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IBK 기업은행의 이정철 감독은 ‘호랑이 감독’으로 통한다. 지난 시즌까지 이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휘어잡았다. 작전타임마다 선수들에게 강하게 다그치며 경기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했다. 하지만, 올시즌 이정철 감독이 달라졌다. 작전타임도 이전보다 부드러워졌고, 때로 경기중에도 웃으며 선수들을 다독이고 있다. 어떻게 이정철 감독은 호랑이 감독에서 부드러운 감독으로 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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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아 못받아도 괜찮아! 부담 느끼지 말고, 정확하게 올리기만 해!“

[스포츠아시아=반재민 기자] 2세트 중반 리베로 최수빈이 리시브가 흔들리며 연속점수를 허용했다. 당연히 이정철 감독의 불호령을 기다렸다. 하지만, 최수빈은 질책보다는 격려를 들었다. 시즌 중반 KGC 인삼공사에서 트레이드 되어온 최수빈의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줄여주려는 이정철 감독의 방법이었다. 올 시즌 이정철 감독의 지도방식이 바뀌었다는 단적인 예다.

가끔 선수들이 초반부터 흔들릴 때는 특유의 호랑이 기질이 나오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지도방식은 부드럽게 변화했다는 것은 선수들과 이 감독 모두 동의하는 부분이다. 어떻게해서 이정철 감독은 부드러운 감독이 되었을까?

이 질문에 이정철 감독은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요?“라고 되물었다. 호탕하게 웃어보인 이정철 감독은 자신의 지도스타일을 변화시키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이 감독은 먼저 ”내가 26년동안 해왔던 본성까지 변화시킬 수 없다.“라는 전제를 달았다. 이어 ”지난해부터 많이 부드러워지려 노력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별 반응이 없었는데 올 시즌 들어서 부드러워졌다는 말을 들어서 효과가 있구나 생각한다.“라며 웃어보였다.

이정철 감독이 유독 호랑이 기질다운 면모를 보인 이유에는 말 못할 사정이 있었다. 바로 창단팀을 이끌어야 했던 특수한 환경 때문이었다. 창단 당시에 대해 ”어리고 경험이 없는 애들을 데리고 어떻게 해나가야 하나 막막했다.“라고 회상한 이 감독은 ”선수들의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서 강하게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신생팀인데다가 선수들의 나이가 다들 어렸기 때문에 분위기를 잡지 못하면, 리그에서 망신을 당할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질책도 많이하고 화도 많이 냈다.“라며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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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변화된 팀은 이정철 감독의 마인드까지 변화시켰다. 이 감독은 ”창단멤버들 가운데 김희진을 빼고는 전부 나갔다. 그 빈자리를 다른 선수들이 채우다 보니 완전히 다른 팀으로 바뀌었다.“라며 팀의 변화가 지도방식에 영향을 주었다 이야기했다.

이어서 ”이적한 선수들이 옮겨오기 전의 팀에서 하던 훈련방식과 괴리감이 심할 것 같았기 때문에 다른 팀과 비슷한 지도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칭찬도 많이 하고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많이 노력을 하고 있다. 가끔 본성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최대한 부드럽게 끌어가려고 한다.“라며 웃어보였다.

선수들은 이정철 감독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창단때부터 이정철 감독과 함께한 김희진은 ”8년 동안 감독님과 함께하면서 내성이 많이 생겼다.“라고 웃어보였다. 이어 ”예전보다는 많이 부드러워지시려고 노력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 화도 덜 내시고 칭찬도 잘해주신다. 예전보다 팀 분위기도 많이 화기애애해진 것 같다.“라며 이정철 감독의 지도효과에 대해 말했다.

올시즌 도로공사에서 이적해 기업은행에 입단한 고예림 역시 이정철 감독의 이미지에 ”엄하고 무서우실 것 같은 이미지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낀다.“라며 선수들 역시 감독의 변화를 잘 느끼고 있다고 대답했다.

때론 호랑이처럼 강하게, 때론 어머니처럼 유연하게 선수들을 조련하는 이정철 감독, 그가 있었기에 기업은행의 유니폼에는 세 개의 별이 찬란하게 빛날 수 있었다.

사진=KOVO 제공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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