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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조형규 기자] “태권도를 잊고 살았던 제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었어요. 아마 태권도에 대한 자부심이 없다면 격투기 선수로서의 문제훈도 없었을 겁니다.”

‘ROAD FC 타격왕’, ‘명경기 제조기’, ‘한국의 도널드 세로니’ 등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붙는 문제훈의 또다른 별명은 바로 ‘태권 파이터’다. 태권도 선수로 시작한 운동이 현재 그의 격투기 베이스가 됐다. 물론 현대 종합격투기에서 태권도는 다른 무술에 비해 그 응용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훈은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는다. 오히려 그 누구보다도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처럼 사람은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며 비로소 자아를 찾는다. 이는 단순히 출발점을 기억하는 것 이상의 큰 의미를 지닌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문제훈의 눈이 가장 반짝이던 순간도 바로 태권도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강조할 때였다.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옥타곤 멀티짐에서 로드FC의 밴텀급 파이터 문제훈을 만나 그동안의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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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 반갑다. 먼저 인사를 부탁한다.
로드FC 타격왕, 태권 파이터 문제훈이다.

최근엔 어떻게 지내고 있나. 
지난 4월 30일에 결혼을 했고 바로 다음 달인 5월에 체육관도 확장을 했다. 덕분에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쁘게 지냈다. 그리고 틈틈이 경기를 위한 선수 훈련도 계속 하고 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조금만 쉬어도 체력 끌어올리기가 힘들기 때문에 무엇 하나 쉴 수가 없다.

4월 30일이라면 같은 날 이광희 선수도 결혼하지 않았나.
맞다. 원래 날짜는 우리가 먼저 잡았다. 그리고 결혼 전에 광희 커플과 같이 만나 술 한 잔 할 때 내가 30일에 한다고 했었는데, 갑자기 나중에 광희도 같은 날 식을 올린다고 하더라. 광희도 내가 4월에 결혼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정확한 날짜를 잘 기억하지 못했다고(웃음). 결국 같은 날 결혼하게 됐다.

하필이면 같은 날 결혼식이라 파이터 사이에서도 하객이 많이 갈렸을 것 같다.
그런데 그날 보니깐 다들 광희한테 간 것 같던데(웃음).

지금의 와이프는 어떻게 만나게 됐나.
와이프랑 와이프 친구가 원래 다른 팀에서 운동하고 있었는데 경기장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다. 성격이 너무 좋다보니 친해졌는데 그렇게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다. 한 1년 정도 됐다.

신혼생활은 어떤가. 와이프와 같이 거의 체육관에서 살다시피 하던데.
사실 최근에 체육관을 확장하면서 할 일이 더 많아졌다. 처음에는 이런 것도 모두 감내하면서 혼자 하려고 했다. 그런데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일이 불어나다보니 결국 와이프에게 SOS를 쳤다. 지금은 상담이랑 재무관리 등을 도맡아 하면서 같이 체육관을 운영 중이다.

체육관 이야기가 나온 김에 물어보자. 최근 운영하는 옥타곤 멀티짐이 2개 층으로 확장했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
체육관 운영 3년차에 접어들면서 느꼈던 점이 하나 있는데, 수업을 진행하면서 초보자와 중급자가 같은 공간에서 수업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진도라던가 밸런스를 맞추기가 어렵다. 아무래도 클래스 분리의 필요성을 절감했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겨서 확장을 결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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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라면?
원래 체육관 아래층인 3층에 밸리댄스 교습소가 있었다. 그런데 문을 닫고 거의 1년 동안 세입자가 없었다. 마침 클래스 확장을 고려하던 차에 아래층이 오랫동안 비어있다 보니 타이밍이 잘 맞았다.

현재처럼 클래스를 나눈 뒤 반응은 어떤가.
확실히 반응은 괜찮다. 하지만 또 생각처럼 그리 쉽게 되지도 않는게, 클래스를 2개로 나눈다고 해서 내가 원했던 그림이 한방에 펼쳐지진 않는다. 지금은 내가 생각하는 그림대로 퍼즐을 맞춰가는 중이다.

어떤 점에서 어려움을 느꼈는지.
아무래도 클래스를 나눠서 운영을 해본 적이 없고 과거와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곤 한다. 하지만 달라진 부분에 맞춰 커리큘럼을 다시 재편하고, 내 스스로도 배워나간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지도한다는 것도 결국 어떻게 보면 훈련처럼 항상 배우는 과정이라고 본다.

그래도 체육관 분위기가 굉장히 좋다. 특히 옥타곤 멀티짐이 가진 최고의 장점이 바로 관장과 회원 간의 훈훈한 분위기 아닌가. 비결이 있다면.
일단 내가 제일 큰 원인인 것 같은데(웃음). 농담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체육관 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분위기다. 체육관은 서로 즐길 수 있고 또 편안한 곳이 돼야 한다. 보통 사람들이 격투기 체육관이라고 하면 딱딱하거나 무섭고 엄격한 모습을 떠올리는데 나는 그런 걸 깨고 서로 편안하게 형, 동생처럼 지내려고 하는 편이다. 관장의 입장이지만 때론 회원들에게 친구처럼 다가가면서 서로 어울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그런 자리를 따로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친근한 관장님이지만 반대로 파이터 문제훈은 그야말로 전사다. 특히 경기를 앞두고 누군가가 부상을 당해 공석이 생길 때면 항상 가장 먼저 손을 들고 무조건 경기에 출전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팬들이 ‘한국의 도널드 세로니’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사실 도널드 세로니처럼 앞뒤 안 가리고 무조건 출전하려고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잘 하는 선수가 나타나면 나는 꼭 ‘그 선수를 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내가 표현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만나게 되겠지만, 그래서 더욱 싸우고 싶다는 어필을 많이 했다. 격투기를 하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강해지고 싶은 열망이고, 그런 것 때문에 도전정신이 자꾸 발동한다(웃음).

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출전을 희망했던 김민우와의 지난 2차전에서는 패배를 당했다. 후회가 되진 않았나.
비록 경기에서는 졌지만 결과를 떠나서 오히려 시합을 또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사실 경기 기회라는 게, 1년에 한두 번 갖기도 힘들 때가 많지 않나. 하지만 나는 그 한번이라도 더 뛸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절대 후회는 없다.

어쨌든 그 경기 때문에 전적도 이제 8승 8패가 됐다. 사실은 전적관리 차원에서 망설일 법도 했을 텐데.
물론 내가 뭐 연승 중이고 한 5연승 이렇게 했으면 전적관리를 했겠지(웃음). 하지만 승패가 많기 때문에 이제 전적에 대한 생각은 그리 크지 않다. 그리고 파이터로서의 목표도 전적보다는 다른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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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문제훈이 가진 파이터로서의 현재 목표는.
리벤지다. 그동안 패배한 상대들을 가끔씩 떠올리곤 하는데, 약해서 진 게 아니라 부족해서 졌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부족했던 부분들을 점차 채워나가면서 확실한 리벤지에 성공하고픈 마음이 가장 크다. 그리고 요즘 중국대회도 많이 열리는데, 우슈를 수련한 선수들이 많아서 탄력도 좋고 강자들이 많다. 그들에게 한국에도 이런 타격가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여태까지 8명의 파이터가 문제훈에게 패배를 안겼다. 그 중 가장 리벤지하고 싶은 상대가 있다면.
역시 송민종이다. 로드FC 첫 경기에서 패배를 안겨준 상대인 만큼 가장 리벤지하고 싶다. 특히 송민종과의 경기는 리벤지 외에도 내 스스로나 팬들이 경기를 그려봤을 때 가장 재미있는 게임이 되지 않을까 한다. 

송민종은 현 로드FC 플라이급 챔피언 아닌가. 그렇다면 플라이급으로 체급을 낮출 계획인지.
지금 체중이 많이 빠졌다. 63~64kg 정도 나가는데 체급을 낮춰서 플라이급을 뛰어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완전히 플라이급으로 전향하는 건 아니다. 체급을 낮춘다고 해서 경쟁력이 확 올라가진 않는다. 플라이급 경기를 치르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송민종과의 리벤지다. 플라이급에 송민종이 있을 뿐이지, 아직 밴텀급에도 리벤지 할 상대가 많다.

스피릿MC에서 프로 데뷔한 이후로 어느덧 8년이다. 그동안 종합격투기 선수로 활동해온 느낌을 표현해본다면.
20살 때 프라이드를 보면서 격투기의 매력에 빠졌다. 그 때부터 원하는 걸 하면서 살자고 생각했고, 가장 좋아하는 격투기를 선택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대신 아쉬움은 있다.

무엇에 대한 아쉬움인가.
선수로서 더 많은 훈련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다른 팀이랑 합동훈련을 한다던가, 전지훈련도 가보고 싶었고 선수훈련을 더 많이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선수인 동시에 체육관 관장으로서 지금까지 3년 넘게 옥타곤 멀티짐을 하나부터 열까지 책임감을 갖고 운영해왔다. 덕분에 경기가 잡혀도 100% 훈련에만 신경을 쓸 수가 없다. 계체 이틀 전까지도 평소처럼 체육관에서 수업도 똑같이 진행한다.

힘들지 않나. 이광희 선수는 ‘제훈이형은 하나부터 열까지 힘들게 혼자 다 하려고 한다’면서 걱정하던데.
그런데 사람이라는 게 상황이 닥치면 다 하게 된다. 케이지에 서는 파이터로서 목표도 중요하지만, 내가 그동안 상상해오던 체육관을 만들고 싶은 목표도 포기할 수 없다. 요즘은 ‘내 지나친 욕심인가’ 싶을 때도 있어서 줄여보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오전-오후엔 선수 훈련 하고, 저녁에는 체육관 수업을 하면서 커리큘럼에 부족한 점이 있으면 계속 고치고 보완한다. 그러면서 혼자 스트레스도 받고(웃음).

그래도 좋은 욕심인 것 같다(웃음). 그나저나 올해 초 왼쪽 가슴에 한글로 ‘태권도’라는 멋진 타투를 하나 새겼는데 격투 팬 사이에서 반응이 아주 좋다. 어떤 계기로 타투를 하게 됐나.
태권도에 내 뿌리가 있는 만큼 자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내가 비록 태권도로 이름을 알리진 못했지만, 태권도는 10대 시절의 꿈이자 전부였다. 오로지 태권도 하나만 바라보며 달려왔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노력했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그동안 태권도를 너무 잊고 산 것 같다. 우리나라가 태권도 종주국이고 나도 태권도를 수련한 파이터다. 스스로 ‘내가 과연 태권도에 대한 자부심 없이 격투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내 뿌리를 찾고 싶었다. 그러던 중 외국 파이터들의 다양한 타투를 보면서 태권도를 몸과 마음에 새기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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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큰 의미다. 혹시 큰 타투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타투는 멋이 아니라 의미를 담는 게 중요하다. 사실 그러고 나서 태권도를 새기기로 결정했는데, 이걸 잘 보이지도 않는 곳에 조그맣게 하면 의미가 없을 것 같더라(웃음). 아마 태권도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종합격투기 파이터 문제훈도 없었을 것이고, 그런 나를 확실히 알리기 위해 가슴에 최대한 잘 보이도록 새겼다.

태권도를 종합격투기 베이스로 삼으면서 느낀 장단점이 있다면.
남들보다 거리싸움과 순발력에서 많은 메리트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이건 단점이라기 보단 내가 뼛속까지 태권도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난데, 경기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태권도 킥이 나온다.

대표적인 게 바로 김민우와의 1차전이 아닌가. 특히 나래차기(웃음).
맞다. 사실 그 때도 나래차기를 준비하긴 했지만 한 번 정도만 쓰려고 했다. 그런데 시합이 끝난 뒤 내 경기를 다시 봤는데 그렇게 많이 찰 줄은 몰랐다(웃음). 그 외에도 뒤차기, 뒤후리기 등 나도 모르게 태권도 킥을 찬다. 그런걸 보면 태권도가 내 몸에 배어있구나 싶기도 하고.

역시 문제훈 하면 타격가 이미지가 강하지만 최근 SNS를 보면 그래플링과 브라질리언 주짓수 훈련 비중이 높은 것 같다. 주짓수는 얼마만큼 수련했나.
퍼플벨트를 단지는 3년이 넘었다. 현재 4그랄이다.

그렇다면 브라운벨트 승급이 곧 이뤄질 것 같은데.
글쎄, 브라운벨트는 아직 잘 모르겠다. 자존심이 있어서 그래도 퍼플벨트 부문에서 메달도 따고 대회에서 확실한 성적을 거둔 후에 브라운벨트 생각을 하고 싶다. 주짓수는 무엇보다도 띠가 높아질수록 실력이 확실히 뒷받침 돼야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아직 실력을 인정받지 못했는데 승급을 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태권도와 격투기만큼 주짓수에도 푹 빠진 것 같다(웃음).
맞다. 격투기가 생업이라면 주짓수는 나의 취미다. 만약 종합격투기 커리어가 끝나고 은퇴를 하게 된다면 주짓수에서 다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주짓수에 전념해서 활동할 생각도 있다.

일단 다시 본연으로 돌아와서, 파이터 문제훈이자 관장 문제훈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역시 선수로는 당연히 챔피언이다. 관장으로는 그래도 사람들이 안양에서 격투기를 떠올렸을 때 가장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으로 떠올리게끔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놀이터 같은 그런 체육관을 만들고 싶다.

긴 시간 인터뷰 너무 고마웠다. 마지막으로 문제훈 선수의 경기를 기다리는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응원해주신 분들에 대한 최고의 보답은 역시 시합에서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는 것이다. 아직까지 내 자신 스스로 더 멋진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걸 위해 지금도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더 좋은 모습으로 케이지 위에, 팬들 앞에 설 때까지 기다려 달라.

[사진 촬영 및 보정] 최웅재 작가
[기사]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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