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미MMA 소속의 UFC 파이터 최두호입니다. 오늘부터 엠파이트를 통해 <파이터 스토리> 연재물을 작성하게 됐습니다. 철부지 없었던 어린 시절부터 UFC 데뷔를 앞둔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일들을 다시 떠올려 봤습니다. 글 솜씨는 부족하지만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난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과 유독 많이 어울린 편이었다. 외아들로 태어났고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친구들이 집에 자주 놀러왔고 내가 친구 집에 놀러가거나 어디를 싸돌아다니는 일도 빈번했다. 돌이켜 보면 어린 녀석이 정말 원 없이도 놀았다(^^).

성격은 꽤 밝은 편이었다. 오히려 너무 활발해서 탈이었다. 나의 행동엔 늘 사고가 뒤따랐다. 어느 정도였냐 하면, 초등학교 때 강당에 어떤 물품이 부서졌다 하면 아무런 증거가 없음에도 선생님은 일단 최두호부터 교무실로 부르고 봤다. 그리고 듣는 말은 '또 너였니?'였다.

또 장난이 심하고 친구들과 싸움질도 많이 했다. 그런 나를 학교에서 좋아할 리 없었고, 다른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나는 공공의 적으로 통했던 것 같다. 엄마들이 '쟤랑 어울리지 마'라고 말할 때 타깃이 되는 부류라고 할까. 그런 익스트림한 학창 생활은 중학교 때까지 쭉 이어졌다.

이런 말을 하면 좀 웃기고 창피하지만, 나의 파이팅 본능은 초등학교 때 이미 시작됐다. 하하. 싸움을 좋아하지 않고 잘 하는 편도 아닌데 유독 싸울 일이 많았다. 초등학교 때 그렇게 많이 싸우는 어린이도 꽤 드물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철이 없을 때였고 잘 한 행동도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지금은 어디 가서 이런 말을 잘 꺼내지 않는다.

난 체격이 작고 또 얼굴은 곱상했다. 지금은 젖살이 사라져 훈남형 브이라인(믿거나 말거나)에 가까워졌지만, 3년 전까지만 해도 내 얼굴이 오동통은 했다. 하물며 초등학교 때는 어땠을지 상상해 보라. 누가 봐도 한 주먹거리로 밖에 안 보여 만만하게 보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런데 성격은 또 활발해 이리저리 깝치고 다니니, 그런 모습이 또래 나름 잘나가던 친구들에겐 그리 곱게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눈에 거슬리기 딱 좋았다고 할까. 그래서인지 늘 걸려오는 시비를 받아야만 했다. 싸움을 원하지 않는데 말이다.

운동신경은 좋았지만 싸움을 잘 한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래서 싸울 때마다 항상 겁이 났다. 물론 싸움 자체도 너무 싫었다. 그러나 그 분위기에서 빼면 얼마나 쪽팔린 일인가. 그게 너무 싫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자존심을 굽힐 수 없어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 상대 녀석의 눈을 노려보고 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게 싸우며 승리로 가득한 전적을 늘려가다 보니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의도치 않게 계속 새로운 친구들로부터 도전장이 날아왔다. 나와 붙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비를 걸어온 것이다. 이런 말을 하면 좀 웃기지만, 그 당시의 승률은 99% 정도였다.

그렇게 한명 한명 넘어서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구들 사이에서 내가 싸움을 잘 한다는 이미지가 심어졌다. 하지만 난 잘 알고 있다. 내가 싸움을 못 한다는 것을 말이다.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게 쪽팔리고 지는 게 너무 싫어 그저 센 척을 하며 지지 않기 위해 주먹을 휘둘렀을 뿐이다. 떠올려 보면 '어차피 아무 것도 모르는 애들끼리 싸우는데 얼마나 싸우겠어' 하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싸움은 하면 할수록 적응되는 게 결코 아니었다. 너무 무섭고 떨리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 의도치 않게 그렇게 벌려 놓으니 그것이 중학교 때도 계속 이어지더라.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변하지 않고 어울리는 친구들도 같았다. 그냥 나이만 먹어가며 학년만 올라갔지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그때 친구들과 가장 가깝게 지낸다.

대체 얼마나 싸웠는지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정말 지긋지긋할 정도로 주먹다짐을 많이 했다. 직업도 아닌 일반 아이가 그렇게 많이 싸우는 것도 흔치 않을 것이다. 농담으로 하는 말이지만, 그때의 전적까지 더하면 지금 나의 통산 전적은 어마어마해졌을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사고만 치고 놀러만 다니는 어린이는 아니었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반에서 1등을 하면 엄마가 핸드폰을 사주기로 약속하셔서 결국 1등에 올라 받아냈던 경험도 있다. 핸드폰이 목적이었지만 어쨌든 1등은 해봤다. 중학교 땐 사회, 생물, 역사 등 암기 위주의 과목은 잘 한 편이었으나 영어나 수학 같은 과목은 약했던 것 같다.

외아들이다 보니 부모님은 내가 해달라는 것을 거의 다 해주셨다. 초등학교 5학년 시절, 가수 세븐이 힐리스(바닥에 바퀴가 달린 신발)를 신고 나와 큰 유행이 됐던 적이 있다. 당시 힐리스가 20만원 정도였는데 그것을 소유하는 것은 내 또래에서 큰 로망이었다. 힐리스를 가지고 있는 아이가 전교에 세 명이었고 내가 그 중 한 명이었다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신고 힐리스 정모도 나갔다(^^). 나름 럭셔리하게 학교를 다닌 편이었다.

나중에 커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구체적으로 생각한 것은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일반적인 직업은 갖기 싫었다. 운동선수가 되든 연예인이 되든 무난한 회사원은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추리닝을 살 때도 빨강과 검정이 있으면 늘 빨강색을 고를 정도로 튀는 것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 육상을 했고 중학교 땐 하키부에 몸담았으나 한 반년씩 했다. 그냥 노는 게 제일 좋았다.

수요일 출고되는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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