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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조형규 기자] 지난 9월 9일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대선제분 공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색다른 이벤트가 열리고 있었다.

지난 2014년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돌아온 '2017 몬스터짐 올스타클래식'의 최대 화두는 바로 국내 보디빌딩·피트니스 업계를 통틀어 최초로 선보인 '클래식피지크' 종목이었다. 최근 IFBB(국제보디빌딩연맹)에서 새롭게 출범한 클래식피지크 종목은 너무 거대화된 현 프로 보디빌딩의 사이즈 만능주의에서 탈피, 과거 1980년대 아놀드 시대의 클래시컬한 육체미를 다시 부활시키는 신호탄이었다. 수많은 보디빌딩과 피트니스 팬들이 열광했고, 선수들 또한 해당 종목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에 눈을 모았다.

국내 최초로 선보인 클래식피지크 무대에 최종 2인으로 섰던 선수는 바로 김창근과 황철순. 국내 피트니스 1세대로 오랜 시간 함께 덤벨을 들었던 이들은 각자 밸런스와 사이즈라는 영역에서 명확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서로의 영역이 상충하는 길목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던 보디빌딩 레전드 카이 그린은 어렵사리 황철순을 호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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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피지크는 사이즈도 사이즈지만 무엇보다도 밸런스가 중요한 종목이다. IFBB 프로 무대에서는 키에 따른 체중영역 구분까지 명확하게 나뉘어져 있을 정도. 따라서 IFBB 클래식피지크 규정을 완벽하게 숙지한 상태에서 역대 최고의 몸상태를 만들어 온 김창근이었기에 아쉬움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김창근은 다시 웃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이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깨달았다고 했다. 때마침 지난 19일 발표된 IFBB의 새 규정에 따라 국내 보디빌더들에게는 프로 입문의 진입장벽이 활짝 열린 상태. "클래식피지크를 처음 봤을 때 이건 나를 위한 종목이구나"라고 했을 정도로 완벽한 육체미와 밸런스를 자랑하는 김창근은 이제 대한민국 최초의 IFBB 클래식피지크 프로 타이틀을 정조준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스포애니에서 김창근을 만났다. 최대한 꾸밈 없이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창근은 지난 올스타클래식의 아쉬웠던 점, 그리고 자신이 머슬매니아를 떠나 세계 최고의 무대인 IFBB 프로를 준비하게 된 이유까지 모두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다음은 김창근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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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대회가 끝나고 시간이 조금 지났네요. 잘 지내셨죠?
-한 2~3주 정도 지났죠? 조용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웃음).

Q. 안 그래도 지난 대회 이후로 빨리 만나고 싶었어요(웃음). 원래 올스타클래식 참가하기 바로 직전에도 니카 코리아 스타워즈를 뛰셨잖아요.
-(니카 코리아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습니다. 그런데 그 축제 분위기를 즐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아쉬웠죠.

Q. 왜요?
-바로 1주일 뒤에 올스타클래식이 있었잖아요(웃음). 출전 한다고 이미 말을 해놨기 때문에 1주일 동안 더 훈련을 이어가야 하는 부담감이 있어서 축제 분위기를 즐기지 못했죠. 솔직히 니카 때 그랑프리 하면서 거기서 스톱해도 됐을 거예요. 이미 영광을 얻었는데 또 다른 무대에 나갔다가 뜻밖의 패배를 하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입상을 하게 된다면 혼자서 가슴앓이를 할게 분명했거든요. 스스로도 그런 부분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Q. 그런데 1주일 뒤에 다시 올스타클래식으로 강행군을 이어간 이유는 무엇인가요?
-선수라면 자신의 몸이 가진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있어요. 그래야 1등을 하건 2등을 하건 후회 없는 무대가 되죠. 사실 제가 생각할 때도 니카 때 몸이 100% 컨디션은 아니라고 봤거든요. 중간에 고민도 많이 했지만 '1주일 뒤 올스타클래식에서 100%를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출전했습니다.

Q. 그렇다면 올스타클래식 때 본인의 컨디션은 어느 정도였다고 보시나요? 
-그때 제 컨디션은 95%였다고 봐요. 제가 여태까지 운동한 이래로 거의 역대 최고의 컨디션이었습니다. 옛날부터 절 봐왔던 지인들이나 이 바닥에서 오래 경력을 쌓아온 선후배들까지 모두 제 몸을 보고 놀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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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95%면 나머지 5%는 뭘까요?
-제 부족한 부위죠 뭐. 아무래도 이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신만의 정신병이 있어요(웃음). 자신의 몸을 보면 한없이 부족해 보이는 부위가 있거든요. 팔이나 다리, 가슴, 보디라인, 밸런스 같은 건 제가 봐도 정말 마음에 들었지만 등은 맘에 들지 않았어요. 제 취약점이거든요. 보완하려고 노력은 하는데...(웃음).

Q. 제가 봐도 그날 김창근 선수의 밸런스는 따라갈 사람이 없었다고 봐요. 정말 준비를 많이 하신 것 같았어요.
-그날 올스타클래식을 통해 국내에서 처음 클래식피지크 종목이 도입된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 심사기준에 대해서 모르는 선수도 많았을 거예요. 저 스스로도 클래식피지크에 맞는 몸인지 규정을 세밀하게 다 찾아보고 확인했어요. 체중을 90kg까지 감량하고 나갔을 정도였습니다.

Q. 원래 평소 경기 체중은 어느 정도인가요?
-무대 올라갈 때 체중은 98kg 정도 됩니다. 하지만 클래식피지크는 체중이 그렇게까지 많이 나가면 안되거든요. 이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근육을 뺀다는 건 정말 칼로 자신의 살을 도려내는 것과 똑같은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근육량을 버렸죠. 허리라인도 그렇고 컨디션 부분을 가장 많이 신경 썼어요. 클래식피지크 심사기준을 제대로 숙지하고 그 기준에 완벽하게 맞춰 나갔다고 생각했죠.

Q. 정말 준비를 많이 하셨던 게 눈에 보일 정도였어요.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결과가 아쉬웠을 것 같아요. 
-그거야 선수라면 다들 똑같죠. 무대에 올라갈 때 1등을 하기 위해 올라가지 그 누구도 2등을 하려고 훈련을 하는 선수는 없을 테니까요. 모두가 우승을 하기 위해 운동을 하는데 저도 선수인만큼 그 마음은 똑같습니다(웃음).

Q. 혹시 올스타클래식에서 대회의 미흡했던 부분이나 아쉬운 점들이 있었다면요? 불만사항이 있다면 가감 없이 솔직하게 말씀해주셔도 됩니다(웃음). 
-사실상 대회 진행 자체에 대해서는 아쉬움은 없어요. 물론 100% 잘됐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지난 2014 올스타클래식에 출전했을 때도 대회 자체는 획기적이었거든요. 일단 눈으로 봤을 때 굉장히 화려하고 좋잖아요. 다만 음향이나 이런 쪽에서 사고가 많아서 제 무대 때 뜻대로 되지 않았던 점도 있었고, 뭐 아쉬운 거야 결과가 제일 아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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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은 어떠신가요? 
-그래도 선수라면 어쨌든 결과에 승복할 줄 알아야죠. 그게 스포츠맨십이잖아요. 사실 기분이 즐거웠다고 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결과는 이미 지나간 거고, 그리고 친한 동생 철순이가 한 거니깐 축하해줘야죠. 만약 철순이가 저랑 친하지 않았으면 화가 났을 거예요. 아마 잠도 못 자고 그랬을 텐데(웃음).

Q. 사실 밸런스와 사이즈의 대결이었는데 클래식피지크는 밸런스가 정말 중요한 종목이잖아요. 다만 국내 피트니스 팬들을 비롯해 사람들의 눈 자체가 아직은 사이즈에 기준이 맞춰져 있는 것 같아요.
-이게 다 철순이 때문인 것 같은데(웃음). 철순이가 사람들의 시각을 확 바꿔버렸죠. 상체가 엄청나잖아요. 가슴, 등, 어깨까지 국내에선 그 사이즈를 따라갈 선수가 없을 겁니다.

Q. 하지만 종목마다 보는 신체부위도, 심사기준도 모두 다르잖아요. 특히 클래식피지크는 김창근 선수의 완벽한 밸런스와 부합하는 종목이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클래식피지크의 본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금 IFBB 올림피아 보디빌더들을 보면 정말 너무 커요. 근육이 어마어마하죠. 옛날 아놀드 시절의 근육과는 차원이 다른 몸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메디컬 측면도 발달했을 거고 그만큼 전문지식도 늘어났기 때문에 그렇겠죠. 하지만 아놀드라던가 리 라브라다, 프랭크 제인 같은 과거의 보디빌더들은 굉장히 아름다운 몸을 가지고 있어요. 근육의 미를 표현한다는 관점에서 봤을 때 그런 대선배들이 지금의 보디빌더들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고 봅니다. 클래식피지크는 현대 보디빌더들이 너무 커졌기 때문에 그 옛날의 보디빌더들을 다시 회상하게 만드는 종목인 것 같아요. 말 그대로 육체미죠.

Q. 사실 최근 업계에서는 클래식피지크가 생기면서 동양인들에게 가장 잘 부합하는 종목이라는 이야기들도 많이 오가고 있잖아요.
-전 딱히 그렇게 생각하진 않아요. 동양인들도 제약이 없다면 그런 보디빌더들처럼 만들 수야 있죠. 하지만 문제는 저 스스로가 큰 몸을 좋아하질 않는다는 겁니다.

Q. 김창근 선수가 큰 사이즈를 좋아하지 않는다? 
-(근육을 크게 키우면서) 살이 찌면 일단 외모가 망가지는 게 싫었어요. 사실 전 나름대로 관리도 하는 편이고 예전부터 운동을 할 때 밸런스를 굉장히 중시하는 타입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이미 큰 몸에 대한 부러움은 없었어요. 지금 당장 제 몸도 크다고 생각하는 편인데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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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렇군요. 몰랐던 사실이네요. 혹시 그렇다면 사이즈를 더 줄이고 싶은 생각도 있으신가요? 
-솔직히 사이즈는 정말 더 빼고 싶어요. 하지만 그걸 빼면 절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사이즈를 줄여버리면) 파릇파릇 자라나는 후배들도 '김창근 죽었네', '한물 갔네' 이런 이야기들이 나올 텐데, 제 성격상 구설수에 오르내리는걸 좋아하질 않거든요. 어떻게 하다 보니 한 사람 한 사람 절 응원해주는 분들이 생겼고,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게 됐어요.

Q. 클래식피지크라는 종목에 대한 철학이 확고한 것 같아요. 다행히 최근 IFBB 규정이 바뀌면서 클래식피지크 프로에 대한 입문길이 많이 열릴 것 같은데, 혹시 IFBB 클래식피지크 프로를 준비하실 생각은 없나요? 
-이미 IFBB에서 클래식피지크가 새로 생길 때부터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건 정말 나를 위한 종목이다'라고요. 그런데 도대체 IFBB 클래식피지크 프로 무대에는 어떻게 나가야 하지? 이런 고민이 컸어요. 당시만 하더라도 IFBB 프로카드를 따고 올림피아로 가는 루트는 굉장히 어려운 길이었거든요. 

Q.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규정이 바뀌면서 미국 외 지역의 선수들에게는 입문길이 많이 개방됐어요. IFBB 프로 짐 매니언 회장에 따르면 다른 대륙의 선수들에게는 NPC 대회가 아니더라도 해당 지역에서 열리는 대회에 프로카드 부여 자격을 허용할 예정에 있고요. 당장 오는 11월 산 마리노에서 열리는 대회에서부터 그 규정이 적용됩니다.
-(미국을 멋어난 아시아 등 다른 대륙 선수들은) 올림피아에 도전할 수 있는 문이 두 단계 정도는 열린 것 같아요. 산 마리노 대회부터 그 규정이 적용되는데, 저도 지금 출전을 굉장히 고민하고 있어요. 

Q.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군요. 하지만 사실 김창근 선수는 머슬매니아를 통해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잖아요. 익숙한 곳을 떠나 IFBB 클래식피지크 프로에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2012년에 머슬매니아 프로를 따고 국내와 해외 무대에서 챔피언 타이틀도 얻었죠. 운동 마니아 분들께 알려진 계기도 제가 머슬매니아 대회 출신이었기 때문에 그 활동을 계속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기준과 머슬매니아가 생각하는 기준이 조금 많이 다른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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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떤 점에서요? 
-사실 앞서 제가 선수라면 심사결과에 승복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이번 여름 머슬매니아 마이애미 대회에 나갔을 때는 도저히 그 결과에 대해서 만족할 수가 없었어요.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몸을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머슬매니아가 엔터테인먼트적인 부분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면, 이제는 진짜 실력으로만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대회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랑은 다소 잘 맞지 않는 영역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IFBB 클래식피지크 프로 전향을 생각하게 된 거죠.

Q. 혹시 구체적인 계획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일단 11월에 열리는 산 마리노 대회를 나가게 된다면 IFBB 클래식피지크 프로에 도전해보는 게 국내 보디빌딩에 있어서 나름 역사적인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해요. 국내 최초로 IFBB 클래식피지크 프로에 진출한 선수라는 타이틀이 생기게 되니까요.

Q. 걱정되는 점이나 부담감은 없나요? 
-지금 1년 넘게 다이어트 중이라 몸이 굉장히 힘들어요. 현재 그런 몸상태인데 당장 11월 대회이기 때문에 지금 결정을 1주일 안에 빨리 해야 하거든요. 과연 몸이 견딜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가 산 마리노를 가서 무조건 오버롤을 차지하고 이런 건 (보장이 없잖아요). 결국 다른 나라에 가서 이방인이 경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분명 팔이 안으로 굽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마음은 정말 나가고 싶죠. 구체적인 계획을 고민 중입니다.

Q. 만약 IFBB 클래식피지크 프로 도전이 가시화된다면 혹시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등과 어깨만 보완하면 될 것 같습니다. 다른 부분은 저 스스로도 정말 자신이 있어요.

Q. 부디 빠른 시일 내에 국내 최초의 IFBB 클래식피지크 프로 탄생이라는 기분 좋은 소식을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김창근 선수를 응원하는 분들께 한마디 남겨주세요.
-지난 올스타클래식 뛰고 나서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늘었다는 걸 피부로 느끼는 중입니다. 그 대회가 저를 조금 더 끄집어내게 해준 것 같아요. 저도 이제 불혹이고 사람 일이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진 최대한 열심히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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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황채원 PD
[장소협찬] 스포애니 논현점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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