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공포 [4박5일] 2

2016.03.06 18:26

슈퍼맨

"충성! 이병 강희원은 4박5일 휴가를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그래. 강희원이하고 같이 나가는 인원 누구냐?"

"상병 이원호! 접니다!"

"그래 4박5일뒤에 애 데리고 데려와라."

"네! 대대장님."

항상 빡빡하게 구는 대대장님도 오늘따라 너무나도 친절하다.
오늘 아침공기는 맑았고 기상나팔소리는 감미로웠다.
상쾌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하는 아침 구봇길에 피어있는 꽃들은 아름다웠다.
군장을 싸는 시간조차 왜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지?!
구수한 아침 똥국 냄새를 맡으며 상병 이원호와 나는 대대 정문을 나선다.

"희원아 내가 재밌는거 보여줄까?"

"네!"

"자 봐봐..."

이원호 상병은 위병소 앞에 갑자기 담배를 하나 피워 물더니 그걸 흙바닥에 꽂는다.

"니 휴가 복귀뒤에도 이 담배는 타고 있을거야..."

뭔 개소리?
라는 표정을 짓는 나를 보며 이원호 상병은 의미불명의 미소를 짓는다.

"니가 4박5일뒤에 어떤 느낌인지 보자."

뭔 헛소리를 하든 말든 나는 백일만에 집에가는거다.
4박5일 알차게 써야지.
..
.

"어?"

몇초 안된거 같은데 나는 지금 이원호 상병과 함께 위병소 정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앞에 보이는 지옥의 문에 적혀있는 문구는 분명 '여기 들어오는 자 희망을 버릴 지어다' 이다.
역겨운 짬의 악취가 나의 코를 썩히고 있었고 이 거친 군복은 내 피부를 긁어댔다.
무거운 군화는 왠지 톤단위로 변한 거 같다.
분명 따뜻한 봄인데 위병소로 다가갈수록 몸이 무겁고 추워진다.

"희원아 저거 봐바."

"?!!"

분명 4박5일? 아니 몇초전. 몇초만에 어두워진 위병소 앞에.
이원호 상병이 불을 붙여둔 담배가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다.

"백일 휴가는... 4.5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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