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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필자와 최두호 선수와의 이야기를 적은 글로, 기존의 기사나 인터넷에서의 최두호 선수의 대외적인 이미지가 아닌, 필자의 관점에서 본 최두호 선수의 인간성이나 그간 있었던 둘 사이의 소소한 이야기를 적은 글입니다. (사랑모아통증의학과 백승희 원장)

제 2편 쇠는 두드릴수록 단련되는 법

2013년 12월 7일. 최두호와 가족이 된 순간

두호가 일본의 마루야마 쇼지를 꺾고 난 후 UFC와 정식 계약을 맺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러던 2013년 11월 12일. 드디어 두호가 UFC측과 정식 계약을 맺고 꿈에 그리던 옥타곤에 입성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2014년 1월 싱가포르나 3월 마카오 대회에서 데뷔를 한다는 기사를 접하고 나 역시 들뜬 마음에 축하 전화까지 건넸다. 두호가 조만간 필자를 찾아뵙겠다고 하길래 인사하러 오나보다 라고 생각했었다.

"저...원장님께서 저를 후원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아직 스폰서쉽 계약을 제대로 알아보진 않았지만 웬만하면 제가 운동을 하는 동안만큼은 원장님과 계속 함께 하고 싶습니다." UFC와 정식 계약을 맺은 며칠 뒤 이창섭 관장님과 함께 필자를 찾아온 두호의 첫마디에 깊이 생각해 볼 여지도 없이 그러겠노라고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아직 뿌리가 깊지 않은 국내 종합 격투기 환경에서 후원사 찾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다 필자가 후원하는 것이 두호가 맘 편히 훈련에 전념할 수 있을 거라고 평소에 생각해왔기 때문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후원을 결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단 자네가 유명해지고 굴지의 기업에서 아주 좋은 조건으로 후원을 한다면 미련없이 떠나라!" 내가 건 유일한 조건이었다.

2013년 12월 7일 정식으로 후원사 계약을 체결하고 두호는 우리 병원의 정식 직원이 되었다. 본인은 아마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본원에서 두호의 정식 직함은 사랑모아 통증의학과 홍보 실장이다.

그러나 모든 일이 순조롭게만 풀리지는 않았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경기 직전에 다쳤던 왼쪽 어깨가 다시 말썽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때마침 본원에서 도입한 MRI 장비로 정밀 검사 결과 좌측 상부 견관절 와순 파열(SLAP)로 진단이 나왔고 필자는 고민에 빠졌다. 이제 막 격투기 선수로서 세계 최고의 무대에 진출하는 이 친구의 몸에 칼을 대 수술을 해야 할지 아님 비수술적인 방법으로 치료를 해야 할지....(SLAP 병변은 직업적으로 어깨 사용이 많은 운동선수들에게 흔히 오는 질환으로 작년 미국의 LA 다저스의 투수 류현진 선수가 SLAP으로 고생하다 결국 관절경 수술을 받고 지금 재활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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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만 믿습니다. 수술은 안하고 싶어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말하는 두호의 시선을 외면할 수 없어 그리 해 보자고 했지만 나 역시 오랜 시간(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는 비 수술 치료로 100% 완치를 시킬 자신이 없었기에 부담이 되었다. 길고 지루한 치료가 시작 되었고 2014년 1월의 싱가포르 대회, 3월의 마카오 대회가 두호의 어깨 부상 때문에 연기가 되었다.다행히 두호가 치료를 잘 따라와 주었고 꾸준한 치료와 재활이 병행되면서 증세는 조금씩 호전이 되어가는 와중에 2014년 5월 25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역시 미국 출신의 UFC 파이터 샘 시실리아와 대망의 데뷔전을 갖는다는 보도가 나왔다. 내 마음 같아서는 어깨부상이 100% 완치된 상태에서 두호를 경기에 내 보내고 싶었지만 이미 데뷔전을 두 번이나 연기한 터라 더는 경기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부상 회복 정도도 약 80%로 많이 호전이 된 상태여서 경기를 치러도 무리가 없겠다는 판단으로 경기 출전을 강행하기로 했다.

그렇게 치료와 훈련을 병행하면서 데뷔전을 불과 40여일쯤 앞둔 2014년 4월 15일 두호가 목발을 짚은 채 병원에 나타났다. 한창 서울에서 강도 높은 전지훈련을 하던 중 왼쪽 발목에서 뚝 거리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통증을 호소하면서 그날부로 부랴부랴 대구로 내려왔던 것이다. MRI 검사 결과 왼 발목 인대 파열이었다! 필자 역시 하늘이 노래지는 느낌이었다. 통상적으로 발목 인대 파열은 수술하지 않고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완치까지 시일이 오래 걸리고 또 일반인이 아닌 격한 운동을 하는 격투기 선수라서 치료 후에도 두고두고 후유증이 남을 수 있기 때문에 또다시 나는 고민에 빠졌다. 부상당한 당사자 심정이야 오죽하겠냐만 매번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불의의 부상을 당하는 두호를 바라보는 내 심정도 당사자 못지않았다. 하지만 두호는 의외로 담담했다. "원장님 차라리 잘 됐습니다. 아직 어깨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터라 발목 치료를 하면서 어깨 부상까지 완전히 회복되어 최상의 몸 상태에서 데뷔전을 치르는게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하며 필자를 위로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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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부상의 악령이 그를 괴롭혔지만 오히려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 그의 멘탈에 어린 나이지만 대단한 녀석이라고 필자 혼자서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두호의 부상이 기사화 되면서 인터넷 상에서 두호는 유리몸이라느니 몸 관리를 못한다느니 하는 안 좋은 댓글들이 많이 올라왔지만 정작 두호 자신은 주위의 이런 저런 말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아니 필자 눈에는 그렇게 보이려고 무던히도 애쓰는 것 같았다.

또다시 지루한 치료와 재활이 반복되었고 두호가 어느 정도 발목 부상에서 회복이 되었을 무렵인 그해 9월, 두호와 멕시코 출신의 타격가 후안 마누엘 푸이그와의 데뷔전이 2014년 11월 23일 미국의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성사되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잇따른 부상으로 데뷔전을 몇 차례 연기해야 했고 힘든 치료와 재활의 연속이었던 나날들이었지만 그동안 그를 그다지도 괴롭히던 불운들도 앞날이 창창한 미래의 챔피언의 앞길을 막을 수는 없었나보다. 쇠는 두드릴수록 단단해 진다고 했던가? 힘든 일을 겪고 모든 시련을 이겨낸 두호의 앞날에 조금씩 서광이 비치고 있었다.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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