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6회 월드시리즈(WS) 1차전은 기념비적인 판정 번복으로 시작됐습니다.

1회말 제구력이라면 리그 최고 수준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선발 애덤 웨인라이트(9이닝 당 1.303 BB로 NL 2위)가 보스턴 레드삭스 선두 타자 자코비 엘스베리와 7구의 풀카운트 실랑이 끝에 볼넷을 내준 것이 카디널스로서는 불안한 전조였습니다. 1사 후에 3번 페드로야가 중전 안타를 치며 주자는 1,2루. 애덤라이트는 그러나 4번 오티스에게 2루 땅볼을 끌어냈습니다. 4-6-3으로 이어지는 맞춤형 병살 타구. 그런데 여기서 수비라면 가장 믿을만한 유격수 코즈마가 2루 베이스 위에서 공을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2루심 마크 웨그너는 즉각 2루로 뛰던 주자 페드로야의 아웃을 선언했습니다. 연결 동작에서 공을 떨어뜨리면 그 베이스에서의 아웃을 인정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 그런데 전제 조건은 야수가 공을 완전히 포구한 후 다음 연결 동작에서 낙구를 하는 경우라는 점. 아무리 봐도 코즈마는 공을 제대로 잡고 다음 동작으로 가다가 떨어뜨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정상적인 병살 플레이였으면 이닝이 끝날 수도 있었지만 코즈마가 공을 떨어뜨리며 펜웨이파크는 묘한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레드삭스 존 페럴 감독은 즉각 항의를 했지만 심판이 상황을 판단해서 내리는 판정은, 설령 오심이 의심돼도 해도 번복되는 일은 없습니다. 그런데 30년 경력의 구심 존 허시벡이 6심을 모두 모았습니다. 그리고 긴 상의 끝에 판정을 뒤집었습니다. 2아웃 1,3루에서 주자 올 세이프에 1사 만루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이렇게 큰 경기를, 그것도 월드시리즈 1차전을 오심으로 시작할 수 없다는 의지로 전례를 뒤집고 실수를 인정한 과감하고 용감한 결단이었습니다. 카디널스 마이크 마테니 감독이 나와 항의를 했지만 명분이 떨어진 가벼운 항의에 그쳤습니다.

통산 3번이나 19승 이상의 시즌을 이뤄냈고 올해도 NL 다승 1위인 천하의 웨인라이트도 이 상황에서 흔들렸습니다. 5번 마이크 나폴리에게 연속 볼로 시작하더니 3구째 145km의 컷패스트볼을 던졌지만 좌중간을 꿰뚫는 장타를 얻어맞았습니다. 2,3루에 있던 주자는 쉽게 홈을 밟았고 1루에 있던 오티스마저 홈까지 쇄도해 세이프가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카디널스 중견수 로빈슨이 공을 잡으려다 잠시 더듬었고 실책이 기록되면서 나폴리는 2타점만 올린 것으로 됐습니다. (그러나 이닝 종료 후 기록원은 오티스가 이미 실책성 플레이와 상관없이 질주했기 때문에 나폴리에 3타점, 로빈슨의 실책은 삭제하는 것으로 수정했습니다.)





< 계약 무효 등의 곡절을 겪은 나폴리는 WS 1차전 싹쓸이 2루타로 영웅이 됐습니다. 레드삭스의 조우승을 기념하던 모습. 사진=나폴리 SNS >

마이크 나폴리. 31세의 저니맨 포수 겸 1루수.
2000년 애너하임 에인절스가 17라운드에 드래프트했던 나폴리는 2006년 빅리그에 데뷔했지만 수비력도 뛰어난 편은 아니고 한 방의 펀치력은 있지만 정교함도 떨어진다는 평가 속에 에인절스에서 홀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토론토를 거쳐 텍사스에서 2011년에 꽃을 피웠습니다. 3할2푼에 30홈런, 75타점의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습니다. 2012시즌 타율은 2할2푼7리로 추락했지만 108경기에서 24홈런을 쳤고 타석에서 참을성과 장타력은 인정받았고 지난겨울 FA가 되자 보스턴과 3년 3900만 달러의 생애 첫 대박 계약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야구 인생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신체검사 결과 엉덩이 관절 쪽에 이상이 발견되면서 운명은 순식간에 뒤바뀌고 말았습니다. 400억 원 계약은 무효가 됐고 레드삭스는 1년 500만 달러 계약을 제시했습니다. 물론 성적에 따른 800만 달러 옵션이 걸렸지만 시즌 중 부상을 입으면 이룰 수 없는 옵션이었습니다. 나폴리는 그러나 올 시즌 139경기를 뛰면서 23홈런에 92타점의 활약을 펼쳤고 이닝을 채우는 옵션도 거뜬히 이뤄내 결국 1300만 달러를 모두 받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무대인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1회에 기선을 확실하게 제압하는 싹쓸이 2루타를 터뜨리면서 펜웨이파트에 모인 3만8345명의 열성팬들을 열광시켰습니다. (이날 펜웨이는 정원의 103.4%가 입장했습니다.)

이번 포스트 시즌 들어 보스턴은 '만루의 레드삭스'가 되고 있습니다.
이날 나폴리의 싹쓸이 2루타 포함, 보스턴은 만루 기회에서 8타수 3안타 3할7푼5리를 기록했는데 3안타가 오티스와 빅토리노의 만루 홈런에 이은 나폴리의 2루타였고 만루에서 총 13타점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2회에도 만루에서 적시타와 희생플라이로 2점을 보태는 등 포스트 시즌 12경기에서 만루에서만 15타점을 올렸습니다. 집중력하면 정규 시즌 득점권 팀 타율이 3할3푼이던 카디널스지만 이번 가을 잔치에서 레드삭스는 더욱 뛰어난 집중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반면 정규 시즌 NL 최고의 그물망 수비를 자랑하던 카디널스는 이날 초반 나온 실책으로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기며 완패하고 말았습니다.
2회말의 시작도 카디널스로서는 어이없었습니다. 8번 스티븐 드루가 친 공은 내야에 높이 떴습니다. 웨인라이트는 손을 번쩍 치켜들었습니다. 보통 내야 뜬 공은 포수나 야수들이 잡지만 공은 바로 투수 머리 위. 그런데 몰리나가 본능적으로 공으로 접근하자 마지막 순간에 웨인라이트도 주춤하며 물러섰고 공은 포수와 투수 사이에 떨어졌습니다. 안타로 기록된 실책. 이어서 9번 로스가 중전 안타를 쳤고 1사 후에는 빅토리노가 3유간 땅볼을 쳤습니다. 코즈마가 잡아 2루 내지는 3루에도 송구할 수 있던 상황.
그러나 코즈마의 글러브 잠금 장치는 이번에도 너무 일찍 작동했습니다. 공을 잡지 못하고 떨어뜨리면서 주자는 올 세이프. 레드삭스 같은 팀에게 한 이닝에 쓰리아웃이 아니라 포, 파이브 아웃을 주게 되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페드로야가 날카로운 좌전 안타로 추가점을 뽑아 4-0이 됐습니다. 그리고 클러치에서 가장 두려운 타자 오티스가 타석에 섰습니다. 4구째 150km 포심 패스트볼을 때린 순간 거의 대부분이 승부가 끝났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입니다. 오티스의 방망이에 제대로 걸린 공은 우측 관중석으로 향해 쭉 쭉 날아갔습니다. 그런데 카디널스 우익수 카를로스 벨트란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공을 추격했고 가장 높이가 낮은 우측 펜스를 넘어 불펜으로 날아가던 공을 낚아챘습니다. 벨트란의 글러브에 잡혔을 당시 공은 이미 펜스를 넘어갔지만 아웃이 됐고, 만루 홈런 대신에 희생플라이로 기록됐습니다. 그러나 이미 점수는 5-0이 됐고 과거 놀라운 가을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이날 첫 월드시리즈 경기에 나선 벨트란은 담장에 부딪힐 때 오른쪽 옆구리에 받은 충격으로 심한 통증을 느껴 교체돼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2회말의 2점은 모두 비자책점으로 기록됐고 카디널스는 7회 2사 후에도 3루수 프리스가 송구 실책으로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하자 오티스가 이번에는 확실하게 우측 관중석에 떨어지는 홈런포를 가동해 7-0으로 달아났습니다. PS 11경기를 치르면서 단 3개의 실책만 범했던 카디널스는 이날 기록된 실책만 3개, 그리고 실은 5개의 실책을 저지르면서 자멸했습니다.





< ws1차전에서 7.2이닝 무실점의 역투를 펼친 레스터가 교체되며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습니다. 사진=보스턴 SNS >

웨인라이트는 2회말 오티스에게 만루 홈런 성 희생플라이를 맞은 후로는 자신의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5회까지 단 한 명의 추가 주자만 내보내며 나름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카디널스 타선은 레드삭스 좌완 존 레스터(29)를 상대로 전혀 효과적인 공격을 하지 못했습니다. 2002년 2라운드 57번째로 레드삭스가 드래프트한 레스터는 당시 2라운드에 뽑힌 선수 중에 최고인 100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았을 정도로 기대를 모았던 유망주였습니다. 2004년에는 텍사스 레인저스가 알렉스 로드리게스 트레이드 협상 때 레스터를 꼭 달라고 해서 무산된 적도 있었습니다. 2006년에 빅리그에 데뷔했을 정도로 성장이 빨랐지만 암에 걸려 화제의 인물이 되기도 했습니다.
2007년 중반 암을 극복하고 다시 마운드에 돌아온 레스터는 포스트 시즌 데뷔전인 WS 4차전에서 콜로라도를 꺾고 우승을 확정지은 승리 투수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 5월19일에는 캔자스시티를 상대로 노히트 노런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레스터는 초반부터 '스트라이크 머신'처럼 카디널스 타선을 적극적으로 공략했습니다.
1회 12개, 2회 10개, 3회 13개로 이닝을 마쳤습니다. 3회까지 투구수 35개는 웨인라이트의 69개의 절반에 불과했습니다. 이날 유일하게 위기에 몰린 것은 4회초였습니다. 벨트란이 빠져 대신 들어온 존 제이가 선두 타자로 나와 볼넷을 골라 진루했습니다. 이날 7⅔이닝 동안 28타자를 상대하며 레스터가 내준 유일한 프리 패스. 그리고 1사 후에 4번 크렉과 5번 몰리나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만루에 몰렸습니다. 그러나 2011년 가을을 가장 화려하게 장식했던 카디널스 6번 타자 데이빗 프리스(2011년 NLCS와 WS 모두 MVP 수상)를 맞아 4구째 투수 땅볼로 1-2-3으로 이어지는 병살 플레이를 스스로 만들어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습니다. 이번 PS에서 1할8푼6리로 부진했던 프리스는 이날 삼진 2개와 병살타, 수비 실책 등 최악의 날을 보냈습니다. 전체적으로 절묘한 강약 조절과 빠른 템포의 자신 있는 승부로 8개의 삼진에 산발 안타 5안타를 모두 단타로 묶은 레스터의 압도적인 피칭이었습니다.

카디널스는 9회초 홀리데이가 레드삭스 세 번째 투수 뎀스터에게 홈런을 쳐 간신히 영패는 면했습니다. 이날 양 팀의 안타는 8개와 7개로 차이가 없었지만 점수는 8대1로 일방적이었습니다. 이어진 실책과 그리고 상대가 흔들린 틈을 놓치지 않고 대량 득점으로 이어간 초반에 이미 승부가 갈렸습니다.

양 팀은 25일 2차전에 루키 마이클 와카와 노장 존 래키를 각각 선발로 예고했습니다. NLCS에서 다저스 에이스 커셔를 두 번이나 꺾은 와카는 생애 첫 WS 선발이자 가장 중요한 경기에 등판합니다. 반면 래키는 11년 전 에인절스 시절에 WS 3차전 등판 이후 첫 WS 경기입니다.

이 기사는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fangraphs baseball, Wikipedia, baseballprospectus.com, Bleacher Report, minkiza.com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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