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짐] ‘전반 어이없는 3실점. 그리고 전열 정비 후 후반 맹추격’
23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 베이라-리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戰은 20년 전 미국 월드컵 독일戰의 데자뷔를 보는 듯 했다.
1994년 6월27일 미국 달라스 코튼 볼 스타디움. 김호 감독이 이끄는 월드컵 대표팀은 C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만난 독일을 상대로 전반에만 세 골을 내줬다.
전반 12분 만에 現 미국월드컵 대표팀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의 개인기에 첫 골을 허용한 뒤 20분에는 칼 하인츠 리들레에게 그리고 37분에는 다시 클린스만에게 골키퍼 최인영의 집중력이 너무나 아쉬웠던 세 번째 골을 내주며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맞은 후반전 우리 대표팀은 완전히 다른 팀이 되어 있었다. 후반을 골키퍼 이운재와 공격수 조진호를 교체 투입하며 시작한 대표팀은 이 팀이 과연 전반전에 어이없이 세 골을 실점한 그 팀이 맞나 싶을 정도의 경기력을 보이며 후반 20분도 지나지 않아 황선홍 現 포항 감독과 홍명호 現 대표팀 감독의 연속골로 한 골 차까지 따라가는 엄청난 저력을 보여줬다.
아마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결과가 뒤집어질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후반전의 기세는 무서웠다. 물론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전반 실점 뒤 무너진 집중력이 두고두고 아쉬운 한 판이었다.
두 번째 실점 후 집중력 아쉬워
오늘 새벽 알제리 전도 20년 전과 너무나 비슷한 점이 많다. 전반 26분과 28분 슬리마니와 할리시에 연속실점한 뒤에도 변화의 갈피를 잡지 못하며 갈팡질팡하다가 전반 37분 자부의 슈팅을 막지 못한 채 세 번째 실점을 하고 말았다.
0대2 상황에서 1대2가 되는 것과 0대3이 되는 것은 심리적으로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1대2가 되면 앞서나간 팀이 쫓기게 되지만 0대3이 되면 추격하는 쪽 발이 무거워질 수 밖에 없다.
한 골만 막아냈더라면...
물론 결과론이지만 20년 전 최인영의 세 번째 실점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당시에는 24팀이 출전하던 시절이라 조3위도 16강이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기에 전반 37분 0대2 상황에서 클린스만에게 내준 두 번째 골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안타까운 실점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번 알제리戰 두 번째 실점도 비슷한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첫 골 실점 후 2분만에 맞이한 코너킥 상황에서 낙구지점을 잘못 판단한 정성룡이 골대를 비우고 나오면서 슬리마니에게 텅 빈 골문을 내주고 말았다.
20년 전 독일戰도 또 이번 알제리戰도 후반전 우리 대표팀이 보여준 경기력은 훌륭했다. 상대를 효율적으로 압박했고 이른 시간에 두 골을 만회하며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45분을 만들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전반 3실점을 극복하지 못하며 패배했고 남은 건 멋있었지만 빛바랜 2득점 분이었다.
세 골을 따라가기에 45분은 짧다.
어떤 팀도 90분을 모두 지배할 수는 없다. 주도권을 내준 상황에서 최소실점으로 그 흐름을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월드컵 알제리戰에서의 벨기에도 또 호주를 맞이한 네덜란드도 동점 상황에서 상대에게 골을 내주며 흐름을 빼앗겼다. 하지만 추가실점 없이 수세 흐름을 1실점으로 막은 뒤 연속득점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전반 3실점 후 후반 3득점을 만들어 낸 리버풀 이스탄불의 기적이 자주 일어날 수는 없다. 세 골을 따라가기에 45분은 너무나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