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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조형규 기자] 특유의 저돌적인 파이팅에서 얻은 별명 ‘크레이지광’은 이제 파이터 이광희를 대표하는 하나의 정체성이다. 동시에 권아솔과 가진 국내 종합격투기 최고의 라이벌 트릴로지(Trilogy)는 많은 격투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대결이 됐다.

한국 종합격투기 1세대 파이터로 오랜 기간 활동해온 이광희가 어느덧 경기를 가진 지도 1년이 넘었다. 그 사이 한 가정을 꾸렸고, ‘파이터 이광희’보다 크광짐의 ‘이광희 관장’이란 호칭이 더 익숙해졌다. 슬슬 은퇴 계획도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 ‘전업 체육관 관장’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확실히 끝맺지 못한 권아솔과의 마지막 4차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가 ‘파이터 이광희’라는 타이틀을 내려놓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해부터 천안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크광짐을 운영 중인 파이터 이광희를 만나 그동안의 근황부터 체육관에 관한 이야기, 권아솔과의 4차전과 MMA 선수협회라는 무거운 주제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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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많은 팬들에게 익숙하지만 그래도 인사를 부탁한다.
만나서 반갑다. 이제는 크레이지광이 아닌 크광짐 관장이 더 익숙한 이광희다.

요즘 근황은 어떤가. 최근 체육관 운영과 결혼 등으로 한창 바쁘게 지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작년 10월에 크광짐을 오픈하고 올 4월에는 결혼까지 했다. 관원들 운동하고 선수양성까지 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SNS를 보면 일상이 거의 체육관이다. 하루 스케줄은 어떻게 돌아가나.
너무 바쁘다. 보통 10시에 오픈해서 일반관원 운동을 한 뒤 11시에 1시까지는 선수부 지도하면서 같이 훈련한다. 그리고 오후시간에는 PT도 진행하고 다시 체육관으로 돌아와서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수업을 진행한다.

가히 살인적인 일정이다. 아직 신혼 아닌가.
사실 너무 바빠서 신혼이라는 걸 전혀 느낄 수가 없다. 아내한테 미안하기도 한데, 격투기 선수 와이프의 숙명이다(웃음).

지금의 와이프는 어떻게 만나게 됐나.
지인 소개로 만났는데 3년 반 정도 됐다. 사실 와이프가 간호사다.

간호사와 격투기 선수라니, 어떻게 보면 극과 극이다(웃음).
맞다. 운동선수와 간호사라서 서로 정반대라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좋을 때가 있다. 다치면 와이프가 치료도 해주고(웃음).

어떤 모습에 반했나.
격투 팬들은 알겠지만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이 정말 힘들다. 개인시간 내기도 힘들고 체중감량이라던가 부상의 위험 등 여러 가지 리스크가 있지 않나. 하지만 그렇게 시합 준비하는 과정을 다 이해하면서 곁에 묵묵히 있어주는 모습이 너무 고마웠다. 덕분에 결혼까지 골인했다. 

마침 같은 로드FC 파이터인 문제훈 선수와 같은 날에 결혼을 했다. 지난번에 문제훈 선수에게 듣기로는 이광희 선수의 착오로 날짜가 겹쳤다고 하던데.
사실 예전에 ‘익스트림컴뱃’에서 훈련하던 시절부터 제훈이 형이랑 동거할 정도로 친하다. 그러다가 제훈이 형이 작년에 먼저 결혼한다고 날짜를 이야기 해줬는데 내가 깜빡한 것 같다. 나도 결혼식 날짜를 4월 30일로 잡고 나서 제훈이 형에게 날짜를 물었는데 알고 보니 딱 같은 날짜였다. 게다가 시간도 애매하고 장소도 각각 안양, 천안이라서 거리도 멀었다. 덕분에 다른 동료 파이터들에게 ‘도대체 어디로 가야하냐’라면서 한소리 들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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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최근에 열심히 운영 중인 체육관 이야기를 해보자. 작년에 드디어 자신의 체육관인 ‘크광짐’을 오픈했다. 지금까지 운영은 어떤가.
다행히 잘 되고 있다. 원래 체육관 운영 자체는 홍보 많이 하고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아직까지 날 기억해주고 찾아와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너무나 감사하다.

그래도 운영이 잘 되고 있다니 다행이다. 혹시 체육관을 오픈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내 별명인 ‘크레이지광’에서 이름을 따 ‘크광짐’이라고 지었지만 사실 체육관 자체는 도선욱 감독님과 동업으로 시작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주변에서 동업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못하는 부분을 서로 채워주면서 싸우지 않고 잘 헤쳐 나가면 두 배로 잘 되겠지’라는 생각이 더 컸고, 지금도 그 생각대로 잘 되고 있다. 덕분에 이번 달에 크광짐 2호점도 오픈할 예정이다.

벌써 2호점이라니 놀랍다. 2호점은 어디에 생기게 되나.
2호점도 천안에 생긴다. 일단 천안을 먼저 장악해야 위로 진출할 수 있다(웃음).

그렇다면 다음엔 서울로?
일단 제훈이 형이 있는 안양을 한번···(웃음).

문제훈 선수에게 이 사실 꼭 전해주겠다(웃음). 그나저나 크광짐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역시 생계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파이트머니만으론 생계유지가 어렵다. 게다가 결혼을 준비하다보니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생각에 결국 체육관을 시작하게 됐다.

아무래도 관장의 입장이 되면 선수 때의 마음가짐이나 생활패턴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크게 바뀐 점이 있다면.
부지런해야 된다. 선수 때는 오로지 훈련에만 전념했기에 오히려 그 점이 좋았다. 하지만 체육관을 운영하면 운동이나 수업 외에도 회원관리, 마케팅 등 여러 부분에서 신경 쓸 것이 너무 많다. 복잡하기도 하고 정말 열심히 뛰어다녀야 한다.

크광짐 운영을 유심히 보면 독특한 점이 있는데 바로 어린이부다. 최근 외국에서는 종합격투기가 유아체육, 생활체육과 연계되면서 대중에게 활발히 보급되고 있는데 어린이부를 운영하는 것도 이런 차원인가.
음,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건 아니고 순전히 내가 아이들을 좋아해서 시작하게 됐다. 내가 생긴 건 이래도 아이들 가르치는 걸 좋아해서(웃음). 선수들이 발전하는 모습도 좋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보는 것이 너무 좋다. 사실 아이들에게 MMA를 가르치는 것이 쉽진 않지만, 하나하나 세세하게 가르쳐주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 특히 주짓수 쪽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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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같이 운동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다행히 다들 말도 잘 듣고 착하다. 다만 통제가 잘 안 되고, 똑같은 것을 하나 가르쳐도 학생이나 성인보다 더 많이 반복적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점은 어렵다. 하지만 내가 워낙 아이들을 좋아하고 또 잘 어울리다보니 가능했던 것 같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종합격투기 가르치는 곳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지인들도 ‘도대체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냐’며 많이 놀라워한다.

어린이부 말고도 선수부도 선전 중이다. 최근 새롭게 출범한 ALL FC 대회에서 크광짐 소속으로 출전한 조승현, 최지우, 이민혁 선수 등이 모두 승리를 거뒀는데.
사실 크광짐을 처음 운영할 당시에는 선수부가 없었다. 그런데 일반부로 운동을 시작한 관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아마추어 시합을 나가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 한번 경험 삼아 나가봐라’라는 마음으로 올해 초에 출전시켰는데 모두 지고 돌아왔다. 그런데 끝나고 돌아온 아이들의 표정을 봤는데 너무 분하고 억울하다는 얼굴이었다. 처음에는 “너무 만만히 보지 마라”고 해줬는데, 다들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어떤 생각?
그래도 ‘크광짐’이라는 이름을 달고 대표로 출전했는데 ‘내가 너무 무신경 했구나’ 싶더라. 내 스스로도 창피했다. 그래서 바로 다음날 선수부를 만들고 훈련을 시작했다. 다행히 최근 경기에서 모두 좋은 성과를 거뒀다. 제자가 이기니깐 신기하기도 하고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ALL FC 이야기가 나왔는데, 최근 국내에 다양한 격투 단체가 출범하고 있다. 기존의 로드FC와 탑FC 외에도 방금 말한 ALL FC도 그렇고, 문제훈 선수가 소속된 옥타곤 짐 이용우 대표도 얼마 전 옥타곤 FC를 설립했다. 이 같은 최근 격투업계의 동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는 굉장히 긍정적인 현상이다. 활동할 무대가 많아지고, 프로로 데뷔할 수 있는 통로가 많아진다는 점은 당연히 좋은 점이다. 다만 프로선수들은 단체와의 계약에 묶여있어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프로 선수도 아마추어 선수처럼 한 단체에 얽매이지 않고 뛸 수 있게 된다면 상황은 급변할 것이다. 

단체를 막론하고 자유롭게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가정이 사실 국내 상황에서는 언급하기가 조금 민감한 내용이기도 한데.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아시다시피 최근에 UFC 내에서 마크 헌트가 선수 노조 결성을 강하게 추진하고 나선 바 있다. 그런데 나도 사실 예전부터 우리나라 격투계 역시 선수 노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1세대 종합격투기 파이터로 일찍 활동을 시작한 만큼 노조의 필요성을 느낄 때가 많았고, 이미 오래 전에 최무배 선배님이 선수 노조 설립을 계획했던 적도 있다. 비록 대회사나 단체 대표님들께선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지만, 프로선수와 종합격투기와 활성화를 위해선 협회 혹은 노조가 꼭 있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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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공감한다. 진심어린 이야기 고맙다. 이제는 주제를 ‘파이터 이광희’로 돌려보자. 체육관 운영이 바쁘다보니 로드FC 파이터로서의 이광희를 본 지가 꽤 오래됐다. 복귀전에 대한 계획이 있나.
일단은 로드FC 측에 미안할 따름이다. 사실 경기 오퍼는 결혼 전까지도 계속 꾸준히 들어왔다. 10월에 열리는 대회 오퍼였는데, 결국 얼마 전에 그 경기도 못 뛸 것 같다고 로드 측에 거절 의사를 전했다.

이유는 역시 체육관 운영 때문인지.
그렇다. 선수부 훈련도 계속 지도하고 있는데, 정작 내 자신이 운동할 시간이 없다. 하루 종일 수업 들어가다 보면 지치고, 그러다보면 따로 운동할 시간을 만들기도 어렵다. 솔직히 말하면 이제 정확한 은퇴시기를 잡으려고 계획 중이다.

은퇴 계획이라니. 너무 이른 것 아닌가. 
체육관 운영이 어느 정도 안정화 되면 경기에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아직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게다가 나 하나만 보고 멀리서 찾아오시는 관원들이 많기 때문에 쉽게 내려놓을 수가 없다. 정말 멀리서 오는 경우는 평택, 동탄, 대전에서 오시는 직장인 관원 분들도 있다.

그렇다면 바로 다음 경기가 은퇴전이 되는 건가.
그런데 또 그건 아니다. 그래서 올해 안으로는 꼭 경기를 가질 생각이다.

지금까지 로드FC와 일본 대회사에서 다양한 강적들과 싸워왔다. 그동안 자신에게 패배를 안겨준 선수들 중 다음 경기에서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상대가 있다면.
뽑을게 뭐 있겠나. 당연히 권아솔이다. 특히 마지막 은퇴전은 꼭 아솔이랑 하고 싶다.

권아솔과 싸우고 싶은 정확한 목표가 챔피언인가, 아니면 리벤지인가.
아직 내 목표는 권아솔에 대한 리벤지다. 사실 지난 3차전 직후 작년에 세워둔 계획이 있었는데, 오하라 주리를 꺾고 바로 권아솔과 4차전을 갖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체육관을 오픈하게 됐고, 그 계획도 잠시 미뤄졌다. 아무래도 이 계획을 다시 이루기 위해선 올해 한 경기를 더 치러야 할 것 같다. 그 경기에서 이긴 후 바로 아솔이와 마지막 4차전을 치르고 싶다.

권아솔과의 4차전에 대해서 한마디를 남겨본다면.
챔피언 권아솔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제대로 된 리벤지를 하고 싶다. 반대로 지금 내가 운동을 안 해도 아솔이는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꼭 그 계획대로 이뤄지길 바란다(웃음). 긴 시간 인터뷰 고맙다. 이광희의 복귀를 기다리는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부탁한다.
언제나 파이터 이광희를 항상 기억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예전처럼 가슴이 뻥 뚫리는 그런 화끈한 경기, 그리고 팬들이 너무나도 원하는 아솔이와의 경기를 빠른 시일 내에 보여드릴 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는 가장 좋은 길은 역시 시합밖에 없다.

[사진 촬영 및 보정] 최웅재 작가
[기사]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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