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
그렇다면 이 가엾이 앓는 훈련병들을 치료할 사람이 있어야 했다. 국방부에서 이 전문의들을 치료하기 위해 정해놓은 의료인은 바로 중위 군의관 한 명이였다. 자, 중위 군의관은 전문의가 아닌 인턴만 마치고 군대에 오게된 그 역시 가엾은 친구다. 그리고 자기보다 4년이나 수련을 더 받은 전문의 몇 백명을 진료해줘야하는 고역을 맡았으니, 그 역시 얼마나 가엾은 친구인가. 이 장면을 쉽게 표현하면, 애플 스토어에서 아르바이트생이 아이폰을 판매하고 있는데 갑자기 스티븐 잡스 수십명이 아이폰을 사러 와서 한가지씩 기능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꼴이다. (약간의 과장을 더하자면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그의 진료시간은 일과가 끝난 밤부터 한두시간 남짓이였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동안 그는 몇 백명에 달하는 전문의 진료를 엄청나게 효율적으로, 의료 서비스에 익숙한 그들에게 아무런 불평불만도 나오지 않게 잘 해내고 있었다. 자, 이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었는지, 이 뒷 얘기가 벌써부터 궁금하고 기대되지 않는가?
3.
나는 개중 건강한 훈련병이였으므로, 그리고 훈련소의 부당함에 대해 고뇌하느라 바빠 이 기묘한 의료서비스에 관해 크게 생각해볼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훈련소 생활 초반에는 이 진료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지 못했었다. 그러던 훈련소 생활 막바지에 나도 호되게 앓아 누울 일이 생겼다. 그래서 하루 진료를 받으러 야간 시간에 이 기묘한 진료실을 방문했다.
거의 강당만한 대기실에 들어가자 이미 많은 고령의 시커먼 까까머리들이 주저앉아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묻고 답하며 무언가를 적고 있었는데, 한 의무병이 나에게 건네주는 것을 받아보자 그것이 무엇이였는지 의문이 풀렸다. 그것은 내 챠트였다. 뒤에는 사용 가능한 약과 약전까지 별첨으로 붙어 있었다. 의무병은 말했다. '늘 하던것처럼 서로 진료 보시고 챠트 적어오시면 됩니다.'
그렇다. 이 중위 군의관은 자기에게 부과된 신성한 진료의 의무를 환자들에게 오롯이 떠맡겨버린 것이였다. 환자들의 자치구처럼, 환자들끼리 서로 진료를 보던지, 혹은 직접 자기가 스스로 진료를 보는 유토피아였던 것이다. 우리는 간단한 진료 도구도 사용할 수 있었고, 이 의무실에서 사용가능한 범위의 처방을 모두 사용할 수 있었다. 나는 응급의학과였기 때문에 더욱 바빴다. 나는 우리 분대 재활의학과 전문의의 기관지염을 진단하고 유려한 의학용어로 챠팅했으며, 성형외과 전문의의 목감기도 하나 챠팅했고, 내 챠트를 내 스스로 증상에 관해 쓰고 기술하고 진단해 먹을 약을 잔뜩 써냈다. 그렇게 자가 진료를 전부 마친 환자들이, 자기 챠트를 들고 길게 나래비를 서서 한 명의 공식적인 의사를 만나는 것이였다. 이 의사는 방관자나 감시자의 역할을 맡은 냥 환자가 적어온 챠트를 받아 들고, 환자의 얼굴을 쓱 본다음에, 그 챠트를 자기쪽 챠트로 배껴넣고 크고 화려하게 싸인을 했다. 환자가 가져온 그 챠트에 군 부대 병원 진료라고 써 있으면 그는 그냥 그렇게 베껴 넣어서, 우리는 글 한줄이면 군 부대병원까지 갈 수 있었다. 곰곰 생각해보면 이 인력과 지식들을 놀리지 않고, 모두에게 불만도 없으며, 진료 시간도 줄이는 데다가, 혹시 부끄러워 질 수도 있는 자기 목소리를 줄이는 아주 훌륭한 방법이였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감시자의 역할만을 맡은 것은 아니였다. 한 환자가 진지하게 손에 난 피부병에 대해서 묻자 그는 물끄러미 그 병변을 보더니 외쳤다. "여기 피부과 선생님 안 계십니까?" 그가 그렇게 외치자 복통인지 배를 움켜잡고 줄 뒤에 서있던 한 까까머리 환자가 갑자기 슥 나와 의사가 됐다. 그는 병변을 보고 몇가지를 묻더니 피부병에 대해 유려하게 설명하고, 그 환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 중위 군의관은 뒤에 덧붙인다. "들으셨죠?" 설명을 마친 피부과 전문의는 다시 배를 붙잡고 있던 자리로 돌아가 환자가 된다. 이 과정처럼 그는 제법 명망높은 중개자 역할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의사들만 우글거리는 기묘한 진료실은 의사와 환자가 서로의 경계를 넘어서고 다시 넘어오는 흡사 의학계의 파티장과도 같았다. 한 명의 공식적인 의사는 그 파티의 호스트처럼, 매일 밤 의료계의 잔치를 묵묵히 주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국방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전국의 전문의를 한데 모아 놓고 덧붙여 넉넉히 제공해준 비위생과 병마로 인해서, 이러한 심심한 재미를 배푸는 유토피아적 진료실도 창조해 낸 것이리라.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
87958 | 일본 여행 입국심사 쉽게 하기 [1] | sss1004 | 2015.05.08 |
87957 | 위화감 제로 [3] | 슈퍼맨 | 2015.05.08 |
87956 | 발끈하는 이유를 모르는 남친 [2] | Maddog | 2015.05.08 |
87955 | 전효성, 민낯 셀카 공개 [1] | 주한아부지 | 2015.05.09 |
87954 | 사교성 참 좋은 동물 [4] | 슈퍼맨 | 2015.05.10 |
87953 | 강력함을 과시하는 방법 [3] | 슈퍼맨 | 2015.05.11 |
87952 | 상류층 10대들 [2] | sss1004 | 2015.05.13 |
87951 | 시험지 낙서 클라스 | Maddog | 2015.05.15 |
87950 | 냥이 케이크 | sss1004 | 2015.05.15 |
87949 | 누나..아빠야 참아.... [4] | 슈퍼맨 | 2015.05.16 |
87948 | 생닭 [3] | Maddog | 2015.05.16 |
87947 | 치킨은 개도 미치게한다 [4] | 주한아부지 | 2015.05.24 |
87946 | 지겹게 만드는 스티브 유 [4] | 슈퍼맨 | 2015.05.27 |
87945 | 코끼리의 사랑 [3] | 슈퍼맨 | 2015.05.29 |
87944 | 어린 집사놈이 울기 시작한다 [1] | 슈퍼맨 | 2015.06.02 |
87943 | 메구리 | sss1004 | 2015.06.04 |
87942 | 설현 | 젊은농부 | 2015.06.08 |
87941 | 삽입 전 삽입 후 빼는 중 | sss1004 | 2015.06.18 |
87940 | 이오리 | sss1004 | 2015.06.24 |
87939 | 평판이 안좋은 사이트 [1] | sss1004 | 2015.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