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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차이점은 체격과 운동능력

미국에서 현재까지 경험하며 느낀 한국 농구선수와 미국 농구선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체격과 운동능력이 가장 크고, 그 다음은 개인 기술, 그 마지막은 경기를 대하는 자세를 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양국의 팀 간의 스타일은 그 팀을 지휘하는 지도자의 스타일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나라 안에서도 아주 다양한 색깔의 팀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교 선상에 선수들 개개인만을 놓고 비교하면, 가장 큰 차이점은 체격과 운동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즌 전, 웨이트 트레이닝의 비중을 높이고 2년간의 장기적인 플랜으로 나 자신을 한번 바꿔보자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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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BYU 하와이에 공식등록된 이주한 선수의 프로필>

하지만, 시즌이 아직 시작되기도 전이었지만, 큰 산들에 내 앞에 도사리고 있었다. 시즌 전 캠프의 훈련과 연습경기에서 서양 선수들의 압도적인 체격 차이에 매우 당황했다. 같은 포지션의 동료들도 체격이 큰데다가 팔다리도 길고 그 큰 몸뚱이로 날렵하게 골밑으로 들어가면, 나에게는 벽과 다름없는 거대한 수비수가 나를 잡아먹을 듯이 뛰쳐나왔다.

체격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증량시작


체격차이를 실감한 나는 그 이후 증량과 함께 몸을 강하게 만들기로 마음먹었고, 최대한 빨리 서양 선수들 사이에서 자신감 있게 플레이 할 수 있는 몸을 만들기로 계획, 지금까지 꾸준히 훈련에 임해왔다. 웨이트 트레이닝 트레이너에게 자문을 구하고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받았고, 그 프로그램을 가지고 훈련 전 혹은 새벽에 따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준비 해왔다. 또한 영양에도 자문을 구하거나 인터넷을 검색해서 지식을 습득하려 노력했고, 그 결과 시즌 중반인 지금 85Kg에서 90kg까지 올라온 상태다. 하지만, 나는 이것에 전혀 만족하지 않는다. 무작정 몸무게가 늘어난다고 운동능력이 발전하고 체격이 커지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을 통해서 가장 효율적이고 강력한 몸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 할 것이다.

체격의 중요성을 깨닫고 열심히 훈련해온 지 4개월 남짓 밖에 시간이 되지 않았지만, 플레이 할 때 하루하루 점점 나아지는 것이 느껴진다. 이전보다 힘이 조금씩 좋아져서 공격과 수비에서 점점 좋은 플레이를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파워적인 측면에서, 서양인 친구들보다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그들보다 더 강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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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점차 출전시간을 늘려가고 있는 이주한 (1번)>


시즌은 재밌는 경기의 연속


시즌이 시작되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연습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는지 경기마다 조금씩 출전시간을 늘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벽이 나를 가로막고 있었다. 연습경기에서 발목을 살짝 접질리고 말았다. 당연히 플레이에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난 예전의 나가 아니었다. 시련에도 포기하지 않았고, 연습을 통해 좋지 않은 컨디션을 서서히 끌어올려갔다.

경기를 하다보니 재미있는 일도 많이 생겼다. 우리팀은 현재 NCAA 2부리그에 속해있다. 개막전 상대였던 롱비치 스테이트는 1부리그에서도 상위권에 올라있는 팀이었다. 난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었다. 경기는 패했지만, 멋진 미들 슛으로 NCAA 첫 득점을 기록했다.


<영상= 롱비치 스테이트전 이주한 선수의 NCAA 첫 득점>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1월 19일 아카데미 아츠와의 홈경기에서 있었던 일이다. 후반 막판이 되자 경기장에 갑자기 아이스크림이라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알고 보니, 홈경기 100점이 넘어가면 학교에서 전 관중들에게 무료 아이스크림을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난 그 함성소리를 뚫고 3점슛을 쏘았다. 아쉽게 노 골,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컷인 플레이로 파고들어 득점을 올렸다. 나를 위한 관중들의 함성.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영상= 100점 돌파 아이스크림 샷을 만들어내는 이주한>


미국의 농구는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NCAA는 1월을 기준으로 해서 전반기 후반기가 나뉜다. 반환점을 돈 현재 우리는 리그 1위를 계속 유지해오고 있다. 우리 팀이 이렇게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이유로는 엄청나게 복잡하고 섬세한 수비시스템과 많은 양의 수비 훈련이 바탕이 되고 있다. 내가 한국에서 뛰었던 팀들이 모두 수비를 중요시 했지만, 이곳은 한국보다 더하다. 수비가 농구의 전부인 것 같은 농구 철학에 철저한 시스템 속에서 공격이 진행된다. 공 수 모두가 철저히 시스템을 바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번 전반기에 내가 한 것은 시스템을 익히고 외우고 몸에 익게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인 것 같다. 물론 모든 설명과 훈련은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더 고생을 했던 것 같다.



<영상=상대를 악착같이 수비하는 이주한 선수(1번)>


미국 선수들에게 배울점 많아

사실 경기와 관계없이 리그 1위 팀의 훌륭한 선수들과 매일 경쟁하면서 배우는 것이 너무 많고 항상 나보다 뛰어난 선수를 보며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에 좋은 경험치를 쌓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력도 아직은 부족하지만, 요즘 수비에서 칭찬 받는 횟수가 늘어나 고생하는 보람을 느끼고 있다.

감독님께선 “시스템을 완벽히 숙지하면 뛰기 싫어도 경기에 출전시킬 것이니 열심히 하라“라고 하시기에 후반기에는 모든 전술과 시스템을 숙지해서 발전하고 발전된 모습을 코트 위에서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 우물 안에서 조차 최고는 아니었지만 더 넓은 무대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난 오늘도 열심히 달리고 있다. 


사진, 영상제공, 글=이주한 선수 

편집=반재민 기자(press@montergrou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