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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조형규 기자] ROAD FC(이하 로드FC) 미들급 파이터 이둘희에게 2016년은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여러 사업으로 절치부심하기도 했고, 권아솔과의 설전이 이어지며 결국 무제한급 경기가 성사됐고, 국내 격투계 화제의 중심에 섰다. 예기치 못한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며 대결이 무산되는 아픔도 겪었다.

하지만 어수선했던 2016년의 마무리는 다행히 해피엔딩이 될 전망이다. 이둘희는 오는 26일 최운영 씨와 백년가약을 맺고 드디어 유부남 파이터 대열에 합류한다. 게다가 내년 5월이면 아빠가 된다. 인터뷰 내내 그는 함박웃음을 지우지 못했다.

행복한 결혼 이야기로 시작한 이둘희와의 인터뷰는 어느덧 복귀전 계획에 대한 각오로 넘어갔고, 권아솔과의 비화도 풀어내기 시작했다. 국내 파이터들의 처우와 선수 협회에 관한 진지한 논의를 이어갔으며, 아버지로서의 책임감 덕분에 스스로 파이터라는 직업의 생명도 연장하게 됐다고 했다. 

곧 유부남 대열에 합류하는 예비신랑 파이터 이둘희를 서울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나 수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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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가을 갑작스럽게 결혼 소식을 알려왔다. 일단 축하한다.
고맙다(웃음).

예비 신부와는 만난 지 얼마나 됐나.
1년 정도 만났다.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부산 팀매드로 자주 훈련을 가는데, 그때 부산 사는 지인들 때문에 알게 됐다. 연락처는 아니고 서로 SNS 계정 팔로우 하고 좋아요 눌러주다가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지(웃음).

SNS의 순기능이다(웃음). 그런데 갑작스럽게 결혼 발표를 한 이유는.
처음에는 연인 관계로 잘 만나고 있었다. 나랑 통하는 부분도 많고, ‘이 사람과는 결혼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다.

어떤 계기?
내 생일날 2세가 생겼다. 일부러 꽁꽁 감춰두거나 숨겼다가 밝힌 게 아니라 나도 9월 17일 그날 알게 됐다(웃음). 결혼 날짜를 잡기까지 이 모든 일이 한 달 사이에 벌어졌다.

속도위반 아닌가(웃음). 급작스러운 소식이었을 텐데 혹시 당황하진 않았나.
처음에는 꽤 걱정했다. ‘과연 내가 가장으로서 책임을 질 수 있을까?’같은 물음을 스스로 던졌다. 경제적인 면도 그렇고. 그런데 부모님과 대화를 나눈 후 그 고민이 엄청나게 바보 같은 짓이었다는 걸 느꼈다.

부모님께서 뭐라고 말씀하셨는지.
혼자서 고민하다 어렵게 결정하고 부모님께 결혼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그 말이 나오자마자 "당장 결혼 날짜 잡아야지 뭐 하는 소리냐"라며 엄포를 내리셨다(웃음).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나도 그때야 정신이 번쩍 들면서 바로 결혼 준비에 돌입했다.

그러고 보니 올해 로드 FC 소속 파이터들이 결혼 소식을 많이 전해왔다. 지난 4월에는 문제훈 선수와 이광희 선수도 결혼했고.
4월에 그때 제훈이 형께 연락을 못 해서 지금도 엄청 미안하다. 광희 형 결혼식도 못 갔는데 어쨌든 그 후에 연락해서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그런데 당시 광희 형이 웃으면서 “결혼도 좋긴 한데 사실 혼자가 더 좋은 것 같아”라고 하더라. 근데 이거 이렇게 말해도 되나(웃음).

이제 본인도 실감이 날 텐데. 이광희 선수 의견에 동의하나(웃음).
물론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행복하다. 진짜다(웃음).

주변에 친한 지인들도 깜짝 놀랐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뭐라고 하던가. 성승헌 캐스터나 김남훈 해설위원이나.
승헌이 형님은 내가 페이스북에 웨딩사진을 올리니깐 바로 댓글로 ‘이러기야?’라고 하시던데(웃음).

결혼 소식을 알리는 것에 대해 유난히 신중했다.
뭐, 격투기 대회랑 비슷하다. 넌지시 알려주지만 확정 날짜는 막판에(웃음). 너무 일찍 공개하면 혼자 일찌감치 기분만 내는 것 같았다. 웨딩사진을 찍고 뭔가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것들이 나올 때 공개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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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한 남자다(웃음). 그나저나 파이터 이둘희 2세는 언제 태어나나.
예정일은 내년 5월이다. 아직 성별을 몰라서 이름은 생각하지 못했다.

혹시 태명은 있나.
있다. 식빵이다.

많고 많은 태명 중에 식빵이라니(웃음). 이유는.
별다른 이유는 없다. 그저 내가 식빵을 좋아해서(웃음).

아이도 그만큼 아끼겠다는 뜻으로 알겠다(웃음). 이제 곧 아빠가 되는데 실감은 나나.
예비 와이프와 사는 곳이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병원을 같이 가질 못했다. 그러다가 최근에 같이 갔는데, 처음에는 점이었던 아이가 다음에는 2등신이 됐더라. 머리가 생기고 심장소리가 들리는 게 너무나도 신기했다. 그리고 거기서 조금씩 더 사람의 형태가 나오니깐 더욱 실감이 나더라. 이제 바라는 건 오로지 하나다. 아무 일 없이 건강하게 만났으면 좋겠다.

이둘희 주니어는 앞으로 어떤 아이로 키울 생각인가.
이제 유부남이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이상 가정적인 모습을 보여줘서 제2의 추사랑으로 키울 생각이다. 대신 나중에 본인이 클 돈은 본인이 벌어오는 것으로(웃음).

행복한 이야기 잘 들었다. 이제 잠시 분위기를 바꿔 조금 험악한 이야기로 넘어가보자(웃음). 경기를 뛴 지가 꽤 오래됐다. 복귀전 일정은 아직 없나.
무릎 수술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재활 중이기 때문에 로드FC 측에는 복귀 시점이 되면 내가 먼저 알리겠다고 이야기해뒀다.

현재 이둘희 선수의 주전장인 로드FC의 미들급이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번엔 김내철이 한번 도발한 적도 있고, 최영이 새로운 타이틀 도전자로 떠올랐다.
사실 내가 도발 전문 파이터다. 물론 도발을 당하는 쪽으로(웃음). 워낙 인기가 많아서 나를 자극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그만큼 부상 중에도 이슈가 계속 이어져서 다행이다. 권아솔이 도발했을 때는 정말 감정이 안 좋았다. 그런데 김내철 선수의 경우는 먼저 도발을 했다가 내 결혼 소식을 듣자 먼저 축하한다고 하더라. 그리고 정중하게 다른 상대를 찾겠다고 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혹시 복귀전 상대로 원하는 선수가 있나.
매치메이킹이야 단체 고유의 권한이지만 그래도 사석에서는 항상 강한 선수와 싸우고 싶다고 많이 어필한다. 특히 나는 타이틀전보다도 강하고 이름 있는 파이터와 싸우는 것에 대한 동기부여가 더 강하다.

구체적으로 누가 있을까.
일단 지금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최영이다. 딥(DEEP) 챔피언 출신이기도 하고 좋은 타격을 가진 선수다. 까다로운 상대가 되겠지만 꼭 한 번 싸워보고 싶다. 그래야 나도 발전할 수 있다. 판크라스 챔피언도 잡아봤으니 이젠 딥 챔피언도 꺾어보고 싶다.

국내 선수를 꼽는다면 역시 김내철인가.
그렇다. 지난번에 김내철이 나를 도발했었는데 권아솔 때와는 다르게 기분이 좋았다. 이 정도면 좋은 감정으로 준비해서 훌륭한 시합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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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둘희에게 남자의 아픔을 선사한 후쿠다 리키는.
벌써 두 번이나 싸웠으니 3차전은 적어도 한 다리 건넌 후에 만나야 하지 않을까. 세 번 연속으로 싸우면 일단 나도 지루하다. 그리고 후쿠다 리키를 잡기 위해선 더 치열한 훈련이 필요하고, 또 그 사이에 한 경기를 더 해서 실전 감각도 끌어올려야 한다.

그리고 역시 이둘희 하면 그 선수를 빼놓을 수 없다. 권아솔. 지난 쿠와바라와의 무제한급 경기는 어떻게 봤나.
솔직히 정말 통쾌하고 시원했다. 왠지 주체가 바뀐 느낌이지만, 비유하자면 월드컵 한일전에서 이긴 느낌이다(웃음).

처음에는 권아솔과 싸울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왜 나중에 생각을 바꿔 대결을 받아들였나.
권아솔과의 경기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는 전혀 할 생각이 없었다. ‘내가 권아솔과 싸워서 도대체 얻는 게 뭔가’ 싶었지. 그런데 점점 도가 지나친 발언이 나왔고, 나중엔 나도 너무 독기가 올랐다. 이쯤 되니 이제는 열받아서 ‘그래, 하자’ 싶었던 거다.

그런데 결국 권아솔이 대타로 들어온 쿠와바라에게 18초 만에 KO 패를 당해서 이제는 대결 명분도 사라졌다.
차라리 권아솔이 쿠와바라를 이긴 후에 나와 다시 싸워서 제대로 혼내주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권아솔이 호되게 당하는 모습도 보고 싶었고. 두 개의 마음이 모두 공존하는 상태였다(웃음).

그래도 쿠와바라의 승리에 엄청 기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본인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이벤트도 하고.
일단 당장 기분이 너무 좋은 건 어쩔 수 없더라(웃음). 당시 이 기쁜 마음을 무엇으로 표현할까 싶어 고민하다가 카페에서 무료로 음료를 제공하는 게릴라 이벤트를 했다.

축하라고 하긴 뭣하지만 당시 카페로 찾아온 손님들에게 많은 응원 메시지를 받았을 것 같다.
원래 우리 카페 마감 시간이 오후 11시다. 음료 무료 제공 글은 오후 9시 30분이 넘어서 올렸는데, 그 사이에 50명이 가게를 찾았다. 스스로도 조금 웃기긴 한데 ‘이둘희 의문의1승’이라며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왠지 손 안대고 코 푼 것 같은 느낌이다(웃음).

권아솔과의 감정은 실제인가.
어차피 이제 명분도 없으니 더 이상 권아솔 이야기가 나올 일은 없겠지만, 당시에는 정말 너무 화가 났다. 권아솔과의 경기를 준비하다가 훈련 중 십자인대가 끊어졌고, 결국 수술 때문에 시합을 못 뛰게 됐다. 그런데 권아솔은 이상한 도촬 사진들을 들이대며 내 부상을 가지고 딴죽을 걸고넘어지더라. 내 입장에서는 증거도 완벽하게 있기 때문에 그때 진지하게 고소까지 생각했었다.

고소라니. 생각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대학병원에서 진단서를 비롯해서 원하는 모든 서류를 다 끊어왔다. 그리고 솔직히 부상당해서 시합을 못 뛰게 됐는데, 해당 대회에 출전하지도 않는 선수가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게 웃기지 않나. 그래도 이유야 어찌 됐건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던 상황에서 그런 일이 생겼다. 내 입장에서는 사실이더라도 사람들이 오해할 수가 있기 때문에 직접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기자회견에 참석한 거다. 그런데 거기서 험한 꼴을 당했다.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다. 억울함이 구구절절 묻어 나오는데.
물론 권아솔 입장에서는 핑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시합을 준비하다가 십자인대가 끊어진 내 입장에서는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 지금까지 파이터 커리어를 이어오면서 가장 많이 준비했던 경기였다. 내 사업도 다 접어두고 오로지 모든 비용과 시간을 훈련에만 투자했다. 내가 무슨 염증 같은 걸로 경기를 취소한 것도 아니고 인대가 끊어진 건데··· 그래서 고소까지 생각한 거다. 결국 ‘됐다, 내가 참자’싶어서 관두긴 했지만.

그런데 당시에는 엄청난 화제가 됐다. 권아솔과 이둘희가 매일같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면서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한 점들은 실감했었나.
실감 정도가 아니라 뼈저리게 느꼈다(웃음). 여태까지 종합격투기 파이터로 살아오면서 가장 높은 파이트머니를 제시받았다. 스폰서도 지인을 통해 들어온 게 아니라 직접 업체 측에서 연락이 왔다. 만약 그때 경기가 정상적으로 치러졌다면 대전료랑 스폰서 금액까지 합쳐서 거의 5천만 원 가량 됐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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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규모다. 그거 알고 있나. UFC 전 밴텀급 챔피언 TJ 딜라쇼 기본 대전료가 우리 돈으로 3천만 원이 안 된다(웃음).
그래서 ‘이 정도면 국내에서 MMA 경기 뛰어도 되겠는데?’ 싶기도 하더라. 그런데 경기가 무산되면서 통장에 들어왔던 금액도 고스란히 다시 빠져나가서 아쉬웠지(웃음).

그렇다면 권아솔을 꺾은 쿠와바라와 싸운다면.
나라면 1분 안에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웃음).

엄청난 자신감이다. 그 1분의 근거는 뭔가(웃음).
쿠와바라가 항상 엄청 치고받는 스타일이라 잘만 맞추면 굉장히 빨리 끝날 수밖에 없는 선수다. 게다가 중량급이기 때문에 더더욱 빨리 끝날 것으로 예상한다. 후문에 의하면 쿠와바라는 절대 권아솔이랑 재경기 의사 없고, 그 승리를 무덤까지 갖고 갈 거라고 하더라(웃음).

사실 앞에서 카페 이야기를 잠깐 하기도 했지만 파이터 이둘희 만큼이나 사업가 이둘희로도 유명하다. 카페, 브로스짐 등 많은 일을 하는데 요즘은 어떤가.
카페는 사실 손을 거의 못 대고 있다. 체육관도 조금 독특한데, 홍보를 거의 안 하고 그저 찾아주는 관원만 최대한 잘 가르치겠다는 주의다. 그래서 클래스도 딱 저녁 두 타임 밖에 없다. 그 외 저녁 시간에는 PT숍을 운영하고 있고.

멀티태스킹이 잘 되는 것 같아 부럽다(웃음). 고충은 없나.
고충이야 한두 가지가 아니다. PT는 비용 자체는 비싸지만 대신 그 시간을 고스란히 한 사람을 위해 사용한다. 따라서 PT 수업을 많이 할수록 훈련 시간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그래서 지금은 기존의 틀을 유지하되 장기적으로 파이터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 중이다. 보충제를 직접 만들어서 유통을 해볼까 싶기도 하고, 온라인 쇼핑몰도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가정을 책임질 정도로 생계유지가 된다면 보다 더 훈련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고.

결국 돈을 버는 것도 파이터 생활을 더 오래 하고 싶어서라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나.
적어도 나에겐,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파이터는 일종의 명예직이다. 권아솔은 격투기 선수로도 충분히 생계유지 가능하고 먹고 살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본인만 그런 대우를 받고 있으니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전업 격투기 선수로 먹고 살 수 있는 파이터는 거의 없다. 물론 스스로 생각해봐도 아쉽긴 하다. 점점 나이는 먹어가는데 여전히 ‘운동은 원래 가난한 거야’라고 자위하며 환경만 탓하기도 싫고.

돈을 벌고자 하는 이유가 단지 ‘많이 벌어 부자가 되겠다’는 세속적인 의미가 아니라서 한편으로는 멋지지만, 또 어떻게 보면 씁쓸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제는 돈을 버는 게 우선적인 목표다. 훈련은 그렇게 기반이 갖춰진 후에 매진해도 늦지 않다. 다만 격투기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고 로드FC에서 뛰면서 선수들이 받는 혜택도 많이 좋아지긴 했는데... 대회를 만들어가는 건 모든 선수들이 아닌가. 그런데 특혜를 받는 게 일부 선수에 한정돼있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좋은 지적이다. 미국 본토에서도 선수노조, 협회 결성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뜨거운 주제 아닌가.
우리 파이터들이 갑질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적어도 억울하게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가 한 명이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 함께 뭉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런 기반이 필요하다. 어떻게 보면 10년 전 막노동과 비슷하다. 인건비가 그때도 10만원 지금도 10만원, 뭐 이런 느낌? 급하게 필요할 때 나오라면 나오고. 이 부분이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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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격투 업계 현실에서 공감도 가고 언제까지 미룰 수만은 없는 이야기다. 이 부분은 필터링하고 싶지 않은데(웃음).
어떻게 보면 지금 이건 목숨 걸고 하는 이야긴데, 현재 우리나라 격투 단체의 대표님들 대부분이 관장님이시다. 즉 대표님들이 곧 격투계 선배님들이다. 물론 그래서 선수들이 더 믿고 따르는 부분도 있지만, 아직은 선수들 스스로가 수직적인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대표님들도 그걸 알고 계시니깐 다음 자리를 물려줄 타이밍만 찾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좋은 취지에서 능력을 갖고 싶다.

능력이라고 한다면 어떤 능력?
글쎄. 그것이 경제적인 부분일 수도 있고, 혹은 어떠한 소통의 창구가 되는 역할일 수도 있다. 파이터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걸 보고 싶다. 내가 오만하지 않고 능력을 갖춘 상태가 된다면 그 일에 앞장서고 싶다. 물론 나 같은 놈보다 동현 형님 같은 큰형님이 나서주시면 더 좋겠지만(웃음).

평소 SNS를 통해 올리는 글에서도 어느 정도 관점이나 신념을 짐작하긴 했다. 확실히 파이터들 중에서도 돋보이는 언변과 철학이 있는 선수다(웃음).
사실 어려서부터 굉장히 영특한 아이였다(웃음). 운동이야 어려서부터 계속했었고 외모도 우락부락하지만, 의외로 공부 잘하고 글짓기를 좋아한다. 그렇게 글 잘 쓴 거 보면서 혼자 뿌듯해하고.

혹시 책을 낼 생각을 해본 적은 없나.
내가 나중에 혹시라도 스스로를 내세울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면 한번 써보고야 싶다. 내가 이야기하는 코드에 ‘위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사람들도 그런 부분을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또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정말 여태껏 인터뷰한 파이터들 중에서 가장 많고 깊은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웃음).슬슬 정리할 때가 됐는데,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당초 내 목표는 간단했었다. 지금껏 종합격투기 파이터로서 누릴 수 있는 것들도 많이 누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는 내 사업에 집중을 하면서, 격투기를 보다 더 즐겁게 하고 싶었다.

간단했었다? 과거형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은 그 목표가 바뀌었다는 말인지.
예전에는 ‘격투기에 목숨을 걸었다’ 보다는 ‘즐겁게 싸우자’는 생각이 더 컸다. 하지만 내년에 아이가 태어나고 이제 아빠가 된다. 내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고 어디 가서 자랑할 수 있는 그런 아빠가 되고 싶다. ‘예전에 우리 아빠 격투기 선수였어’가 아닌, ‘우리 아빠 TV에 나오는 격투기 선수야’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역시 아버지의 힘은 위대하다.
몇 년 만 더 하고 은퇴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이제는 힘닿는 데까지 최대한 싸워야겠다는 방향으로 바뀐 거다. 앞으로도 계속 TV를 통해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더 오래 롱런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아이 덕분에 선수로서의 생명을 스스로 연장시킨 셈이다(웃음).

[사진] 최웅재 작가/이둘희 선수 제공/ROAD FC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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