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의 2014시즌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들어갈 선수 명단 발표가 채 1주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쟁쟁한 후보들이 많은 가운데 가장 큰 관심거리는 과연 그렉 매덕스가 사상 최초로 100%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인가 입니다. 까다롭고 때론 지나치게 주관적이라는 비난도 듣는 명예의 전당 투표는 10년 이상 BBWAA(미국야구기자협회)에서 일한 기자들에게 투표권이 주어지는데 올해는 600명 이상으로 투표 인단이 늘어났습니다. 100%의 득표를 얻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얻는 선수가 가끔씩 나오지만 지금까지 100% 득표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난 1992년 톰 시버가 98.84%의 표를 얻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1999년 놀란 라이언과 조지 브레트가 각각 98.79%와 98.19%를 득표했습니다. 역대 4위는 행크 애런인데 1982년 97.83%를 획득했습니다. 실은 애런이 브레트나 라이언보다 득표가 적다는 것도 조금 이해하기 힘든 HOF의 투표 결과입니다. (지난 1972년 니그로리그 소위원회에서 조시 깁슨을 100% 찬성으로 선정한 적은 있습니다.)

< mlb역사상 유일하게 세 번의 60홈런 시즌을 장식하며 한때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새미 소사는 명예의 전당 후보 2년차에 아예 탈락할 수도 있습니다. ⓒWikimedia Commons >

그런데 현지 보도에 따르면 한국시간 1월2일 현재 개표한 99명의 기자단 투표에서 올해가 후보 첫 해인 매덕스는 100%의 득표를 기록했습니다. 비록 전체 투표인단의 17.4%에 불과하기에 여전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만장일치 100% 득표에 대한 희망이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매덕스 외에도 좌완 300승 투수 톰 글래빈, 거포 프랭크 토머스, 재간둥이 3000안타 크렉 비지오 등이 HOF 입성에 필요한 75% 이상을 득표를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공격형 포수의 전형인 마이크 피아자도 72.7%의 득표로 상당히 근접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작년에는 단 한 명도 기자단 투표로 선정되지 않았고 2011년에도 배리 라킨 단 한 명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올해는 HOF 풍년이 될지도 모릅니다.
올해가 15년 후보 기간의 마지막 해인 투수 잭 모리스도 상당히 많은 동정표를 획득할 수도 있습니다. 모리스는 작년에 비지오, 피아자, 제프 배그웰, 팀 레인스 등과 함께 50% 이상을 득표한 5명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67.7%로 필요한 만큼의 득표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HOF에도 동전의 양면 같은 현상이 있습니다. 기록으로는 당당한 명예의 전당 후보지만 그늘에 묻혀 있다가 어쩌면 사라질 운명의 선수들이 있습니다. 그것도 정말 대단한 야구 생애를 보낸 선수들이 말입니다. ESPN의 마이클 킨슬리 기자 등은 위기에 빠진 거포들의 운명과 명예의 전당에 대해 흥미로운 논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각도로 확대 취재를 해봤습니다.

1. 16년 통산 583홈런 1414타점, 신인왕과 올스타 12번, 1998년 70홈런 기록

2. 18년 통산 609홈런 1667타점, 1998년 MVP와 올스타 7번

3. 20년 통산 569홈런 1835타점, 올스타 4번, 골드글러브 3번, 실버슬러거 2번

1번 선수는 현재 LA 다저스의 타격 코치로 있는마크 맥과이어로 MLB 역사상 홈런 10위에 장타율 8위에 올랐습니다. 10.6타수 당 1홈런은 역대 1위입니다.
2번 선수는새미 소사로 홈런 역대 8위에 타점 27위이고 MLB 사상 유일하게 60홈런 이상을 세 시즌(98,99,01) 기록한 타자입니다.
3번은 그림 같은 스윙의 왼손 타자라파엘 팔메이로로 역대 홈런 12위에 타점 16위에 올랐습니다. 3000안타와 500홈런을 동시에 이룬 역대 4명 중 하나입니다.

이들보다 홈런을 많이 친 선수 중에 HOF에 들지 못한 선수는 아직 현역인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아직 후보 자격이 없는 켄 그리피 주니어, 매니 라미레스 뿐입니다. (에이로드와 매니 역시 논쟁의 대상이 될 것이지만) 물론 이들은 금지 약물을 사용했다는 의혹과 함께 거짓말을 했다는 공통적인 그리고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습니다.
규정 위반이나 불법, 혹은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한 것은 이를 솔직히 인정하지 않고 거짓말로 대중을 기만하는 것. 특히 미국이라는 사회는 소위 공인의 거짓말에 대한 배신감과 반감이 절대적이고, 대단히 오래 지속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금지약물을 사용한 '약쟁이'에다 거짓말까지 한 이들에 대한 반감과 불신은 이미 과거 HOF 투표에서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작년에 맥과이어는 16.9%를 얻는데 그쳤습니다. 후보로 7년째였는데 지난 3년 연속으로 득표율은 떨어졌습니다. 후보 2년째이던 팔레이로는 8.8%를 얻는데 그쳐 2012년의 12.6%에서 훨씬 더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후보 첫 해이던 소사는 12.5%를 얻은 게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 세 명의 거포들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후보 명단에서 사라질지도 모를 운명에 처해있습니다. HOF 후보로 남으려면 적어도 5%의 득표를 해야 합니다. 이들은 작년에도 5% 이상을 얻어 후보로 남은 선수들 중에 최하위권의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다저스 감독인 단 매팅리가 13.2%를 얻어 하위권 4명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더욱 위험합니다.
HOF 투표는 각 투표인단이 10명의 선수에 표를 던질 수 있습니다. 상당히 많은 수라고 볼 수도 있지만 올해의 후보들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매덕스, 글래빈, 토머스, 비지오, 피아자, 모리스, 레인스 등은 득표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후보들입니다. 게다가 투수 마이크 무시나와 2루수 제프 켄트도 새롭게 후보로 올라왔고 구원 투수 리 스미스, 선발 로저 클레멘스, 커트 실링, 홈런왕 배리 본즈, 그 외에도 래리 워커, 프레드 맥그리프 알렌 트래멀 등이 후보에 남아있습니다. (후보 첫 해이던 작년 클레멘스는 37.6%, 본즈는 36.2%를 얻어 역시 첫 해이던 커트 실링의 38.8%에 밀렸습니다.)
그렇게 표가 분산된다면 소사나 팔메이로, 맥과이어에게 남을 표는 그다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실제로 2일 알려진 99명의 기자단 투표에서 소사는 8.1%를 얻는데 그쳐 작년보다 절반 가까이 표를 잃었습니다. 맥과이어도 4년 연속 득표율이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MLB 역사상 최고의 거포를 꼽는 논쟁에서 빠지지 않을 세 명의 대단한 타자가 어쩌면 올해를 끝으로 아예 HOF 후보 자격도 잃게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일각에서는 '과연 금지약물 논쟁과 명예의 전당 후보의 자격 논란이 함께 가야하는가?'라는 또 다른 논쟁거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선수의 성적은 기록대로만 보고 자격이 있다면 명예의 전당에 포함시키고, 대신 이름 옆에 *표를 찍어 상기시키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위대한 선수들보다 탈락하는 위대한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인구에 회자되는 풍토도 투표인단의 지나치게 주관적인 견해로 인한 안타까운 부산물이라는 비난도 나옵니다. 금지약물이 적발돼 탈락한 선수도 있는 반면 적발되지 않았기에 뽑히는 선수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있습니다. 그러나 금지약물을 사용한 원죄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것도 명백한 사실입니다.

이 논쟁에는 끝이 없습니다. 미리 미리 방지할 기회를 방치한 MLB의 책임론도 이제는 다 허망하게 지난 얘기입니다. 야구의 종주국이고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뛰어난 야구 선수들이 뛰는 MLB지만, 야구가 계속되는 한 이 '금지약물 논쟁' 역시 계속될 것이라는 점은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대단히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소사나 팔메이로 맥과이어 같이 한 시대를 풍미하며 야구팬들에게 열정의 순간과 뜨거운 추억을 안겨주었던 선수들이 후보에서조차 탈락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은, 원인이 무엇이든을 떠나 참 아쉬운 일입니다.

이 기사는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Wikipedia, Bleacher Report, minkiza.com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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