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의 어느 날, 20년 넘게 몸담았던 배구계를 잠시 떠나 제2의 인생을 살기위한 준비를 하고 있던 전 도로공사의 리베로 오지영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바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도로공사에서 함께했던 KGC 인삼공사의 서남원 감독이었다. 그 전화는 오지영에게 제2의 배구인생이 막이 오르는 전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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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이는 (김)해란이가 팀을 떠나기로 결정한 후로 무조건 데려오려고 했던 선수였어요, 유서연과 바꾼다고 말은 많았지만, 저는 모든 것을 다 줘서라도 지영이를 데려왔었을 것 같아요.” (KGC 인삼공사 서남원 감독)


[스포츠아시아=반재민 기자] 서남원 감독의 전화를 받은 오지영은 코트의 다시 돌아오라는 서 감독의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오지영은 그 당시에 대해 “1년을 쉴 동안 배구보다는 다른 길을 갈까 계속 알아보고 있었다. 커피도 배우고 했었는데 배구에 대한 열망은 더욱 커져갔던 상태였다. 내가 배구를 그만두고 싶어서 그만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때 걸려온 서 감독의 전화는 오지영에게 있어서는 황금 동아줄과 같은 것이었다. 오지영은 “같이 배구를 하자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다시 올 수 없는 기회라 생각했기에 정말 기쁜 마음으로 인삼공사라는 팀에 들어왔다. 정말 감독님이 나에겐 은인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서남원 감독에게 깊이 감사해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시작된 배구인생의 2막, 지난 시즌 3위를 차지했지만, 오지영은 FA로 빠져나간 국가대표 리베로 김해란의 큰 공백을 메워야만 했다. 도로공사에 이어 두 번째로 김해란의 공백을 메워야하는 상황에 부담감을 느꼈을 터, 하지만 오지영은 팀원들의 환대에 그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오지영은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 동료들이 정말 많이 환영을 해줬다. 그때부터 내가 팀에 공헌할 수 있는 것들부터 찾아봤다. 우선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그때부터 오지영은 팀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기 시작했다. 경기에서나 훈련에서나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임했고. 후배 선수들을 챙겨주는 엄마와 같은 역할도 수행하며 팀의 엔돌핀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았다. 바로 인삼공사가 추구하는 ‘행복 배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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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나 역시 오지영의 기여에 대해 동의했다. 알레나는 ”포지션 특성상 주목을 받지 못함에도 팀에 득점이 나면 자기가 득점하는 것처럼 기뻐하고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그리고 선참급인데 정말로 배구를 사랑한다고 느끼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즐겁게 배구를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라며 칭찬했다.

하지만 알레나보다도 오지영의 엔돌핀을 받은 수혜자가 있다. 바로 지난해 12월 IBK 기업은행에서 이적해온 3인방인 고민지, 채선아, 이솔아다. 세 선수는 이구동성으로 오지영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채선아는 ”(오)지영 언니가 들어오자마자 정말 잘 챙겨줬다. 경기에서도 어려운 볼은 전부 커버해주고, 일상생활에서도 우리가 팀에 적응 할 수 있게 도와줬다.“며 오지영에게 고마워했다. 고민지 역시 ”팀의 적응에 있어서 동료들이 많은 도움을 줬지만, 지영 언니가 유독 잘 챙겨줬다.“라며 감사해했다.

오지영은 그에 대해 겸손하게 답했다. 오지영은 ”내가 왔을 때 동료선수들이 환영을 해줬기에 다른 선수들이 오면 내가 받았던 환영보다 더 많이 환영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열심히 환영해주고 적응도 도와주고 경기할 때도 열심히 커버해주고 그랬다.“라며 웃어보였다.

팀 분위기만 끌어올린 것이 아니었다. 1년을 쉬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지영은 여전한 수비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상대팀의 강타를 족족 걷어올렸고, 서브 리시브 또한 다른 선수들의 실수를 커버해가며 득점을 만들 수 있게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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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의 올 시즌 디그 성공은 529시도에 447성공, 세트당 5.81이 넘어가는 놀라운 성공률이다. 김해란의 지난시즌 디그였던 6.18개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리시브 성공률에서는 김해란을 넘어섰다. 올 시즌 오지영의 리시브 성공률은 54.31%, 지난시즌 김해란이 기록한 49.6%를 상회하는 성공률로 인삼공사의 수비 안정화에 주역이 되었다.

이에 대해서 오지영은 ”심적으로 편하기 때문에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라고 운을 뗀 후, ”감독님의 배려가 크다. 감독님이 원하는 배구를 하라고 하시는 순간 신이 나서 내가 할 수 있는 배구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실력이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비결에 대해 이야기했다.

기존 김해란의 공백을 잘 메워주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 (김)해란 언니의 빈자리를 메우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이어서 ”그래도 해란 언니보다는 파이팅이 좋은 것이 장점이기 때문에 파이팅 넘치는 리베로로 팀에 기여하고 싶다.“라며 웃어보였다.

사실 오지영의 원 포지션은 리베로가 아니었다. 입단 당시 윙스파이커로 프로에 입단한 오지영은 강력한 서브를 무기로 강력한 원포인트 서버로 성장해나갔다. 2009-2010 올스타전에는 아직까지 깨지지 않는 국내선수 신기록인 95km로 서브퀸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리베로로 고정이 된 만큼 훈련에서나 공격수들의 리시브 훈련에만 서브를 넣고 있다. 이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오지영은 ”없다면 거짓말이겠죠?“라고 웃었다. 이어 ”하지만, 리베로가 지금은 재미있고, 행복하기 때문에 큰 욕심은 없다. 그래도 올스타전에서 서브를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볼거리가 많아지기 때문에 좋을 것 같고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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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서 뿐만 아니라 팬서비스에서도 오지영은 친절한 선수로 명성이 자자하다. 오지영은 SNS를 할 때마다. 팬들의 댓글에 일일이 답을 달아주며 고마움을 나타내고, 때론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며 피드백을 받는다. 친절한 팬서비스의 비결에 대해 오지영은 ”나에게 많은 관심을 준 적은 처음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이분들에게 보답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모든 팬들에게 친절히 대하자.’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팬들의 댓글은 웬만하면 다 답을 해주려고 한다.“라며 겸손해했다.

위기를 넘어 제 2의 배구인생을 살게 된 오지영, 그가 말하는 최종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뒤늦게 주전을 꿰찬 만큼 많은 것들을 이뤄보고 싶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먼저 ”모든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되고 싶은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자신의 꿈을 이야기한 오지영은 ”지금 있는 팀에서 우승도 해보고 싶고, 국가대표도 뛰어보고 싶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꿈은 정말 오랫동안 배구를 하고 싶다. 뒤늦게 전성기를 연 만큼 정말 원없이 해보고 싶다.“라고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다.

전화 한통에 배구인생의 운명이 바뀐 오지영, 전성기를 맞은 오지영에 모습에는 ‘힘들어도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숨어있다.

사진=KOVO 제공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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