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는 던져졌고 되돌릴 수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지켜보는 것 뿐이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가 염기훈 감독 체제의 첫 출발을 알렸다.

염기훈 감독을 비롯한 수원 삼성 선수단은 12일 오전 항공편을 통해 1차 전지훈련지인 태국 방콕으로 떠났다. 1개월 동안 지리했던 공방전 끝에 본격적인 염기훈 체제의 닻을 올렸다.

염 감독은 전지훈련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가지며 팬들의 지지를 호소했지만, 여전히 의혹을 해소시키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팀을 바꾸는 데 적임자였다고 이야기한 박경훈 단장의 지원사격도 옆에서 이어졌지만, 이미 짜맞춘 대본이 아니냐는 부가적인 의혹도 뒤따랐다.

물론 확실하지 않은 루머들을 확대, 재생산하고 가족들에게까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면서까지 염기훈의 감독직 고사를 촉구한 일부 팬들의 행동은 지적받는 것이 마땅하다. 다만 왜 염기훈을 감독으로 선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인지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받아들여야 할 필요도 있다.

팬들이 계속해서 지적하고 있는 핵심은 감독의 경험부족이다. 전쟁이나 다름없는 치열한 K리그2 세계에서 경험이 일천한 초보감독이 헤쳐나갈 수 있겠느냐는 것이 그 골자다. 실제로 지도자 경력은 플레잉 코치와 지난해 감독대행이 전부인 염기훈 감독을 비롯해 경력이 짧은 수원 삼성 코치진들의 경력은 다른 K리그2 팀에 비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염기훈 감독은 이에 대해 "경험이 없을 뿐이지, 열심히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밤낮 안 자면서 이겨낼 자신이 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지만 올 시즌 내내 염기훈 감독은 스스로를 증명해내야 하는 과제 속에 올 시즌을 치루게 되었다.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전술 플랜을 풀어내지 못한 것도 팬들의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 부분 중 하나였다. 성공을 거둔 감독들의 공식은 자신만이 추구하는 축구 공식이 있다는 것이다.

압박과 포지셔닝에 대해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이정효 광주 감독이 그랬으며, 상대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그에 따른 선수기용을 적재적소에 하는 김기동 서울 감독, 그리고 인버티드 풀백으로의 활용을 통해 김상식 감독 경질 이후 분위기가 다운되었던 전북을 빠른 시일내에 정상화로 올려놓은 김두현 감독대행이 그 예이다.

염기훈 감독은 지난해 감독대행을 통해 자신의 축구철학을 조금이나마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10대11의 열세에도 상대전적 전패였던 수원FC를 잡아내고 김기동 감독의 포항을 잡아내기도 했다. 슈퍼매치에서도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통해 승리를 낚아내기도 했다.

다만, 이것이 과연 염기훈 감독대행의 전술로 따낸 승리라는 것에는 의구심이 따른다. 대전과의 홈 경기에서는 후반까지 2대0으로 앞서다 연달아 2골을 내주며 강등의 스노우볼을 굴렸고 최종전이었던 강원과의 경기에서는 경기내용면에서 일방적으로 밀린 끝에 0대0 무승부를 기록, 강등을 피하지 못했다.

본인은 감독대행을 하며 팀을 변화시킨 것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었지만, 여전히 염 감독이 어떤 축구를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물음은 여전히 존재한다.

염기훈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역동적인 축구를 보여주겠다. 미드필더를 활용한 플레이와 패스를 주고 받으며 가만히 서있는 축구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지만, 팬들에겐 명쾌한 해답이 되지 못했다.

팬들의 의구심을 완전히 해소시키지는 못한 채 염기훈 감독은 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많은 팬들이 또 한 명의 레전드를 잃고 싶지 않았고, 격렬하게 그의 선임을 반대했지만 염기훈은 수원 삼성이라는 팀을 위해 독이 든 성배를 기꺼이 받아들었다.

이제 되돌릴 수 없다. 염기훈 체제의 수원 삼성은 시작되었다. 다가올 2024 시즌 의혹과 불신에 가득한 수원팬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 염기훈 감독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하며 증명해야 한다.

과연 그는 초보 감독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기자회견에서 이야기했던 자신감을 성적으로 증명해낼 수 있을까? 변화와 혁신이라는 이름이 구태로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하는 염기훈 감독의 2024년이 시작되었다.

사진=몬스터짐 DB, 수원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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