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가수 수지의 시구에 대해 "정말 완벽한 시구였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지의 다저스타디움 출현에 선수들이 더 좋아했다는 게 류현진의 설명.(사진=순스포츠 박동아)

이번 주에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동부 원정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신시내티 레즈와 시즌 아홉 번째 경기를 치렀고, 이후에는 (박)찬호 형, 그리고 가수 수지의 시구가 잇달아 펼쳐졌습니다.

먼저 찬호 형과의 시구부터 말씀드릴게요. 지난 28일은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한국 관광의 날’이었습니다. 그 날을 기념해 LA다저스에서 ‘코리안 특급’으로 맹활약을 펼쳤던 찬호 형을 초청했고, 애국가는 정용화가, 미국 국가는 가수 알리 씨가 불렀습니다.

현역 시절 등번호였던 61번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른 찬호 형은 한화 이글스에서 만났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메이저리그 아시아 투수 최다승 기록인 124승의 위업을 달성한 투수답게 그 포스가 남달랐던 것 같습니다. 찬호 형과 함께 한화 이글스에 있을 때만 해도 우리가 이렇게 다저스 마운드와 포수석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는데,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모습이 실제로 펼쳐지다보니 자꾸 묘한 느낌을 갖게 됐습니다.

다저스를 떠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찾은 많은 팬들은 찬호 형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찬호 형을 진심으로 환영해주는 그들을 보며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수지의 시구는 저보다 다저스 선수들이 더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해 소녀시대의 티파니와 태연이 왔을 때는 시구할 때만 봤기 때문에 그 감흥이 덜했지만, 이번에 수지는 우리 팀이 훈련할 때 더그아웃으로 내려온 바람에 선수들과 직접 만날 수 있었습니다. 수지랑 선수들이 사진을 찍으며 좋은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푸이그와 유리베는 살짝 정신줄 놓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수지를 반가워했습니다^^.

지난 연말 한국에서 ‘런닝맨’ 촬영 후 오랜만에 만난 수지는 시구와 상관없이 3일 연속 다저스타디움을 방문했고, 그런 정성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반갑기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런 걸 궁금해 하더라고요. 수지랑 식사라도 했느냐고. 하하,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식사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꼭 수지랑 따로 만나야 하나요?^^

참, 미국 국가를 불렀던 가수 알리 씨는 정말 노래 잘하시더라고요. 한 마디로 끝내주셨습니다. 미국에 와서 지금까지 들은 미국 국가 중 가장 소름 돋는 순간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물론 애국가를 열창한 (정)용화도 고마웠고요. 일년에 한 번, 다저스타디움에서 ‘한국’이 주인공이 되는 날인데, 올해는 의미있는 분들의 방문으로 저도 감사했고, 또 영광이었습니다. 

8회 퍼펙트가 무산된 류현진은 당시 살짝 정신줄을 놓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만큼 안타까움이 엄청났다는 얘기다.(사진=순스포츠 박동아)

그리고…, 지난 5월 27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1차전에 선발 등판했을 당시, 7이닝 퍼펙트를 기록했던 얘기를 풀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8이닝에서 신시내티의 4번타자 토드 프레이저한테 2루타를 맞은 가장 큰 이유는 퍼펙트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즉 노히트노런을 떠올리지 못하고 무조건 퍼펙트 기록에만 집착한 바람에 볼넷도 허용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러다보니 원 볼에서 카운트를 잡으려고 체인지업을 던졌던 게 2루타의 악몽을 선사했습니다. 어쩌면 당시 볼넷을 주고 조시 베켓처럼 노히트를 노렸더라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9이닝까지 잘 막았을 지도 모릅니다. 퍼펙트만 하려다가 노히트까지 놓친, 정말 아주 바보같은 짓을 저질렀습니다.

만약 당시에 더그아웃에서 매팅리 감독님이나 허니컷 코치님이 “퍼펙트 못하면 노히트도 있으니까 부담 없이 던지라”고 한 마디만 해주셨더라도 토드 프레이저에게 2루타를 헌납하진 않았을 겁니다. 토드 프레이저가 2루에 나가 있다 보니 그 다음부터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 살짝 왔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약간의 허무함? 허탈감? 뭐 등등의 비슷한 감정들이 저를 주저앉게 만들었고, 이후 라이언 루드윅에게 좌전안타, 크리스 헤이시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줘 첫 실점을 했습니다. 브라이언 페냐에게 추가로 좌전안타까지 얻어 맞은 후 브라이언 윌슨에게 마운드를 물려주고 내려오는데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더라고요. 제 자신이 너무 바보 같았던 것입니다. 한순간의 잘못된 생각으로 인해 대기록은 물론 패전으로 내몰리는 상황들이 어이없기까지 했습니다.

만약 매팅리 감독이나 허니컷 코치가 류현진에게 퍼펙트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노히트노런을 귀띔해줬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볼넷조차 허용하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에 승부를 걸었다가 얻어 맞았다는 게 류현진의 고백이다.(사진=순스포츠 박동아)

제 야구인생에서 7회까지 21명의 타자를 상대로 1루를 허락하지 않았던 순간이 있었을까요? 단언컨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야구하면서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역사적인 상황이 펼쳐질 뻔 했었고, 그걸 망가트린 것도 저이기 때문에 저에 대한 자책이 어느 때보다 컸습니다.

전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그 경기에서 퍼펙트를 할 것이라고 주문을 걸며 투구를 합니다. 하지만 매번 1,2회 아니면 3회에서 퍼펙트에 대한 환상이 깨지게 되죠. 그런데 이번에는 6이닝이 지나서도 퍼펙트 행진이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에이 설마’하는 심정이었고, 7회가 돼선 ‘정말 내가?’하는 마음이었습니다.

필라델피아 원정 경기를 마치고 LA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매팅리 감독님이 ‘류! 투모로우 퍼펙트?’라고 말씀하실 때만 해도 100% 농담으로 ‘오케이!’라고 했던 게 현실로 펼쳐질 줄은 꿈에도 몰랐고, 솔직히 7이닝을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올 때는 살짝 소름이 돋기도 했었습니다.

결국엔 퍼펙트가 무산됐고, 팀도 아슬아슬하게 승리를 거두는 상황에 직면하자, 전날 필라델피아전에서 이룬 조시 베켓의 노히트노런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 또 다시 이런 기회가 찾아올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살 떨리는 경험은 영원히 잊지 못할 야구 히스토리로 남을 것 같습니다. 야구선수이기 전에 저도 그런 대기록 앞에서는 아주 평범한 ‘인간’이었습니다.

*이 일기는 류현진 선수의 구술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류현진은 오는 6월 1일 피츠버그와의 3차전에 선발 등판한다. 그는 이날도 경기 전에는 '마운드에 내려올 때까지 퍼펙트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투구할 것이다.(사진=순스포츠 박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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