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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반재민 기자]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3년 6개월만에 복귀전을 가진다. 정찬성은 오는 2월 5일(한국시간) 미국 휴스턴의 도요타 센터에셔 펼쳐지는 ‘UFC 파이트 나이트’에서 페더급 랭킹 9위인 데니스 버뮤데즈와의 메인 이벤트를 통해 코리안 좀비의 복귀를 전세계 격투 팬들에게 알릴 예정이다.

국내의 미디어들은 물론 대부분의 해외 언론들은 정찬성의 복귀전에 가장 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하지만, 그의 상대인 버뮤데즈를 주목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으며, 정보 또한 알려져 있는 것이 없다. 단지 그가 UFC 페더급 9위에 올라있는 랭커이며, 좋은 그래플링 실력을 가졌다는 것이 전부다. 이번에는 버뮤데즈의 인생스토리와 격투이야기에 대해 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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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발목에는 푸에르토리코 국기와 영국의 유니언 잭 두개의 국기가 있다.>


■ 격투기 시작부터 드라마틱했던 버뮤데즈

버뮤데즈는 원래 레슬링 선수였다. 본디 그가 자란 곳은 뉴욕이지만,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아버지와 영국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버뮤데즈는 태어났다. 그의 정체성은 문신에도 드러나 있는데, 그의 발목에는 푸에르토리코의 국기와 영국의 유니온 잭이 새겨져 있다.

그는 14살이 되던 2000년 레슬링을 통해 격투기에 입문했다. 그때부터 버뮤데즈는 최고의 레슬링 실력을 가졌고, 고교무대를 평정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시절 그의 레슬링 성적은 112승 23패, 엄청난 성적이었다. 이런 뛰어난 성적을 바탕으로 그는 펜실베니아에 위치한 불룸스버그 유니버시티에 입학하게 되었다.

대학시절에도 버뮤데즈의 기량은 수준급이었다. 가장 최고의 엘리트들만 모인다는 대학 레슬링 디비전 1에서 22위까지 오르며 수준급의 레슬링 선수로 될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그에게 전환점이 찾아왔다. 그가 대학교 4학년이 되던 2009년의 일이었다.

2009년 버뮤데즈는 자신의 고향인 뉴욕에 위치한 MMA 체육관에서 처음 종합격투기의 맛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펜실베니아에 위치한 블랙맨 MMA로 자리를 옮겨 2년동안 아마추어와 프로를 경험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그는 첫 번째 시련을 맞게 된다. 당시 러시아의 국가대항 격투기 대회였던 M-1의 선발전에 참가해 상대인 케빈 로디를 맞아 만장일치 판정승을 따냈지만, 그는 M-1 토너먼트에 참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버뮤데즈는 좌절하지 않았다. 조이 캐롤과 샤논 구제티를 연속으로 제압하며, MMA 전적 7연승을 달렸고, 이후 UFC 출신의 드류 피켓과 조던 리날디에게 연이어 서브미션 패를 당하며 종합전적 7승 2패로 아마추어와 프로를 번갈아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2011년 12월 3일 버뮤데즈에 있어 전환점이 찾아왔다. UFC의 인재육성 프로그램 ‘더 얼티메이트 파이터‘(TUF)의 명단에 버뮤데즈가 포함된 것이었다. 버뮤데즈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TUF에 참가해 결승전까지 올랐고, 훗날 UFC의 전설 맥그리거와도 대등한 싸움을 펼친 파이터 디에고 브랜다오와 대망의 결승전을 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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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뮤데즈 드라마의 시작 TUF 14 파이널>

■ 버뮤데즈의 드라마를 만든 브랜다오, 라마스 그리고 스티븐스

둘은 한치의 접전이 없는 명승부를 이어나갔다. 경기 종료 30초전 버뮤데즈가 탑 포지션을 잡았다. 이제 파운딩만 정확하게 한다면 버뮤데즈의 승리로 끝날 수 있었던 경기였다. 하지만, 브랜다오는 핀치에 몰린 상황에서 버뮤데즈의 하체를 공략했다. 전세는 역전되었고 브랜다오의 암바가 버뮤데즈의 팔을 잠갔다. 버뮤데즈는 탭을 쳤고, 그는 경기 종료직전 UFC 첫 패배의 쓴잔을 들이켜야 했다.

이후로도 버뮤데즈는 숱한 명승부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파블로 가르자와 맥스 할로웨이, 클레이 구이다까지, 그는 UFC 데뷔전 패배 이후 7연승을 달리며 컨텐더의 자리를 바싹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2014년 두 번째 전환점이 찾아오게 된다. 컨텐더의 문앞에서 버티고 있던 상대는 바로 리카르도 라마스였다.

많은 전문가들은 버뮤데즈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당시 버뮤데즈는 2경기를 연속으로 판정으로 가지 않고 끝내버린 반면, 라마스는 하크란 디아스를 상대로 고전 끝에 판정으로 승리하는 등 알도전 이후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전문가들의 예상은 뒤집혔다. 서로 탐색전만 살피고 있던 1라운드 중반, 라마스의 카운터 펀치가 버뮤데즈의 얼굴로 날아들었다. 버뮤데즈는 넘어졌고, 라마스는 이틈을 놓치지 않았다. 길로틴 초크, 완벽한 패배였다. UFC 데뷔 이후 두 번째 패배였으며 두 번 모두 자신의 장기였던 서브미션으로 패한 것이었다.

시련은 계속되었다. 2015년 7월 제레미 스티븐스를 상대로 맞은 버뮤데즈는 스티븐스를 케이지에 몰아붙이며 3라운드까지 경기를 지배했다. 하지만, 또다시 극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스티븐스의 플라잉 니킥이 그의 광대뼈를 가격했다. 그는 또다시 쓰러졌고, 그는 극적으로 패배하게 된다. 이후 버뮤데즈는 경기 스타일에 변화를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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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지리와의 경기에서 버뮤데즈는 장점과 약점을 모두 드러냈다>

■ 가와지리전을 통해 본 버뮤데즈의 현재

이는 가와지리 타츠야와의 경기에서 잘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당시 컨텐더를 노리던 자리에서 순식간에 2연패를 당하면서 자신감이 완전히 꺾여버린 상황이었고, 가와지리도 만만치 않은 공격력을 가진 파이터였기 때문에 버뮤데즈로서는 이 경기가 재도약과 몰락의 갈림길이 될 수 있던 상황이었다.

때문에 버뮤데즈는 가와지리 전에서 특유의 공격적인 스탠스를 취하지 않았다. 공격력이 떨어진 것인지 자신감이 떨어진 것인지는 버뮤데즈 본인만이 알겠지만, 브랜다오전과 스티븐스 전이 그에게 준 교훈이 있었는지 그는 그래플링 싸움에서도 상대에게 역습을 당하지 않기 위해 기본적인 자세만을 가지고 경기에 임했다. 그가 가지고 있던 특유의 공격성향을 완전히 배제한 채 가와지리와의 경기를 치른 것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가와지리는 백을 잡힌 상태에서 탑까지 올라가기 까지는 성공했지만, 버뮤데즈에게 효과적인 데미지를 줄만한 역습은 선보이지 못했다. 그리고 심판진들은 버뮤데즈의 과감성에 더 높은 점수를 주며 그의 승리를 선언했다.

가와지리 전 승리를 통해 버뮤데즈는 진화와 퇴보의 갈림길에 서있는 파이터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주었다. ‘넘침은 부족함 보다 못하다’라는 격언 과유불급이라는 단어를 실천한 것이었다.

하지만, 2연승을 하는 동안의 경기력이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가와지리와의 경기에서도 2라운드와 3라운드 막판 경기를 끝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마무리를 지을 한방을 보여주지 못하며 판정으로 끌고 가야만 했다. 라마스와 스티븐슨과의 경기에서도 한방을 마무리 지을 결정력이 없었기 때문에 상대에게 패했는데 아직 약점이 고쳐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체력적인 문제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지금까지 버뮤데즈는 5라운드 경기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3라운드와 5라운드 경기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체력소모 또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버뮤데즈의 큰 아킬레스건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5라운드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복귀전을 치르는 정찬성의 입장으로서는 이러한 버뮤데즈의 과감함과 무모함에 말려들지 않는 것이 승부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 국내외 격투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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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뮤데즈가 올린 자신의 기네스북>


■ 기네스북 신기록 보유자 버뮤데즈가 보여주는 과감함

이러한 과감성과 대담함이 옥타곤 안에서만 발휘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옥타곤 밖에서도 그는 과감하고 담대하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바로 2016년 5월에 있었던 그 일이었다.

당시 버뮤데즈는 레몬주스 빨리 마시기에 참가했었다. 정확한 종목은 ‘레몬주스 ᄈᆞᆯ대로 빨아마시기’였다. 당시 룰은 1리터나 되는 레몬주스를 빨대로 모두 마셔야만 하는 룰이었고, 종전 기록은 24초 41의 기록이었다.

현재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인 다니엘 코미어와 역시 명 격투기선수이자 현 UFC 해설가로 활약하고 있는 케니 플로리안도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을 정도로 어려운 미션이었다. 하지만, 버뮤데즈는 상대를 향하는 태클처럼 거침없이 레몬주스 1리터를 흡입했고, 결국 성공했다. 기록은 22초 75, 종전 기록을 2초나 가까이 단축 시킨 것이었다.

버뮤데즈는 이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올랐고, 여전히 그는 전세계에서 레몬주스 빨리 마시기라는 기록 보유자로 남아있다. 그만큼 버뮤데즈는 옥타곤 안팎에서 자신의 유쾌함과 담대함을 잘 드러내고 있는 대표적인 파이터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버뮤데즈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유쾌하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으로 기네스북에까지 오른 버뮤데즈가 3년 반만에 옥타곤으로 돌아온 코리안 좀비를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정찬성의 경기를 고대하고 있는 격투팬들은 올해 설날은 다른 사람들보다 꽤 길게 느껴질 것이다.

사진=ZUFFA LLC / 데니스 버뮤데즈 SNS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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