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2.jpg


[몬스터짐=반재민 기자] 인삼공사의 구단 관계자는 서남원 감독에 대해 “아주 꼼꼼한 사람이다. 오히려 여자보다 더 꼼꼼할 때가 있다.”라고 평했다.

말 그대로 서 감독의 성격은 꼼꼼함 그 자체다. 항상 선수들의 옆에 붙어 하나부터 열까지를 모두 챙긴다. 그리고 다각적인 면에서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한다. 선수들에게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도 한다. 트레이드도 그 중에 한 방법이다.

지난 26일 여자배구에서 파격적인 트레이드가 단행되었다.

바로 KGC 인삼공사의 최수빈, 박세윤을 IBK 기업은행으로 보내고 채선아, 고민지, 이솔아를 받는 3대2 트레이드가 전격 성사된 것이었다.

배구팬들은 이 트레이드에 대해 반신반의 했다. 특히 인삼공사에서의 반발이 조금 더 심했다. 특히 팀의 프랜차이즈 선수이자 팀의 수비를 책임진 마스코트 최수빈을 보낸 것에 대해 실망했다.

게다가 알레나 편중의 공격패턴이 심화되고 있던 상황에서 그 전 경기까지 득점이 전혀 없었던 세 선수였기에 팀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런 걱정들은 모두 기우였다. 비록 첫 경기였지만, 이적생들은 자신들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스타팅 라인업부터 서남원 감독은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팀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은 고민지와 채선아를 모두 선발로 기용한 것이었다. 조직력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고질적인 문제였던 리시브 라인이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리시브가 안정되다보니 공격에 부담감을 느꼈던 알레나도 마음 놓고 강타를 때릴 수 있었다.

K-372-horz.jpg 


올시즌 10경기를 출전하고도 득점이 없었던 고민지는 이적 후 첫 서브를 에이스로 연결시키며 기분 좋은 새출발을 알렸고, 자신감 있는 오픈강타로 팀의 공격까지 책임지는 만점 활약을 펼쳤다. 고민지는 8득점에 31.25%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했다. 올 시즌 득점이 없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활약이었다.

올시즌 리베로로 포지션을 바꿨던 채선아는 윙스파이커로 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정감 있는 수비로 인삼공사의 리시브 라인을 책임졌고, 알토란 같은 득점으로 팀의 활력을 불어넣었다. 채선아는 5득점에 31.77%의 성공률을 기록하며 어느정도의 몫은 해줬다. 빛난 것은 수비였다. 27개의 리시브 중 단 하나만 실패하며, 수비 안정화에 큰 몫을 해줬다. 득점을 성공할 때마다 특유의 셀레브레이션으로 팀의 사기를 올린 것은 덤이었다.

이적생들이 제몫을 해주자 팀 분위기도 더불어 상승하기 시작했다. 특히 수비가 안정되자 알레나의 공격력은 극대화되었다. 비록 2세트에서는 GS 칼텍스의 블로킹 라인에 주춤했지만, 이적생들의 자신감은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범실이 되더라도 과감한 공격을 시도하며 상대의 수비라인을 위협했고, 결국 3세트 안정적인 수비와 2단 연결로 미들 블로커와 윙스파이커 포지션을 오간 한송이의 공격도 더불어 살리는 효과도 가져왔다. 결국 알레나는 이날 39득점에 공격성공률 40%를 기록했고, 한송이는 8득점에 공격성공률 50%를 기록하는 고감도 공격으로 완벽히 살아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3세트 중반 전세가 기울어지자 서남원 감독은 세터 이솔아를 처음 코트에 내보냈다. 기업은행에서 단 한번도 코트를 밟지 못했던 이솔아를 위한 서남원 감독의 배려였다. 비록 서브 범실을 하며 교체 아웃되었지만, 표정은 해맑았다.

결국 이들의 활약 속에 인삼공사는 6연패를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자신의 존재감을 모든 배구팬들에게 어필한 것도 큰 소득으로 남았다.

올 시즌 인삼공사는 활발하게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보강에 임했다. 김해란은 FA 이적으로 흥국생명에 보낸 대신 유서연을 보상 선수로 받아왔고, 다시 유서연을 도로공사의 오지영과 트레이드 했다. 그리고 GS 칼텍스와는 한송이, 시은미를 받아온 대신 김진희와 문명화를 내줬고, 그리고 기업은행과 이번 3대2 트레이드를 하면서 현대건설을 제외한 전 구단과 한번씩은 선수를 맞바꾸게 되었다.

서남원 감독은 “모든 팀들이 우리팀 자원을 주목하고 있다.”라며 털털하게 웃어보였다. 서 감독은 이어 트레이드 상황에 대해 설명하면서 자신의 트레이드 철학에 대해 이야기했다. 바로 ‘기회’였다.

서남원 감독은 “이정철 감독이 먼저 연락이 와서 최수빈을 줄 수 있느냐 물었다. 이 감독 쪽에서 먼저 이솔아와의 일대일 트레이드를 제시했고, 팀의 주전과 미래자원을 맞바꾸기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생각해서 이거저거 맞춰보다가 트레이드가 성립되었다. 수빈이에게 있어선 기회가 될 수 있는 트레이드였기에 수락했다.”라고 답했다.

트레이드를 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서 감독은 “(최)수빈이가 트레이드가 된다고 하니 많이 울더라. 그래서 이적을 납득시키는데 애를 많이 썼다. 수빈이가 지난 시즌 부상을 잠깐 당한 이후에 공격이 잘 되지 않아 고민을 하던 차에 기업은행이 리베로로 쓰겠다고 하면서 공격부담없이 수비에 치중할 수 있고, 내년 FA가 되는 수빈이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잘 이야기하니 받아들였다.”라며 기회적인 측면에 대해 많은 강조를 했다.

시즌 초 논란이 되었던 문명화의 이적에 대해서도 한마디를 했다. 서 감독은 “명화를 싫어해서 보낸 것은 결코 아니다. 유망한 자원이 벤치에만 머무는 것을 볼 수는 없었다. 선수가 성장을 해야하는데 이미 센터라인은 유희옥과 한수지가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명화가 좀 더 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고, GS 칼텍스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성사시키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지금 명화가 GS에서 잘 성장하고 있고, 우리도 한송이를 잘 쓰고 있으니 서로 나쁘지 않은 트레이드라고 생각한다. 송이가 좀 더 잘해주면 된다.”라고 웃어보였다.

kovo_171225_woman_20.jpg

올 시즌 유독 활발한 트레이드를 한 인삼공사의 추가적인 트레이드도 있을까? 서남원 감독의 답은 “가능성은 열려있다.”였다.

서 감독은 “트레이드가 활발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 팀마다 필요한 포지션이 있기 마련이고, 넘쳐나는 포지션이 있기 마련이다. 넘쳐나는 자원을 상대의 넘치는 자원과 맞바꾸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서로에게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트레이드가 많이 활발해져서 코트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릴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자신의 트레이드 지론을 이야기했다.


선수들도 서남원 감독의 트레이드론에 대해 동의했다. 이적 첫 경기부터 맹활약을 펼친 고민지는 "정말 경기에 나가고 싶었다. 기회를 준 감독님께 감사하고 앞으로도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고, 채선아 역시 "중간자적인 역할에서 선배와 후배들을 아우를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라며 각오를 이야기했다.


선수를 잘 키워내는지에 대한 비결을 묻는 질문에 "나는 키우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다."라고 답한 서남원 감독. 그는 진정으로 선수들의 입장해서 생각하고, 선수들을 사랑하고, 지켜주는 법을 아는 감독이었다.

사진=KOVO, 인삼공사 제공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제품 랭킹 TOP 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