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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데뷔전에서 18초 KO승을 거두며 파란을 일으킨 최두호가 UFC 서울대회에 나선다. 부상으로 두 차례나 매치업이 취소되었던 그의 상대는 샘 시실리아다.

172cm로 UFC 페더급의 표준적인 신장. MMA 전적 15승 5패, UFC 전적 5승 4패의 평범한, 하지만 결코 적지 않은 전적. 실제로 UFC 내에서도 입지가 그렇게 탄탄하다든가 인지도가 높은 선수는 아니며, 국적이 특이해 상징성을 가진 선수도 아니다. 그렇다면 그가 갓 데뷔한 최두호와 만난 이유는 그저 우연일까?

우선 시실리아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굉장히 터프한 선수라 할 수 있다. 두루 준수한 기량을 가지고 있고 내구도 또한 탄탄한 편이지만 단단한 주먹을 가졌다는 것 정도를 제외하면 정확히 1류라 평가할 영역은 없다. 터프함만으로 살아남는 스타일. 한마디로 말해 ‘경량급에서 중량급처럼 싸우는 선수’라 하겠다. 스피드, 그래플링, 타격 스킬, 디펜스, 체력 등 모난 구석은 없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구석도 없으며, 한 방에 경기를 끝낼 능력이 있지만 키쿠노 카츠노리에게 탭을 치는 등 그 한계는 분명히 있으니 말이다.

29살의 아직 젊은 나이지만 UFC에서만 10전을 목전에 둔만큼 이젠 서서히 중견급 베테랑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평균치’가 검증된 선수들이 주로 만나는 상대는 대개 두 부류다. 퇴출이 목전이거나, 신입이거나. 전자는 경쟁력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후자는 경쟁력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실리아는 바로 그 ‘경쟁력’의 잣대가 되는 선수인 것이다. 최두호는 단연 그 후자에 속하는 선수다. 8연속 KO 승의 기세를 UFC에서까지 이어나가고 있는 만큼 주최 측에서는 이 KO 머신의 레벨을 확실하게 가늠해보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그 UFC가 본 최두호는 어떠한 선수일까?

우선 최두호는 빠르고 깔끔한 타격과 스텝이 주목할 만한 선수다. 거기에 특유의 센스까지 곁들여지면서 지금의 감각적인 카운터 펀쳐가 탄생하게 되었다. 원거리에서 깔끔하게 타이밍을 잡고 상대에게 스나이핑 펀치를 집어넣기도 하지만 난전 양상으로 흘러가더라도 과감히 맞불을 놓으며 과거 반다레이 실바처럼 결국 그 경기를 자기의 것으로 가져오는 싸움꾼 기질 또한 탁월하다. 하지만 안면 타격 허용이 아직 눈에 띄는 점과 그래플링에서의 검증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공략할 구석이 충분히 보이는데, UFC 측에서는 아마 이 부분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괄목할만한 타격가로 성장할 재목인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실리아라는 중견급 타격가를 붙였다는 것은, 그의 턱과 재능을 시험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두호가 싸움꾼 기질이 탁월하다 평가했는데 여기에는 맹점이 존재한다. 최두호의 맷집이 안면타격을 고스란히 받으며 전진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지 않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타 허용이 꽤나 많다는 것이다. 기동성을 믿고 가드를 많이 내리고 있는데 동체시력이 그 가드를 대신할 정도로 발군은 아니기 때문에 큰 타격들을 잘 허용한다는 것이다. UFC 입성 직전 DEEP에서 치렀던 2연전은 이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냈었다. 나가쿠라 타츠나오와의 경기에서는 분명 레벨 차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초반부터 큰 펀치를 허용하며 그로기에 몰렸으며 마루야마 쇼지 전에서는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위기에 위기의 연속이었다. 앞서 언급한 이러한 상황에 전문이었던 반다레이 실바도 그 턱이 견디지 못하는 순간도 있었으며 장기적으로는 선수 생명을 엄청나게 깎아먹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최두호에게 닥쳐올 위험은 불 보듯 뻔한 것이라 하겠다.

그리고 시실리아는 이러한 점을 공략하기에 최적화된 선수다. 악마적인 근성을 보여주던 나가쿠라 타츠나오나 역시 터프가이였던 마루야마 쇼지보다 더 수준 높은 상대들과 겨뤄왔고 더 강하고 더 경험이 많은 만큼, UFC에서도 이미 세 차례나 그 단단함과 터프함으로 상대를 옥타곤 바닥에 눕힌 적이 있는 그가 최두호라고 잡아내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최두호가 이 시실리아까지 잡아내는데 성공한다면 그 재능이 UFC 레벨임을 확실하게 증명하는 셈이다. 이 경기의 키는 최두호가 잡고 있다. 시실리아는 분명 평소대로 싸움을 걸 것이고, 최두호는 여기에서 자기 센스와 스피드를 믿고 맞불을 놓는 도박을 할 것이냐-아니면 원거리에서 스텝과 스피드를 살려 비교적 안전하게 스나이핑을 노릴 것이냐 하는 기로에 놓여있는 것이다.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최두호의 재능에 온전히 결과가 달렸음은 두말할 나위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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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최두호가 처음으로 이름을 알린 전 세계랭커 'The 문근영' 이시다 마츠히로 전에서 보여준 감각은 시실리아가 가지지 못한 영역이라는 것과, 상승세라는 것이 경기에 무시 못할 작용을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최두호 쪽으로 좀 더 기우는 것은 사실이며, UFC 데뷔전에서 보여준 대로 이젠 보고 치는 버릇이 확실히 몸에 배였다는 전제 하라면 그 기울기가 더 급해지는 것 역시 확실하다. 하지만 역시 메이저에서의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안정감이라는 것과 3라운드까지 가는 장기전에 더 준비가 되어있다는 점에서 (일본 무대에서는 2라운드 경기도 다수 있음) 이 이점이 확실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 그만큼 비등하다는 것이다.

한편 관전하는 입장에서도 이 매치는 굉장히 즐거운데, 서로 공략할 구석이 확실하면서도 서로가 분명히 넘어야 하는 비슷한 레벨의 상대이니 긴장감도 팽팽하며, 한 신성의 앞날이 걸려있으니 흥미롭기까지 하니 이 조합은 정말 환상의 궁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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