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전문가와 스포츠과학자들이 축구경기에서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요인을 분석하고 트레이닝 과정에서 이를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축구경기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크게 체력이냐, 기술(전술)이냐로 나눠볼 수 있다. 

체력과 기술은 우수한 경기력을 발휘하는 필수 요소로,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축구대표선수 대부분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 스포츠과학자들은 축구경기에서 요구되는 전문적인 체력 요소로 전`후반 90분의 전체 경기를 지치지 않고 수행할 수 있는 지구력과 순간적인 이동에 쉬운 스피드, 강한 슈팅을 위한 근 파워 등을 꼽고 있다. 또 전문적인 체력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체력 요인으로 부상의 위험성을 감소시키는 유연성, 다양한 방향으로의 신체 움직임을 위한 민첩성`협응력을 들고 있다. 이 외에도 효과적인 힘의 발휘와 힘의 전달을 위해서는 '코어(Core) 근육'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코어 근육은 요부-골반-둔부 복합체와 흉추, 경추를 포함하며 인체 무게 중심의 심층부에 있다. 코어 근육은 내적 안정화와 관련 있는 안정 체계 근육과 힘의 생산과 감소에 관여하는 운동 체계 근육이 있으며 이 둘은 상호의존적이라 할 수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 운동 기능을 효율적으로 발휘하려면 안정 체계 근육이 먼저 트레이닝되어야 한다. 만약 안정 체계 근육의 트레이닝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운동 체계 근육의 트레이닝이 실시된다면 효과적인 힘의 생산이 어려울 것이며 부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한국 축구대표팀의 피지컬 코치 이케다 세이고는 선수들의 부상 예방 차원에서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 때 코어 근육 강화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선수들은 본격적인 훈련 전에 매트를 깔고 요가 동작을 반복하며 코어 근육을 단련했다. 

축구선수에게 요구되는 체력 중 스피드와 순발력은 선천적인 요인에 의해 좌우되지만, 지구력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월드컵에서는 접근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합동훈련 기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각자의 소속팀에서 추구하는 경기 방식과 체력, 기술 훈련의 양적인 차이가 있으므로 단기간의 훈련 계획에 따른 합리적인 주기화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국 대부분은 빠른 템포의 공수 전환이 이뤄지는 축구를 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대표팀은 어떤 훈련으로 경기력을 높여야 할까? 최근 언론에 공개된 벨기에 대표팀은 하루 2회 고강도의 훈련으로 '강철 체력'을 다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훈련 방법은 효율적인 피로 회복과 부상 방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대표팀은 남은 기간 효율적인 힘의 발현을 위한 코어 근육 트레이닝과 유`무산소 파워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스피드 훈련, 경기 후 피로 회복 훈련에 주력해야 한다. 실전에서 능력을 100% 발휘하는 컨디션 유지와 함께 11명의 선수가 각자 1이 모여 11이 되는 것이 아니라 1이 모여 100이 되는 체력과 기술의 전이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주식 경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