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270233773254_538381122dd2f_99_20140527034402.jpg

 

 

윤석민(28, 볼티모어)이 부상에 대한 우려감을 씻으며 뛰어난 투구 내용을 선보였으나 홈런 한 방에 승리가 날아갔다. 다만 미국 진출 후 첫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경기를 치르며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윤석민은 27일(이하 한국시간) 미 버지니아주 노포크 하버파크에서 열린 르하이밸리 아이언피그스(필라델피아 산하)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6탈삼진으로 잘 던졌으나 5회 3점 홈런 한 방을 맞으며 3실점했다. 3-3으로 맞선 8회 마운드를 내려가 시즌 2승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6.75였던 평균자책점은 6.32로 조금 떨어졌다. 투구수는 88개로 경제적이었고 그 중 스트라이크는 61개로 뛰어난 비율을 선보였다.

지난 22일 샬럿 나이츠(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와의 경기에서 경기 도중 타구에 왼쪽 무릎 아래 부분을 맞으며 우려를 샀던 윤석민은 이날 좋은 내용을 선보이며 시즌 2승에 재도전했지만 장타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팀도 윤석민이 내려간 뒤 실점했고 끝내 경기를 뒤집지 못하며 4-5로 졌다.

다만 경기 내용은 좋았다. 일단 부상에 대한 여파가 크지 않아 보였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직구 구속은 현지 중계진의 발표상 91마일(146㎞)까지 나왔고 경기 중반인 5회에도 90마일(145㎞) 가량을 유지했다. 주무기인 슬라이더와 미국 진출 이후 구사 비율을 높이고 있는 체인지업, 그리고 커브를 적절하게 섞으며 완급조절을 했다.

1회는 두 명의 주자를 내보냈으나 실점하지 않았다. 선두 질리스에게 직구를 던져 유격수 땅볼로 유도한 윤석민은 헨슨에게 던진 변화구가 가운데에 몰리며 유격수 옆을 스쳐 지나가는 중전 안타를 맞았다. 그러나 두 차례 견제 끝에 2루 도루를 시도하던 헨슨을 잡아냈다. 윤석민의 퀵모션에 속은 헨슨은 2루로 뛰었으나 1루수로부터 공을 건네받은 유격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숨을 돌린 윤석민은 르하이밸리 최고 유망주 프랑코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지만 4번 머피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직구가 다소 한가운데 몰렸지만 머피의 방망이가 밀렸다.

1회 공격에서 위크스의 선두타자 우월 솔로홈런으로 일찌감치 득점지원을 받은 윤석민은 2회를 깔끔하게 마쳤다. 선두 럽을 2B-2S 상황에서 높은 직구로 유혹해 헛스윙 삼진을 만들어냈다. 서스도프에게 던진 직구는 다소 가운데로 들어갔으나 힘에서 이겨내며 큰 무리 없이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고 카스트로 역시 윤석민의 직구에 밀리며 1루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났다.

팀 타선이 2회 1점을 더 뽑아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맞이한 3회도 무난했다. 선두 블랑코를 1루수 땅볼로 유도해 직접 1루 베이스를 밟은 윤석민은 세데뇨에게 한가운데 커브(117㎞)를 던져 루킹삼진으로 잡아냈다. 세데뇨가 주심에게 가볍게 항의했으나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 마지막 타자 질리스는 중견수 보본의 호수비로 잡아냈다. 바깥쪽 직구가 높게 몰리며 중전안타성 타구를 맞았으나 보본이 전력질주해 다이빙캐치로 건져내며 윤석민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4회도 완벽했다. 선두 헨슨에게 슬라이더를 던져 중견수 뜬공을 유도한 윤석민은 프랑코도 변화구를 통해 1루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이어 4번 머피는 1B-2S 상황에서 날카롭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던져 낫아웃 삼진을 뽑아내고 이닝을 마쳤다. 윤석민이 호투하는 사이 팀 타선도 4회 월러스가 솔로홈런을 때리며 추가점을 냈다.

5회도 순항하는 듯 했다. 선두 럽을 좌익수 뜬공으로, 서스도프는 바깥쪽으로 날카롭게 떨어지는 공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12타자 연속 범타였다. 그러나 2사 후 위기를 넘기지 못했다. 카스트로에게 2루수 키를 살짝 넘기는 우전안타를 허용한 윤석민은 블랑코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하며 이날 처음으로 주자를 2루까지 보냈다. 그리고 세데뇨에게 좌측 담장을 넘는 라인드라이브성 3점 홈런을 맞고 순식간에 동점을 허용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홈런이 1개밖에 없었던 세데뇨라 정면승부를 벌였으나 한가운데 실투는 여지없었다.

질리스를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고 아쉬웠던 5회를 마친 윤석민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5회까지 투구수는 69개로 여유가 있었던 상황이었다. 안정을 찾은 6회는 공 4개로 간단하게 정리했다. 선두 헨슨을 2루수 뜬공으로 잡은 윤석민은 프랑코를 힘 없는 외야 뜬공으로 처리했고 머피는 3루수 직선타로 넘겼다. 좌측으로 빠져 나가는 날카로운 타구였으나 3루수 브리튼이 감각적으로 손을 뻗어 잡아내는 호수비의 덕을 받았다.

7회도 마운드를 지킨 윤석민은 럽을 풀카운트 승부 끝에 가운데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삼진 처리했다. 2B-2S에서 던진 체인지업이 볼 판정을 받자 다시 좀 더 가운데로 던졌는데 럽이 꼼짝없이 당했다. 서스도프에게 3루수 방면 기습번트 안타를 맞은 윤석민은 카스트로 타석 때 서스도프의 2루 도루를 포수 모넬이 잡아냈다. 유난히 수비 지원을 받지 못한 경기가 많았던 윤석민이 이날은 동료들의 덕을 톡톡히 봤다. 카스트로 역시 힘 없는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미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6회를 넘어 7회까지 마쳤다.

팀 타선이 더 이상 점수를 뽑지 못해 윤석민은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윤석민은 8회 팀 알더슨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비록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소화이닝과 구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미국 진출 후 가장 좋은 경기 내용이었고 향후 행보에 대한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한편 윤석민의 7이닝 소화는 올 시즌 노포크 선발 투수로는 마이크 라이트, 에디 감보아에 이어 3번째다. 보통 마이너리그의 경우 여러 투수들을 실험하기 위해 선발 투수들의 한계 투구수를 80~90개로 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와중에 7이닝을 던졌다는 점은 윤석민이 그만큼 효율적인 경기를 펼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콜업 0순위인 케빈 가우스먼이나 MLB 무대를 오르내리고 있는 T.J 맥파랜드도 7이닝 소화 경기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