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새는 새끼새를 날아오르게 만들기 위해 혹독하게 훈련시킨다. 처음에는 먹이를 주기만 하다가 점점 먹이를 둥지에서 먼 곳에 두어 새끼 새가 둥지 밖으로 나오게 만든다. 이후 비행훈련과 먹이사냥 훈련을 거쳐, 새끼새는 완벽히 성장한 모습으로 창공을 날아다닌다. 배구에서도 어미새와 새끼새의 관계는 존재한다. 바로 현대건설의 이도희 감독과 세터 이다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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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다영이는 많이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보완해야할 점도 있습니다. 올 시즌이 이다영에게 많이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올 시즌이 다영이에게는 대한민국 최고의 세터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이도희 현대건설 감독)

[스포츠아시아=반재민 기자] 이도희 감독이 취임하자마자 이다영에게 했던 주문은 점프토스와 백토스, 그리고 언더토스가 아닌 머리 위에서 올리는 토스를 주문했다. 지난 시즌까지 현대건설의 토스를 책임진 염혜선이 IBK 기업은행으로 이적하면서 세터 포지션에 가해지는 부담이 더욱 커졌기에 감독의 주문은 구체적일 수밖에 없었다.

키가 큰 피지컬에 순발력까지 겸비한 이다영의 이점에 다채로운 토스웤까지 장착시키고 싶은 이 감독의 속마음이었다. 세터 출신인 이 감독은 현역시절 그가 받았던 훈련처럼 이다영을 혹독하게 조련시켰다. 이다영은 묵묵히 그 훈련을 모두 소화해냈다.

그리고 시즌이 개막했다. 이다영의 백업세터는 없었다. 물론 올 시즌 입단한 김다인이 세터 포지션에 이름을 올렸지만, 시즌 개막부터 지금까지 이다영은 거의 모든 세트에 출전했다. 이다영이 흔들리거나 불안한 모습을 보였을 때에도 이도희 감독은 원세터 체제를 밀어붙였다.

1,2 라운드에서는 감독의 전략이 성공하는 듯 했다. 이다영은 지난해와 비교해 토스의 정확도가 향상되었고, 어려운 자세에서도 2단 연결을 성공시키며 공격수들의 득점을 도왔다. 이다영의 종횡무진 활약 덕분에 현대건설은 초반 선두를 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리그는 길 듯이 3라운드에서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페이스가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이다영의 토스에도 불안함이 드러났다. 공격수 쪽으로 향하는 오픈토스는 계속 네트 쪽으로 붙기 시작했고, 공격수들이 모두 처리를 해내기엔 한계가 있었다. 양효진, 김세영을 이용한 속공 플레이도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그 사이 이효희-이원정을 보유한 도로공사, 염혜선-이고은을 보유한 IBK 기업은행은 야금야금 현대건설의 뒤를 밟기 시작하더니 3라운드 초반 선두권 자리를 뺐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도희 감독은 이다영 체제를 그대로 믿었다. 거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이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다영이 한 시즌을 혼자 온전히 치러내면서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이 몸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경기에서 어떻게 분배를 해야 할지 집중력은 어떻게 기르는지 스스로 터득해야만 한다.”라며 원세터 체제를 고집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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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즌은 길고, 변수는 많듯이 원세터 체제로 한 시즌을 전부 치러내기엔 위험부담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기업은행과의 경기에서 메디의 스파이크에 얼굴을 맞고 교체 아웃되기도 했고, 16일 GS 칼텍스와의 경기에서 김세영과 약간의 접촉하는 아찔한 상황이 있기도 했다. 백업세터의 필요성이 대두될 법한 상황.

하지만, 이 감독은 단호했다. 백업세터에 대해 “백업세터는 중요하다. 나도 그 중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다영이 올 시즌을 통해 많이 느껴서 다음 시즌에 키우게 될 백업 세터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힘주어 말한 뒤, "다영이가 힘이 좋고 순발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 다행히 잘 따라오는 것 같아서 고맙다.”라며 이다영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다영도 이 감독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이다영은 “처음에는 우려도 있었다. 어떻게 한 시즌을 치러내야 하나 막막함도 있었지만, 지금은 정말 좋다. 분위기가 떨어지고, 감도 잃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팀 분위기도 좋고 토스 감도 좋은 것 같다.”라며 웃었다.

원세터 체제에 따른 체력부담은 없을까? 이다영은 “체력 부담은 없는 것 같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서 “많이 배우고 있는 올 시즌 같다.”라고 올 시즌에 대해 평했다. 미래계획에 대해서도 "앞으로를 생각하지는 못했고 일단 올 시즌을 잘 치러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올 시즌이 자신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한해임을 이야기했다.

이도희 감독의 혹독한 조련 속에 성장하는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다영, 감독의 속마음처럼 그는 한시즌을 통해 리그를 넘어 대한민국들 대표할 수 있는 대표세터로 성장할 수 있을지, 날아오르기 위한 준비를 하는 새끼새를 바라보는 어미새의 마음에는 절반의 걱정과 절반의 기대가 섞여있다.

사진=KOVO 제공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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