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메이저리그(MLB)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은 100% 득표 선수의 탄생을 거부했습니다.
아예 기권을 밝힌 기자 외에도 15명이 355승 투수 그렉 매덕스에게 표를 주지 않았고 97.2%라는 역대 8번째로 높은 득표율로 후보 첫 해에 HOF 멤버가 됐습니다. 그 이에 애틀랜타에서 매덕스와 오랜 기간 1-2펀치로 활약한 좌완 톰 글래빈은 305승의 전력과 함께 91.9%의 득표로 HOF에 필요한 75%의 득표를 어렵지 않게 넘었습니다. 그리고 19시즌 통산 3할1리에 521홈런, 1704타점을 기록한 거포 프랭크 토머스도 83.7%를 획득해 지명타자로는 최초로 HOF 멤버가 됐습니다.





< 매덕스는 후보 첫 해에 97.2%의 지지율로 명예의 전당 멤버가 됐습니다. ⓒWikimedia Commons >

작년에는 단 한 명의 선수도 뽑히지 않은 반면 올해는 후보군이 화려하기도 했지만 루키 후보가 3명이나 선정되는 HOF 풍년이 됐습니다. 특히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베테랑 소위원회에서 선정된 보비 콕스 감독까지 3명이 올 7월 27일(이하 미국시간) 뉴욕주 쿠퍼스 타운에서 열리는 헌당식에서 연설을 하는 경사를 맞았습니다. 조 토리와 토니 라루사 감독 역시 콕스와 함께 선정돼 올해 명예의 전당 행사는 그 어떤 해보다 풍성하고 뜨거울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울러 HOF에 탈락한 선수들의 면면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3060안타의 사나이 크렉 비지오는 후보 2년차에 427표를 획득했지만 75%에 0.2%가 모자란 74.8%에 그치면서 아쉽게 탈락했습니다. 단 2표가 모자랐는데 내년에는 선출이 확실시됩니다. 62.2%를 얻은 마이크 피아자 역시 작년의 57.8% 보다 높아진 지지율로 앞으로 1~3년 내에 영광의 자리에 설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올해가 15년차로 후보 마지막 해인 우완 투수 잭 모리스는 61.5%에 그쳐 오히려 작년보다 투표율이 5% 정도 떨어지며 후보 자격을 잃었습니다. (한 기자가 9자리의 투표는 포기하고 유일하게 투표한 바로 그 선수입니다.) 올해 후보 첫 해인 마이크 무시나와 제프 켄트는 20.3%와 15.2%를 득표하는데 그쳤습니다.

후보 2년차인 로저 클레멘스와 배리 본즈는 각각 35.4%와 34.7%로 필요한 득표의 절반 정도를 얻는데 그쳤습니다. 작년에 37.6%와 36.2%를 얻었으니 득표율은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약물 시대'를 대표하는 두 선수는 현재의 추세라면 HOF 입성은 요원해 보입니다. 7년째인 마크 맥과이어는 11%를 얻어 작년보다 5.6%가 또 떨어져 조만간 후보 자격을 잃게 될 위기이며 2년차 새미 소사(12.5%7.2%)도 뚝 떨어졌고 라파엘 팔메이로는 4.4%로 4년 만에 후보 자격마저 잃게 됐습니다. (팔메이로는 행크 애런, 윌리 메이스, 에디 머레이와 함께 500+홈런-3000+안타를 기록한 선수입니다.) 이 5명의 후보는 정상적이었다면 모두 3년 안에 HOF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성적을 올렸지만 투표인단은 '금지 약물과 거짓말'에 대한 엄정한 잣대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 외에 눈길을 끄는 후보는 아시아 최초인 노모 히데오인데 6표를 얻어 1.1%의 득표에 그치며 후보 첫 해를 마지막으로 탈락했습니다. 신인왕과 양리그 노히트 노런의 업적을 남겼지만 HOF는 그만큼 진입 장벽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시대 스타 중에 모세스 알루도 6표를 얻는데 그쳤고 한때 마무리의 전형이던 에릭 가니에는 역시 약물 사용의 원죄와 함께 단 2표만 받았고 애리조나의 스타 루이스 곤살레스도 5표만 받았습니다.
올해 처음 후보로 오른 선수 중에 이들 외에도 J.T. 스노우(2표), 아만도 베니테스, 작 존스, 케니 로저스(이상 1표)와 션 케이시, 레이 더램, 토드 존스, 폴 로두카, 리치 색슨, 마이크 팀린(이상 0표) 등이 모두 첫 해에 탈락의 아쉬움을 맛봤습니다.





< 프랭크 토머스는 후보 첫 해 HOF 입성과 함께 지명 타자로 최초라는 영광도 안았습니다. ⓒWikimedia Commons >

그런데 올해 명예의 전당 투표와 발표 과정을 보면 과거와는 다른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과거보다 훨씬 활발히 '이슈 만들기'를 하면서 팬들의 이목과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중간 중간 집계 과정과 투표율을 발표하는가 하면, 특정 기자가 매덕스에 투표를 포기해서 100% 득표가 깨졌다는 소식이 나오기도 했고, 소위 유명세를 타는 기자들의 투표 결과를 발표해서 팬들 사이의 논쟁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어느 정도 '언론 플레이'를 하면서 거의 2주일 정도를 HOF가 각종 스포츠, 야구 매체의 머리기사를 장식했습니다. 당연히 팬들의 관심이 증폭됐고, 야구가 없는 한 겨울 많은 팬들에게 화제 거리를 안겨주었습니다. 긍정적인 언론 플레이의 효과라고 여겨집니다.

소위 '여름 스포츠'인 프로야구는 가을에 월드시리즈가 끝나면 동면에 돌입합니다.
'스토브리그'라고 불리는 트레이드와 FA 선수 이동 등이 소식이 전부였던 것이 야구의 겨울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MLB는 겨울에도 풍성한 이슈를 양산하면서 야구 경기가 없는 갈증을 채워주려는 시도가 활발합니다.
월드시리즈가 끝나고 FA 선수 등록마저 마쳐 조용해질 무렵부터 각종 수상자들 발표가 있습니다. 양리그의 올해의 신인왕이 발표되고 감독상이 발표되며 사이영상과 MVP 수상자들이 차례로 발표됩니다. 하루 이틀 간격의 시차를 두면서 각 수상에 대한 언론의 집중 조명과 함께 팬들에게 즐거움과 함께 때론 뜨거운 논쟁거리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각 포지션별로 최고의 수비를 뽐낸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골드 글러브상과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실버 슬러거상 수상자들을 발표해 눈길을 휘어잡습니다. 그 외에도 선수들이 가장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사회봉사상, 즉 로베르토 클레멘테상도 주어지고 최고 마무리, 최고 좌완 등에 주어지는 상도 발표됩니다.

이렇게 MLB에서 주도하는 공식적인 수상 외에도 각 지역별로도 기자단이나 후원사 등에서 주최하는 각종 상이 즐비합니다. 12월 초에는 연례행사인 윈터 미팅도 개최도 또 풍성한 화제를 양산합니다. FA 계약은 겨울 내내 이어지는 작품들입니다. 이런 수상과 시상이 끝나갈 무렵이면 올해처럼 연말, 연초에 명예의 전당 투표를 이슈화해서 또 다른 야구의 이야깃거리를 풍성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HOF가 끝났으니 이제 곧 조정신청 자격 선수들의 차례입니다. 빅리그 4,5년차 선수들은 원하는 만큼의 연봉을 구단에 요구할 자격을 얻어 힘겨루기를 합니다. 구단과 액수를 교환하고 합의를 끌어내려는 노력을 기울이지만 끝까지 이견이 이어지면 조정심판까지 가는데 그 과정이 팬들에게 상세히 전달됩니다. 올해는 1월17일에 양측이 원하는 연봉 액수를 교환하고 2월1일부터 조정심판이 열립니다.
그러다보면 2월 중순부터 스프링 캠프가 시작됩니다. 올해는 빠른 팀은 2월13일에 투수와 포수가 캠프에 입소합니다.

이렇게 보면 스토브리그라고 해서 야구가 팬에게서 멀어지는 순간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토미 라소다 전 LA 다저스 감독은 "1년 중 가장 슬픈 날이 야구 시즌이 끝나는 날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MLB 팬은 시즌이 끝난 후에도 그리 슬퍼할 새가 없습니다. 요프 시즌에도 야구 이야기는 쉼 없이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이 기사는 espn.com, MLB.com, Wikipedia, minkiza.com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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