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욱과 한선수 두 세터의 토스 지략싸움이 천안 유관순체육관을 수놓았다. 비록 승패는 미묘한 차이로 결정되었지만, 두 세터 모두 외국인 선수에만 의존하지 않는 다양한 패턴 플레이를 보여주며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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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아시아=반재민 기자] 1세트부터 현대캐피탈 세터 노재욱과 대한항공의 한선수 세터간의 불꽃튀는 전쟁이 펼쳐졌다. 노재욱이 먼저 문성민과 안드레아스, 신영석을 활용한 다양한 공격패턴을 사용하며 기선을 제압하자, 대한항공은 이에 질세라 가스파리니와 돌아온 진상헌을 앞세워 손에 땀을 쥐는 접전을 이어갔다.

1세트 먼저 승기를 잡은 팀은 현대캐피탈이었다. 현대캐피탈은 문성민의 맹활약을 앞세워 24대 22로 1세트를 먼저 가져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지난 삼성화재전을 통해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모한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쉽사리 무너지지 않았다.

여기에는 노련한 한선수 세터의 볼배분이 있었다. 한선수 세터는 가스파리니에만 의존하지 않고 곽승석에게 빠른 토스를 연결했고 이것이 연속 득점으로 연결되며 승부를 듀스까지 끌고갔다.

노재욱 세터는 당황한 듯 결정적인 상황에서 잔범실로 주도권을 내주기 시작했다. 듀스 상황에서 신영석에게 준 속공이 다소 길었고, 공격은 벗어나며 현대캐피탈은 역전을 허용했다. 간신히 안드레아스의 공격으롣 듀스를 만들었지만, 노련한 한선수는 진상헌과 진성태를 연속으로 활용한 속공토스로 1세트를 따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현대캐피탈의 블로킹 라인도 한선수의 팔색조 토스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분위기를 탄 대한항공과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현대캐피탈의 세터대전은 2세트에서도 계속되었다. 노재욱이 신영석을 이용한 공격보다 문성민과 안드레아스의 공격 비중을 높인 반면, 대한항공은 1세트와 마찬가지로 가스파리니 보다는 정지석과 곽승석을 이용한 오픈토스, 진상헌과 진성태를 적절히 활용한 백 A퀵과 A퀵을 적절히 활용하며 현대캐피탈의 수비 라인을 흔들었다.

1세트와 마찬가지로 노련한 한선수의 토스가 조금 더 정교하고 빨랐다. 세트 중반 정지석과 가스파리니, 곽승석과 진성태가 나란히 득점을 내며 앞서나가기 시작한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의 여오현 리베로가 다소 흔들린 틈을 타 15대10까지 앞서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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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욱도 반격을 시도했다. 안드레아스의 연속 활약으로 12대15까지 따라잡은 상황에서 네트에 붙은 까다로운 공을 재치 있게 넘기며 득점으로 연결시켜 현대캐피탈은 2점차까지 대한항공을 압박했다.

하지만, 한선수는 현대캐피탈에게 더 이상의 추격을 허용하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한선수 세터는 2세트 내내 곽승석과 정지석을 활용해 힘을 비축해둔 가스파리니의 공격 비중을 높였고, 가스파리니는 이를 득점으로 연결시켰고, 조급해진 현대캐피탈은 박주형이 공격범실을 범하는 등 잔 실수가 계속 나오며 23대17까지 점수 차이가 벌어졌고, 결국 2세트의 승부도 한선수의 승리로 결정되었다.

3세트에서도 두 세터는 지략싸움을 펼쳤다. 노재욱은 2세트와 마찬가지로 신영석보다 안드레아스와 문성민 위주의 오픈 공격패턴을 가져갔고, 이따금 송준호의 파이프 공격을 통해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한선수 역시 앞선 세트와 마찬가지로 정지석의 파이프 공격과 곽승석의 오픈 공격을 활용해 경기를 풀어나갔다. 가스파리니는 점수를 확실히 결정지어야 할 상황에만 사용했다.

승부가 기운 것은 진성태의 블로킹이었다. 진성태는 15대15로 팽팽한 상황에서 현대캐피탈의 연속 공격을 가로막으며 17대15 리드를 안겼고, 한선수는 이후 가스파리니의 공격 비중을 높이며 착실히 점수를 쌓아갔다.

반면, 노재욱 세터는 연승을 달릴때와는 다른 오픈위주의 공격패턴으로 가져가다 팀 전체가 흔들려버렸다. 3세트 중반 최태웅 감독으로부터 A퀵을 쓰라는 호된 지적을 받았을 정도로 이전과는 다른 경기운영을 보였고, 결국 이틈을 타 대한항공은 가스파리니의 서브에이스까지 터지며 경기를 결정지었다.

스피드배구를 지향하는 노재욱, 한선수의 불꽃튀는 세터싸움에서 승리를 따낸 것은 노련한 한선수였고, 대한항공은 2위 삼성화재에 이어 1위 현대캐피탈까지 잡아내며 3위 자리를 굳힘과 동시에 후반기 대반전의 서막을 알렸다. 또한, 배구팬들은 두 세터의 지략대결을 흥미롭게 지켜보며 배구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게 했던 이번 경기였다.

사진=KOVO 제공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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