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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6일 UFC 180에서 파브리시우 베우둠이 마크 헌트를 2라운드 TKO로 쓰러뜨리고 UFC 헤비급 잠정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타격의 고수인 헌트를 그라운드 전문파이터인 베우둠이 타격으로 꺽었다는 점에서 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답은 경기 후 헌트의 인터뷰안에 있다. 헌트는 아리엘 할와니와의 대화를 통해 "베우둠의 트릭이 좋았어"라는 언급을 했는데 과연 그 트릭은 어떤 것이었을까.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각종 투기종목에서 나타나는 수싸움의 예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강호동은 한 TV 프로그램에서 이만기와 함께 출연해 씨름의 수읽기에 대해 논했다. 기술을 하나 구사할 때도 그냥 들어가는게 아니라 적어도 다음수, 그 다음수를 본다고 말했는데, 즉 배지기 하나를 들어갈때도 자신의 기술에 상대의 수비를 예상하고 그 수비 행동을 역이용해 다음 기술로 전개한후 그것에 대한 상대의 대응을 다시 역이용해 최종적인 마무리를 한다고 말했다. 이만기가 본인은 다섯수를 본다고 말하자 강호동은 여섯수를 본다고 말했고 좌중은 웃음바다가 되고 말았다. 그냥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다음 수, 그다음 수를 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바로 본인이 원하는 기술을 성공시키기위해 밑밥을 깔고 들어간다는 의미다. 요즘은 이 밑밥이라는 개념으로 셋업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유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급 유도 선수들간의 기술전개는 굉장히 복잡하다. 최민호 선수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 준결승전에 그런 장면이 나왔다. 최민호 선수가 업어치기로 연속 한판승을 거두며 준결승까지 올라오자 상대는 업어치기를 방어하기 위해 엉덩이를 빼고 체중을 뒤로 두고 있다. 거기서 최민호는 업어치기를 시도할 것처럼 상대를 당기다가 갑자기 자세를 낮추며 전진해 상대의 한쪽 오금을 잡고 다리잡아 매치기를 건다. 즉 업어치기를 셋업으로 해서 상대가 업어치기를 방어하게 만들고 상대의 방어동작을 역이용해 다리잡아 메치기를 건 것이다. 거기서 상대가 방향을 틀며 도망치려 하자 상대가 힘을 쓰는 방향으로 상대를 들어올려 애초에 기술이 시작 되었던 반대 방향으로 상대를 메치면서 한판을 따냈다. 한수만 보고 들어갔다면 상대의 탈출을 허용했겠지만 최민호는 셋업을 해서 상대가 일정한 동작을 취하도록 유도한 후, 상대의 힘이 흐르는 결대로 기술을 연속적으로 전개해 멋진 한판승을 따낸 셈이다. 아래 영상의 2분 55초 지점에 위의 장면이 나온다.



레슬링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올림픽 레벨의 자유형 레슬링 선수들이 한번의 테이크다운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보통 두세번의 기술 변환이 이루어지는데 애초에 기술이 시작되는 손싸움, 자세싸움의 단계에서 부터 셋업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레슬링 고수들은 셋업과 기술 발동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굉장히 기민하게 대응하며 컴비네이션 테크닉을 구사한다. 최초로 입사되는 테크닉에 대한 상대의 대응에 대해 공격자는 힘의 방향을 바꾸고 다른 테크닉으로 전개하며 또 수비자가 그에대한 새로운 대응을 하는 공방이 불과 1초사이에도 두세번씩 반복된다는 것.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테이크다운 기술은 마치 맹수가 먹이의 급소를 물고 턱을 세차게 흔들어 숨통을 끊는 장면 같은 박력이 있다. 


타격계 종목에도 이러한 수싸움 공방이 치열하다. 바디 블로우의 마스터 차베즈의 예를 살펴보자. 차베즈는 바디블로우를 치기 위해 라이트 리드라는 특수한 공격을 잘 사용했다. 보통 높은 수준의 복싱에서 오른손 단발을 선제타로 내는 경우는 드물다. 상대가 방어하기 쉽기 때문인데, 라이트 펀치는 위력은 있지만 상대와의 거리가 멀고 힘을 실어 때릴 수록 적중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차베즈는 그렇지만 라이트 리드에 힘을 빼고 굉장히 길고 정확하게 꽃아 넣을 수 있었다. 


차베즈의 라이트 리드를 자꾸보다보면 상대는 그것에 대비하게 된다. 그리고 차베즈는 라이트 리드 페인트를 걸어 상대의 커버링이 상단 정면을 방어하게 유도 한 후 레프트 바디를 치는 연계기를 구사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차베즈의 바디블로 패턴 기본형이고, 원투에 이은 레프트 바디와 원투-레프트 어퍼의 연계등으로 상대 선수를 괴롭혔다. 즉 라이트를 셋업으로 사용해 레프트 바디를 치는 패턴이 차베즈의 특기였다는 것.


킥복싱에서도 이러한 연계는 흔히 볼 수 있다. 크로캅이 하이킥을 적중시키는 메커니즘도 결국은 바디킥을 여러차례 적중시켜 상대의 방어가 중단을 향하게 만들고 중단에서 상단으로 궤적이 변환되는 하이킥을 터뜨릴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MMA에서 가끔 나오는 슈퍼맨 펀치의 경우도 킥을 찰것처럼 페인트를 주고 펀치로 변환하는 동작이다. 


MMA의 경우 다양한 기교가 허용되기 때문에 이러한 셋업의 형태가 무한에 가까울 정도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베우둠이 헌트에게 걸었던 트릭을 알아보자.


헌트는 베우둠과 그라운드에서 싸우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따라서 베우둠의 테이크다운 시도가 굉장히 신경 쓰였는데, 1라운드 부터 베우둠은 헌트에게 태클 모션을 몇번 보여주면서 경각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2라운드 2분 8초시점에서 베우둠은 저공 침투 태클을 시도하면서 헌트에게 치명적인 밑밥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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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장면으로부터 약 9초 후, 베우둠은 다시한번 태클 모션을 취한다. 헌트는 이것을 받아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데, 거기서 베우둠은 갑자기 도약하며 플라잉 니킥으로의 변초를 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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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는 전혀 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베우둠이 던진 회심의 일격을 클린히트로 받게 되었다. 이것은 오직 MMA에서만 볼 수 있는 멋진 연계기였고 헌트는 이러한 전개를 두고 '좋은 트릭이었다'라는 멘트를 남긴 것이다. 


11월 15일 탑 FC에서는 반대의 예가 나왔다. 즉 단편적인 기술 전개가 얼마나 비효율적인지가 드러나는 장면이 나왔던 것. 김동규는 야수적 기질을 가진 기대주다. 하지만 그는 베테랑 최영광과의 경기에서 최영광을 철망으로 밀어 붙인 후 기계적인 좌우연타를 반복하는 효율적이지 못한 공세를 취했다. 똑같은 리듬으로 좌우좌우의 펀치가 머리를 노리고 계속 이어졌는데, 이것은 매우 좋지못한 연계였다. 이런식으로 머리만을 노리며 좌우반복 연타가 들어오면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방어하기도 쉽고 카운터 타이밍을 잡기도 어렵지 않다. 


여기서 김동규가 바디를 섞어 주었거나 좌-우-좌-좌 등의 더블 펀치를 구사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가장 좋은 연계는 뻗어치고 휘어치고 올려치는 펀치가 머리와 바디를 골고루 노리며 중간 중간에 더블업이 되는 형태다. 최영광의 경우는 같은 상황에서 김동규가 머리를 방어하자 바디를 섞어 주는 능숙함을 보였고 그러한 기술적 우위가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다. 


*보너스) 아래의 글을 통해 MMA최고의 타격 트레이너 드웨인 루드윅의 컴비네이션을 배워볼 수 있다.


드웨인 루드윅은 요즘 UFC에서 가장 촉망받는 타격 트레이너다. 2013년 MMA 어워드에서 '올해의 트레이너상'을 수상한 그는 팀 알파메일의 헤드코치로 재직하면서 TJ 딜라쇼의 타격능력을 극한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딜라쇼는 UFC 벤텀급의 맹주였던 헤난 바라오를 5라운드 KO로 잠재우며 벨트를 허리에 감았다. 경기가 끝난 후 딜라쇼는 루드윅의 지도에 대해 진심어린 감사를 표했다.

K-1 맥스에서 마사토와 알버트 크라우스를 경험했고 '지옥의 풍차' 라몬 데커와도 일전을 벌였던 그는 입식과 종합을 오가며 선수생활을 했는데 루드윅은 UFC 최단 시간 KO 기록의 보유자이기도 하다. 2006년 그는 조나단 굴렛과의 경기에서 단 6초만에 KO승을 거두었다. 2012년 은퇴후 지도자로 변신한 그는 전술한 바와같이 팀 알파메일의 헤드코치가 되어 불과 1년여 만에 챔피언을 배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현재 그는 콜로라도에서 자신의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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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영상에서 루드윅은 네덜란드에서 라몬 데커에게 배워온 컴비네이션 테크닉을 선보이고 있다. 더블업(같은손으로 연속공격)과 상하단 공격이 섞여들어가는 13단 컴비네이션을 배워보자.


케니 라이스: 워매~~ 조금 전과는 바스 루튼의 복장이 많이 달라졌군요. 드웨인 역시 그렇고요, 여러분, 다 이유가 있습니다.

바스 루튼: 여러분께 약간의 트릭을 보여드리면 좋을 것 같아서 말씀이죠, 속임수입니다, 속임수. 드웨인, 컴비네이션을 한번 보여주세요.

드웨인 루드윅: 알겠습니다, 바스. 이건 제가 2003년도에 네덜란드에서 라몬 데커에게 배운 기술입니다. 구성은,

원-투 <리로드(같은손으로 연속공격을 하기 위한 반동주기)> 투-훅 <리로드> 훅-투-레프트 바디-라이트바디 <리로드> 라이트 어퍼컷-훅-투 그리고 더블 레프트 미들킥, 여기서는 머리나 복부를 선택해줄 수 있습니다.

루튼: 댁에서 TV로 보시는 분들은 그냥 막 주먹을 휘두르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이 미친 짓거리에도 다 규칙이 있답니다.

루드윅: 맞습니다.

루튼: 설명해 주세요.

루드윅: 이 세트의 위협적인 포인트라면, 많은 컴비네이션이 좌-우-좌-우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이 세트 안에서는 좌-우, 우-좌,좌-우-좌-우-우-좌-우-좌-좌로 연결되죠. 같은 방향에 더블링업을 하는 루틴을 섞어주는거예요.

레프트-라이트, 리로드, 라이트-레프트, 여기서 다시한번 똑같이 레프트 라이트, 라이트를 치면서 타겟을 아래로 내립니다. 여기서 상대가 머리를 방어하게되면 바디에 빈틈이 생기니까요. 이렇게 레프트-라이트 바디로 연결하고 상대의 의식이 바디쪽으로 쏠렸을 때, 라이트를 리로드 시키면서 라이트 어퍼컷-레프트 훅-라이트 크로스로 연결한 후 상대가 머리에 신경을 쓰게 되니까 다시 바디로 돌아가서 레프트 미들킥을 간장이나 흉곽의 약점을 노리고 찰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머리-복부-머리-복부, 이렇게 섞어주는거죠. 배를 친다음은 머리를 때린다는 일반적인 규칙입니다.

루튼: 저는 마이크 타이슨의 심플한 비장치기-라이트 어퍼컷 컴비네이션을 보여드릴께요.타이슨은 그정도만으로도 충분습니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미친 파워가 있었으니까요. 저는 거기서 레프트 바디 훅을 하나 더 연결해 보겠습니다. 똑같은 동작으로 시작하는게 중요해요. 먼저 바디 펀치의 동작을 보여줍니다, 그리고는 다시 몸을 틀어 정확히 똑같은 동작으로 두번째 라이트를 시작하는거예요. 온몸으로 똑같은 펀치를 다시 던진다고 외쳐야 합니다. 하지만 중간에 라이트 어퍼컷으로 변초를 걸어주는거예요. 이제 제 시선이 상대의 머리를 향하고 있죠? 머리를 보면서 와인드업된 왼손으로, 상대가 머리 쪽으로 온다고 믿게 만들면서 사실은 바디샷으로 연결하는겁니다.

리듬은 팍-팍팍-팍이 됩니다. 이걸로 상대를 해치울 수 있으면 좋겠네요.

드웨인은 하이킥을 사용하는것을 즐깁니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도 그는 하이킥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어요.

다음은 뭡니까?

루드윅: 머리-바디-머리-바디로 이어지는 간단한 컴비네이션입니다. 먼저 왼손훅으로 머리를 때리고 로우킥으로 연결해요, 로우킥이 나오는 동안 왼쪽어깨를 뒤로 돌려 왼손훅을 준비하고 왼손훅으로 연결합니다. 거기서 라이트 바디 스트레이트로 연결하면서 머리 높이를 살짝 바꾸어주고 바디를 때렸으니까 머리로 다시 올라가는데, 거리가 가깝다면 아마 스위치를 해줄건데, 지금은 거리가 있으니까, 바로 레프트 하이킥으로 마무리 합니다. 머리-바디-버리-바디

다시 보세요, 훅-라이트로우킥-훅-라이트바디 스트레이트-레프트 하이킥

루튼: 제가 가장 좋아하는 컴비네이션이 레프트 훅-라이트 바디 스트레이트인데 방금 컴비네이션의 도중에 그것이 섞여 있네요. 정말 챔피언급입니다. 아... 잠시만요, 제가 뭔가 드릴게 하나 있습니다. 잽싸게 가서 집어올께요.

이건, 최초로 수여되는 MMA 타격 블랙벨트 자격증서입니다. 꽤 멋지죠, 중국에서 만든겁니다. 날자는 제가 임의로 2013년 12월 25일로 했습니다. 그날 당신이 '올해의 코치'로 선정 되셨으니까요. 그날 전 당신에게 블랙벨트를 드리기로 결심했습니다. 확실한 자격이 있으니시까요. 마이프렌드~

루드윅: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루튼: 천만에요~

루드윅: 이제 공식적으로 제자들을 가르쳐야겠네요.

루튼: (도미닉 크루즈가 노트를 들고 적으면서 들어오는것을 보고) 어어? 그가 노트에 컴비네이션을 적고 있는것 같은데?

루드윅: 돔, 거기서 필기하고 있었니?

크루즈: 전 그냥 당신이 블랙 벨트를 받는걸 보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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