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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조형규 기자] “내용도 부실하고,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은 경기였습니다. 아직도 고칠 것이 너무 많네요.”

일반적인 패자 인터뷰 후에 흔히 볼 수 있는 대답이었다. 그런데 지난 3월 TOP FC 10에서 새 페더급 챔피언에 오른 이민구(26, 코리안탑팀)는 처음 만나자마자 이 말을 먼저 꺼내 들었다. 최영광과 치른 페더급 타이틀전에서 당시 경기 후 판정 논란이 있었고, 그런 과정 속에서 이민구는 자신의 경기력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덕분에 더욱 큰 동기부여가 됐다. 아직도 증명해야 할 것이 많이 남았다며 웃어 보인 이민구는 이내 다시 이를 악 물고 훈련에 임했다. 지난 경기들의 찝찝한 뒷맛을 불식시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더 압도적인 모습으로 승리를 착실히 쌓아나가면 된다. 가장 교과서적인 해결책이다.

오는 8일 미국령 괌에서 열리는 PXC(Pacific Xtreme Combat) 54에서 종합격투기 통산 5승 사냥에 나서는 TOP FC 페더급 챔피언 이민구를 서울 대림동에 위치한 코리안탑팀 본관에서 만났다. 다음은 영상 및 인터뷰 전문이다.


챔피언에 오른 뒤 어느덧 4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사실 지난 TOP FC 10 경기가 끝나고 원래 하던 일을 관뒀다. 앞으로 더욱 운동에 매진하고 싶었고, 신중히 내린 결정이었다.

어려운 결정이었을 텐데. 혹시 따로 수입이 있나.
아니다. 따로 수입이 있는 건 아닌데, 지금은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생활하면서 운동하고 있다. 덕분에 이제는 돈이 떨어질 때마다 싸워야 한다(웃음).

지난 3월 TOP FC 10 페더급 타이틀전에서 최영광을 꺾고 챔피언에 올랐다. 변화한 점이 있다면.
딱히 변한 점은 없다. 그것보다도 그날 경기가 내용 면에서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아서 마음에 걸렸다. 어떤 점을 고쳐야할지 파악하고, 곧바로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사실 불편한 질문이 될 수도 있지만 지난 경기에서 판정논란이 있었다. 당시 경기 직후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나.
경기가 끝난 후 우리 세컨 측에서도 그렇고, 나도 ‘연장전 가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심판 판정에서 내 승리를 선언하더라. 당시에는 막연히 ‘내가 이겼구나’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후 내 스스로 돌아봐도 너무 부실한 경기였다. 영상을 다시 돌려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싸워야 할지, 내 타격을 MMA에 어떻게 적용시킬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그렇게 바로 체육관으로 돌아와서 지금까지 쉬지 않고 계속 운동을 하고 있다.

그래도 어느 정도 휴식을 가질 법도 한데.
그럴 수가 없었다. 사실 여자친구가 엄청난 스파르타다. 물론 챔피언이 됐으니 좋아하긴 했는데 더 잘해야 한다고 혼났다(웃음).

무서운 여자친구를 뒀다(웃음). 혹시 여자친구랑 MMA 이야기도 자주 하나.
자주 하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나보다 종합격투기를 더 잘 안다. 같이 있을 때는 UFC 경기도 자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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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격투기 프로 전적이 많지 않은데 정말 단기간 안에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 원동력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원래 TOP FC에서 뛰면서 김동규 선수와 조성원 선수, 그리고 한성화 선수랑 대진이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그런데 조성원과 한성화의 경기가 취소되며 운 좋게 TOP FC 9에서 조성원 선수와 싸우게 됐고, 승리를 거두면서 좋은 기회가 온 것 같다.

어쨌든 그렇게 TOP FC 챔피언의 자격으로 오는 8일 PXC 54에서 원정경기를 치르게 됐다. PXC 출전은 어떻게 이뤄졌나.
현재 챔피언이다 보니 TOP FC에서 방어전을 치러야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기를 바로 뛰고 싶다고 해서 내 마음대로 시합 날짜를 조정할 수는 없지 않나. 대회사 측의 일정에 맞춰서 움직여야 하는데, 다행히 TOP FC 측에서 공백기에 PXC 경기를 뛸 수 있게 해줬다.

PXC는 TOP FC의 형제 대회사와도 같은 곳이다. 또한 존 턱, 임현규 같은 파이터들이 PXC 챔피언을 거쳐 UFC로 진출하지 않았나. PXC 무대에 처음 나서는 소감은.
예전부터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아무래도 괌이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 아닌가. 화끈하게 싸우고, 기분전환도 하고 싶다. 꼭 KO승을 거두고 푹 쉬다 오겠다(웃음).

상대인 토니 레예스 전적이 7승 9패다. 성적이 썩 좋은 선수는 아닌데.
아무래도 PXC에서 뛰는 첫 경기다보니 이름 있는 선수를 붙여주진 않은 것 같다. 레예스의 과거 경기들을 살펴보니 끈적한 그래플러 스타일인 것 같다. 다만 타격적인 면에서는 그다지 까다로운 선수는 아닌 것 같은데, 어차피 이런 선수들은 세계무대에 널려있다. 이 정도는 어렵지 않게 이겨야 나중에 메이저 무대에서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사우스포 파이터를 만나는 건 처음 아닌가.
그렇다. 여태까지 왼손잡이 선수를 상대해본 적이 없다는 점이 조금 걸리긴 한다. 하지만 팀 내에 왼손잡이인 마이클 형과 자주 훈련하면서 사우스포 파이터에 대한 대비는 이미 충분히 했다.

사실 레예스의 전적이 좋지 않다고 했지만 최근 세 경기 중 두 경기에서 승을 거두며 다시 상승세에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승리가 리어네이키드초크로 얻은 서브미션 승이다. 그에 대한 대비는.
원체 넘어지지 않고 때리는 걸 가장 선호한다. 하지만 지난 경기 때는 타격이 MMA 스타일에 맞지 않게 붕 떠있는 느낌이 있었는데, 당시 킥에 집착을 많이 했고 최영광 선수도 대비를 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킥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펀치랑 엘보우 등 다양한 타격 옵션을 섞어서 준비했다.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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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량은 언제부터 들어가나.
축농증이 심해져서 감량은 비교적 늦게 들어갈 것 같다. 한 1주일 생각하고 있는데, 짧은 시간 안에 감량이 이뤄질 것 같다.

현재 같은 팀메이트인 곽관호가 TOP FC와 PXC 밴텀급 타이틀을 모두 가지고 있다. 혹시 곽관호 선수처럼 더블 타이틀 홀더에 대한 욕심이 있는지.
그렇게 크진 않지만 당연히 기회가 온다면 잡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TOP FC 타이틀 방어전에 더 성실히 응하고 싶다.

그렇다면 TOP FC 페더급 타이틀 1차 방어전 계획은.
사실 TOP FC 타이틀 방어전을 최대한 빨리 하고 싶다. 상대는 최영광 선수가 됐으면 좋겠지만 현재 은퇴한 상황이라 성사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일단은 무조건 강한 상대랑 붙고 싶다.

혹시 첫 방어전 상대로 생각해둔 선수가 있나.
난 챔피언이다. 당연히 오는 선수 가리지 않고 모두 싸워야 한다(웃음).

PXC 54에 출전하는 마지막 소감을 부탁한다.
그동안 기대해주셨던 분들의 응원에 보답해야 하는데 지난 경기에서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 너무 죄송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보다 더 기술적으로 향상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화끈한 KO 승을 거두고 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영상] 황채원 PD
[사진] 최웅재
[기사]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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