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최고의 사이클 스타 피터 사간(28, 보라-한스그로헤)이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첫 시즌을 맞이한다. 2010년 혜성처럼 등장한 펠로톤의 젊은 반항아 사간은 어느덧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스타 라이더가 됐고, 이제는 다시 아빠 스프린터가 되어 2018년 시즌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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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수면 시간을 다소 잃어버리긴 했지만(웃음), 아들을 돌보는 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죠. 일단 이번 시즌에는 파리-루베와 밀라노-산레모 우승을 원합니다. 하지만 플랜더스를 승리로 장식한다면 다른 건 어찌 됐건 괜찮을 것 같네요.”


[스포츠아시아=조형규 기자] 지난해 10월 득남 소식을 전한 사간이 2018년 새해 시즌의 출발을 알렸다. 최근까지 아들 말론 사간을 돌보며 달콤한 육아 휴직을 보낸 사간은 올해 아버지로서 첫 월드투어 시즌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사간은 여전히 페달링을 멈출 생각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사간은 3일(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의 유력 스포츠 일간지인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La Gazzetta dello sport)’와의 인터뷰에서 아빠가 된 소감을 밝히며 동시에 2018 시즌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드러냈다.


■ 목표는 투어 오브 플랜더스···월드챔피언십 4연패는 물음표

사간은 지난해 다사다난한 시즌을 보냈다. 3년 동안 몸담았던 틴코프-삭소를 떠나 독일의 월드투어 팀인 보라-한스그로헤에 둥지를 틀었다. 팀의 간판으로서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만큼, 성적으로 직결되는 부담 또한 만만치 않은 시즌을 맞이했다.

새 옷을 입고 기대감으로 2017년을 출발한 사간이었으나 흐름은 좋지 않았다. 봄철 클래식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고, 투르 드 프랑스에서는 스테이지 4 경기 중 마크 카벤디시와 충돌사고를 일으키며 대회에서 퇴출당하는 수난을 겪었다. 6연속 그린 저지를 노리던 사간에게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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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간은 시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2017 UCI 월드챔피언십에서 남자 엘리트 도로경기 우승을 차지하며 큰 임팩트를 남겼다. 게다가 사간의 우승은 UCI 월드챔피언십 사상 최초의 3연패 기록이자 동시에 최연소 3회 우승자 기록이기도 했다. 사이클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썼고, 슬로바키아 대통령은 축전까지 보내며 사간을 국민적 스포츠 영웅으로 대접했다.

하지만 사간의 올 시즌 목표는 지난해 결과와 조금 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UCI 월드챔피언십 3연패를 달성한 사간이지만 올해는 모뉴먼트 우승에 주력한다. 호주에서 열리는 투어 다운 언더로 2018년 시즌을 시작하는 사간은 봄철에 열리는 원데이 클래식 경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관객이 펜스에 걸쳐둔 자켓에 걸려 어이없이 낙차하는 불운을 겪었던 사간은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와의 인터뷰에서 투어 오브 플랜더스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큰 변화는 없다. 밀라노-산레모에 앞서 열리는 스트라드 비앙키와 티레노-아드리아티코에서도 달린다. 소원이라고 한다면 파리-루베와 밀라노-산레모에서 우승하면 좋겠지만, 만약 투어 오브 플랜더스에서 또 한 번 승리한다면 (파리-루베나 산레모에서 우승하지 못해도) 별문제는 없을 것 같다.”

물론 사간의 투어 오브 플랜더스 우승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우승자인 필립 질베르가 있고, 또한 지난해 파리-루베 우승자인 그렉 반 아버맛이 “투어 오브 플랜더스는 이번 시즌 가장 중요한 대회 중 하나다”라며 벼르고 있기 때문.

하지만 사간 또한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 이번 시즌부터 한솥밥을 먹게 된 다니엘 오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까지 BMC에서 반 아버맛과 질베르를 서포트했던 오스는 초특급 도메스티크 중 하나로 평가받는 라이더다. 지난해 이적이 결정된 오스는 이번 시즌부터 보라-한스그로헤의 유니폼을 입고 사간의 뒤를 책임진다. 

봄철 클래식을 치른 사간은 이후 잠깐의 휴식을 가진 뒤, 투어 오브 캘리포니아와 투르 드 스위스를 거쳐 2018 투르 드 프랑스의 그린 저지 사냥에 나선다. 지난달 소속팀 보라-한스그로헤도 팀 프리젠테이션에서 “모뉴먼트 우승과 투르 드 프랑스 그린 저지 획득, 그랜드 투어 톱5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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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사간은 UCI 월드챔피언십 4연패에 대해서는 ‘어렵다’는 솔직한 의견을 나타냈다.

“올해 월드챔피언십은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말한 사간은 “월드챔피언 저지를 입고 달리는 시간을 즐기겠지만, 올해 월드챔피언십은 다소 회의적이다. 물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겠지만, 지난 몇 년간의 성공을 또 재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간이 월드챔피언십 4연패에 대해 회의적인 이유는 바로 코스 구성에 있다. 2018 UCI 월드챔피언십은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개최되는데, 올해 남자 엘리트 도로 경기는 산악 코스의 비중이 굉장히 크다. 특히 레이스 중반 이후부터 굵직한 힐클라임 코스가 연이어 펼쳐진다. 상승고도만 4,670m에 달하는 난코스다. 사간 같은 펀처나 스프린터에게 유리했던 예년과 달리 이번 월드챔피언십은 올라운더 및 클라이머들을 중심으로 경기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점을 강조한 사간은 뒤이어 “나보다는 빈센초 니발리나 알레한드로 발베르데를 위한 월드챔피언십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다니엘 오스 합류, 돌풍의 시즌 예고한 사간과 보라-한스그로헤

다행히 사간의 팀인 보라-한스그로헤가 점차 전력을 보강하며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서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특히 오스의 합류로 사간과 보라-한스그로헤는 원데이 클래식 경기에서 강한 경쟁력을 보유하게 됐다.

무엇보다도 오스는 BMC 소속 당시 반 아버맛의 강력한 조력자였다. 지난해 파리-루베에서도 도메스티크로서 반 아버맛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펼쳤다. 그렇지 않아도 봄철 클래식 대회 중 코블스톤 레이스(돌로 포장된 울퉁불퉁한 길을 주로 달리는 경기)의 최강자로 꼽히는 반 아버맛이기에, 그를 보조했던 오스의 이적은 상대적으로 사간과 보라-한스그로헤의 전력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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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오스는 지난해 보라-한스그로헤 계약과 동시에 공개적으로 “내가 팀에 합류한 이유는 오로지 사간 때문이다. 사간 같은 라이더를 본 적이 없다. 그는 롤모델이 될 자격이 있는 선수이며, 끝까지 그를 지원할 것”이라는 발언을 던져 사간의 든든한 서포터를 자처한 바 있다.

또한 오스와 사간이 서로 구면이라는 점도 호재다. 둘은 지난 2010년 리퀴가스 소속 당시 팀메이트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사간은 3일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와의 인터뷰에서도 오스의 합류에 대해 “그가 우리 팀에 합류하게 되어 너무나 기쁘다. 오스는 멘탈이 좋고 항상 경쾌하게 웃는 사람이다. 내 친구이자 동시에 대단한 라이더”라며 반색했다. 

사간은 또 “마르커스 버그하트, 마쳬 보드나르, 그리고 내 형제 유라이 사간에 이어 오스까지 합류하며 우리 팀은 클래식 레이스에서 훌륭한 그룹을 갖게 됐다. 피터 케냑도 있다. 확실히 강한 팀이 됐다”고 덧붙였다. 

새 시즌에 대한 사간의 강한 자신감만큼 보라-한스그로헤의 앞날은 꽤 밝다. 이제 월드투어 무대에 데뷔한 지 3년 차에 불과한 새내기 팀이지만, 간판스타인 사간을 필두로 오스, 케냑 등 뛰어난 라이더들을 속속 영입하며 돌풍의 시즌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부터 라팔 마이카를 팀의 GC(General Classification, 종합순위) 라이더로 운용하면서 그랜드 투어 석권에 대한 잠재적 야망까지 드러내고 있다.

과연 사간과 보라-한스그로헤는 올 시즌 목표로 내세웠던 ▲모뉴먼트 우승 ▲투르 드 프랑스 그린 저지 획득 ▲그랜드 투어 톱 5라는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을까? 이들의 발전과 자신감이 적어도 올 시즌 도로 사이클 경기 양상을 지켜보는 한 가지 재미있는 포인트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진] ⓒVeloimages/Bora-hansgrohe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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