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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조형규 기자] "많은 것이 변했죠. 비단 UFC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저도 그 사이에 벌써 두 딸의 아빠가 됐거든요.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파이터 정찬성의 인생도 2부가 새로 시작된 느낌입니다."
 
지난 3년 동안 정찬성은 자신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로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는 점을 꼽았다. UFC 복귀를 앞두고 마음가짐도 자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과거보다 더 강한 의무감으로 경기에 나설 것이라 했다.
 
책임져야 할 소중한 존재가 있다는 것은 한 사람으로 하여금 더욱 필사적인 동기부여를 만든다. 이제는 한 여자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가장(家長)' 정찬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이제는 가족을 위해 싸운다···"프로의 가치를 가진 파이터가 될 것"
 
정찬성은 지난 2014년 3월 8일 2년간 교제를 이어온 여자친구와 웨딩 마치를 올리며 인생의 첫 전환점을 맞았다. 뒤이어 그해 10월에 첫째 딸(은서)을, 올해 2월엔 둘째 딸(민서)을 얻었다. 한 여자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이며, 세 사람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됐다. 자연히 두 어깨도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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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사이에 두 아이가 태어나는 바람에 파이터보다도 아빠로 더 바쁜 시간을 보냈어요. 육아가 얼마나 어려운 건지 이번에 제대로 느꼈죠. 하지만 저는 이 시기에 태어난 게 오히려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거든요. 후회 없이 두 딸에게 제 모든 사랑을 쏟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생기면서 제 인생도 자연스레 1부와 2부로 나눠졌어요. 예전에는 오로지 제 자신을, 명예를 위해 싸웠죠. 하지만 이제는 저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 생겼잖아요. 그 순간 제 삶의 최우선 순위도 가족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제게 펼쳐진 모든 시합은 오로지 아이들을 위해서 싸우게 됩니다. 돈도 벌어야 하고, 멋있는 아버지로서의 모습도 보여줘야죠."
 
하지만 정찬성은 이러한 책임감을 강조하면서도 연신 싱글벙글 웃었다. 두 딸들만 보면 자연히 웃음이 나왔다.
 
특히 이제 스스로 걷고 말도 조금씩 하기 시작한 첫째 딸은 벌써부터 부모님과 함께 '코리안좀비MMA' 체육관에 오곤 한다. 자연히 선수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존재가 됐다. 그런 모습을 보며 정찬성은 프로선수로서 더 큰 흥행력과 가치를 가진 파이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많은 선수들이 '챔피언'이란 가치만큼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잖아요. 사실 저도 그들과 크게 다르다고 할 순 없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파이터로서 순수함을 잃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물론 챔피언이 목표지만, 프로는 돈으로 말한다고 하잖아요. 그만큼 흥행력을 갖춘 가치 있는 파이터도 되고 싶어요. 대신 남을 깎아내리는 트래시 토크로 제 가치를 올리고 싶진 않습니다. 오로지 경기 자체로 그 가치를 증명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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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한 상승세···정찬성의 팀 '코리안 좀비 MMA'
 
가족을 위한 미래의 백년대계를 계획하며 정찬성은 지난 2013년 4월 1일 서울 강남구에 자신의 별명을 붙인 '코리안좀비MMA' 체육관을 열었다. 종합격투기 팀으로 출범한지는 이제 4년 차가 된 비교적 신생 체육관이다.
 
그러나 코리안좀비MMA는 조용히 밑그림을 그리며 성장 중에 있다. 이미 일본 단체 '딥(DEEP)'에서 밴텀급 타이틀 도전권을 두고 명경기를 펼친 손진수, 종합격투기 4연승 중인 페더급 파이터 홍준영 등 적지 않은 선수들이 국내외 무대에서 쾌조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아마추어 레슬러 출신의 페더급 강자 길영복을 영입했다. 지난 9월 TFC 데뷔전을 치르며 8승 2패의 준수한 전적을 올리고 있는 길영복은 팀 내 레슬링 코치까지 담당하며 더 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영복이 형의 레슬링 실력이야 이미 알 사람은 다 알죠. 사실 형이 약간 내성적인 성격이라 말로 하기보단 직접 몸을 섞어가며 배워야 하는데, 덕분에 선수들이 더 많이 성장하고 있어요. 같이 운동하게 되어 영광이죠."
 
"코리안좀비MMA 선수부에 들어올 때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이 인성입니다. 다행히 다들 모난 데 없이 잘 따라와 주고 있어요. 오히려 제가 더 고맙죠. 지난 2년간 사회복무요원 생활로 자리를 비울 때도 너무 잘 해줬어요. 가르치면서 오히려 제가 배울 때가 더 많습니다."

 
 
이렇게 팀원들을 국내 MMA 단체에 출전시키는 입장이 되다 보니, 정찬성은 그동안 격투업계에 몸담아오며 막연히 생각했던 관점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최근 국내에 상당수의 격투단체가 새로 출범했다. 기존에 큰 줄기를 지탱하던 ROAD FC와 TFC 외에도 ALL FC, Octagon FC, APEX FC 등 올해만 벌써 3개의 MMA 단체가 출사표를 던졌다. 볼륨이 커졌지만, 정찬성은 '중요한 건 따로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예전에는 무조건 단체와 시합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꼭 그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걸 느꼈습니다. 조금씩 선수들의 꿈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것 같아서 마냥 좋지만은 않습니다. 정치적인 노선이 강한 단체도 있고··· 외람되지만 부디 모든 대회사가 선수들을 위한 단체가 됐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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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MA에 배움의 길은 끝이 없다···"변화한 모습, 스스로가 가장 궁금해"
 
다행히 정찬성은 안으로 내실을 다지면서 동시에 밖으로는 팀을 가리지 않고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는 편이다. 최근에도 그는 팀원들을 데리고 자신의 친정팀이라고 할 수 있는 코리안탑팀을 비롯해 부산팀매드, MMA스토리 등 많은 체육관과 합동훈련을 치렀다. 정찬성의 원만한 대인관계와 인간적 매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사람이 다 똑같을 순 없어요. 그러니 그 어떤 사람과 함께 하더라도 항상 배울 점이 생기는 거죠. 단순히 목적이나 생각 없이 합동훈련을 하면 문제가 됩니다. 하지만 무언가 분명한 목적을 세우고 배움의 자세로 훈련에 임한다면 굉장히 얻는 것이 많아요. 그리고 아무리 배워도 끝이 없죠. 그게 바로 종합격투기의 매력인 것 같아요."
 
아직까지도 배우며 여전히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한 정찬성은 "그래서 오히려 공백기가 지금 끝나는 게 한편으론 아쉽기도 해요"라며 살짝 웃었다. 하지만 팬들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할 순 없다며, 마지막으로 복귀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가다듬었다.
 
"길고 길었습니다. 그 사이 UFC도 많은 것이 바뀌었죠.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에요. 가끔은 부담도 느끼지만, 설레는 감정도 감출 수가 없어요. 제가 과연 지난 시간 동안 얼마나 변화했을지, 이제는 스파링이 아니라 경기를 통해 보여드리고 싶어요. 궁금해하실 팬들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런 분들이 부디 있길 바라야죠. 일단 제 스스로도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거든요(웃음)."
 
이제 두 딸의 아버지가 된 '아빠 좀비' 정찬성은 그렇게 인생의 두 번째 정상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뗐다.
 
 


[사진/영상 촬영 및 편집] 박제영 PD
[사진 보정] 최웅재 작가
[장소제공] 코리안좀비MMA / 그레이트짐
[기사]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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