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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반재민 기자] 최근 5년간 여자배구 KGC 인삼공사를 따라다니는 단어는 ‘만년꼴찌’. ‘외국인 몰아주기팀’과 같이 부정적인 단어들로 가득했다. 특히 이성희 감독이 부임했었던 2012-13 시즌 이후 케이티-조이스-헤일리로 이어지는 외국인 혹사와 이에 반비례하는 최악의 성적으로 비난은 더욱 심해졌다.

2016년 이성희 감독이 떠나고 서남원 감독이 새로이 부임하게 되었고, 서 감독이 대체 외국인 선수 알레나 버그스마와 국내 선수들을 훌륭하게 지도해내며 부정적인 꼬리표는 어느 정도 떨어졌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최근 수년간 인삼공사의 마음을 짓눌렀던 부정적인 꼬리표가 다시 붙고 있다.

현재 인삼공사는 1, 2라운드 선전을 펼치고도 3라운드 들어 6연패의 나락으로 빠지며 흥국생명과 나란히 승점 16점으로 공동 5위를 기록하다. 언제 최하위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는 상황이다. 게다가 현 인삼공사의 상황이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마저도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과연 인삼공사는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인삼공사가 왜 이렇게까지 추락할 수밖에 없었는지 V-포커스에서 짚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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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도한 외국인 의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인삼공사는 전신인 KT&G 아리엘즈 시절부터 외국인 선수의 활약 여하에 따라 시즌 농사가 결정되곤 했다. 외국인 선수 도입 첫해인 2006-07 시즌 KT&G는 브라질 선수 루시아나 아도르노가 시즌초반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성적이 급전직하했고, 부랴부랴 대체 선수로 하켈리를 데려왔지만, 최하위를 피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이듬해 브라질 외국인 선수인 페르난다 베티 알베스는 함께 영입되어온 세터 김사니와 좋은 궁합을 보여주며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그리고 콜롬비아 출신의 마들레이네 몬타뇨는 한국 V리그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괴물과도 같은 활약으로 팀의 우승트로피를 두 번이나 안기는 맹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몬타뇨 이후 인삼공사는 외국인 활약 여하에 관계없이 가장 약한 팀으로 변화하고 말았다. 몬타뇨가 있던 2011-2012 시즌 이후 인삼공사가 들어올린 우승트로피는 없으며, 심지어 챔피언결정전에도 올라가지 못하는 부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성희 감독의 첫 시즌이었던 2012-13 시즌에는 성적부진에 타당한 이유라도 있었다. 몬타뇨의 대체자로 데려온 드라간은 꾀병을 이유로 차일피일 출전을 미루다 결국 퇴출당하고 만 것이었다. 이미 국내선수들이 은퇴와 트레이드로 선수층에 얇아진 상황에서 드라간의 꾀병은 팀의 사기를 더 떨어뜨리는 역할 밖에 되지 못했다. 드라간을 퇴출한 인삼공사는 급히 케이티 카터를 대체 선수로 데려왔지만, 이미 팀은 20연패라는 최악의 성적 속에 최하위로 추락한 후였다.

하지만, 이후 인삼공사가 영입해온 조이스와 헤일리는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도 팀은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2012-13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에 인삼공사의 최고 성적이었다. 몰아주기식 배구가 가져다준 영광이 인삼공사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었다.

이성희 감독이 물러나고 서남원 감독이 부임을 하며 몰아주기 배구보다는 분배의 배구에 조금 더 중점을 맞췄고, 선수들이 잘 따라오며 팀은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지만, 올 시즌에는 FA 이적과 트레이드라는 대변화 속에 조직력에 완성이 되지 못한데다가, 외국인 선수 알레나 위주의 공격이 전혀 풀리지 않으며 팀은 속절없이 최하위로 추락해버렸다.

특히 인삼공사의 현재보다 미래가 불투명한 이유는 알레나가 떠난 뒤에 데려올 선수가 알레나 만큼의 역할을 해줄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올 시즌으로 V리그 2시즌 째를 맞는 알레나는 KOVO 규정에 따라 올 시즌이 지나면 인삼공사와는 더 이상 재계약을 할 수 없다. 필연적으로 알레나는 올 시즌이 인삼공사와 함께하는 마지막 시즌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인삼공사는 알레나를 대체할 새로운 선수를 선발해야 하는데 트라이아웃제에서 좋은 선수들을 선발해내는 것은 복권 당첨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만약 인삼공사가 알레나 만큼의 실력을 가진 외국인을 선발한다면 다소 나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만약 알레나보다 실력이 부족한 선수를 선발하게 될 경우 올 시즌 뿐만 아니라 계속 최하위 언저리에서 머물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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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조공격의 부재, 외국인 부담을 가중시키다

인삼공사에게는 외국인에게 편중된 공격 뿐만이 문제는 아니다. 왜 인삼공사가 외국인에게 몰아주기를 할 수 밖에 없는지를 생각한다면 아주 쉽다. 바로 국내 보조자원이 전혀 없다시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인삼공사의 제 1보조공격 자원은 바로 올 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윙스파이커 한송이다. 국가대표 붙박이 스파이커였지만, 현재 그녀의 나이 서른 셋, 현대건설의 한유미와 더불어 나이가 많은 편이다. 때문에 상대팀의 서브 표적이 되고 있으며, 리시브에서 불안을 드러내며 경기를 내주는 경우도 잦아지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한송이 뿐만 아니라 팀의 공격을 책임져주어야할 자원들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에는 서브 공격수에 머물고 있던 김진희가 1월부터 주전으로 도약해 깜짝 활약을 선보이며 장기 레이스에 지친 인삼공사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당시 신인이었던 지민경 역시 김진희와 함께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올시즌 인삼공사의 명단에 김진희는 없다. 문명화와 함께 GS칼텍스로 트레이드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인삼공사에는 김진희처럼 자신감있게 때릴 수 있는 공격수가 없다. 장영은은 계속되는 부상과 씨름하고 있으며, 지민경은 현재 극심한 소포모어 징크스를 겪고 있다. 1년만에 팀에 복귀한 이연주 역시 시즌 초반 부상으로 아웃된 뒤 소식이 없다.

고심에 찬 서남원 감독은 최근 신예자원인 우수민과 박세윤을 기용하는 결단을 내렸지만 여의치 않다. 어리기 때문에 패기는 있었지만, 공격에 대한 노련미가 떨어지다 보니 성공률 또한 떨어진다. 분위기까지 쉽게 타다보니 만약 사소한 것부터 꼬이게 될 경우 분위기 전체가 가라앉아 결국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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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진한 투자, 트레이드 실패의 불운까지

현재 선수수급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도 인삼공사에겐 가장 힘든 점중에 하나일 것이다. 현재 인삼공사의 외부 FA 영입은 지난 2007년 세터 김사니를 도로공사에서 데려온 것이 마지막이다.

그나마 2012년까지는 내부 영입은 철저하게 단속하는 편이었지만, 그 이후에는 내부 FA 단속에도 연이어 고배를 마시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인삼공사 수비의 핵이었던 김해란이 흥국생명 빠져나가며 수비에 큰 구멍이 생겼다. 이 빈자리는 오지영이 아직까지 잘 메워주고 있지만, 김해란이 가지고 있는 힘에 비하면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트레이드 또한 신통치 않았다. 최근 인삼공사가 시도한 트레이드 중에 성공을 거둔 경우는 2014년 차희선과 1라운드 지명권(고예림)을 주고 받아온 이재은과 유미라와 트레이드로 온 유희옥이 유이할 정도다.

올 시즌에도 유망한 미들 블로커 문명화와 지난 시즌 도약의 주역인 김진희를 GS 칼텍스에게 내주고 시은미와 한송이를 받아왔지만, 문명화는 GS의 주전센터로 도약한 데 비해 시은미는 이재은에 가려 백업세터에 머물고 있으며, 한송이 역시 기량하락이 뚜렷한 모습을 보이며 서남원 감독의 속을 태우고 있다.

인삼공사라는 공기업의 특성상 투자여건이 다른 구단들에 비해 열악하다는 변론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투자조차도 없는 상황에서 내년에도 그리고 다음 시즌에도 인삼공사가 제대로 된 성적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은 N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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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인수급 없이는 미래도 없다

마지막으로 신인선수 수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도 인삼공사에겐 큰 문제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미 프로출범 초기부터 인삼공사는 드래프트에서 1순위의 운이 없었던 팀이었다. 특히 대어를 건 드래프트에서는 더욱이 그랬다. 2007년 전 시즌 최하위로 가장 높은 확률의 추첨권을 받았지만, 정작 당시 고교대어 배유나는 GS 칼텍스의 지명을 받았다. 2015년의 강소휘 또한 배유나와 같은 케이스로 인삼공사 대신 GS 칼텍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단지 드래프트 운이 없었다기엔 현재 인삼공사는 신인들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인삼공사의 주전선수들 가운데 신인지명부터 함께 해온 선수는 2년차 지민경 한명 뿐이다. 2014-2015 시즌에는 1순위로 문명화를 지명한 이후 더 이상 지명을 하지 않았을 정도로 최근 신인선수 수급에서 인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인삼공사의 주전선수들 평균나이는 30세, 만약 신인선수 영입이 예전과 다르지 않을 경우 팀의 조직력 하락과 더불어 노쇠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삼공사의 추락은 외국인 의존증과 국내선수들의 부진, 신인선수 수급 부족과 트레이드 실패라는 요소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일어났다. 만약 내년시즌 인삼공사가 투자규모를 조금이라도 늘린다면 인삼공사는 다시 부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길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기조를 유지할 경우 올해뿐만 아니라 미래도 장담할 수 없는 인삼공사다.

만년 최하위 탈출을 위한 인삼공사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할 때다.

사진=KOVO 제공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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