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5 LA 다저스)의 '괴물 본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글렌데일의 카멜백렌치에서 벌어진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 지난 경기에 이어 이날도 초반 어려움을 딛고 갈수록 좋아지는 모습으로 7이닝을 단 1안타로 소화했습니다.
안타 하나만 맞고 2점을 내줬는데 1회초 선두 타자 데아자를 8구의 긴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낸 후 안타 없이 폭투로 선취점을 내줬습니다. 2회에는 5번 플라워스에게 2구째 어설픈 높은 속구를 던져 중월 2루타를 맞은 후 와이스의 희생플라이로 다시 1점을 내줬습니다. 플라워스에게 맞은 안타가 이날 류현진이 7회까지 23타자를 상대하며 내준 유일한 안타였습니다. 볼넷은 2개였는데 그 중의 한 주자가 득점했고, 삼진은 5개를 잡았습니다. 이날 승리로 시범 경기 2승2패에 평균자책점은 3.86이 됐습니다.

<2연승을 거뒀을 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MLB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는 류현진. 24일에는 7이닝을 1안타만 내주며 호투했습니다. ⓒ민기자닷컴>

이날 초반 류현진은 강속구의 제구가 높게 형성된 데다 지난 18일 밀워키전에서 대단히 예리했던 커브마저 제구가 흔들리며 고전했습니다. 1회에만 투구수 24개를 기록했습니다. 밀워키전 역시 1회에 19개의 투구를 던지며 1실점했기에 두 경기 연속 선두 타자 진루에 실점을 했습니다.
그러나 류현진은 플라워스에게 2루타를 허용한 이후 18명의 타자에게 딱 볼넷 하나만 내주고 모두 범타 처리했습니다. 4회초 선두 3번 케핀저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4번 던을 1루수 라인드라이브 더블 아웃으로 잡아냈습니다. 워낙 힘이 강한 애덤 던이기에 직선 타구가 됐지만 타이밍은 빼앗은 투구였습니다. 6회초에는 데아자의 타구에 오른 팔뚝을 맞아 트레이너가 달려 나가기도 했지만 다행히 부상이 아니어서 투구를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이날 경기는 캑터스리그 사상 최다인 1만3721명의 유료 관중이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류현진은 이번 스프링 캠프에서 다저스 투수 중에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기량을 뽐냈습니다.
류현진은 또한 3회말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제이크 피비를 상대로 깨끗이 밀어친 우전 안타를 뽑기도 했습니다.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기록한 최초의 안타였습니다. 캠프 인터뷰 때 류현진은 "올 시즌 타율 2할을 기록하고 홈런도 치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는데 이날 만만치 않는 타격 능력을 보였습니다. 계속 타격 훈련도 병행했기 때문에 갈수록 타석에서도 편안한 모습입니다. 2할 치는 투수는 극히 드물다고 했더니 그럼 1할5푼으로 목표를 수정하겠다며 웃던 류현진이었는데 타석에서도 상당히 경쟁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걸게 합니다.

다저스는 5회 투구수 80개를 넘기며 힘이 떨어지기 시작한 피비를 두들겨 3점을 뽑으며 4-2로 승부를 뒤집은 후 7회 화이트삭스 불펜 투수 린드스톰의 난조와 상대의 잇단 실책에 편승, 대거 6점을 뽑아 10대4로 대승했습니다. 경기 후 류현진은 "앞으로 더욱 강속구를 앞세운 공격적인 피칭을 하겠다."라며 "다음 등판에서는 무실점을 목표로 마운드에 오르겠다."라고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류현진은 두 경기 연속 호투를 했습니다. 이날은 7이닝을 던졌는데 투구수가 98개였습니다. 1,2회에만 38개의 공을 던지며 고전했지만 3회부터는 9개, 15개, 10개, 12개, 14개 등의 대단히 경제적인 투구수 관리에 성공했습니다. 확실히 그저 루키가 아니라 한국프로야구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임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만 25세의 나이면 아직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투수가 맞지만 능력이나 경험으로 보면 MLB 베테랑에 밀리지 않습니다. (다저스 40인 로스터 평균 연령은 28.7세로 만 29세에 가깝습니다.) 위기관리나 마운드에서의 침착함과 대담함 등은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습니다.

이날 호투로 류현진의 입지는 탄탄해졌습니다. 지난 두 경기에서 12⅔이닝 동안에 단 4안타만 내줬고 볼넷 4개, 삼진 11개를 기록했고 3점을 내줬습니다.
그런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단 매팅리 감독은 한편으로 마음이 불편해지고 있습니다. 행복한 고민이지만 개막부터 로테이션을 어떻게 짜야할지 난감해지고 있습니다. 긴 시즌은 5선발 체제로 가지만 시즌 초반에는 4선발이면 첫 2주를 돌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5선발은 필요할 때까지 불펜 대기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개막전은 클레이턴 커셔에게 3선발은 조시 베켓에게 맡기기로 이미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당초 2선발로 데려간 그레인키와 3선발급인 빌링슬리의 연이은 부상으로 고민이었는데 두 투수가 기대 이상으로 빠른 회복을 보이자 류현진의 호투까지 맞물리며 2명을 누구를 선택해야 하느냐의 기로에 섰습니다.

<빌링슬리와 그레인키의 부상 회복 여부가 류현진의 MLB 다저스 공식 데뷔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민기자닷컴>

팔꿈치 염증으로 훈련을 중단하기도 했던 잭 그레인키는 지난 21일 화이트삭스 마이너리그 경기에서 4이닝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팔꿈치 통증이 전혀 없다는 희망적인 결과를 얻었습니다. 앞으로 두 번 더 실전 등판을 해서 이상이 없으면 그레인키를 4월 6일 열리는 시즌 4차전 피츠버그전에 투입하기로 매팅리 감독은 잠정 결정을 했습니다. 2선발이 아닌 4번째 경기 선발로 나서게 됩니다.
채드 빌링슬리는 24일 류현진이 화이트삭스를 상대하기 전 인디언스 마이너리와의 경기에 나섰습니다. 번트 연습을 하다가 오른 집게손가락을 다친 빌링슬리는 이날 92개의 투구수를 소화했고 4안타 볼넷 4개, 삼진 7개를 잡으며 2실점했습니다. 그러나 손톱 보호를 위해 커브를 전혀 던지지 않은 가운데 나온 기록이라 성적은 큰 의미는 없고 92개를 던질 수 있었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매팅리 감독은 빌링슬리의 투구 보고를 들은 후에 "커브를 던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만약 채드가 정상적으로 커브를 구사할 수 있다면 4월 3일 시즌 2차전에 투입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무기를 갖추고 나가도 싸우기 쉽지 않기 때문에 커브를 완전히 던질 수 있어야 한다."라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공교롭게도 빌링슬리가 커브를 효과적으로 구사할 수 있느냐 여부가 류현진의 데뷔전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매팅리 감독의 이 발언은 류현진의 등판 이전에 나온 것이라 변수는 있습니다. 두 경기 연속으로 호투한 류현진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으니 그레인키든 빌링슬리든 조금이라도 정상 컨디션이 아니면 무리시키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변수는 빌링슬리의 다음 등판의 부상자 명단(DL) 해석 여부입니다. 구단은 29일 마이너리그 경기에 빌링슬리를 등판시킬 예정입니다. 그러나 결과가 안 좋다면 그를 DL에 신고해야 하는데 만약 마이너리그 등판도 실전으로 유효하다는 MLB 사무국의 해석이 나오면 빌링슬리는 29일부터 적어도 15일을 DL에서 쉬어야 합니다. 만약 손가락의 상태가 그때까지 호전되지 않는다면 무리한 등판보다는 차라리 24일부로 소급해 DL에 올리고 4월 중순부터 실전 투입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기에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그레인키도, 빌링슬리도 모두 건강하다면 명분상 2선발은 빌링슬리로 4선발은 그레인키로 투입할 가능성이 대단히 큽니다. 그레인키를 데려가는데 1억 달러를 넘게 투자했고 올해만 135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거물 FA이고, 빌링슬리는 다저스에서만 80승을 거둔 팀의 중견 투수입니다. 둘이 모두 건강하다면 이들을 제치고 어쨌든 빅리그 신인급인 류현진을 시즌 초반 선발로 투입하기에는 감독의 명분이 부족합니다. 류현진으로서는 최악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불펜 대기하다가 4월 중순부터 정상적인 5인 로테이션이 필요할 때 선발진에 합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가정들은 류현진의 영역 밖에 있는 일입니다.
류현진이 할 수 있는 일은 오는 29일 애너하임에서 예정된 LA 에인절스와의 마지막 시범 경기 등판에서 지난 두 경기의 호조를 이어가는 것뿐입니다. MLB 데뷔전이 시즌 초반이 될지 2주 정도 늦춰질 지는 상황이 알아서 결정할 문제입니다. 지난 두 경기에서의 초반 어려움 극복이라든지 가끔 볼카운트에 뒤지는 타자와의 싸움 등 현재까지 드러난 작은 문제점들을 수정해가며 준비하면 기회는 반드시 돌아옵니다. 이미 류현진은 빅리그 타자들과의 경쟁에서 충분히 이겨내고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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