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터에게 전승 무패라는 전적은 듣기만 해도 완벽해 보인다. 하지만 이 무패 전적은 양날의 검이다. 오랜 세월 공들여 쌓은 탑이 단 한 번의 패배로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의 커리어는 항상 칼날 위를 걷는 것과도 같다. 8전 무패 전승 피니시의 국내 최고 유망주 조성빈은 과연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그 칼날 위를 걷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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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부담이 진짜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죠. 예전에는 항상 '판정 가지 말고 피니시 시켜야지, 꼭 이겨야지'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하지만 그런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면 오히려 자신을 괴롭히는 겁니다. 스스로 압박감과 부담을 주는 거거든요. 지금은 그저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고 이기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조성빈)

[스포츠아시아=조형규 기자] 프로 종합격투기 8전 8승 무패. 게다가 전승 피니시. 승률 100% 전적의 주인공은 바로 익스트림컴뱃 소속의 TFC 파이터 조성빈(25, 익스트림컴뱃)이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해 보이는 기록이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단 한 번의 패배, 단 한 번의 판정승마저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무패 파이터들이 안고 가야 할 숙명이기도 하다.

그런데 조성빈은 웃었다. "그런 (리스크에 대한) 걱정이 진짜로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라며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대답은 담담했고, 또 소탈했다. "시합을 무조건 피니시하고 끝내야겠다는 게 어찌 보면 부질없는 생각이에요. 스스로에게 부담을 주는 거죠. 그냥 재미있게 게임을 이긴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려고 합니다"라고 했다.

4(T)KO, 4서브미션, 8전 무패 전승 피니시라는 기록으로 무섭게 전진하는 국내 종합격투기 최고의 기대주인 '팔콘' 조성빈을 직접 만났다.


■ "케이지요? 제집 같고 아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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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구면이긴 한데 인터뷰는 처음이네요. 먼저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안녕하세요. 익스트림컴뱃 소속의 팔콘 조성빈입니다.

Q. 반갑습니다. 요즘 날씨가 정말 춥죠? 경기 앞두고 훈련하는데 힘들진 않던가요? 체육관으로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다던가(웃음).
▲안 그래도 겨울에 한 달 정도 푸캣으로 훈련을 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시합이 잡혀서 일정을 모두 취소했어요. 춥지만 열심히 땀 흘리면서 그 열기로 운동하고 있습니다.

Q. 어느 체육관인가요? 특별히 푸캣을 찾는 이유가 있나요?
▲푸캣탑팀 쪽을 많이 갔습니다. 타이거 무에타이도 갔었고요. 일단 우리나라는 겨울이 너무 춥잖아요. 그런데 겨울에 푸캣 가서 운동하면 일단 날씨에 대한 걱정이 없으니 우선 부상에 대한 걱정이 없어진다는 점이 있죠. 사실 기술적인 면을 크게 배운다기보다는 외국 파이터들과 몸을 섞어 보면서 시야를 넓힌다는 관점이 가장 큽니다.

Q. 원래 작년 12월 TFC 16에서 템류크 버카모프와 경기가 잡혔다가 막판에 취소됐잖아요. 이번 최승우와 타이틀 경기가 다시 잡히기까지 조금 답답하기도 했을 것 같은데.
▲사실 시합 취소야 해외에서 뛸 때도 그런 적이 많아서 신경 쓰거나 힘든 건 전혀 없어요. 어차피 그걸로 잃은 것도 없고, 오히려 그 경기를 준비하면서 한층 성장한 덕분에 그걸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Q. 그런데 공교롭게도 경기가 취소된 그 날, 같은 팀 김재웅 선수가 최승우 선수에게 패배해서 타이틀을 빼앗겼죠. 어찌 보면 본인의 시합 취소보다도 더 심란했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그때 2층에서 경기를 보고 있었어요. 그래도 재웅이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2라운드에서 한 명이 푹 쓰러지더군요. 거리가 멀어서 처음에는 '설마 재웅이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재웅이었어요. 그 순간 울컥해서 저도 모르게 케이지로 뛰어 올라갔습니다.

Q. 아~ 그리고 나서 김재웅 선수의 복수를 하고 싶다며 최승우 선수와 싸우고 싶다고 했었죠? 전 그게 사전에 있었던 이야기인 줄 알았어요.
▲아니에요. 진짜 리얼이었습니다(웃음). 친동생과도 같은 재웅이가 그렇게 쓰러지니깐 슬픔과 분노가 뒤섞이면서 감정이 복받쳐 올라서 그만...

Q. 그래도 지금 보면 이게 대회사의 스토리텔링 측면에서도 그림이 잘 그려진 것 같아요. 어쨌든 조성빈 선수도 해외에서 챔피언 기록이 있지만, 국내 단체에서는 첫 타이틀전입니다. 준비는 잘 되고 있나요?
▲장점을 살릴 건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승우 선수 경기 영상 보면서 장단점 파악하고 대비하고 있어요.

Q. 사실 그동안 해외에서만 뛰다가 지난해 TFC 15에서 치른 나카무라 요시후미전이 국내 팬들에게 제대로 보여준 첫 시합이었잖아요. 어떻던가요?
▲그전에 쿤룬파이트에서 주로 경기를 했었는데 쿤룬은 경기장이 링이잖아요. 굉장히 뻥 뚫려있는 느낌이었죠. 그런데 한국 무대는 케이지입니다. 그동안 항상 케이지에서 운동하다 보니 아늑하다는 기분이 먼저 들었어요. 첫 국내 시합이라서 어느 정도 긴장감도 있었는데 편한 느낌이 훨씬 컸어요. 게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첫 경기라고 생각하니 각오도 제대로 다지게 됐고, 그만큼 더 열심히 준비했죠.

Q. 그런데 그 경기에서 또 2라운드 TKO로 8연승, 또 전경기 피니시 기록을 이어가게 됐죠. 실제로 요시후미가 헤드무빙도 활발하고 스텝이 좋아서 그렇게 한 방에 끝내기가 꽤 까다로운 파이터거든요. 
▲일단 요시후미의 태클에 대한 디펜스를 많이 연습했습니다. 그리고 들어오는 타이밍에 어퍼 쳐서 보냈는데, 사실 그 어퍼가 관장님과 진짜 엄청나게 연습했던 부분이거든요. 케이지 올라가기 직전까지 무대 뒤에서도 팀 동료들이랑 계속 연습했던 게 어퍼였어요. 많은 동작을 연습한 덕분에 시합에서도 그 부분이 잘 나온 것 같습니다.

Q. 그렇군요.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한 만큼 되지 않았던 점이 있다면요?
▲붙으면 빰클린치 잡고 했는데 요시후미 주먹에 크게 파워가 있다기보단 살기 위해 친다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솔직히 빰클린치에 자신 있었는데 (경기에서) 너무 파닥거린 것 같아서 그 부분은 더 연습해야 될 것 같습니다(웃음).

Q. 그래도 요시후미 선수가 그 어퍼를 맞고 턱뼈가 부서졌다고 알고 있는데, 혹시 그 후로 이야기 나눠본 적이 있나요?
▲지금도 가끔 연락하면서 서로 안부 묻고 있어요. 요시후미 선수는 제가 일본 놀러 오면 온천 데려가겠다고 하던데요(웃음).


■ 타격 약한 주짓떼로에서 스트라이커가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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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조성빈 선수의 강점인 타격 말인데요. 아무래도 아마추어 시절 입식 경력이 원동력인 것 같은데... 격투기를 처음 시작한 게 킥복싱이었나요?
▲아닙니다. 원래 태권도를 먼저 하다가 투혼정심관에서 MMA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원래 제 격투기 베이스가 주짓수였습니다. 타격을 잘 못 했거든요.

Q. 반전인데요? 놀랍네요. 주짓떼로에서 어떻게 타격가가 될 수 있었던 건가요?
▲대학 진학을 고민하던 무렵이었는데, 그 당시 운동에 대한 확신이 없어 조금 갈팡질팡하던 시기였거든요. 그때 다시 체육관을 찾다가 이때 타격을 보완하는 게 좋을 것 같아 2년 정도 무에타이 체육관을 다녔습니다. 거기서 타격을 보완하게 됐죠.

Q. 그러고 보니 김재웅 선수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팀 선수들의 타격가 기질이 익스트림컴뱃 임재석 감독님 스타일도 많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레슬링이나 그라운드를 소홀히 하는 건 아닌데, 그래도 일단 MMA 경기는 서서 타격을 내면서 시작하니까요 

Q. 그렇다면 주짓수는 지금 무슨 벨트인가요? 기/노기 중에 어떤 걸 선호하시는지.
▲블루벨트입니다. 노기를 주로 하는데, MMA 때문에도 그렇지만 기 주짓수를 하면 손가락이 아파서(웃음).

Q. 네. 이제 타이틀전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챔피언 최승우가 그동안 길영복, 이민구, 김재웅 같은 강자들을 많이 꺾어왔는데, 상대를 어떻게 보시나요?
▲잘 하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무에타이 전적이 50전 이상 된다고 알고 있는데 아무래도 그 부분을 무시할 순 없겠죠. 입식 경기를 많이 뛴 만큼 그 부분을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타격을 빼지는 않을 겁니다. 스탠딩에서 붙어도 충분히 이길 수 있고, 그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또 그렇게 운동하고 있고요. 

Q. 혹시 최승우 선수 경기는 모두 보셨나요? 상대 선수의 경기를 자주 보는 타입이신지.
▲봤습니다. 일단 제 경기는 항상 시합 끝난 뒤 보면서 연구하는 편이고요. 시합이 확정된 상대 선수의 영상 같은 경우 여러 경기들을 딱 한 번씩만 봅니다.

Q. 한 번씩만요?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경기를 맨 처음 볼 때 확 집중해서 보면 장단점과 상대의 습성, 자주 하는 버릇들이 바로바로 보여요. 그런데 한 경기 영상을 여러 번 반복해서 보면 오히려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가 있더군요. 그래서 경기 당 딱 한 번씩만 보는 편입니다. 

Q. 그렇군요. 어쨌든 상대 최승우 선수 스타일도 그렇고 화끈한 타격전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습니다. 경기가 어떤 양상으로 흘러가게 될까요?
▲일단은 당연히 그렇게 타격으로 갈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어디선가 글을 하나 본 기억이 나요. '둘 중 누군가가 기습 태클을 걸 수도 있다'고...(웃음) 분명 그런 상황도 올 것 같은데 일단 기본은 타격전이 되지 않을까요?

Q. 이번 경기는 타이틀전도 그렇지만 아무래도 팀 동료를 위한 리벤지 매치의 성격도 강한데, 혹시 최승우 선수에게 남기고 싶은 한 마디 남겨주실 수 있나요.
▲2월 22일까지 웃으면서 벨트 잘 보관해주세요. 2월 23일 이제 그 웃음과 벨트를 제가 싹 가져가겠습니다.


■ 피니시 강박관념은 자신을 괴롭히는 길..."즐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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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궁금한 게 있는데 어디 출신이시죠?
▲서울 토박이입니다. 1992년생이에요.

Q. 재미있는 게, 지난 TFC 16에서 케이지에 올라와 '친동생 같은 재웅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때 격투 커뮤니티 반응이 조성빈 선수 나이가 더 많은 걸 알고 깜짝 놀라는 분위기였어요. 아시나요?
▲정말요? 저는 지금 처음 들었어요. 그런데 기분은 좋은데요(웃음).

Q. 격투기를 처음 시작하게 된 건 언제였나요?
▲어렸을 때부터 정말 많은 운동을 했어요. 수영, 골프, 태권도, 유도에 필라테스랑 요가도 했었죠. 그중에서 태권도를 조금 꾸준히 했는데, 중학생이 되면서 격투기에 빠지게 됐습니다. 

Q.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만화 <더 파이팅>에 나오는 주인공 일보가 열심히 운동하고 경기 준비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더라고요. 남자답고 열정적인 모습에 반했는데, 마침 동네에 종합격투기 체육관이 있어서 다니게 됐죠.

Q. 최두호 선수도 <더 파이팅> 이야기하던데, 정말 파이터들을 케이지로 이끈 악마의 입문서네요(웃음).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하셨을 텐데, 어떻게 프로 파이터가 됐나요?
▲처음엔 취미로 배우려고 학생부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운동하면서 스파링하던 제 모습을 보고 당시 선수부에 있던 형이 선수 해볼 생각 없냐고 권하더라고요. 그렇게 선수 시작하면서 스피릿 MC 아마추어 시합도 나갔죠. 그때 경기에서 한 번 이겼는데 기분이 너무 좋더군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고. 그 한 번의 마약 같은 승리에 빠져서 지금에 이르게 됐습니다.

Q. 그럼 대학 진학도 포기하고 계속 선수 생활을 하신 건가요?
▲고3때 운동을 관두고 체대 입시를 준비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한 6개월 공부를 하니깐 운동이 너무 하고 싶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운동을 하게 됐는데, 막상 운동하니깐 또 학교도 가고 싶고 엄청 갈팡질팡했죠. 그런데 아버지께서 "그렇게 고민할 거면 차라리 군대 먼저 가서 생각해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입대했죠.

Q. 군필이셨군요.
▲네. 육군 조교 출신입니다.

Q. 그래도 운동선수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한 병역 문제를 일찍 해결해서 다행이네요.
▲그런데 전 그 부분에서 조금 생각이 달라요. 다들 선수는 군대 안 가면 좋다고들 하는데, 전 오히려 군 생활이 선수로서 한 템포 더 쉬어가면서 재정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봅니다. 만약 부상이 있으면 군대에서 충분히 몸을 다시 만들 수도 있고요. 

Q. 의외네요. 조성빈 선수는 어땠나요?
▲저 같은 경우는 이 운동을 계속해야 하나 고민하던 시기였거든요. 아버지 말씀도 있었고 차라리 군대 먼저 가자는 생각에 지원해서 입대했는데, 그제서야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목표가 정확히 세워졌습니다. 다들 군대 가면 시간이 아깝다고들 하잖아요. 하지만 그곳에서 배우고 얻어올 수 있는 나름의 것들이 있기에 전 군대 다녀오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왠지 전역 후에 더 강해진 것 같기도 하고... 저는 지금도 캠프처럼 며칠 다녀오라고 한다면 가보고 싶어요(웃음). 

Q. 어떻게 그런 끔찍한 소리를...(웃음) 그래도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니 부모님께서 격투기에 대한 거부감 없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시는 것 같네요.
▲네. 그런데 사실 아버지와 달리 어머니는 엄청 반대하셨어요. 처음에는 엄청 싸웠죠. 그래도 어머니께는 일단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고,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행복하잖아요'라는 식으로 부드럽게 설득했습니다.

Q. 결국 그렇게 파이터로서 프로 8전 전승 무패라는 기록을 거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무패 전적이 어찌 보면 칼날 위를 걷는 셈이잖아요. 한 번이라도 지면 리스크가 크니까요. 두려움은 없나요?
▲정말 수도 없이 많이 생각해왔던 부분입니다. 질문도 엄청 많이 받았죠. 높이 쌓아온 탑이 한 번에 무너지는 건데, 오히려 그렇게 되기 싫어서 그만큼 더 열심히 준비하고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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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런데 이게 또 전승 피니시입니다. 혹시라도 나중에 판정을 가게 된다거나 지루한 경기로 흘러가게 됐을 때 쏟아질 팬들의 야유나 실망감들, 이런 점으로 위축될 수도 있잖아요.
▲그런 부분이 정말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예전에는 항상 '판정 가지 말고 피니시 시켜야지, 꼭 이겨야지'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요시후미전 때를 생각해보면, 그때도 1라운드에서 끝낼 생각이었는데 2라운드로 넘어갔거든요. 다행히 2라운드에 쓰러뜨리긴 했지만, 경기가 끝나고 생각해보니 그런 생각이 이제는 부질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Q. 어떤 면에서요?
▲ 상대를 끝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면 오히려 스스로에게 압박감과 부담을 쌓는 거거든요. 그건 자신을 괴롭히는 겁니다. 이제는 '무조건 이걸로 이겨야겠다, 피니시 시켜야 한다'는 생각보다 '그냥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고 이기면 된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뀌었어요.

Q. 그렇군요. 아, TFC 오기 전에는 주로 쿤룬파이트에서 싸우셨잖아요. 워도그랑 ACF도 있었고. 특히 쿤룬에서는 입지도 꽤 좋았는데 국내 유턴을 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역시 사드 문제?
▲네 맞아요. 그 당시에는 조금 짜증도 났죠. 어디로 갈까 고민도 많았는데 제가 크리스천이거든요. 지금 돌이켜보니 신께서 정해주신 길이라 생각하고, 그냥 내가 가야 할 길이 그쪽이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하잖아요(웃음).

Q. 일본과 중국, 그리고 한국에서 뛰면서 각각의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일본에서는 정말 작은 단체에서 뛰었는데 그땐 선수 초창기라서 엄청 긴장했던 기억이 납니다. 중국 같은 경우는 첫 시합을 고산지대에서 뛰었는데, 앞선 경기에서 이긴 선수들도 죄다 쓰러져있고 실려 나가고 난리가 아니었죠. 쿤룬파이트 때는 관객분들이 많이 알아봐 주셔서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국내 경기는 딱 한 번 뛰었지만 가장 좋았어요. 케이지 안에 들어선 순간 마치 내 집 같고 편안했습니다. 


■ TFC 17 페더급 타이틀전, 빅리그 진출의 교두보 된다

Q. 닉네임이 '팔콘'인데요. 이 별명은 어떻게 붙은 거죠?
▲아... 근데 저도 이게 어디서 어떻게 붙었는지 잘 모릅니다.

Q. 외국에서 뛰면서 자연히 관계자나 팬들이 붙인 별명인가 봐요?
▲그런 것 같아요. 팔콘(Falcon)이 '매'잖아요. 매는 사냥감이라는 목표를 발견하면 어떤 새보다도 빠르게 날아가서 낚아채는데, 아마 찬스가 오면 놓치지 않고 한 방에 낚아채는 모습을 보고 붙여준 게 아닐까요? 그런데 사실 저도 정확한 건 몰라요(웃음).

Q.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도 별명이 '이글'이던데, 꼭 같은 길을 걸었으면 좋겠네요(웃음). 그러고 보니 지금 8승 무패라 전적관리가 잘 되어있어서 빅리그 진출에 대한 욕심이 날 법도 할 텐데요. 특별히 컨택이 온 곳은 없나요?
▲그렇지 않아도 작년에 요시후미전 승리하고 난 뒤 UFC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프로필을 보내줬고, UFC에서는 다음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겠다고 했는데 그게 바로 취소된 버카모프전이었던 거죠. 당시 버카모프도 7승 무패였거든요. 그래도 아마 이번 경기의 결과에 따라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됩니다. 

Q. 오, 저도 기대가 됩니다. 그나저나 조성빈 선수의 강점 중 하나는 역시 피지컬인데, 도저히 페더급 파이터라고 믿기지 않는 큰 키에 탄탄한 근육질입니다. 혹시 신장과 평체는 어떻게 되나요?
▲사실 그렇게 많이 나가진 않아요. 키는 180cm고 평체는 73kg입니다.

Q. 73kg이요? 놀랍네요. 페더급 한계체중에서 거의 6~7kg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네요?
▲많은 분이 몸 상태만 보고 73kg이라고 하면 다들 거짓말하지 말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정말 평체가 73kg이예요. 신체적인 부분은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좋은 DNA를 가지고 열심히 운동한 덕분에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Q. 아무래도 감량 폭이 큰 다른 선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량 스트레스는 덜할 것 같아요.
▲맞아요.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감량고는 크지 않습니다. 일단 수분을 과도하게 빼는 다이어트를 하는 편도 아니고, 식단 관리도 한 5일 정도만 잡고 운동하면서 빼는 편이에요.

Q. 감량 폭이 작은데 혹시 밴텀급 감량을 고민해보신 적도 있나요?
▲일단은 페더급에서 계속 활동할 생각이지만 밴텀급도 한 번 생각해 본 적이 있긴 해요. 하지만 감량을 많이 해서 체급을 낮추는 게 마냥 좋은 건 아니잖아요. 체중에 맞는 컨디셔닝이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페더급에서 뛸 생각입니다. 완력적인 부분에서도 페더급에서 딱히 밀린다거나 힘든 걸 느껴본 적도 없고요.

Q. 혹시 이 큰 키가 학창시절부터 이어진 키였나요? 
▲학창시절에는 큰 편이 아니었어요. 그냥 평균 정도였죠. 그런데 어느 순간 이렇게 커졌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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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 그래도 큰 키와 넓은 가슴 때문에 타투가 더 부각되는 것 같네요(웃음). 그러고 보니 타투가 궁금한데, 혹시 의미를 물어봐도 될까요?
▲제가 좋아하는 성경 구절 중에 여호수아 1장 9절이 있어요.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하시니라'라는 말인데, 저도 사람인지라 경기를 하다 보면 강한 상대를 만나서 긴장하고 두려워할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신이 언제나 함께한다는 말을 저는 함께 싸워주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아무리 강한 상대라도 전 그 누구보다도 강하고 든든한 백과 함께 싸운다는 뜻이죠.

Q. 그런 의미였군요. 한 가지 또 주목할만한 점이, 조성빈 선수를 보면 그동안 딱히 큰 부상 없이 지금까지 튼튼하게 선수 생활을 해오고 있더라고요. 내구도도 굉장히 좋은 것 같은데 비결이 있나요?
▲전 일단 아프면 무조건 쉽니다. 그리고 병원 가서 바로 치료받고 약 먹어요. 어디가 아픈데 무리해서 참고 한 번이라도 훈련하면 그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병이 나고 독이 됩니다. 조금이라도 아프면 무조건 쉬고, 대신 다음 날 두 배로 열심히 해야죠.

Q. 그렇군요. 오는 23일 경기에서도 부상 없이 좋은 결과 있기를 기대할게요. 
▲감사합니다. 2월 23일 챔피언전에서 제가 벨트 매는 모습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절 응원해주시는 팬 여러분 언제나 응원 부탁드리고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랑합니다(웃음).

[사진] 조형규/TFC 제공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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