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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조형규 기자] TFC의 배드보이, ‘빅마우스’ 김동규(24, 부천 트라이스톤)는 축구선수 이천수와 닮은 점이 많다. 우선 매번 화제를 모으는 거침없는 언변의 캐릭터가 가장 먼저 중첩된다. 또한 넘치는 의욕으로 마치 풀액셀을 밟듯 불같이 훈련과 경기에 임한다. 가끔 이 의욕이 폭발할 때면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욕설을 내뱉을 때도 있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점은 바로 승리를 위한 강한 승부욕과 악바리 근성이다. 거침없는 언변도, 때로는 욕설까지 나올 정도로 의욕적은 모습은 바로 승리를 향한 필사적인 갈망과 승부근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그는 거친 승부근성만큼이나 진지한 태도로 종합격투기에 임하며 열정적으로 훈련하는 뜨거운 파이터이기도 하다.
 
김동규는 오는 5일 코리안 좀비 MMA 소속의 김승구를 상대로 6승 사냥에 나선다. 지난 3월 황영진에게 당한 뼈아픈 패배 이후 8개월 만에 TFC 무대로 복귀하는 그를 부천에 위치한 트라이스톤 체육관에서 만났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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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경기 이후 8개월 만에 TFC 무대로 돌아온다.
이번 TFC는 8개월 만에 돌아오는 건데 그 사이에 명칭도 TOP FC에서 TFC로 간소하게 바뀌었더라. 그 사이 중국 영웅방 대회에도 출전해서 한 경기를 치렀다.
 
기억한다. 영웅방에서 울리지 부렌을 꺾고 1승을 추가했는데.
스스로 대견했고 나 자신을 칭찬하고 싶은 경기였다.
 
2대 1 스플릿 판정승이라서 아쉬운 점이 있을 법도 한데. 어떤 이유에서 만족했나.
사실 그 경기를 준비하면서 코리안 좀비 MMA에서 합동훈련을 했었는데, 스파링을 하던 도중 레슬링 상황에서 갈비뼈를 다쳤다. 그래서 경기에서는 되도록 레슬링과 그래플링을 피하려고 했다. 그런 상태에서 두 번 테이크다운을 당하며 위축되기도 했다. 하지만 1라운드 종료 직전 오른손 펀치로 상대를 다운시켰고 톱 마운트 포지션을 잡았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그때 끝내지 못한 건 아쉽지만, 좋지 않은 몸 상태로 이겼기 때문에 만족한다.
 
갈비뼈는 이제 괜찮은가.
이미 오랜 시간이 흘렀고 잘 치료했다. 이미 이렇게 또 시합 준비를 하고 있는 걸 보고 있지 않나(웃음).
 
너무 바보 같은 질문을 던졌나(웃음). 어쨌든 당시 영웅방 경기는 김동규 선수의 첫 해외 원정 시합이기도 했다. 느낀 점이 있다면.
그렇다. 파이트머니를 세세하게 말할 순 없지만 선수 대우가 굉장히 좋더라. 숙소도 상당히 좋은 호텔이었고, 식사나 이동 수단, 전반적인 케어 등에 굉장히 공을 들인다. 다만 경기에 앞서 3일 내내 계체를 진행하고, 일정이 빡빡해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불편함도 있다.
 
그런데 지난 3월 황영진戰부터 밴텀급으로 내려가지 않았나. 왜 영웅방에선 다시 페더급 경기를 치렀나.
밴텁급 감량은 가능하다. 그런데 3일 연속 계체라는 점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그냥 한 체급 올려서 페더급에 출전했다. 어차피 이전부터 항상 큰 선수들과 싸워왔기 때문에 익숙했고, 딱히 어려운 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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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 일단 다가오는 경기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상대 김승구도 코리안 좀비 MMA 소속인데, 방금 전 같이 합동훈련도 했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긴 한데 사실 얼굴은 잘 모른다. 같이 합동훈련을 하는데 선수들도 많고 거의 스파링을 주로 하기 때문에 얼굴을 다 기억하진 못한다.
 
김승구가 현재 워도그와 쿤룬 파이트 등에서 4연승을 거두며 상승세에 있다.
그런데 어차피 이긴 경기 상대들 대부분이 데뷔전 치르는 파이터거나 아니면 패배가 훨씬 많은 선수들 아닌가. 그건 솔직히 연승도 아니지(웃음).
 
역시 이번에도 빅마우스 가동하는 건가(웃음).
딱히 그런 건 아니고 뭐, 그냥 몸 아프지 말고 시합 준비나 잘 하시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중에 지고 나서 별다른 변명할 수 없도록(웃음).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과거 국내 선수들에게서는 보기 힘들었던 공격적인 설전을 꽤 오래전부터 해왔다. 혹시 특별한 계기가 있나.
그런데 하나 말하고 싶은 게, 사람들이 내가 ‘말을 험하게 한다, 막 나간다’라고들 하지만 사실 나는 가만히 있는 사람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나와 싸워야 할 상대, 그리고 내 심기를 먼저 건드린 상대에게만 한다. 가만히 있는 선량한 선수들을 가지고 내가 먼저 디스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하지만 평소 코너 맥그리거나 디아즈 형제 같은 배드가이 캐릭터들을 좋아하지 않나. 그것도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
그것도 맞다. 어린 시절부터 그런 배드보이 캐릭터들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특히 고미 다카노리, 야마모토 ‘키드’ 노리후미, 닉 디아즈 같은 파이터들을 보면서 ‘나중에 프로 무대에 나서면 나도 저렇게 거침없는 스타일로 싸워야지’라고 생각해왔다.
 
그렇다면 그런 선수들이 종합격투기 파이터로서 김동규의 롤모델인가.
하지만 그건 또 아니다. 사실 종합격투기를 시작하면서 ‘내가 이 선수처럼 되고 싶다’같은 롤모델은 딱히 없었다. 다만 멘탈적인 측면에서 김동현 선수에게 본받을 점이 많다고 종종 느낀다. 운동 자체를 너무 좋아하시고 아직까지 선수 생활을 하면서 끊임없이 갈고닦는 모습이 멋있다.
 
사실 김동규가 가진 캐릭터 때문에 현재 TFC 내에선 적수가 많다. 황교평, 한성화, 황영진 등 만나는 상대마다 날을 세워왔다.
그래도 지금은 다들 자기 갈 길 잘 가고 있으니 굳이 지나간 이들에 대해 신경 쓰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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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중에서 황영진과는 특히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이런 이야기하기 미안하지만, 지난 경기에서 KO 패를 당하지 않았나. 경기 후 황영진이 “자신 있으면 또 덤벼봐라, 다시는 까불지 못하게 입을 막아주겠다” 같은 발언도 했었고.
알겠지만 그때 경기 끝나고 나서 나도 너무 흥분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욕을 하고 케이지에서 나갔는데 뭐, 다시 붙으면 좋겠지만 일단 내 앞에 닥친 경기가 우선이다. 굳이 미리 언급하고 싶진 않다. 나중에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있겠지.
 
그러고 보니 당시 경기도 기억나는데 한가지 의문점이 있다. 그때도 뒤차기나 백스핀블로처럼 축회전 기술들을 종종 사용하던데 특별히 자주 쓰는 이유가 있나.
경기의 흐름을 보며 상황에 맞게 이끌어내서 연습했던 기술들을 사용하는 거지, 그걸 염두에 두고 쓰는 건 아니다. 다만 이런 백스핀 기술들이 도는 만큼 위력이 크다. 그걸로 KO도 시켜봤고, 한성화와의 시합 때는 역전까지 분위기를 몰아갔었다. 나에게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기술들이다.

부디 그 기술들이 이번에도 행운을 가져다주길 바라겠다(웃음). 이제 화제를 잠시 돌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싶은데. 어떻게 격투기 선수 생활을 시작하게 됐나.
격투기를 처음 접한 건 중학교 2학년 때였다. 한창 최홍만 선수가 K-1에서 활동하던 시절이었는데, 그걸 보고 격투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길로 당장 킥복싱 체육관에 찾아갔다.

그런데 어떻게 종합격투기로 건너오게 됐나.
처음 갔던 킥복싱 체육관에서 운동을 시작했는데, 운동을 하다 보니 조금 미심쩍은 부분이 많았다. 쉽게 말해 '야매'스러웠지(웃음). 하필이면 그때 또 인터넷에서 우연히 힉슨 그레이시의 주짓수 영상을 처음 접했던 터라 혼란이 오기도 했고.

소위 '멘붕'이 왔을 것 같은데(웃음).
단순히 타격만 하는 게 아니라 누워서도 싸울 수 있고, 룰 제약 없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대처가 가능하다는 점이 충격적이었다. 그 시절 어린 마음에 '타격보다 더 강한 게 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그래서 주짓수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수소문하다가 부천에 있는 블루드래곤에서 수련을 시작했다.

현재 팀인 부천 트라이스톤은 언제부터 합류했나.
블루드래곤에서 운동하다가 대학교에 진학하고 군에 입대하면서 종합격투기를 잠시 그만둔 적이 있다. 하지만 군 생활하면서 다시 운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역 후 트라이스톤으로 왔다. 어차피 트라이스톤도 블루드래곤의 멤버들이 만든 팀이라 이미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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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반대하지는 않았나.
당연히 반대했다. 부모님께서는 항상 "격투기는 취미로만 해라"라고 하시고 걱정도 많이 하셨다.

그 반대는 어떻게 꺾었나.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지 않나(웃음). 안 그래도 내가 고집이 굉장히 센 편이라, 결국 이렇게 종합격투기 선수로 지금까지 활동할 수 있었다. 그래도 승수도 착실히 쌓아가고 어느 정도 믿음을 드리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부모님도 최대한 지원해주시는 편이다.

혹시 평소 김동규에게서 볼 수 있는 배드보이 캐릭터의 원동력도 바로 그런 고집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생각해보니 맞는 것 같다. 사실 시합 전 인터뷰 기사에서 보이는 행동들이 체육관에서 훈련하는 중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고집이 세서 훈련에 집중하고 있는데 누가 뭐라고 하면 나도 욱해서 조용히 좀 하라고 성 내기도 하고 가끔 욕도 튀어나오고(웃음). 그런 모습 하나하나가 나의 캐릭터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때로는 그런 모습이 격투 팬들에게는 좋지 않은 모습으로 비치지기도 한다. 악플도 종종 달리고.
그렇다고 그분들께 굳이 오해하지 말라고 해명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 모습이 그렇게 비쳤졌다면 그런 거겠지(웃음). 하지만 지금 당장 피와 땀을 쏟고 있는 주변 동료들의 말만 신경 쓰기에도 모자란데, 덧글까지 일일이 살펴볼 여유가 없다. 사실 많이 욕하고 그러셔도 좋다. 그런 반응이나 악플까지 하나하나 신경 쓰다 보면 운동 절대 못한다.

현재까지 종합격투기 선수 생활을 이어오면서 위기는 없었나.
딱히 위기랄 건 없었다. 다만 데뷔전 첫 시합을 정말 작은 구민센터에서 했는데, 한겨울이고 몸풀기도 촉박한 환경에서 경기를 치렀다. '프로 경기가 원래 이런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설이 열악했다. 막상 경기는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어라, 이겼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순식간에 지나갔다. 끝나고 나서 술도 많이 먹었지(웃음).

아까 정종철 관장한테 물어보니 현재 트라이스톤 선수부는 오전 훈련만 소화한다고 하더라. 오후에는 어떻게 훈련 진행하나.
오전에는 선수부에서 매트훈련 진행하고 오후에는 복싱 체육관에서 타격을 보완한다. 그리고 월수금은 저녁에 수업을 나가고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레슬링과 웨이트로 보강을 한다. 토요일은 마지막으로 고강도 훈련을 한 차례 소화하고 있다.

상당히 촘촘한 스케줄이다. 고되진 않나.
이 생활이 후회스럽진 않다. 어차피 주변 친구들도 취업에 한창 골머리 싸매고 있고, 다들 일에 치이는 터라 같이 파이팅 하면서 이겨내는 시기인 것 같다. 쉬는 시간이야 뭐 주말이 있으니 그때 한 번 만나면 족하다(웃음).

일단 앞으로 다가온 경기도 그렇지만 밴텀급으로 내려온 이상 TFC에서 싸워야 할 상대가 많다. 무엇보다도 화제의 챔피언인 곽관호가 있는 체급이기도 하고.
역시 파이터들의 첫 번째 목표는 챔피언 벨트가 아니겠나. 물론 타이틀 기회야 있다면 당장에라도 갖고 싶다. 하지만 일단 지금은 하나하나 이기며 나아가야 하는 단계다.  어쨌든 지금 당장의 1차 목표는 벨트고, 더 높은 목표들은 그 이후에 보다 세세하게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웃음).

긴 시간 인터뷰 고맙다. 마지막으로 김승구와의 경기를 앞두고 한마디 부탁한다.
오랜만에 TFC 복귀전을 치른다. 관심 있게 봐주시고, 절대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은 경기를 만들 것이다. 그리고 앞서 말했지만, 김승구 선수는 준비 단단히 하고 좋은 컨디션으로 케이지에 올랐으면 좋겠다. 그래야 졌을 때 핑곗거리가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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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 및 보정] 최웅재 작가
[기사]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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