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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 플로이드 메이웨더는 잘 알려진 대로 아버지와 두 명의 삼촌이 만들어낸 하나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메이웨더의 아버지인 메이웨더 시니어의 부끄러운 과거, 메이웨더 주니어와 메이웨더 시니어간의 보기 드문 막장 드라마에 대해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터라 여기서는 생략하고 경기력과 구조에 집중할 것이다. 특히 디펜스를 중심으로 수비와 공격의 연결, 주요 공격 옵션 등을 알아본다.

백스텝-사이드 스텝으로 피하기, 인사이드-아웃사이드 피봇, 밥 & 위브(머리를 원을 그리며 흔드는 동작, 주로 밥, 바빙이라고 한다), 덕-스웨이(상체를 숙였다 젖히거나, 젖혔다가 숙이는 동작) 세트, 블록킹과 커버링 등의 디펜스 시스템부터 뻗어 치고, 휘어 치고, 올려 치고, 어중간하게 치고, 이렇다 하기 힘들게 치는 등의 활용 면에서 메이웨더는 이미 마스터 클래스다.

그 중에서 쉽게 보기 힘든 것들을 위주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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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리앗을 사냥하는 자이언트 킬러

 스타일의 토대가 되는 자세 이야기로 시작해 보자. 메이웨더 가문의 선대 삼형제는 모두 사이드 페이스 자세를 취했다. 사이드 페이스는 상대에게 측면을 보여주는 자세로 정면으로 서는 프론트 페이스와 반대되는 의도를 나타낸다. 그 사이에 정석 자세가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반대편에 있는 프론트 페이스의 특징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자세를 사용한 유명한 선수로는 마이크 타이슨과 조 프레이저가 있다. 기본적으로 두 다리의 앞뒤 간격이 좁다. 상대의 공격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다리를 펴고 허리를 세운 채 바로 선 자세로 움직인다. 두 손은 턱 아래에 모아둔다. 이 모든 특성은 한 가지 목적을 위한 것이다. 구분동작 1-2-3-4로 풀어보면 아래와 같다.

1. 머리를 높이 두어 상대가 펀치를 높고 멀리 내게 만든다.
2. 상대가 펀치를 내면 상황에 때라 앞발을 내딛거나 혹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굽히며 허리를 숙여 펀치가 머리 위로 지나나게 피한다.
3. 피함과 동시에 접근한다. 상대의 공격에 의해 거리가 좁혀진 경우라면 바로 공격,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일단 접근이 우선이다.
4. 상대와의 거리가 충분히 가까워졌을 때 공격한다. 자세의 특성상 왼손에 힘을 싣기가 좋고 왼손이 상대와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레프트 훅이 주무기가 된다.

타이슨 특유의 방어자세, 그리고 프레이저가 밀고 들어갈 때 턱 아래 손을 두는 이유는 숙일 때 어퍼컷에 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상대의 스트레이트와 훅은 머리를 움직여 피하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하지만 필요한 경우 일반적인 커버링을 취한다. 

물론 프레이저는 높낮이를 주로 사용했고 타이슨은 좌우를 조금 더 사용했다는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두 선수의 전술적 기반은 동일하다. 상대를 향해 접근해 선제공격의 기회를 주는 대신 그것을 흘리며 파고들어 근접상황을 만든 후 공세를 취한다는 것이다. 신장이 낮고 리치가 짧은 선수들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불리하다. 그러나 상대의 품속까지 파고들어 난타전을 벌일 경우 작은 스윙 반경 덕에 상대의 펀치 내각으로 공격을 적중시킬 수 있다. 프레이저나 타이슨처럼 헤비급 치고 키가 작은 선수들은 스피드와 민첩성의 우위를 바탕으로 상기의 전법을 채용해 일세를 풍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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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 페이스의 장점만을 열거했지만 사실 프레이저나 타이슨의 방식은 복싱의 정석을 따르지 않는 패도적인 스타일이다. 복싱은 지키는 쪽이 유리하고, 상대를 끌어들여 공격하는 편이 쉽다. 먼저 움직이는 쪽이 전술적 선제권을 빼앗기는 경우가 많아서 페인트 모션을 활용해 상대의 움직임을 유도하고 들어갈 타이밍을 보게 되는 것이다. 상대보다 먼 거리에서 공격이 가능하다면 수를 먼저 둘 수 있어서 유리하다. 체급대비 높은 신장과 긴 리치는 스피드와 반사능력, 펀치력 만큼이나 중요한 자질이다. 

트레이너의 입장에서 작고 빠른 선수를 데리고 프론트 페이스의 스타일로 선수를 완성단계까지 지도하느니 그냥 키 크고 팔다리 늘씬한 선수를 몇 명 붙잡고 가르치는 편이 챔피언 만들기에는 유리하다. 상대에게 접근해 상대의 공격을 이끌어내고 그걸 숙이거나 흔들어 피함과 동시에 접근하여 강력한 펀치로 응징하게 만드는 건 대단히 어려운 것이다. 선수가 하기 힘든만큼 트레이너가 가르치기도 힘들다.

흔히 자이언트 킬러라고 불리는 작지만 빠르고 강력한 파이터들은 자주 등장하지 않지만 그들이 등장하면 언제나 시대사적인 흥행 돌풍이 일어났다. 잭 뎀시. 플로이드 페터슨, 조 프레이저, 마이크 타이슨 등이 거인 사냥꾼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킥복싱에는 스탠 롱지니디스와 구칸 사키 등이 대표적이며 MMA에서는 케인 벨라스케즈를 꼽을 수 있다. 마크 헌트도 신장기준으로 보면 훌륭한 자이언트 킬러지만 둘레와 무게로 따진다면 애매하다.

이런 유형의 선수들은 거의 대부분 강력한 레프트 훅을 가지고 있다. 서있는 자세 자체부터 왼쪽 어깨가 다른 자세들에 비해 뒤로 빠져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휘둘렀을 때 왼손 훅을 더 강하게 낼 수 있고, 백스윙을 하더라도 더 크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오른손보다 왼손이 상대와 가깝기 때문에 거리에 목마른 이 유형의 선수들로서는 레프트 훅의 성능이 전체 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로이드 페터슨과 마이크 타이슨은 커스 다마토라는 복싱 장인이 키워냈고 프레이저의 트레이너인 에디 퍼치는 챔피언을 무려 20여명을 길러낸 당대 최고의 조련사였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트레이너이자 28명의 챔피언을 배출한 프레디 로치도 퍼치의 제자 중 한명이다. 다만 잭 뎀시는 사실 경기구조에서 테크닉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었고 강력한 공격력과 끝없는 체력(그리고 약간의 단무지 성향)이 특징이었고, 사실 나머지 세 명과는 많이 달랐다. 하지만 흔히 스와머라고 분류되는 이 타입은 이러한 재능을 가진 자원이 귀하기도 하고, 그런 선수가 있다고 아무나 제대로 키울 수도 없는 특별한 스타일로 볼 수 있다.


■ 스텝 견제, 옵션 제약 & 잽 킬러

 메이웨더 가문의 자세는 프론트 페이스의 대척점에 있는 스타일이다. 다리를 앞뒤로 벌린 상태로 틀어 서서 상대에게 (오른손잡이의 경우) 왼쪽 측면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너무 틀어 서면 상대의 왼손 훅에 밸런스가 흔들리게 된다. 적당히 틀어 서는 게 중요하다. MMA에서는 스티븐 톰슨이나 마이클 페이지가 이렇게 서 있다. 하지만 복서의 사이드 페이스와 태권도 베이스의 사이드 페이스는 디테일에서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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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페이스의 장점은 여러 가지다. 먼저 상대에게 보여주는 면적 자체가 적다는 점이 있다. 그리고 상대의 공격을 사이드 스텝과 피봇으로 무력화시키는데 용이하다. 거리와 높낮이 앵글을 이용한 피하고 받아치기에 특화된 자세로 키가 크고 반사신경이 우수하며 빠른 선수가 이 자세를 취할 때는 도통 답이 나오지 않는다. 메이웨더는 웰터급치고는 키가 작은 편이지만 반사신경이 역대 최고수준으로 우수하고 대단히 빠르다. 그리고 유년기부터 복싱을 시작했기 때문에 복싱 지식이 방대하고 그만큼 상대를 읽는 능력이 탁월하다. 또한 어릴 때부터 시작한 만큼 완숙한 구력을 바탕으로 한 운동능력을 발휘해 신장이 높지는 않지만 마치 큰 선수처럼 싸우는 방법을 알고 있다. 

사이드 페이스 자세는 상대의 눈으로 보면 뒷발이 보일락 말락 하게 두는 형태다. 이 자세에서 자신의 앞발(왼발)을 상대의 왼발 바로 앞에 두거나 바깥쪽에 두는 포지션을 선호한다. 전자의 경우, 메이웨더의 앞발 때문에 상대가 전진 스텝을 밟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후자의 경우 이 상태에서 상대가 메이웨더를 공격할 옵션은 왼손잽과 훅으로 제약된다. 본인의 경우는 모든 옵션이 가능하다. 여기서 상대가 왼손 잽이나 훅을 던지면 아주 작은 사이드 스텝이나 스웨이(상체를 뒤로 젖히는 동작), 피벗동작으로 회피가 가능하다. 게다가 작은 동작의 회피는 카운터로의 연결성이 좋다는 의미가 된다. 메이웨더의 특기중 하나인 풀(pull) 카운터가 좋은 예다. 

상대의 잽을 뒤로 젖히며 머리를 틀어 흘리고 즉시 오른손으로 받아치는 이 풀 카운터는 메이웨더의 대표적인 포인트 자판기이자 팬서비스인데, 사실 그보다 더 훌륭한 기능은 잽 킬러라는 점이다. 이것에 자꾸 당하면 잽이 위축되고, 잽을 적절히 사용하지 못하면 거리측정도 어려워지며, 셋업도 힘들어져 점점 더 어려운 경기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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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보면 누구나 따라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발동작을 잘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메이웨더의 풀 카운터에는 상대의 잽이 올 때 허리를 젖혔다 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젖히기와 동시에 뒷발이 반스텝 빠지고 앞발도 따라 빠진 후 무릎의 앞 굽힘을 만드는 과정이 있다. 앞무릎이 이렇게 굽혀졌다는것, 그리고 몸이 전방으로 기울어져 있는 자세는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무거운 것을 밀 때 몸을 앞으로 숙인 자세를 취한다. 체중을 미는 힘에 보태기 위해서다. 펀치를 낼 때에도 당연히 몸이 전방으로 기울어진 상태인 쪽이 적중되었을 때 위력적이다. 메이웨더는 허리를 뒤로 젖히는 도중에 스텝을 구사해 펀치의 위력을 더하는 세팅을 하는 것이다.

웰터급의 메이웨더가 구사하는 이 테크닉은 포인트 획득용처럼 보인다. 어차피 포인트만 딸 건데 위력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팬들도 있겠지만, 사실 슈퍼페더-라이트급 시절 이 테크닉은 상대를 그로기에 빠뜨리거나 다운을 시킬 만큼 위력적이었다. 레이하 가문의 루이스 레이하와 31승 30KO를 기록 중이던 엔도우 필립스는 이것을 연이어 허용하다가 KO패를 당했다.

또한 메이웨더는 라이트 카운터 이후 머리를 반시계방향으로 흔들며 상대의 카운터를 피해 빠져나가는 펀치&롤을 능숙하게 구사한다. 메이웨더가 장거리포를 단발로 던지고 나서 펀치&롤을 구사해 유유히 빠져나가는 건 경기 내내 자주 볼 수 있는 그림이다. MMA 에서는 컵 스완슨이 오른손 장거리포를 쏘고 나서 이 테크닉을 사용해 후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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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지만 크게 싸운다

 앞서 프론트 페이스에 대해 알아보면서 작은 선수가 되도록 머리를 높이, 상대와 멀리 두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키가 큰 선수들은 머리를 어디에 두어 상대의 미스 블로우를 유발하고 그 틈을 역이용 할 수 있을까?

정답은 당연히 ‘아래’. 상대와 가까이 두는 것이다. 즉, 숙이고 왼팔을 늘어뜨린 자세로 상대를 유혹해 상대의 펀치가 낮고 가까운 곳을 노리게 만들고, 상대의 펀치가 오면 허리를 세우며 카운터를 적중시키는 전법이다. 

메이웨더의 ‘머리’라는, 꼭 한입 베어 먹고 싶은 미끼가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커버링도 없이 들어오면 유혹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왼손을 쓰면 라이트 풀 카운터가 날아오고, 오른손을 쓰면 체크 레프트 훅을 얻어맞게 된다. 

이 자체는 복싱의 기본적인 영역에 속한다. 단 키가 큰 선수에게나 그렇다. 메이웨더는 슈퍼 페더급에서도 그렇게 큰 복서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보다 다섯 체급이 높은 웰터급에서까지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신장이 작은 선수가 본인보다 큰 선수에게 이런 테크닉을 구사한다는 건 조금 황당한 일이다. 그리고 그 비결은 메이웨더의 반사 능력과 유연성, 스피드와 직관 또는 경험의 총합에 있다.

메이웨더는 머리를 내밀고 상대의 공격 타이밍과 옵션을 파악한 후 매우 빠른 속도로 허리를 뒤집는 동작을 취해 상대의 펀치를 흘리고 카운터 타이밍을 가져가는데, 이것은 골반을 기점으로 머리와 연결되는 척추를 마치 작대기 휘두르듯 머리의 위치를 고속으로 이동시키는 셈이다. 그 정도로 머리를 휘두르다보면 정수리에 피가 몰려 큰일이 날 것만 같지만, 아직까지는 문제가 없어 다행이다. 사실 풀 카운터는 이 전법의 한 카테고리라고 봐야하는데, 워낙 흥미로운 테크닉이라 따로 빼서 설명했다.

정리하면, 메이웨더가 상대를 향해 머리를 내밀었을 때 왼손 잽이 나오면 위에서 살펴본 풀 카운터, 오른손이 나오면 피벗하면서 레프트 훅(체크 레프트훅)으로 연결된다는 것이고, 본인보다 키가 큰 상대에게 이런 걸 사용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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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잽의 활용과 바디 잽, 그리고 야바위

 메이웨더 주니어는 잽을 굉장히 잘 사용한다. 꼭 때리는 잽이 아니더라도 잽에는 거리를 측정하기 위한 용도가 있고, 상대의 시야를 방해하는 목적으로도 활용한다. 특히 메이웨더의 공세에 위협을 느낀 상대가 머리를 하이가드 안으로 감춰버리면, 왼손을 느릿하게 뻗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도록 만들어 하이가드를 벗겨내는 요령을 사용한다. 하이가드의 가장 큰 단점은 주변 시야가 제한되는 것인데, 거기에 메이웨더의 글러브가 정면 시야까지 막아버리면 영락없이 하이가드 올린 심봉사 꼴이 된다. 상대는 어쩔 수 없이 하이가드를 풀게 되는 것이고, 이런 식이면 하이가드가 있고 없고의 자체보다도 메이웨더에게 컨트롤 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면서 화가 나거나 위축되는게 문제가 된다. 

메이웨더는 상대가 소극적이거나 펀치를 미스할 경우 높은 확률로 왼손 바디잽을 구사한다. 보통의 경우 이 바디잽은 상대의 움직임을 유도하거나 다음 공격을 위한 셋업으로 활용되는데, 특별히 위력 있는 공격은 아니다. 

그러나 메이웨더는 상대의 미스샷 직후 이것을 상당히 무게 있고 정확히 명치에 찔러 넣는데, 상대가 미스샷으로 에너지를 허비한 직후에 이것에 당해 호흡에 방해를 받게 되면 체력 면에서 추가적인 손실을 입게 되는 계산이다. 실제로 꼭 그렇다기보다는 아무래도 12라운드를 뛰는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계산을 하게 된다. 이것에 계속 당하게 되면 결국 이걸 의식하게 되고, 바디잽 타이밍에 커버링이 내려가기 시작하면 메이웨더는 바디잽 페인트에 이은 라이트 스트레이트와 레프트훅 단발을 내기 시작한다. 이게 들어가기 시작하면 정말 정신없다. 

왼손잡이와 싸울 때도 메이웨더는 비슷한 패턴을 구사한다. 다만 이 경우 바디잽이 아니라 라이트 바디 스트레이트가 기점이고, 그 자체로 상당한 충격을 가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것으로 셋업을 하고 상단 라이트 스트레이트, 수평으로 휘두르는 라이트 훅, 레프트훅, 레프트훅-레프트 바디 컴비네이션 등을 내는데, 이게 더 무서운 세트라고 할 수 있다.

■ 인사이드 복싱

 메이웨더는 눈이 좋고 복싱만 34년차로 경험이 풍부한 만큼 수읽기에 능하다. 반사신경에 운동능력까지 좋아서 기습적으로 무언가 훅 들어와도 순식간에 빠져나간다. 정말 빠르게 멀리 사라지기 때문에 기습은 메이웨더에게 통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통상거리의 접전 중 상대에게 공격 타이밍을 내준 경우라면 상대의 공격 간에 오히려 접근해 몸통을 부딪쳐서 끊고 인사이드 복싱-클린치 워크를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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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 엘보 디펜스와 클린치 워크

 근접상황에서 상대의 오른손 펀치를 견제하는 방어 테크닉으로, 클린치와 그 직전·직후에 굉장히 유용한 기술이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본인의 잽에 대해 버뮤데즈의 라이트 오버핸드 카운터가 날아오자 이 하이 엘보의 응용기로 상대를 좌절시킨 바 있다. 개인적으로 그 장면에서 정찬성 같은 성실한 타입에게는 군 복무 기간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음을 알게 됐는데, 버뮤데즈전에서 나온 정찬성의 스텝과 다양한 테크닉, 또 케이지 근처에서의 잔기술을 보며 같은 사람이 맞나 의심이 들었을 정도다.

각설하고, 하이 엘보 방어 도중 상대가 팔꿈치에 맞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레프리에 따라 메이웨더에게 주의가 주어지기도 한다. 이것과 세트로 오른손을 상대의 왼손 안쪽에 두어 상대의 왼손을 견제하는 수법이 극도로 훌륭하다. 메이웨더는 이렇게 클린치에서의 대응이 비교대상이 없을 정도로 탁월하기 때문에 상대의 공세를 차단하는 주요 루트로 달라붙어 뭉개는 기법을 즐겨 사용한다. 꼭 클린치를 붙잡고 늘어진다기보다는 왼쪽 하이 엘보로 상대의 오른손을 견제하면서 오른손을 상대의 왼손 안쪽에 둔 상태로 상대의 공격의도를 분쇄해버리는 것이다. 

거기에다 유도에서 팔방기울이기라고 하는 던지기 셋업과 같은 방식으로 밀착상황에서 공격 타이밍을 만들어낼 수 있다. 리키 해튼과의 경기 4라운드를 참고하면 좋다. 서로 머리를 맞댄 상태에서 메이웨더가 상체를 해튼에게 밀착시키며 밀어 붙이고, 여기서 해튼이 밀리지 않기 위해 맞받아 밀어붙이자 메이웨더는 매우 빠른 속도로 물러나버린다. 해튼은 본인의 힘에 의해 앞으로 나가게 되고, 메이웨더의 라이트 단발과 3-2 컴비네이션을 얻어맞게 된다. 진심으로 놀라운 장면이었다.

밀착 상황에서의 어퍼컷도 기가 막히게 활용한다. 여러 가지 패턴이 있는데, 밀착상태에서 하이 엘보 때문에 오른손으로 머리를 때리지 못하게 된 상대가 라이트 바디를 치면 상대의 몸통이 반 시계방향으로 돌아가고, 본인은 그때 몸을 시계방향으로 살짝 틀어 오른손을 쓰기 좋은 공간을 만들어내면서 어퍼컷을 구사하는 패턴이 자주 보인다. 또 본인의 오른팔로 상대의 팔을 컨트롤하다 슬쩍 풀어주고 상대가 왼손 바디를 시도할 때 그 내각으로 라이트 어퍼를 찔러 넣는 방식도 즐겨 쓴다. 두 가지 모두 대단히 효과적이다.

보통의 아웃파이터들이 근접상황을 매우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과 달리 메이웨더에게 근접 상황은 떨어진 상황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상대가 아무리 강력한 파워펀처라 해도 본인이 스스로 근접상황을 만들고 상대를 마치 공격력 없는 선수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 메이웨더의 장기다. 걸리면 인기가 떨어지고 몸값이 하락하는 추가 데미지를 입는다.


■ 숄더롤과 롤링 카운터 포인트 대량 채굴

 숄더롤은 복싱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봐도 정말 재미있는 기술이다. 필립 엔도우라는 남아공 선수가 2003년 메이웨더의 라이트급 타이틀에 도전해 왔다. 엔도우는 당시 31승 1패 30KO의 전적을 기록 중이던 어마어마한 강타자였다. 하지만 메이웨더는 막강한 방어를 쉴 새 없이 퍼부어 엔도우의 기를 꺾었는데, 이때 경기 중 나온 숄더롤 장면은 인상적이다. 엔도우의 좌우연타가 쉴 새 없이 이어지는데 메이웨더는 뭔가 게임에 집중하는 표정으로 숄더롤을 구사하며 모두 흘리고 제쳐버린 것. 

숄더롤의 원리는 일반적인 영상 하나만 보면 2초 만에 이해할 수 있다. 눈으로 보고 머리로 이해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숄더롤은 말처럼 단순한 방어 테크닉이 아니다. 메이웨더는 숄더롤 간에 상대의 빈틈이 보이거나, 또는 한대 쥐어박고 싶거나 할 때 극도로 짧고 얍삽해 보이는 카운터를 구사한다. 물론 이 카운터는 상대에게 큰 충격을 입히는 공격이 아닌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부심의 펜대를 쥔 손에 상당한 부담을 가한다.

크고 힘 좋은 상대에게 로프까지 밀린 상황에서 파상공세가 밀려오는데 메이웨더는 그것을 리듬에 맞춰 흔들고 방어해낸다. 그런 와중에 뭔가 놀리는 것도 아니고 때리는 것 같지도 않은 공격이 하나씩 나와 상대의 얼굴에 꽂히고, 되려 때리던 상대의 머리가 흔들리는 걸 보면 부심은 혼란에 빠진다. ‘저걸 도대체 어떻게 채점해야 하나’, ‘분명 카운터는 카운터인데, 스킬레벨이 정말 높다는 건 알겠지만 저걸 맞고 충격을 입지는 않을 테고’ 이런 식이다. 그렇다면 저건 부심에게 보여줘 점수를 먹겠다는 의도의 카운터임이 분명한데, 점수를 주자니 뭔가 휘둘리는 것 같고, 안주자니 치사한 사람이 될 것 같은 상황이 된다. 점수를 주기로 마음먹었다면 그 다음부터는 셈이 바쁘다. 순식간에 서너 개씩 적중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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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웨더 시니어가 물려준 최종방어선

 메이웨더 부자간에는 막장드라마에 버금가는 스토리가 있다. 시니어의 과거사는 사실 아들 보기 남부끄러운 데가 있는 게 사실이고, 주니어가 그간 쌓은 업적은 가문의 명예를 드높였기 때문에 참 대견한 아들인 게 적어도 그들 사이에서는 당연한 이야기다.

주니어가 비록 혼자 힘으로 일어섰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지만, 아버지와 삼촌들에게 받은 것도 참 많은 건 사실이다. 그리고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맷집이다.

다른 것들이야 가르쳐서 어떻게든 만든다지만 맷집은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다. 삼촌인 로저 메이웨더는 두 체급을 석권했던 수준 높은 선수였지만 턱이 약했다. 시니어는 비록 타이틀권 까지 오르지도 못했지만, 그 어마어마한 레너드의 기관포 같은 컴비네이션을 그로기 상태에서 얻어맞는 장면을 두 라운드에 한번 꼴로 반복하면서 10라운드까지 버텼다. 레너드에게 그렇게 맞으면 헤비급도 골병이 들 텐데, 시니어는 항복을 거부하고 끝까지 버티다 틈이 보이면 있는 힘을 다해 반격했다. 그 맷집과 투지를 유전으로 물려받은 점에 대해 주니어는 감사해야 한다.

메이웨더 주니어는 ‘어떻게 저걸 맞고도 안 넘어가지?’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을 굉장히 많이 연출했다. 유튜브를 찾아보면 많이 나온다. 호세 루이스 카스티요, 다마르커스 콜리, 잽 주다, 쉐인 모슬리, 마르코스 마이다나 등이 메이웨더에게 큰 것을 선물했던 선수들이다.

그러나 모슬리는 정말 무거운 걸 한 라운드에 두 개나 맞추고도 메이웨더를 다운시키지 못했다. 잽 주다는 사실 다운을 빼앗았지만 심판이 보지 못하고 넘어간 게 아쉬운 점이다.

아직 어디에도 소개되지 않은 한 장면을 추가한다면 미구엘 멜로와의 경기에서 나온 역카운터 허용장면이다. 메이웨더는 당시 15연승 중이었고 멜로는 8승 1패였다. 하지만 멜로에게는 200전 이상의 아마추어 전적이 있었다. 멜로가 라이트 페인트로 메이웨더의 체크레프트 카운터를 드로우했고, 강력한 레프트 훅으로 역카운터에 성공했다. 메이웨더의 목이 뒤로 완전히 넘어갔고, 부러진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는데 잠시 주춤 하더니 이내 정신을 차렸다. 아버지 잘 모셔도 손해는 아니다 싶은 대목이었다.

메이웨더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방어 시스템은 이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다. 과연 메이웨더의 철벽방어를 공략할 수 있는 맥그레거의 무기는 무엇이 있을까? 다음 편에서는 맥그레거의 희망적인 측면에 대해 살펴본다.

나라가 망해도 세 명의 충신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현재의 맥그레거에게도 승리를 가져다줄 수 있는 세 가지 포인트가 있다.

[사진] 플로이드 메이웨더 인스타그램/ⓒShowtime
[기사] 이용수 기자(press@monstergroups.com)
[편집] 조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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