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지의 프로생활은 파란만장 그 자체였다. 입단 첫해인 2006-2007 시즌 신인왕을 수상했지만, 시즌 후 이숙자의 보상선수로 현대건설로 이적을 해야만 했고, 슬럼프가 겹치며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하다. 2010년 다시 현대건설에서 황연주의 보상선수로 흥국생명으로, 흥국생명에서 김사니의 보상선수로 인삼공사에 둥지를 트는 등 순탄치 않은 생활을 이어갔다. 2012년에는 갑상선 암이 발견되는 악재가 겹치기도 했다. 그리고 2016년, 서남원 감독이 인삼공사에 오게 되면서 그의 배구인생에는 큰 전환점이 찾아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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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수지는 키가 크기 때문에 ‘미들 블로커로 키우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예전부터 했었어요, 그래서 인삼공사 감독을 맡자마자 수지에게 제의를 했는데, 너무 흔쾌히 받아들여서 놀랐어요, 그래서 미들 블로커로 포지션을 바꾸게 되었죠.”
(KGC 인삼공사 서남원 감독)

[스포츠아시아=반재민 기자] 그동안 10시즌 넘게 세터 포지션을 해오면서 알게 모르게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던 한수지였다. 그랬던 그에게 서남원 감독이 제의한 포지션 변경은 또다른 기회와도 같았다. 한수지는 “서 감독님이 오셨을 당시에 팀 성적도 계속 좋지 않았고, 세터를 하면서 몰아주기 배구 이미지가 컸기 때문에 계속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세터라는 것을 털어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포지션을 한다는 것이 새롭고 좋았다.”라며 당시 상황에 대해 회상했다.

그렇게 포지션을 미들 블로커로 바꾸고 첫 출전한 대회였던 2016 청주 코보컵 대회에서 한수지는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큰 키를 활용한 높은 블로커 라인으로 인삼공사의 높이를 담당한 한수지는 팀을 결승까지 올려놓으며 대회 MIP를 수상하는 등 제 2의 배구인생을 열어가기 시작했다.

시즌에 들어서자 한수지는 미들 블로커와 세터, 심지어는 윙 스파이커 포지션까지 넘나드는 전천후 멀티플레이어로 완벽하게 변모했고, 팔색조 플레이어를 얻은 인삼공사는 3년 만의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한수지가 이 업적에 중심적인 역할을 맡게 된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한수지에게는 남모를 고충이 있었다. 바로 세터본능을 억제하고 주전세터인 이재은에게 토스를 양보하는 일이었다. 한수지는 “아무래도 계속 세터를 하다보니 본능을 참는 것이 힘들었다. 지난 시즌에 2단토스를 처리하다가 이재은 세터와 겹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다행히 올 시즌에는 많이 나아졌다.”라고 웃어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세터로서의 자질은 남아있다. 나쁜 리시브에도 때에 따라서 안정적인 2단 토스로 알레나와 채선아, 고민지의 공격을 돕는다. 이에 대해서 한수지는 “이제 2단 토스를 실수하면 안 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진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실수 할때가 있다.”라고 웃었다.

이렇게 한수지가 멀티플레이어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한수지는 첫 번째로 서남원 감독의 믿음을 꼽았다. 한수지는 “내가 안되는 날에도 항상 믿어줬다. 올 시즌에도 첫 경기 빼고는 교체된 적이 없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날에도 계속 믿어주고 기회를 주기 때문에 지금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라며 서남원 감독에게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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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지의 진가가 드러난 경기가 바로 지난달 31일에 있었던 현대건설과의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한수지는 블로킹 5개와 서브에이스 4개를 터뜨리며 10득점으로 팀 승리의 주역이 되었다. 만약 한수지가 미들 블로커가 아닌 윙 스파이커 포지션이었다면 트리플 크라운까지 도전이 가능한 활약이었다. 이날 인터뷰장에 들어선 한수지는 트리플 크라운에 대해 “내가 백어택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자제하고 있을 뿐”라며 웃었다.

이러한 한수지의 활약에 인삼공사 팬들이 붙인 별명은 ’배구천재‘, 하지만 정작 한수지는 그 별명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수지는 배구천재라는 별명에 대해 “배구천재까지는 아닌 것 같다. 항상 어려운 것이 배구이기 때문에 두루두루 이것저것 잘하는 선수라 생각해주면 감사할 것 같다.” 라며 겸손해했다.

한수지는 올 시즌이 끝나면 다시 FA자격을 취득한다. 2012년과 2015년에 이어 어느덧 세 번째 FA를 맞는 한수지의 소감은 어떨까? 한수지는 “FA 치고는 개인성적이 많이 좋지 않아서 아쉽다. 계속 열심히 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한 한수지는 앞으로의 각오에 대해 "너무 욕심을 가지다보면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실수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선수들을 다독이면서 끌고 가겠다. 어차피 지금 승부처라면 잡아야 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왔으니 다들 이겨냈으면 좋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올 시즌 인삼공사의 새로이 입단한 10살 터울 동생 한주은에 대해 “아직 부족하다.”라며 웃은 한수지, 그의 팔색조 매력은 인삼공사를 이끄는 힘이 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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