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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민(28, 볼티모어)의 투구 내용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새로운 투구폼과 현지 문화에 적응해가면서 서서히 나아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는 평가다. 아직은 보완해야 할 점도 적지 않지만 서서히 정상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볼티모어 산하 트리플A 노포크에서 뛰고 있는 윤석민은 27일(이하 한국시간) 미 버지니아주 노포크 하버파크에서 열린 르하이밸리 아이언피그스(필라델피아 산하)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6탈삼진으로 잘 던졌다. 비록 3-0으로 앞선 5회 3점 홈런 한 방을 맞으며 단번에 3실점, 승리투수 요건은 날아갔지만 미국 진출 후 처음으로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는 등 호투했다.

22일 샬럿 나이츠(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과의 경기에서 호투 중 타구에 왼 무릎을 맞았던 윤석민은 4일 만의 등판에서 부상 우려를 깨끗하게 지우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직구 구속은 현지 중계진의 발표상 91마일(146㎞)까지 나왔고 경기 중반인 5회에도 90마일(145㎞) 가량을 유지했다. 주무기인 슬라이더와 미국 진출 이후 구사 비율을 높이고 있는 체인지업, 그리고 커브를 적절하게 섞으며 완급조절을 했다. 홈런 하나를 빼면 흠잡을 곳 없는 투구였다.

이로써 최근 상승세도 이어갔다. 윤석민은 최근 4경기에서 비교적 괜찮은 내용을 선보였다. 피안타율에서 이런 조짐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윤석민은 최근 4경기에서 21⅔이닝을 던지며 17개의 안타를 맞았다. 피안타율은 2할1푼이다. 여기에 4경기에서 볼넷이 하나에 불과했다. 점차 줄어드는 볼넷에 삼진/볼넷 비율도 2.72까지 올라왔다. 이 정도면 결코 나쁜 성적이 아니다.

물론 마이너리그 성적이기는 하다. MLB에서의 예상 성적과 동일선상에서 판단할 수 없고 언제나 콜업 0순위인 케빈 가우스먼(1승2패 평균자책점 2.41, 피안타율 .237)과 비교해도 처진다. 그러나 상대 타자들도 MLB 승격을 위해 절박하게 뛰는 선수들이다. 수준이 아주 처진다고도 볼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윤석민의 최근 호투는 MLB 승격의 자격 여부를 떠나 현지에 순조롭게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당장 콜업의 기회가 주어질지는 알 수 없다. 아직은 0순위가 아니다. 운도 맞아 떨어져야 한다. 볼티모어의 25인 로스터에 빈자리가 생겨야 하고 윤석민의 선발 로테이션과 승격 시점이 겹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있다. 다만 이런 내용을 꾸준하게 이어간다면 기회가 올 것이라는 시각이 유력하다. 볼티모어는 최근 불펜진을 중심으로 꾸준히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간의 선수 이동이 잦아지고 있다. 여름이 찾아오면 그 폭은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지나간 성적에 큰 미련을 가질 필요도 없다. 볼티모어가 승격 후보군을 평가할 때는 당연히 지금 당장의 컨디션과 근래의 기록을 보기 마련이다. 4월 성적은 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구위를 끌어올림과 동시에 계속 최근의 투구를 이어갈 수 있다면 분명 윗선에서 고려될 수 있다. 어쩌면 선수 자신이나, 팬들이나 인내심과의 싸움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