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시즌 MLB와 마이너리그를 통틀어 미국 프로야구에서 뛴 동양선수는 총 61명이었습니다. 그 중에는 한국 선수 16명이 포함돼 있었고 일본 선수 22명, 타이완 선수 21명, 그리고 중국과 인도 선수가 각각 한 명씩 있었습니다.
한국 선수로는 추신수와 류현진, 그리고 임창용이 빅리그 무대를 밟았고 트리플A에 최지만(시애틀), 하재훈(시카고 커브스), 이학주(탬파베이), 더블A에 강경덕(탬파베이) 이대은(시카고 커브스) 그리고 싱글A에 김선기(시애틀), 정병조(토론토), 에릭 심(샌프란시스코), 대니 오(뉴욕 양키스), 신진호(캔자스시티), 문찬종(휴스턴), 김성민(오클랜드) 그리고 볼티모어와 계약한 윤정현 등이 있습니다.

< 시카고 커브스의 마이너에서 뛰던 한국 선수들. 이들 중에 하재훈과 이대은은 커브스에 남았고 이학주는 탬파로 트레이드됐으며 정수민과 김동엽은 방출됐습니다. ⓒ민기자닷컴 >

그러나 과거에 비해 마이너의 선수는 많이 줄었습니다.
큰 기대를 걸고 미국행을 결심했지만 지난 몇 년간 남윤희, 정영일, 장재형, 최현욱, 최형록, 강인균, 정수민, 안태경, 김재윤, 김동엽, 남태혁, 김진영 등 수많은 유망주들이 방출의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특히 이 선수들은 국내에 복귀해도 2년간은 야구 관련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규정에 묶여 대부분 야구를 포기하거나 군 입대로 야구와 멀어지고 있습니다.

유망주들이 좌절하는 이유는 야구 때문도 있지만 야구 외적인 적응에 실패하는 것이 큰 원인이기도 합니다.
야구를 배우고 익히는 문화도 다르고 언어와 식생활의 문화도 전혀 생소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의 시골 소도시에서 오직 야구만 하면서 한국어로 소통할 친구 하나 없다는 그 외로움을 견뎌내는 것은 어린 선수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으로 다가옵니다.
비단 마이너리그의 어린 선수들 뿐 아니라 일본 프로를 거쳐 MLB에 진출하는 선수 중에도 절반 이상이 기대 이하의 성적이나 기록을 보이면서 적응에 실패하고 귀국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그런데 이렇게 어려움을 미국프로야구 안착에 어려움을 겪는 동양 선수들을 돕는 GSI(Global Sporting Integration)라는 자문 회사가 발족했습니다. 특히 그 중심에 한국 유학생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서 눈길을 끕니다.
현재 필라델피아의 템플대 법대 졸업반은 이한길(27)씨는 작년 12월 템플 법대의 켄 제이콥슨 교수와 워싱턴 DC의 아메리칸 유니버시티 로스쿨 제레미 드루 교수와 함께 GSI를 설립해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현재 MLB 사무국과 각 팀과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가며 동양권 선수의 정착을 돕는 활동을 펼칠 계획입니다.

이한길씨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와 마찬가지로 니시오카 쯔요시의 예를 들었습니다. 2011, 2012 시즌에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뛴 니시오카는 총 71경기를 뛰는데 불과했고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다가 2012년 9월 325만 달러의 잔여 봉급을 포기하고 팀을 떠났습니다. 이씨는 "니시오카는 일본에서 골드글러브를 받은 선수인데 미국에 와서 돌연 수비를 못하는 선수가 됐다. (71경기 14실책) 일본에서 익숙하던 인공잔디와는 전혀 다른 천연 잔디에 대한 사전 적응이 필요했는데 그게 없이 시즌에 임했다가 큰 낭패를 봤다."라며 사전에 준비도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지난 2007년 뉴욕 양키스가 4600만 달러를 투자한 이가와 게이 역시 총 71.2이닝을 던진 게 전부였고 마지막 3년은 마이너리그에서 보내다가 계약을 마쳤습니다. 지극히 사적인 성격의 이가와는 문화적인 적응에 완전히 실패한 케이스였다고 평가한 이씨는 이런 실패의 반복을 예방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 동양 선수의 미국 야구 적응을 돕는 자문회사 GSI를 설립한 템프 법대 제이콥슨 교수, 졸업반인 이한길씨, 아메리카대학 드루 교수 >

6단계로 정리된 프로그램을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사전 준비 (Pre-departure preparation)
- 영어 습득(Language acquisition)
- 영양과 음식에 대한 교육과 지원(Nutritional education and support)
- 문화적 적응 (Cultural merging)
- 트레이닝 변화 지원 (Training transition assistance)
- 모국어 스포츠 심리학자와 상담(Contact with a sports psychologist who can speak the player's native language)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동양 선수들이 미국 프로야구와 문화에 적응하는데 가능한 한 어려움을 줄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GSI는 에이전트 회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입니다. "에이전트는 선수와 직접 계약을 하고 팀과의 계약 등을 담당하지만 우리는 MLB 사무국, 그리고 각 팀과 계약을 하고 선수들의 적응을 돕는다. MLB 팀은 큰돈을 투자해서 동양 선수를 영입한다. 비싼 차를 살 때 보험을 들듯이 선수를 영입할 때도 보험을 든다는 개념으로 팀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고 아주 좋은 반응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윈터 미팅에 갔더니 역으로 동양으로 진출하는 선수들에게도 이런 서비스를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그것 역시 프로그램에 추가하려고 현재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에이전트가 아니라 선수들의 적응을 돕는 자문 회사를 설립한 것에 대해 이한길씨는 minkiza.com과 인터뷰에서 "15세 때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갔다가 학업을 계속했는데 처음엔 어려움이 정말 많았다. 그런데 야구를 워낙 좋아해서 팀에도 들어가고 즐기다보니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미국에 정착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그 후 미시간 주립대에서 외교학을 공부하고 템플 법대에 입학했는데 체육학 교수님인 어머님의 영향도 받았고 뭔가 새롭고 뜻있을 일을 하고 싶다는 고민을 늘 했다."라며 "일본과 한국, 중국과 관련해 일한 경험도 있고, 그러다가 미국 야구에 도전하다가 좌절하는 동양선수가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고 이 회사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한 "minkiza.com이 스캇 보라스와 인터뷰한 것을 봤다. '제2의 누가 되려고 하지 말라.'는 보라스의 말에 감명을 많이 받았다. 박찬호는 MLB에서 뛴 최초의 한국 투수가 됐고, 추신수는 동양인 최초로 20-20 타자가 됐다. 추신수 선수는 '남이 걷지 않은 길을 걷고 싶었고, 거기서 성공하고 싶어서 도전하게 됐다.'라는 말도 했다. 에이전트보다는 더욱 뜻있고 새로운 길을 열고 싶다는 생각도 큰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타나카 마시히로의 에이전트와도 활발히 접촉하고 있다는 이씨는 "올해는 윤석민 선수도 MLB에 진출할 수 있고 마이너에도 한국 선수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 앞으로도 동양 선수들의 미국 도전은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연구해서 선수들의 적응을 도울 것"이라며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활발한 활동과 구단과의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어 기대가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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