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크리스마스 다음날이었던 12월 26일, 채선아는 창단당시부터 몸담았던 IBK 기업은행을 떠나 KGC인삼공사로 이적했다. IBK 기업은행의 시작부터 같이 동고동락했던 김희진이 채선아의 이적에 눈물을 흘렸을 정도로 정든 팀을 떠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인삼공사에서 채선아는 제2의 배구인생을 열어가며 팀의 연승을 이끌고 있다. 그리고 운명의 장난처럼 3연승의 길목에서 만난 상대는 친정팀 ‘IBK 기업은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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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감정은 없어요.(웃음) 인삼공사가 이기는 것이 저한테는 중요한 것 같아요.”(채선아, 현대건설전 후 인터뷰에서)

[스포츠아시아=반재민 기자] 채선아는 이적 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포지션부터 동료, 팀 분위기까지 모두 생소하다.

하지만, 어색함은 없다. 인삼공사의 동료들이 잘 챙겨주기 때문이다. 팀 내에서 고참과 후배의 중간을 맡고 있는 포지션이지만, 선배부터 후배들까지 채선아를 챙겨주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준다.

채선아는 “처음에는 좀 어색할 것 같았지만, 팀 동료들이 너무 잘 챙겨준다. 특히 (오)지영 언니가 많이 챙겨주고 있다. 경기에서 수비하기 까다로운 부분을 다 커버해주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해줄 때 정말 감사했다.”라며 팀 동료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극적으로 바뀐 배구인생에서 채선아가 친정팀을 상대하는 마음은 남다르다. 리베로에서 윙스파이커로 전환된 포지션, 지난해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친정팀 코트에 직접강타를 때릴 수 있기에 채선아의 스파이크는 여느 때보다 더욱 매섭고, 날카롭다.

이미 예열은 마쳤다. 이적 후 첫경기였던 GS 칼텍스와의 경기에서 예열을 마쳤고, 7일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는 자신의 최다득점인 12득점에 공격성공률 40%라는 놀라운 활약으로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올 시즌 기업은행 상대전적 1승 2패로 열세인 인삼공사의 입장에서는 채선아를 비롯해 고민지, 이솔아 등 이적생들의 비수로 상대전적을 원점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친정팀을 맞이하는 채선아의 생각은 어떨까? 채선아는 현대건설과의 경기를 끝내고 가진 인터뷰에서 다음 상대를 알고 있냐는 물음에 수줍게 웃으며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친정팀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고 이야기했다. 채선아는 기업은행과의 맞붙는 소감에 대해 “현대건설 전처럼 좋게 풀릴 수도 있지만, 내가 잘하려고 하다가 오버페이스를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기는 끝나봐야 알 수 있기 때문에 밝게 자신있게 하고 싶다.”라며 차분한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이기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이기고 싶다.”라고 웃은 채선아는 “하지만, 강팀이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히 해나가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자신이 해야할 역할에 대해 “수비 쪽에서 버티는 게 중요할 것 같고, 공격에서는 알레나가 있지만, 알토란같은 역할을 해주면서 분위기도 띄우고 싶은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이 트레이드를 자신의 터닝 포인트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한 채선아, 친정팀을 향한 그녀의 비수는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채선아의 스파이크에 모든 배구팬들이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사진=KOVO 제공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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