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에 때아닌 실버 열풍(?)이 불고 있다. 옥타곤을 떠난 파이터들이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올 기회를 엿보고 있다. 특히 UFC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면서 이미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된 척 리델과 유라이아 페이버는 충분히 현역으로 뛸 수 있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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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최근까지도 훈련을 계속 해왔고, 지금도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거든요. 어떤 오퍼가 오느냐에 따라 달렸지만, 차엘 소넨은 제가 MMA로 돌아가기 위한 좋은 워밍업이 될 것 같군요. 티토 오티즈와의 맞대결도 꽤 흥미로운 매치업이 될 겁니다." (척 리델)

[스포츠아시아=조형규 기자] 파이터들의 최초 은퇴 발표는 조금 걸러서 들을 필요가 있을까?

은퇴를 선언하며 옥타곤을 떠난 파이터들의 은퇴 번복이 이어지고 있다. 복귀에 대한 속내를 밝힌 파이터들의 입지 또한 다양하다. 은퇴가 시기상조였다고 평가 받는 파이터부터 이미 UFC 명예의 전당에 올라 화석(?)이 된 파이터까지 위치를 가리지 않는다.

수많은 복귀 희망자 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빅네임 파이터는 바로 척 리델이다. 리델은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TMZ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현재도 지속적인 훈련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은퇴한 리델의 복귀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주파가 WME-IMG에 UFC를 매각하면서부터다. 

WME-IMG는 지난 2016년 7월 UFC를 인수하면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거액에 UFC를 사들인 대신 다양한 창구를 통해서 경비를 절감하고 수익을 내려는 일환이었다. 이 과정에서 UFC의 사업개발 부사장에 올라있던 리델 또한 해고됐다.

실제로 리델은 2010년 은퇴 직후 UFC의 사업개발 부사장을 지냈다. 하지만 리델의 직책은 실제 출근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직함뿐인 부사장으로, 이는 2009년 명예의 전당에 오르고 2010년 은퇴한 그에게 UFC가 준 일종의 노후 대책이었다. 결국 소유주가 새로 바뀌자 비용 절감 차원에서 구조조정 대상 1순위가 된 리델은 일자리를 잃었다.

절묘하게도 새로운 소유주인 WME-IMG가 리델을 해고하던 시점부터 복귀 이야기가 조금씩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2016년에도 존 존스를 잡을 수 있다는 말을 남긴 리델은 지난해에는 "합당한 대전료만 보장된다면 당장 옥타곤에서 싸울 수 있다"는 발언까지 던지기도 했다.

13일 TMA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전한 발언은 더 구체적이었다. 리델은 "(복귀) 가능성은 충분하다. 나는 최근까지 계속 훈련을 해왔고, 지금까지도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델은 구체적인 복귀전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어떤 오퍼가 오느냐에 따라 달렸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차엘 소넨은 내가 종합격투기로 돌아가기 위한 좋은 워밍업 상대가 될 것"이라고 밝힌 리델은 이어 "티토 오티즈와의 맞대결은 굉장히 좋은 매치업이 될 것이다. 다만 티토가 나와는 절대 싸우지 않으려 한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어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복귀 카드를 꺼내 든 건 리델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브래드 피켓전을 끝으로 옥타곤을 떠난 유라이아 페이버 또한 이 대열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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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버의 경우는 더 구체적이다. 2016년 은퇴를 선언했지만 페이버는 지난해에도 USADA(미반도핑기구)로부터 세 번이나 불시 약물검사를 받았기 때문.

현재 UFC는 지난 2015년부터 USADA의 관리하에 보다 강력한 약물검사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규정에 의하면 UFC-USADA 공조 체제에서 시행되는 시행 되는 불시 약물검사는 USADA의 관리 대상 영역에 포함된 현역 파이터들에게만 이뤄지는 절차다. 즉, 페이버는 다른 은퇴 파이터들처럼 USADA 검사영역 재진입을 위한 4개월간의 기간 없이 복귀 의사만 있다면 곧바로 경기를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점을 강조한 페이버는 13일 'MMA 파이팅'과의 인터뷰에서도 "나는 비즈니스적인 기회를 항상 열어둔다. 난 평생 약물을 복용한 적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USADA 테스트 풀에 내 이름이 올라가있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다"고 밝혔다.

페이버는 또 "(USADA의 테스트풀에 여전히 남아있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만약 누군가가 나와 싸우길 원한다면 4개월의 대기기간 없이 바로 경기를 뛸 수 있다. '큰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라도 뛰어들 준비가 되어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도 페이버는 지난해 자신의 팀메이트인 코디 가브란트가 TJ 딜라쇼에게 패배해 밴텀급 타이틀을 잃었을 당시, "물론 가브란트와 딜라쇼의 리턴매치가 우선이다. 하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딜라쇼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 복귀에 대한 가능성을 조심스레 내비친 바 있다.

맷 브라운은 한발 더 나아갔다. 지난해 3연패를 달리며 급속도로 기량이 하락한 탓에 은퇴를 결심한 그였다.

그런데 "11월 디에고 산체스와의 경기가 은퇴전"이라고 공언했던 브라운은 멋진 엘보로 KO승을 거두자 생각이 바뀌었다. 은퇴를 번복하고 지속적으로 옥타곤에서 파이터 커리어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미 브라운은 오는 4월 카를로스 콘딧과의 경기가 확정된 상태다.

브록 레스너의 복귀도 관심거리다. 지난 2016년 UFC 200에서 마크 헌트를 상대로 3라운드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지만 이후 약물검사에서 적발되어 무효경기가 됐다. 

이후 레스너는 다시 프로레슬링 무대로 돌아갔다. 애초에 레스너의 당시 복귀전도 일회성으로 여겨졌던 탓에 그의 옥타곤 재입성은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최근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가 레스너의 복귀를 언급한 덕분에 다시금 화제가 됐다. 마침 레스너와 WWE의 계약은 오는 4월까지다. 이후 레스너가 WWE와 계약 연장을 하지 않는다거나, 혹은 지난 2016년처럼 UFC 경기 출전을 옵션으로 넣어 계약을 갱신한다면 얼마든지 출전 가능성이 생긴다. 

다만 은퇴 파이터들의 이러한 행보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옥타곤 재안착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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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난해 은퇴를 번복하고 복귀한 BJ 펜이 좋은(?) 선례를 남겼다. 펜은 지난 2014년 3연패를 당한 뒤 옥타곤을 떠났으나 2017년 이를 번복하고 다시 UFC로 돌아왔다.

심지어 펜은 체격적인 경쟁력을 갖기 위해 복귀 체급을 페더급으로 정했다. "웰터급과 라이트급에 이어 페더급 타이틀까지 따내 사상 최초의 3체급 챔피언이 되겠다"며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펜은 더이상 옛날의 펜이 아니었다. '천재'라고 불리던 그의 경기력은 세월의 직격탄을 정면으로 맞았다. 복귀전에서 야이르 로드리게즈에게 일방적으로 타격을 허용한 끝에 처참한 2라운드 TKO패를 당했고, 데니스 시버 전에서도 무력한 모습을 보이며 3라운드 메이저리티 판정패를 당했다.

현재 종합격투기 5연패를 달리고 있는 펜은 지난 2010년 맷 휴즈전 이후로 단 한 번의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펜의 전례를 볼 때 은퇴 번복 후 돌아오는 파이터들의 관건은 결국 신체나이와 경기력의 노쇠화가 얼마만큼 진행됐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 ⓒZuffa, LLC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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