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했던 호케 컨세코는 당대 최고의 타자이자 괴력의 사나이였습니다. 아마도 삼손이 존재했다면 바로 이 선수 같았을 것이라는 느낌을 주는 근육질의 거구에 야구 방망이를 작은 곤봉처럼 휘두르는 타자였습니다.
그는 16년간 메이저리그에서 뛰면서 462개의 홈런을 쳤습니다. 통산 34위에 불과하지만 만약 컨세코가 운동에만 몰두하고 어이없는 부상 등을 피했더라면 600홈런은 물론 700홈런을 넘봤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그는 선수 시절 자신은 물론 많은 선수가 금지약물인 스테로이드를 사용했다고 자서전에서 폭로하면서 큰 물의를 빚기도 했습니다. 그 자서전과 함께 컨세코의 괴력에 대한 신화적인 매력도 많이 퇴색하고 말았습니다.

< 최초의 40-40 기록 등 호타준족 강타자의 전형이던 컨세코는 약물 폭로와 다양한 변신으로 화제와 구설수의 중심에 서고 있습니다. >

그런데 이틀 전 컨세코는 다시 한 번 뉴스를 장식했습니다.
라스베가스의 파산 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을 한 사실이 뉴스를 타고 미전역은 물론 전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신청서류에 따르면 컨세코는 현재 자산이 2만850 달러, 즉 우리 돈으로 약 2400만원이 채 안되는데 빚은 168만6000 달러로 19억 원이 넘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빚 중에는 미 연방 세무서에 진 빚이 5억8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금 포탈이라면 곧바로 처벌을 받기 때문에 일단 파산신청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1985년에 MLB에 데뷔해 2001년까지 뛰면서 컨세코가 받은 연봉만 합쳐도 약 5300만 달러, 약 610억 원이 됩니다. 그 외에 광고 촬영이나 자서전 출간 등 다양한 부수입을 합치면 1000억 원 정도는 벌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그의 재산이 2400만원이라니.

그러나 파산보호신청과는 무관하게 컨세코는 여전히 화제를 몰고 다닙니다.
만 48세인 컨세코는 지난 주말 노스아메리칸리그라는 독립리그 소속의 리오그란데 밸리 화이트윙스과 입단 계약을 했습니다. 바로 다음날 출전하려던 경기가 비로 순연돼 아직 실력 발휘는 하지 못했습니다.
올 초에는 캐나디언-아메리칸 어소시에이션이라는 독립리그의 워세스터 토네이도스와 계약해 20경기를 뛰기도 했습니다. 작년에는 노스아메리칸야구리그의 유마 스콜피온스와 감독 겸 선수로 계약해 2할5푼6리에 8홈런 46타점의 관록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가하면 브루클린에 기반을 둔 '바이스(Vice)'라는 잡지는 4일전 호세 컨세코를 인터넷판의 컬럼니스트로 고용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범죄, 악행, 부도덕' 등의 의미를 담은 잡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멀티미디어사는 불경스럽고 전통에 반하는 내용을 담아내 악명이 높습니다. 컨세코는 이 잡지에 주 1회씩 컬럼을 쓰기로 계약했습니다.
그리고 6일 첫 컬럼으로 총기에 대한 글을 쓸 것이라는 암시를 그가 즐겨 이용하는 SNS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내용은 핵무기처럼 총도 보호의 목적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총기 소지를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믿는다는 주장을 펼쳤으니 또 한 번 화제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이는데 늘 그랬듯이 노이즈 마케팅 수준이 되지 않을까 냉소적인 반응이 벌써부터 나옵니다. 최근 콜로라도 주 한 극장에서 총기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이 무슨 괴변인가 싶기도 합니다. 그 범인과 사건에 대해서도 컨세코는 컬럼에서 장황하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José Can Say So"라는 이 컬럼이 얼마나 지속될지, 혹은 관심을 받을지는 현재로서는 가늠키 어렵지만 그의 이력서에는 저자 외에 컬럼니스트가 또 하나 추가됐습니다.

1964년 7월 2일 쿠바에서 태어난 호세 컨세코 카파스 주니어는 알려진 대로 쌍둥이 형제입니다. 오지 컨세코 역시 MLB에서 뛰었지만 호세만큼의 실력이나 명성을 쌓지는 못했습니다. 아주 어려서 가족과 함께 탈출해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인근에서 성장했고 오클랜드 에이스에 드래프트 15라운드에 뽑혔습니다. 놀라운 파워를 앞세워 3년여 만에 빅리그에 입성한 호세는 1986년 33홈런 117타점의 기록으로 신인왕을 차지했고, 1987년 마크 맥과이어가 가세하면서 '배시 브라더스'로 공포의 쌍포를 구축했습니다.
1988년 호세는 사상 최초로 40-40을 달성하며 AL MVP에 선정됐습니다. 42홈런에 40도루를 기록한 것입니다. 그 시즌 초에 호세는 40-40이라는 기록이 달성된 적이 없다는 사실 조차 모른 채 40홈런에 40도루를 기록하겠다고 큰소리쳐서 처음엔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1991년에도 44홈런을 치며 건재를 과시했지만 컨세코는 어느새 부상이 잦고 사생활에 문제가 있는 선수라는 인식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듬해 오클랜드는 루벤 시에라와 제프 러셀, 보비 위트 등 3명의 선수를 받고 컨세코를 텍사스에 넘겼습니다.
1993년 5월 클리블랜드와의 경기에서 우익수를 보던 컨세코는 카를로스 마르티네스가 친 뜬공을 쫓다가 공을 시야에서 놓쳤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공이 담장 앞에서 공을 찾던 컨세코의 머리에 맞고는 담장을 넘어가면서 홈런이 됐고, 아마도 컨세코의 아쉬운 광대놀음은 그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장면은 두고두고 '최고로 우스꽝스러운 실수 모음'의 첫 머리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 사건(?) 이후 한 프로축구 팀이 그에게 계약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3일 후 보스턴과의 경기가 일방적으로 패하게 되자 호세는 케빈 케네디 감독에게 자신을 투수로 올려달라고 제안했습니다. 볼넷 3개와 안타 2개를 맞고 3실점한 것까지는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경기가 끝난 후 호세는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고 결국 토미존 수술로 시즌을 접고 재활에 매달려야 했습니다.

< 통산 462홈런을 친 컨세코는 약물 폭로와 함께 배신자로 궁지에 몰리기도 했지만 결국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

컨세코의 롤러코스트 야구 인생은 계속됩니다.
1994년에는 파업으로 111경기만 뛰었는데도 31홈런 90타점으로 '올해의 재기상'을 수상했습니다. 보스턴으로 트레이드된 후에는 두각을 보이지 못했고 1997년 친정 오클랜드로 귀가했지만 시원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1998년 토론토로 가서는 46홈런 26도루로 건재를 과시했습니다. 1999년에는 탬파베이에서 114게임에서 34홈런을 치며 올스타까지 뽑혔지만 허리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고, 2000년에는 여름 웨이버 공시 때 양키스가 뽑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라이벌 토론토가 데려가지 못하게 하려고 컨세코를 뽑았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월드시리즈 메츠와 대결에서 딱 한 타석에 나선 콘세코는 1989년 오클랜드에 이어 두 번째로 월드시리즈 챔피언 반지를 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컨세코는 거의 뛸 기회가 없었던 양키스 시절을 야구 생애 최악의 시절로 꼽기도 했습니다.
그 후 많은 팀을 돌며 스프링 캠프에서 자리다툼을 하기도 했지만 번번이 MLB 팀은 그를 외면하곤 했습니다. 2001년에는 LA 에인절스에서 방출된 후 독립리그에서 뛰다가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복귀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2002년에 은퇴를 선언했다가 2004년 잠깐 재기를 노렸지만 빅리그에 호세 컨세코의 자리는 더 이상 없었습니다.

그리고 2005년 컨세코는 'Juiced'라는 자서전을 통해 자신이 스테로이드 사용을 했음은 물론 다른 선수의 이름까지 실명으로 밝히면서 큰 파문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는 85%의 MLB 선수가 금지약물을 이용한다고 해서 충격을 주었고 마크 맥과이어, 라파엘 팔메이로, 제이슨 지암비, 후안 곤살레스, 이반 로드리게스 등 당대 최고 스타들의 이름을 약물 사용자로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지목받은 선수들이 펄펄 뛰며 난리가 났지만 결국 대부분이 실제로 약물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그 후 2006년부터 컨세코는 독립리그를 전전했습니다.
감독으로 지명 타자로 때론 투수로 팬들에게 다가갔습니다. 물론 돈 때문에 하기도 했지만 약물 검사를 받아가면서도 독립리그 선수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그 외에도 데이빗 레터맨의 '레이트 쇼'나 '60 미니츠' 등의 토크쇼와 TV 드라마에소 수차례 출연했습니다. 그런가하면 복싱과 격투기에도 모습을 보였고 최홍만과 대결하기도 했습니다. 쇼 비즈니스의 격투기나 복싱 매치에 수없이 모습을 보였고, 또 난폭운전과 폭행, 양육권 등 법적인 문제도 열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습니다.

1000억 원 이상을 벌었을 것으로 여겨지는 컨세코는 현재 20억 원 쯤의 빚더미와 함께 남은 자산은 2400만 원이라고 보고됐습니다.
전성기 시절 그의 호쾌한 스윙과 빨랫줄처럼 담장을 넘기던 그 괴력을 기억하는 야구팬이라면 왠지 조금씩 빗나가던, 정상적인 궤도에서 벗어나던 그의 야구 인생이 안타까울 수도 있습니다. 성실하게 야구에만 몰두했더라면, 주위에서 그를 어릿광대로 만들지 않았더라면, 누군가가 인생의 롤 모델로 그의 앞길을 잡아주었더라면 호세 컨세코라는 이름은 MLB 역사에서 더욱 찬란하게 빛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또 바꿔 생각하면 인생은 결국 자신의 선택. 컨세코는 스스로 그런 길을 택했고 또 그 삶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말년이 어찌될지 조금 걱정은 되지만 그는 또 호세 컨세코다운 모습과 언행으로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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