써서 헬멧을 제작했다. 현대에서 가장 가벼운 무게로 높은 강도의 내구성을 갖는 카본(탄소섬유)에 방탄 장비로 활용되는 복합소재를 적용했다. 그렇게 완성된 헬멧의 무게는 630g. 제조사의 설명에 따르면 기성 제품보다 50g 가까이 가볍다고 한다.

 '경량화'는 백 분의 일초를 다투는 모든 레이스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무게가 가벼울수록 주행효율과 속도가 조금이라도 더 상승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사이클 업계의 경우, 단 10g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연구비로 소요되는 금액이 수억에서 수십억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구멍이 뚫려 통풍이 되는 반모 스타일의 사이클 헬멧들의 무게는 보통 200~300g 수준이다. 따라서 동계스포츠용으로 제작된 윤성빈의 스켈레톤용 풀페이스 헬멧의 무게가 630g이라는 것은 얼핏 보아도 매우 가벼운 것임을 알 수 있다. 첨단과학기술이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야이기도 한 경량화 문제에서 630g의 아이언맨 헬멧은 분명 윤성빈의 기록 단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 했던가. 홍진HJC는 마침 윤성빈의 아이언맨 헬멧 디자인을 구현한 새로운 모터사이클 헬멧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기존에도 아이언맨 디자인의 헬멧이 있었지만, 윤성빈 붐을 타고 디자인을 더욱 새롭게 재단장했다고 한다.

물론 개성을 중시하는 바이크 마니아들의 특성상 모두 천편일률적인 아이언맨 헬멧을 쓰고 다니는 그림이 나올지는 미지수(?)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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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DC

2018 평창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2차 레이스가 있었던 지난 15일, 경기가 끝난 직후 재미있게도 국내 온라인 록 음악 커뮤니티가 뜨겁게 달아오른 일이 있었다. 이유는 바로 윤성빈이 골인과 동시에 선보인 제스처.

윤성빈은 2차 레이스 당시 골인과 함께 주먹을 쥔 상태에서 검지와 새끼손가락을 펴들고 환호했는데, 이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화제가 됐다. 이 손동작은 데블혼(영문으로는 보통 ‘Sign of the horns’로 표현)으로 알려져 있는데, 주로 록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 널리 쓰인다. 실제로도 윤성빈은 SBS ‘평창 투나잇’에서 출전 선수들의 신청곡을 받는 ‘영웅의 신청곡’ 인터뷰에서도 “AC/DC 노래 있어요”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가 언급한 AC/DC는 1973년 호주에서 말콤 영, 앵거스 영 형제가 결성한 전설적인 하드록 밴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록 앨범으로 기록된 명반 'Back in Black'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총 2억 장 이상의 음반을 팔아치웠고, 이미 2003년 록큰롤 명예의 전당에도 입성한 록 역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런데 윤성빈이 AC/DC를 좋아하는 이유 역시 아이언맨과 관련이 깊다. 바로 영화 아이언맨 2 OST가 모두 AC/DC의 곡들로 꾸며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언맨 2편까지 감독을 맡은 존 패브로는 AC/DC의 광적인 팬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아이언맨을 상징하는 음악이 AC/DC의 곡들로 점철된 것은 전적으로 패브로 감독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

윤성빈이 좋아하는 AC/DC는 예부터 전통적으로 스포츠 스타들에게도 꾸준히 사랑받아온 밴드다. 많은 스포츠 선수들이 AC/DC의 음악을 찾았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존 스몰츠는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던 2000년대 초반 자신의 등장 곡으로 ‘Thunderstruck’을 애용했다. ‘Hells Bells’는 2000년대 최강의 헤비급 복서였던 비탈리 클리츠코의 상징과도 같은 등장 음악이었으며, 종합격투기 선수 리치 프랭클린도 등장 곡으로 ‘For those about to Rock(We salute you)’를 썼다.

하지만 윤성빈이 좋아하는 AC/DC의 음악은 결국 신청곡으로 사용되지 못했다. ‘영웅의 신청곡’ 인터뷰 당시 “즐겨 듣는 노래는 입에 담을 수 없는데”라고 말했는데, 아마도 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표현(?)이 가사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많은 팬이 추측하고 있다. 대신 윤성빈은 “그냥 설날 노래(까치까치 설날) 틀어주세요”라며 위트 넘치는 대답을 내놓으며 예능감을 뽐내기도 했다.

아마도 향후 윤성빈의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사에서는 그의 취향과 캐릭터를 고려해 배경음악으로 AC/DC의 음악을 사용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사진] 윤성빈 인스타그램/HJC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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