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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조형규 기자] 전 OPBF(동양태평양복싱연맹) 슈퍼라이트급 챔피언이자 지난해 미국에 진출하여 4연승을 달리고 있던 ‘스나이퍼’ 김민욱(29)이 갑작스레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20일 김민욱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프로 복싱 무대에서 은퇴한다는 뜻을 밝혔다.

프로 복싱 전적 17전 16승 1패, 현재 15연승을 달리고 있던 김민욱은 순수 한국인 프로복서로는 유일하게 세계 무대에서 가장 뛰어난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였다. 하지만 미국 무대에 진출한 이후 갑작스럽게 생긴 시력 문제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가 올린 글에 따르면 미국 무대에 진출한 이후 김민욱은 왼쪽 눈에 초점이 맞지 않는 문제가 생겼다고 밝혔다. 사물이 겹쳐 보이며 어지럽고 두통이 나는 등의 증상이 생겼지만, 병원에서도 별다른 치료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김민욱은 “몸이 성치 않아도 꿈이 있었기에 원하는 그림을 그려갔지만, 이런저런 상황이 겹쳐 뜻대로 되지 않았다. 몸과 마음이 지쳐 깊은 고민 끝에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은퇴 소식을 전한 김민욱은 이어 “많은 힘을 주신 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끝까지 올라가지 못해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 앞으로도 내가 했던 일만큼 더 열심히 살아가겠다”는 소감을 덧붙였다.

이와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복싱 팬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OPBF 슈퍼라이트급 동양 챔피언 출신인 김민욱은 지난해 전 세계 프로 복싱 최고의 무대인 미국 진출을 타진했다. 이후 김민욱은 2015년 7월 루이스 알베르토 펠라요(29, 멕시코)를 상대로 1라운드 TKO승을 거두며 미국 무대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뒤이어 김민욱은 지난 1월 에릭 다니엘 마르티네즈(25, 멕시코)를 5라운드 KO로 꺾었고, 2월에는 알바로 오티즈(28, 멕시코)를 3대 0 판정승을 거뒀다. 가장 최근 경기였던 PBC(Premier Boxing Champions, 프리미어 복싱 챔피언)에서는 루이스 크루즈(25, 미국)를 또다시 1라운드 2분 33초 만에 KO로 쓰러뜨리며 미국 무대 4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이처럼 김민욱은 프로 전적 15연승이자 미국 무대에서도 4연승에 3경기 (T)KO 승이라는 화끈한 기록을 남기며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던 기대주였다. 따라서 이번 은퇴 소식은 많은 팬들로 하여금 더욱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다음은 김민욱 선수의 은퇴 선언 전문.

“자신이 부끄러워 그냥 말씀드리고 싶지 않았지만 너무 많은 분들이 SNS로 궁금해 하시고 연락도 너무 많이 주시고, 커뮤니티에 이런 저런 일들로 지인들로부터 연락이 와서 꼭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 고민 끝에 여기에 짧게나마 글을 올려요. 제 나이 31살에 17년 동안 제 일을 꿋꿋하게 해왔습니다. 저를 위해서도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국가를 위해서도 한길만 보고 걸어왔었습니다. 사실 저는 왼쪽 눈이 좋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생활하던 중 왼쪽 눈에 초점이 잘 맞지 않게 되어 세상이 겹쳐 보입니다. 러닝하다 보면 어지럽고 두통이 날 때도 있어 미국에 있는 병원에 갔지만 딱히 치료가 없고 좋아질 수도 있고 이대로 살수도 있다고 하였습니다. 몸이 성치 않아도 꿈이 있었기에 제가 해야 할 일을 꿋꿋하게 하였고 제가 원하는 그림을 그려갔지만, 이런 저런 상황이 겹쳐 아쉽게도 저의 뜻대로 그림은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치고 깊은 고민 끝에 ‘정말 이 정도면 되었다’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배도 많이 고팠고 울기도 많이 울고 영광의 순간도 너무 많았던 10대 20대의 고된 삶에 후회하지 않습니다. 아직도 너무나 젊고 살아가야 할 날이 더 많습니다. 성공 못하면 어떻습니까. 제 일에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었던 시간에 감사합니다. 아마 이 글을 저희 엄마가 볼지도 모르겠네요. 요즘 저를 보고 싶어 인스타그램을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 제 눈은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않았어요. 속상해 하실까봐서요. 저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힘 써주시고 17년 동안 마음 졸이신 부모님께 죄송하고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저를 운동선수가 아닌 인간 김민욱으로 봐주시는 사랑하는 친구, 형, 동생들에게 너무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많은 힘을 주신 복싱 팬 분들께 감사의 인사드립니다. 끝까지 올라가지 못해 실망시켜 드려 죄송합니다. 앞으로도 제가 했던 일 만큼 더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그 동안 너무 감사하였습니다. 그리고 복싱으로 도움을 원하시는 분들은 말씀주신다면 언제든 도움이 드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 STS Boxing Team 제공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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