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MLB 금주의 선수상은 신시내티 레즈의 제이 브루스(NL)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J.J. 하디(AL)에게 돌아갔습니다.
브루스는 4할4푼에 5홈런, 15타점, 9득점, 총 28루타, 출루율 .481 등 압도적인 경기력을 과시하며 생애 3번째 '플레이어 오브 더 위크'에 선정됐습니다.
브루스의 선전도 돋보였지만 하디의 분투는 눈물겨울 정도였습니다.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는 오리올스호의 좌초를 혼자 힘으로 막아보겠다는 듯 리그 최다인 10타점에 2루타 2개, 4홈런, 6득점으로 고군분투했습니다. 물론 그의 오리올스는 2승5패로 더욱 더 깊은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습니다. 야구라는 팀 스포츠에서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면서.

(지난주 AL 금주의 선수에 뽑힌 J.J. 하디는 24홈런으로 유격수 최다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겨울 오리올스는 나름 야심찬 선수 영입을 했습니다. 지명 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 3루수 마크 레이놀즈, 1루수 데릭 리, 그리고 선발 투수 저스틴 듀크셔 등. 그 와중에 '제임스 제리 하디'라는 백인 내야수도 트레이드로 데려갔습니다. 누구도 그를 크게 주목하지 않았고, 유격수 J.J. 하디는 부상으로 5월초까지 거의 뛰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복귀 후 주춤하던 J.J.는 6월부터 장타력이 폭발하며 낙담한 오리올스 팬에게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5월까지 2홈런에 그치던 하디는 6월에 9홈런, 7월에 7홈런, 그리고 8월 중순까지 5홈런을 치며 시즌 23홈런을 터뜨렸습니다.
AL 유격수 중에 올해 가장 뜨거운 인디언스의 아스드루발 카브레라를 제치고 최다 홈런을 치고 있습니다. 부상으로 29경기나 덜 뛰었는데도 말입니다.

1982년 8월 19일 애리조나 주 투산에서 태어난 J.J.는 부모에게서 운동 신경을 이어받았습니다. 아버지 마크 하디는 프로 테니스 선수였고, 어머니 수지는 골프 명예의 전당 멤버인 낸시 로페스에 이어 전국 랭킹 2위에 오른 골퍼였습니다.
어린 시절 그의 가장 큰 동지이나 라이벌은 2살 위의 형 로건이었습니다. 야구는 물론 축구, 농구, 테니스, 골프, 심지어는 탁구까지 모든 스포츠를 형과 함께 했습니다. 나이 차가 있으니 늘 당할 수가 없었지만 형을 이기려고 기를 쓰면서 J.J.는 항상 또래에서 모든 운동을 가장 잘 하는 아이가 됐습니다.

형 로건의 뒤를 이어 사비노 고교에 진학한 J.J.는 유격수와 투수로 활약하며 3년 연속 애리조나 고교 올스타에 선정됐습니다. 2001년에는 미국 청소년대표팀에 뽑혀 세계대회 준우승의 주역이 되기도 했습니다.
고교 팀의 주장으로 리더십과 투지를 발휘한 그에게 애리조나 대학은 4년간 전액 장학금을 제안했습니다. 아버지와 동문이 될 결심을 했지만 밀워키 브루어스가 2라운드에 그를 지명하면서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주전 유격수로 키우고 싶다는 달콤한 오퍼와 함께 메이저리거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J.J.는 프로생활을 선택했습니다.

프로 생활을 비교적 순탄하게 시작했지만 갈수록 길은 험해졌고 위기도 계속 있었습니다. 2001년 루키리그와 싱글A에서 40경기를 뛴 J.J.는 2할4푼8리 2홈런 16타점으로 크게 두각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구단에서는 그의 건실한 유격수 수비와 아직 18세에 불과한 그의 파워 잠재력에 점수를 줬습니다.
2002년 하이 싱글A에서 시작한 그는 .293-6홈런-48타점으로 잠재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후반기에 더블A로 승격됐습니다. 고졸 프로 2년차의 내야수로서는 파격적인 발전 속도였습니다. 메이저리그가 코앞으로 다가온 느낌.
2003년 왼쪽 어깨 통증이 왔지만 더블A에서 풀 시즌을 뛰면서 .279-12홈런-62타점을 올린 J.J.는 2004년 마지막 관문인 트리플A로 승격합니다. 팀에서는 J.J.와 데이빗 크린젤. 빌 홀 등 유망주들의 빠른 성장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J.J.는 리그 올스타에 퓨처스 게임 출전 등으로 확실한 유망주로 눈도장을 받았습니다.

(J.J.가 아동 병원을 찾아 어린 팬과 포즈를 취했습니다. 성실하고 늘 노력하는 선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



호사다마.
그의 첫 위기는 2004년 5월에 닥쳤습니다. 몸쪽 빠른 공에 스윙을 하는 순간 어깨에 표현할 수 없는 통증이 왔습니다. 계속 불편했던 왼 어깨가 순식간에 망가지고 만 것입니다. 어깨 근육의 앞과 뒤가 동시에 파열되는 중상이었고, 수술도 3주를 기다려서 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J.J.는 그때가 야구를 시작한 이래 가장 힘겨웠던 시절이라고 회상합니다. 야구를 떠나 재활에만 매달리면서 우울증 증세까지 보였습니다. 그리고 삶의 위기는 J.J.뿐 아니라 형 로건에게도 같은 시기에 찾아왔습니다.
로건은 고교 졸업 후 곧바로 군에 입대했고, 911 테러 후에 이라크전에 참전했습니다. 전쟁의 참상을 겪으며 피폐해진 로건은 심리치료를 받을 지경이 됐고, 결혼 생활도 깨지고 말았습니다. 형제는 그 어려운 시절을 함께 보냈습니다. 둘은 함께 살면서 함께 운동하고 어려움을 나누면서 각각의 재기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해 겨울 멕시코리그에서 뛰면서 건재를 확신한 J.J.는 스프링 캠프에서 탄탄한 수비와 더욱 강해진 스윙을 과시했습니다. 요스트 감독과 멜빈 단장은 이제 빅리그 유격수 자리를 J.J.에게 맡길 때가 됐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2005년 4월 J.J.는 1978년 폴 몰리터 이후 밀워키 브루어스에서는 처음으로 개막전 출전으로 빅리그에 데뷔한 루키가 됐습니다.

빅리그가 녹록치는 않았습니다. 루키 J.J.는 타석에서 빅리그 투수들의 강한 압박을 받았고, 전반기 내내 2할 멘도사 라인에서 맴돌았습니다. 그러나 드디어 자신감을 얻은 J.J.는 후반기를 3할8리로 마무리했습니다. 124경기를 뛰며 2할4푼7리에 9홈런, 2루타 22개, 50타점이라는 화려하진 않아도 준수한 성적표를 적어냈습니다.
혹독한 동계훈련을 거친 J.J.는 2006년 화려한 비상을 꿈꿨습니다. 그리고 시즌 시작한지 6주 만에 필리스와의 경기에서 큰 충돌이 일어납니다. 늘 투지를 앞세운 플레이를 펼치는 J.J.는 홈으로 슬라이딩하다가 필리스 포수 샐 파사노와 그대로 부딪혔습니다. 오른 발목이 심하게 부어올랐고 곧바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습니다. 재활을 하고 다시 돌아왔지만 그의 발목은 계속 통증에 시달렸고, 결국은 7월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그렇게 그의 시즌은 끝나고 말았습니다.

시련은 강해지기 위한 과정입니다.
불과 35경기 만에 2006시즌을 접었던 J.J.는 모두가 깜짝 놀랄 건장한 모습으로 스프링 캠프에 나타났습니다. 부상 걱정 없이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생애 최고인 26홈런 80타점을 기록했습니다. 생애 첫 올스타전에도 출전했습니다.
2007년에도 24홈런 74타점으로 상승세를 이어간 J.J.지만 그에게는 두 가지 꼬리표가 붙어있기도 했습니다.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타격의 꾸준함이 덜하다는 점입니다. 2009년에는 115경기밖에 뛰지 못했고, 11홈런 47타점으로 떨어졌습니다. 슬럼프로 중간에 마이너로 떨어지는 어려움도 겪었습니다. 그리고 시즌 후 밀워키는 외야수 카를로스 고메스를 받는 조건으로 J.J.를 미네소타로 트레이드했습니다.

트윈스에서는 왼 손목 부상으로 고생한 J.J.는 101경기 6홈런 38타점으로 더 추락했습니다. 변화가 필요한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이 오리올스였습니다. 그의 능력을 인정한 오리올스는 마이너리그 유망주 투수 브렛 제이콥슨과 짐 호이를 내주고 J.J.와 유틸리티 내야수 브랜던 해리스를 영입했습니다.
시즌 시작하자마자 부상으로 한 달여를 결장해 구단 관계자들을 걱정시켰지만 돌아온 J.J.는 6월부터 맹활약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타순은 2번이나 3번이 어울리는 타자지만 브라이언 로버츠의 부상으로 주로 1번에 기용되면서 약간 떨어지는 출루율을 놀라운 파워로 상쇄하고 있습니다.

하디는 약점이 있는 선수입니다.
꾸준함이 부족하다는 것인 야구 선수에게는 때론 치명적인 약점일 수 있습니다. 올 시즌만 봐도 4,5월에 2할3푼9리, 6월 3할6푼2리, 7월 1할9푼5리, 그리고 8월에는 다시 3할1푼입니다. 출루율도 떨어지고 스피드도 빠르지 않아 도루도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약점을 상쇄할 수 있는 강점인 건실한 유격수 수비와 그리고 파워가 있습니다. 수려함보다는 기본기에 충실한 탄탄한 수비로 실책을 최대한 줄이고 30개를 넘나들 수 있는 홈런 파워를 과시합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늘 운동에 성실하고, 경기에서는 온 힘을 기울이며, 따뜻한 동료이자 팬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선수라는 점입니다.
오리올스는 7월 초 J.J.와 3년 연장 계약을 맺었습니다. 만 29세 생일을 이틀 남긴 J.J. 하디와 3년 2,225만 달러 계약에 오리올스 팬은 갈채를 보냈습니다. 올해 구단이 칭찬받은 유일한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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