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트를 현대건설에 내주고, 2세트도 12대6까지 뒤쳐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맥없이 셧아웃 패배를 당할 수 있는 위기의 순간, 도로공사의 김종민 감독은 이효희 세터에게 휴식을 부여했다. 그리고 올해 고등학교 졸업식도 아직 하지 않은 신인 세터를 기용했다. 도로공사의 19번 이원정, 그는 2세트 기울어져 가던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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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정 세터가 들어가고 난 후에 분위기를 바꾼 도로공사입니다. 빠르지는 않지만 철저하게 기본기에 입각한 플레이를 하고 있어요. 특히 배유나와 호흡이 정말 좋습니다.”(KBS N 이숙자 해설위원)

[스포츠아시아=반재민 기자] 6점의 점수차, 제아무리 선두를 달리고 있는 도로공사라도 6점의 점수 차를 극복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나 양효진과 김세영의 트윈타워가 버티고 있고, 1세트 엘리자베스와 황연주가 맹활약한 현대건설이었기에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던 도로공사였다.

하지만, 약관의 나이에 불과한 이원정은 자신의 고등학교 선배인 이다영을 상대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선보이기 시작했다. 빠른 토스는 아니었지만, 안정적이었고, 편안하게 공격수 앞으로 볼을 배달했다.

이원정은 10대 15로 뒤진 상황에서 까다로운 2단 연결을 완벽하게 세트로 연결시키며 박정아의 득점을 도왔고, 이어서 엘리자베스의 공격을 임명옥 리베로가 걷어 올리자 완벽한 오버토스로 이바나의 득점을 도왔다. 이원정의 안정적인 토스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원정의 과감함과 안정감을 모두 갖춘 팔색조 토스에 현대건설은 흔들리기 시작했고, 세트의 분위기는 완벽하게 뒤바뀌었다. 행운도 이원정의 편이었다. 14대 16상황에서 정대영에게 준 속공토스가 낮았지만, 현대건설 수비진들이 받아내지 못하는 행운이 따랐다. 어느새 6점차까지 벌어졌던 점수는 어느덧 18대19, 1점차까지 좁혀졌다.

배유나에게 완벽한 이동공격 속공을 연결해준 후 이원정은 웜업존으로 물러났다. 이원정이 분위기를 바꾸자 선배인 이효희 세터가 이원정이 띄운 분위기를 이었다. 엘리자베스의 공격이 범실이 되면서 동점을 만든 도로공사는 이효희의 서브가 그대로 득점으로 연결되면서 20대19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 문정원과 배유나 공격득점이 연속으로 터지며 점수 차이를 벌린 도로공사는 극적인 역전승으로 2세트를 가져가는 데 성공했다. 그 시발점은 바로 이원정의 토스였다.

김종민 감독은 2세트에 이어 3세트에서도 이원정을 투입했다. 16대 14로 앞선 상황에서 이효희의 체력안배를 위해 기용한 것이었다. 초반에는 합이 잘 맞지 않는 듯했다. 박정아에게 올려준 오픈토스가 현대건설 선수들에게 읽히며 차단당했다.

하지만, 이원정은 유독 잘 맞았던 배유나를 다시 활용했다. 배유나는 이원정의 토스를 받아 공격득점을 만들어내며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다소 불안한 토스도 이바나와 박정아가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이원정을 적극 지원했다. 22대 19로 앞선상황에서 이원정은 이효희에 바통을 넘겼고 이효희는 나머지 세트들을 마무리 해내며 팀의 선두질주를 이끌었다.

이날 이원정의 성적은 세트 24개 시도에 13개 성공, 세트당 3.25개를 성공시켰다. 범실은 단 두 개뿐이었다. 김종민 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원정이 분위기를 잘 바꿔줬다.”라며 이원정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미 고교시절부터 이원정은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토스로 2017년 선명여고를 '제28회 CBS배 전국 남녀 중고배구대회' 우승으로 이끈 이원정은 고교시절의 기량을 인정받아 한수진에 이어 1라운드 2순위로 도로공사의 지명을 받았다. 도로공사에는 이미 이효희와 이소라라는 두 거목급 세터가 있었고, 이원정은 하늘과 같은 선배세터들 속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1라운드 초반 이효희가 부진에 빠진 사이 이원정은 이효희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코트를 밟았다. 이원정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자신의 장점인 안정감을 살려 김종민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이효희의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온 후에도 김종민 감독은 이원정의 출전빈도를 다소 크게 가져갔다. 경기 감을 계속해서 살려주기 위한 김 감독의 배려였다.

이원정은 김 감독의 관심을 받고 무럭무럭 자랐다. 기본기가 어느정도 뒷받침이 된데다가 이효희 세터를 보고 배우는 만큼 경기에 적응하는 능력도 아주 빨랐다. 어느 상황에 투입되어도 안정적인 토스로 팀을 이끌었다.

그리고 이원정은 이제 도로공사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보물과도 같은 존재로 떠올랐다. 현재와 같이 체력싸움이 중요한 때에 이효희의 체력안배를 시켜줄 수 있는 것은 물론 경기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분위기 메이커까지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효희를 뒤이어 도로공사의 차세대 세터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다.

자신의 장점으로 안정감을 꼽은 이원정, 도로공사의 고공행진을 지탱하고 있는 힘에는 이효희의 뒤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몫을 해내고 있는 당찬 신인 이원정의 안정감있는 토스가 숨어있다.

사진=KOVO 제공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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