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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반재민 기자] 2014년 12월 14일 케인 벨라스케즈에게 치명적인 패배를 당하고 헤비급 대권도전에서 밀린 주니어 도스 산토스는 당시 신성으로 떠오르고 있던 스티페 미오치치를 판정으로 꺾고 환호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 주니어 도스 산토스는 UFC 헤비급 챔피언 미오치치의 2차 방어성공을 축하해야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2014년의 승리를 재현하기 위해 처음부터 기선제압에 들어간 도스 산토스였다. 자신의 장기인 로우킥과 잽으로 미오치치를 공략해나갈 방법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미오치치는 3년 전과는 달리 도스 산토스가 전력을 탐색하고 있던 동안 이미 도스 산토스에 대한 약점 파악을 끝냈고, 전후좌우 다양하게 장전된 공격세트로 도스 산토스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결국 1라운드 중반 미오치치의 라이트 훅이 도스 산토스의 안면을 갈랐고, 그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미오치치에겐 3년 전의 복수를 통쾌하게 성공시킨 한판이었지만, 도스 산토스는 자신의 쇠락과 인생의 무상함을 더없이 느낀 경기였다.

결론적으로 그는 패했다. 그가 더 이상 옥타곤에 오를만한 실력이 아니라고 평가절하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도스 산토스는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자신의 SNS에 자신이 자랐던 고향에 다녀온 사진을 올리며 재기를 다짐했다. 그가 옥타곤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자신의 인생을 구원해준 곳이 바로 옥타곤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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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벨라’의 아들 챔피언이 되다

어린시절 주니어 도스 산토스의 인생은 불행했다. 브라질에서도 가난한 지역인 카카도르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자의 삶을 살았다. 그가 11살이 되던 해 그의 아버지는 집을 나가버렸고, 어머니는 가구 공장의 청소부로 일을 해야만 했다. 도스 산토스의 어머니는 세 자녀를 키우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고, 그녀의 손은 화학약품으로 인해 만신창이가가 되었다.

어린 시절의 도스 산토스는 의사를 꿈꾸고 있었다. 의사가 되어 어머니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가혹한 현실은 그가 꿈을 이루게 놔두지 않았다. 어머니의 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던 생활, 17살에 불과했던 도스 산토스는 이때부터 이미 가장이 되어 아이스크림 노점상, 폐지, 일용직을 전전하며 돈을 벌어야만 했다. 그렇게 어린 시절을 보내며 도스 산토스는 성장했다.

18살이 되던 해 그는 군대를 가기위해 이제까지 모은 돈으로 쿠리치바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사게 되었다. 입대를 위한 검진을 받으러 가기 위해서였다. 군대를 가게 된다면, 조금이나마 더 많은 돈을 더 벌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는 치주질환으로 군대에 입대할 수 없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결국 다시 카카도르로 돌아오게 된 그는 인생에 큰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웨이터의 일을 하다 여자친구인 빌사나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장난감 가게에서 매니저 일을 하고 있었고, 도스 산토스는 그녀의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하지만, 장난감 가게를 맡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그는 무료해졌고, 결국 지역 체육관에 있었던 주짓수 강습회에 참석했다. 그에게 주짓수를 가르쳤던 스승은 블랙 벨트 유리 칼튼이었고, 한달 뒤 그는 MMA 수업에 참여했다. 칼튼은 이 수업에서 앤더슨 실바와 료토 마치다를 소개해주었고, 도스 산토스의 MMA 생활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MMA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도스 산토스는 훗날 인터뷰에서 “가장 큰 패배감을 맛봤다.”라는 말로 처음 MMA를 겪었던 자신의 소감을 이야기했다.

이유는 있었다. 몸이 너무 약했기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영양공급이 충분하게 자란편이 아니었다보니 체력적인 면에서 너무 밀렸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MMA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샌드백과 같은 신분이었다. 나는 체육관을 떠났고 그들은 내가 다신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이야기 했지만, 난 다시 돌아왔다. 포기하는 것은 내 선택지에 없었다.” 이렇게 그는 진정한 선수로 성장했다.

그리고 2006년 그는 데모 파이트라는 대회를 통해 격투기 무대에 데뷔했다. 데뷔전에서 그는 1라운드 2분 58초 만에 사커 킥으로 KO승을 거두며 성공적으로 MMA 무대에 안착했다. 하지만, 데뷔 이후 도스 산토스는 또 한 번의 시련을 겪게 되었다. 고향인 카카도르에 있는 아버지의 부음 소식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뇌졸중 증세로 사경을 해맨 끝에 숨을 거뒀다. 그의 유언은 “내가 너에게 했던 죗값을 치르는구나.”였다. 도스 산토스는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미 데뷔를 치른 도스 산토스에게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아버지를 가슴에 묻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살면서 제일 후회했던 일이 바로 이때였다고 아직도 그는 이야기하고 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도스 산토스가 의지할 곳은 옥타곤 뿐이었다. 어머니와 자매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그는 더욱 열심히 훈련했다. UFC 데뷔전까지 6승 1패를 기록한 도스 산토스는 2008년 UFC에 데뷔한 이후 당시 브라질의 스타였던 파브리시오 베우둠을 1라운드 1분 21초만에 TKO 승리를 거두는 파란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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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그의 기세는 거칠 것이 없었다. 이어진 스테판 스투르브와의 싸움에서도 1라운드 만에 승리를 거둔 도스 산토스는 파죽지세로 승리행진을 이어나갔다. 질베르투 이벨, 미르코 필리포비치, 가브리엘 곤자가, 로이 넬슨, 셰윈 카윈까지 모두 그의 펀치에 나가 떨어졌다. 그리고 드디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왔다. 당시까지만 해도 UFC에서 8승 무패를 질주하며 난공불락으로 불렸던 케인 벨라스케즈와 운명의 헤비급 타이틀 매치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도스 산토스의 무릎 상태는 최악의 상태였다. 고질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무릎 반월판에 큰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하지만, 부상을 핑계로 꿈의 경기를 미룰 수는 없었다. 부상을 참아가며 그는 벨라스케즈와의 경기를 준비했다.

2011년 11월 12일 미국 애너하임 혼다센터에서 펼쳐진 'UFC on FOX'. 무릎상태가 좋지 않아 2라운드가 한계라 느낀 도스 산토스는 이전과는 다르게 빠른 공격패턴으로 벨라스케즈를 당황시켰다. 특유의 치고 빠지는 동작을 통해 벨라스케즈와의 거리를 좁혔고 벨라스케즈가 테이크다운을 노릴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벨라스케즈가 공격 작업에 나서는 그 순간 도스 산토스의 강한 라이트훅이 벨라스케즈의 안면에 적중했다. 그는 쓰러졌고, 도스 산토스는 포효했다. 새로운 UFC 헤비급 챔피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벨라스케즈를 쓰러트린 장면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팬들은 도스 산토스의 인터뷰에 경악했다. 이미 도스 산토스의 무릎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었다.

무릎을 고친 후 도스 산토스는 챔피언 타이틀 방어에 나섰다. 2012년 5월 프랭크 미어를 맞아 2라운드 3분 4초 만에 TKO 승을 거뒀다. 빠르고 정확한 공격과 강력한 맷집, 그의 장기집권은 계속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1년 후 그의 연승행진은 복수를 꿈꿨던 한 남자에 의해 무너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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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와의 2경기는 돌이킬 수 없는 변곡점이 되고...

바로 벨라스케즈였다. 챔피언에서 밀려난 후 안토니오 실바를 잡으며 절치부심한 벨라스케즈는 2012년 12월 29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챔피언을 향한 운명의 2차전을 벌였다. 전문가들은 도스 산토스의 우세를 점쳤다. 가장 정점에 올라있던 벨라스케즈를 꺾은데 이어 미어마저 잡아내며 컨디션 또한 최고조에 올라있다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변수가 있었다. 도스 산토스가 횡문근융해증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근육이 녹아내려 신체내로 흘러들어가는 횡문근융해증은 운동을 과도하게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서 종종 나타나는 병이다. 결국 이 병이 도스 산토스의 체력을 빼앗아갔고 앞으로의 선수 커리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또 다른 점은 1년 전의 벨라스케즈가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패했던 경기를 수백 번 돌려보며 도스 산토스의 패턴을 연구했다. 벨라스케즈는 산토스를 초반부터 강하게 산토스를 몰아세웠다. 공격은 한층 날카로워졌고, 장기인 테이크다운도 계속해서 시도했다. 산토스는 침착하게 막아냈지만, 벨라스케즈의 의외의 공격에 당황해했다.

이후에는 완전히 벨라스케즈의 독무대였다. 1라운드 3분40초 벨라스케즈의 스트레이트 펀치가 도스 산토스의 안면에 정확하게 적중되었고, 승부는 사실상 이 시점에서 갈렸다. 본능적으로 5라운드를 버텼지만, 이미 체력싸움에서 도스 산토스는 벨라스케즈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결국 심판 전원 만장일치로 벨라스케즈의 승리가 선언되었고, 1년 만에 챔피언의 주인은 다시 바뀌게 되었다.

이후 도스 산토스는 마크 헌트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다시 벨라스케즈와의 타이틀전을 받아냈다. 둘의 최종승패가 갈릴 수도 있는 운명의 3차전, 하지만, 그것은 2차전의 데자뷰와 같은 것이었다. 2차전과 마찬가지로 벨라스케즈의 위력적인 공격이 불을 뿜었고, 도스 산토스는 계속해서 밀려났다.

얼굴뼈가 부서지는 와중에도 5라운드까지 버텨낸 그였지만, 결국 마지막 순간을 버티지 못했다. 5라운드 3분 9초, 클린치 상황을 계속 시도하는 벨라스케즈를 향해 역습을 시도했지만, 체력적으로 이미 바닥을 드러낸 그의 몸은 말을 듣지 않았고, 다시 역공을 내주며 TKO 패하고 말았다. 결국 벨라스케즈와의 세 번의 경기는 도스 산토스에게 있어 돌이킬 수 없는 변곡점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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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스케즈와의 경기 이후 도스 산토스는 징검다리로 승수를 쌓았다. 2014년 미오치치와의 경기에서 간신히 승리를 따냈지만, 2015년 12월 알리스타 오브레임과의 경기에서는 주특기인 복싱에서마저 완전히 밀려버리는 졸전을 펼친 끝에 2라운드 4분 43초만에 TKO 패하는 치욕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이후 벤 로스웰을 상대로 변칙적인 공격이 효과를 발휘하며, 승리를 가져갔지만, 네 번째 챔피언 결정전이었던 미오치치와의 경기에서는 이 전략도 먹혀들지 않으면서 세 번째 챔피언 타이틀전 패배를 맛봐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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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도스 산토스의 어머니와 아들


■ 그가 싸움을 계속하는 이유 '가족' 과 '책임감'

이번 미오치치와의 경기를 통해 도스 산토스가 몰락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도스 산토스는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딛고 UFC 최고의 파이터로 성장해왔으며, UFC 데뷔부터 고질적으로 앓아온 무릎부상과 더불어 싸우면서도 세 번의 챔피언 타이틀전 진출을 이뤄냈던 그였다.

현재 그의 나이 34살, 다시 챔피언에 오르기엔 적지 않을 나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싸움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바로 가족이다. 도스 산토스의 SNS를 보면 가족사진이 유독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행운보다는 불행이 더욱 많았던 지난날을 겪으며 도스 산토스는 성장해왔다.

어머니와 생계를 걱정하던 파이터는 어머니와 가족들이 자랑스러워하는 가장이 되어있다. 앞으로도 도스 산토스는 신체적으로는 떨어질 수 있지만, 가족, 그리고 가장이라는 책임감 속에서 정신적인 면에서 계속되는 발전을 이뤄왔다. 더욱이 그는 몸이 계속되는 한 격투기를 계속하고 싶다 밝히기도 했다. 도스 산토스가 더욱 팬들에게 인정받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그가 격투기를 하고 있는 이유를 한마디로 정리한 말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무리 하려 한다.

“나는 어려운 상황에서 살았고,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힘을 얻어 싸우고 있습니다.”


사진=ZUFFA LLC/주니어 도스 산토스 SNS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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